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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31.수요일


파토


 


 




 


어제 국방부에서는 열감시기, 소위 TOD 라는 기계로 촬영한 천안함의 침몰 장면을 1분 20여초로 편집해 공개했다. 허나 원본 길이는 40분 분량인데 1분 20초는 분명 찜찜한 면이 있다. 현재 사건 관련해서 오만 가지 의혹이 들끓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과연 TOD의 정체가 뭔지, 그리고 이 관련해서 어떤 문제나 의혹들이 있는지, 무엇보다 우리가 보았던 저 영상이 과연 유효한 것이며 그 이상 밝혀낼 수 있는 것은 과연 없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본지, 영상공개 당일로 전직 TOD 운용병과의 전격 이너뷰를 성사해 내기에 이른다. 스스로 생각해도 옛날엔 상상도 하지 못할 이 기동력...


 


아래는 우원과의 이너뷰 전문이다.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익명으로 처리하니 이해하시라.


 


 







파: TOD는 대체 뭡니까.


 


병: Thermal Observation Device 의 약자고 통상 열상 관측장비, 열상 감시기라고 부릅니다.


 


파: 어떤 기계임까.


 


병: 사물이 내뿜는 고유의 열적외선을 감지하여 모노톤, 즉 흑백의 영상으로 변환시키는 겁니다. 작은 티비 화면에 약25만 화소로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고 빛이 거의 없어도 촬영 가능합니다.


 


파: 고급 나이트 비전 가글인가요?


 


병: 달빛이나 별빛을 증폭시켜 보는 야간투시경 가글(PVS-7)과는 운용개념이 완전히 다르죠. 기지와 같은 고정진지에서 감시하는 고정운용, 전용차량에 탑재하여 작전 중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 기동화 운용, 100m이격 거리에서 원격운용 등 다양한 활용법이 있습니다.
 
파: 이 장비의 주 목적은 뭡니까.


 


병: 주로 해안 레이더의 감시 사각지역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크고 전방 비무장 지대의 북한군 월남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쓰입니다. 요즘엔 정찰 헬기등 야간 감시장비로도 쓰이고요.


 


바다에선 주로 북의 잠수함, 잠수정, 반잠수정 침투 및 공작요원의 상륙을 감시한다고 보면 됩니다.


 


파: 얼마나 자세하게 보이는 거죠?
.
병: 기본 3배율, 10배율 둘 중 선택해서 운용합니다. 인원은 약3~5km, 차량은 약8~10km까지 식별이 가능하고 천암함 정도라면 화면 꽉 차게 보였을 것입니다. 백령도에선 고정 운용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후 사고지역으로의 기동화 운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파: 그렇게 촬영한 영상은 어떻게 됩니까.


 


병: VCR TAPE으로 항시 녹화하고 영상 공유 프로그램으로 인접, 상급 부대와 영상 공유를 하게 됩니다. 해병대의 편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나 육군개념으로 사단본부, 군 사령부까지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 그럼 이번에 백령도에서의 상황은 어땠을 거라고 보십니까.
 
병: 천암함에도 TOD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백령도 인근의 섬들에 다수의 TOD 기지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도서지역으로 인한 레이더 감시 사각, 최전방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당연한 거죠.


 


당시 북쪽을 향해 전방을 감시하고 있었겠지만 매복, 견시병의 천안호 사고 목격 후 곧바로 천안함 침몰 전 과정을 녹화하였을 것입니다. 그 중 일부는 처음부터 천안함을 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군 발표대로 1마일 해상이었다면 촬영장소와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아주 멀어야 3~5마일 안팎이었다고 보입니다. 그 정도면 10배율 녹화시 거의 모든 인원과 침몰과정 화면 꽉 차게 보았을 것입니다.


 


파: 근데 공개된 영상은 처음부터도 아니고 화면에 꽉 차게 보이지도 않던데요.


 


병: 여기서 중요한 건 해군 보도보다 TOD기지의 당시 운용병과 매복, 견시병의 통신 내용, 인접 기지들과의 통신내용, 그리고 당시 시간대의 상황일지, 교신일지, 상급 부대와의 교신내용을 알아야 합니다.
 
파: 그럼 영상과는 다른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 그리고 당시의 교신 속에 그런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다?


 


병: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촬영된 영상은 그 기지의 VCR TAPE로 녹화되어 보관합니다.  또 상급부대에도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 전송되며 아마도 사단본부에서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쪽 사람들, 즉 그날 당직사관, 사령, 상황병에게 소스가 있을 것입니다. 영상 전송시에는 TOD화면과 레이더 영상도 같이 전송하기 때문에 구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대의 백령도 인근 피아간 군함의 이동궤적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레이더는 아주 쉽게 기록 조작이 가능하지만요.
 
파: 결국 영상 원본과 함께 교신 기록, 사단에 전송된 영상, 레이더 영상 등이 합쳐져야 총체적 진실이 나온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화면에 꽉 차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병: 저도 티비에서 공개된 영상을 봤습니다만 저것보다 더 가까이서 촬영한 다른 기지의 영상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천안함이 솟아올랐다가 가라앉는 걸 촬영한 TOD 화면이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암튼 핵심은 인접기지 매복 병사와의 교신, 상황기록 일지 내용임다. 영상만큼이나 이 기록들이 중요합니다.


 


파: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은 어떠심까?


 


병: 현재까지 군과 정부의 대처로 보아 첫날 구조 헬기 외에 링스 헬기(대잠 헬기) 가 출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즉시 링스가 뜬 이유를 알아아 합니다.




군은 링스의 소나(음파탐지기)로 가라앉은 함미를 찾기 위해서라고 말하겠지만 링스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식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실은 반잠수정 또는 상어급 잠수정을 찾으러 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군의 말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묘한 여운과 함께 이너뷰는 여기서 끝났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게 된다(검은 글씨 부분은 우원의 생각).



- 영상은 사단본부 및 군 사령부까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그 전후 관련된 모든 기록이 레이더 영상과 함께 남는다. 따라서 영상만큼 중요한 것은 이 기록들이다.


 


- 백령도 인근에는 많은 TOD가 있었을 것이며 따라서 여러 촬영본이 존재할 수 있다.


 


- TOD의 제원상 천안함과 승조원들까지 화면에 꽉 차는 영상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개된 영상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 링스 헬기가 뜬 것은 함미 수색과는 관련 없으며 잠수정 추적을 위한 것이다


 


- 촬영 전후의 통신기록과 레이더 기록 등을 합하면 당시 해역에서 운용 중이던 아군과 적군 함선들의 움직임이 모두 파악된다


 


만약 미 이지스함이 근처에 있었다면 그 움직임도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사건관련 주변정황은 물론, 침몰과 관련된 결정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정부와 군은 천안함 관련된 사건의 실체를, 다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TOD가 현재 열쇠로 떠오른 만큼, 사건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서는 1분 20초짜리 티저 영상이나 보여줄 게 아니라 관련된 나머지 영상과 기록 일체가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군사기밀 관련 부분도 있을지 모르나 국민 전체의 충격과 의혹이 큰 만큼 국회 차원에서도 이의 공개를 집중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각도에서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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