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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1.목요일


김지룡


 


‘어떻게 수학’과 ‘이렇게 수학’


 


아이에게 수학 문제 하나만 풀게 해보면 대번에 수학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수학을 잘 못하는 아이는 ‘어떻게 수학’을 하고,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수학’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와 ‘이렇게’는 비슷해 보이는 말이지만, 수학 실력에서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인 한 마디 말이다.


 


무슨 말이냐고?


수학 문제를 대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이거 어떻게 풀었더라?


(2) 이거 이렇게 풀면 되겠구나.


 


‘어떻게 풀었더라?’라고 기억을 더듬는 아이치고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아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수학 문제를 보면 먼저 ‘어떻게 풀었더라’ 기억을 더듬는다.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죽어라고 문제풀이만 한 아이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어떻게’ 유형의 아이들은 수학을 무척 싫어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이 무척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이유는 자신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문제를 기억을 더듬어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참고 문제를 많이 풀다보면 풀이과정을 통째로 암기할 수는 있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단원평가나 중간, 기말고사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이다. 부모들은 “역시 문제 풀이를 많이 하는 것이 성적에 도움이 된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학 실력은 모래 위에 지은 성이다. 암기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 성적이 점점 더 떨어지고, 만회를 하기 위해 더욱 커진 고통을 참으면 문제풀이에 열중한다.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비참한 악순환을 맞이하게 된다.


 


반면에 ‘이렇게 풀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문제를 보면 ‘이렇게 풀면 되겠다’는 전략이나 해법을 바로 세운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문제를 많이 풀어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다. 미션을 해결해내는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유형은 대개 수학을 좋아하고 성적도 좋다.


 


여기서 글을 끝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왜냐하면 딴지일보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그림도 같이 올리는 것이 무척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욕만 바가지로 먹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그림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글을 좀 더 써 보겠다.


 


19단 곱셈 문제를 ‘어떻게 수학’과 ‘이렇게 수학’ 방식으로 풀어보자. 한 때 19단 외우기 열풍이 있었던 적이 있다. “인도의 과학 수준이 높은 것은 수학을 잘하기 때문이고, 인도인들이 수학을 잘하는 것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19단을 외우게 하기 때문이다”라는 어이없는 기사들이 신문에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앞을 다투어 19단 외우기 책을 출판했고, 아이들은 한동안 19단 외우기에 죽어났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19단이라는 것이 외우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외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당시 19단을 외운 아이들은 헛고생을 한 셈이다.


 


그 뒤로 등장한 것이 인도의 ‘베다 수학’ 방식이었다. 무턱대고 외우는 것보다는 조금 낫지만, 나는 ‘베다 수학’ 방식이 더욱 좋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수학’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베다 수학 방식으로 19단 문제를 풀어보자. 이를테면 16×13은 이런 공식을 이용해서 계산을 하라고 한다.


 


16×13 = (16+3)×10+(6×3) = 190+18 = 208


 


어떤 공식인지 아시겠는가? 앞의 숫자에 뒤의 숫자의 1의 자리 수를 더하고 10을 곱한 뒤, 일의 자릿수의 숫자를 곱한 것을 더하라는 공식이다. 하나 더 해 보자.


 


18×14 = (18+4)×10+(8×4)= 220+32 = 252


 


이런 베다 수학 방식은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될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암기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이런 식으로 19단 공식을 외워봐야 며칠만 지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문제를 접하면 바로 “이 문제 어떻게 풀었더라?” 기억을 더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기억을 추출해내면 줄줄이 다 틀려버린다.


 


지금 당장 확인해 드릴 수 있다. 여러분들은 방금 19단 공식을 보았다. 그 공식대로 문제를 풀 자신이 있는가? 앞으로 스크롤해서 공식을 다시 보지 말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자.


 


16×13 = ?


 


16에다 3을 더하는 건지 1을 더하는 건지 헷갈릴 것이다. 이런 것이 ‘어떻게 수학’의 폐해다. 백날 공부해 봐야 남는 것이 없다.


 


그럼 완벽한 이해를 추구하는 ‘이렇게 수학’을 시작해 보자. 정규 수학과정으로는 초등 4학년 정도는 되어야 이해가 가능한 풀이 방법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선행이 기본이므로, 초등 2학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6×13의 값을 구하는 것은 가로가 16, 세로가 13인 사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것과 같다. 그림으로 보면 이렇게 된다.



 




이 사각형의 면적을 넷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문제를 풀기 쉽다. 가로 16은 10과 6으로, 세로 13은 10과 3으로 나누어 보자. 


 




 


사각형 전체의 면적은 A, B, C, D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각각의 면적을 합치면 전체 면적이 된다. 각각의 면적을 구하는 것도 무척 쉽다.


 


A = 10×10 = 100


B = 10×6 =    60


C = 10×3 =    30


D = 6×3 =      18      


합계            208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이 그림을 이해하면 베다 수학의 19단 공식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도 쉽게 알 수 있다. C 부분을 B 부분 옆에 붙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6×13 = (16+3)×10+(6×3) = 190+18 = 208


 


베다 수학의 19단 공식은 십의 자리 숫자가 1인 경우만 적용이 가능하다. 즉 19단까지만 가능하고, 20단부터는 계산이 불가능한 절름발이 방식이다. 하지만 사각형을 이용한 곱셈은 십의 자리 숫자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또한 십의 자리 숫자가 달라도 관계없다.


 


“28×15”를 계산해 보자.


 




 


28×15 = 200+80+100+40 = 420


 


19단은 사각형으로 나누어서 계산하는 것이 쉽다. 몇 번 손으로 직접 해보고 나면 머릿속에서도 암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십의 자릿수가 2 이상인 경우는 사각형을 이용해 암산을 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직접 계산하는 것이 정확하고 빠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런 방식으로 계산해 볼 것을 권한다. 이유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수학적,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세 가지 수확을 얻을 수 있다.


 


1) 연산과 도형을 연관시켜서 사고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거창하게 말하면 대수와 기하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이다.)


2) 얼핏 신기한 공식(베다 수학)도 알고 보면 당연한 것임을 안다.


(기발한 공식 따위는 믿지 않고, ‘수학은 이해’라는 정도를 걷게 된다.)


3) 중학교 때 나오는 (a +b)(c +d) = ac +ad +bc +bd 를 미리 체험해본다.


(게다가 그 이유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수학’을 ‘이렇게 수학’으로 바꾸어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 아이들이 수학을 좋아하게 되고(혹은 덜 싫어하게 되고), 따라서 성적도 오른다.


(2) 무의미한 문제 풀이 시간을 줄임으로써, 수학 공부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3) 그렇게 절약한 시간을 노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런 말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돌려주자.”


 


p.s. 초등학생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거나 잘했다는 사람보다, 수학을 싫어했거나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수학적 머리가 없거나, 전체적인 지능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수학을 ‘거지발싸개’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고 배웠기 때문이다. 혹시 수학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었다면, 한 방에 날려 보내시기 바란다.


 


‘내가 수학을 못했던 것은 너희들이 거지 같이 가르쳤기 때문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