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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에 리뷰노예로 납치된 불가사리. 지난 편에서 와인 오프너 리뷰를 하며, 와인을 무진장 마셨다. 가뜩이나 숙취에 시달리고 있던 그 때,

 

"(따르릉) 여보세요?" 

 

“하하, 이번 기사 재미있네요. 다음 주제는 뭘로 할까요?”

 

"편집장님, 제가 술을 너무 먹어서 힘들거든요. 다음에 전화하시면 안 될까요."

 

"숙취에는 커피가 좋지 않나요? 좀 보내드릴까요?"

 

"스타벅스 쿠폰이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네! 제가 알아서 보내드릴게요. 후훗"

 

죽지않는돌고래(이하 '죽돌') 편집장, 이상하게도 들릴 듯 말 듯한 그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 부분이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양심은 있는지 숙취에 괴로워하는 날 위해 스타벅스 쿠폰 정도는 보낼 줄 아는 사람이구나. 그래! 아무리 악한 사람일지라도 일말의 좋은 점은 있기 마련이지." 

 

다음 날, 발신자 '김어준'이라 써있는 택배에 놀라 날 흔들어 깨우는 아내.

 

박스가 꽤 컸다.

 

"크기가 꽤 크네. 스타벅스 쿠폰을 꽤 많이 보냈나? 죽돌, 다시 봤어. 훗훗"

 

택배를 열었다. 응? 이거 뭐야? 믹스 커피? 택배의 정체는 다름 아닌 죽돌 편집장이 던진 다음 아이템. 믹스 커피...

 

딴지에 뽕을 빼먹을 생각으로 다음엔 기필코 고가의 아이템을 선정하리라 다짐하고 있던 불가사리에게 죽돌 편집장은 선빵을 날렸다. 

 

바로 전화를 때렸다.

 

“아니, 죽돌 편집장님 고작 믹스 커피라..”

 

“...뚝”

 

화가 난 불가사리.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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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의 주먹도 잔뜩 열이 올라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커피믹스 블라인드 테스트를 빙자하여 직접 딴지로 향했다. 과연 불가사리는 딴지에 제대로 된 테러를 가할 수 있을 것인가? 

 

불가사리의 소비 대모험, 기대하라구!

 

불가사리대모험-커피믹스 리뷰.jpg

 

 

블라인드 테스트, 그딴 걸 왜 하나

 

“믹스커피가 그 맛이 그 맛이지, 굳이 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나?”

 

“나는 좋아하는 믹스커피가 있는데, 왜 다른 걸 봐야 하나?”

 

“믹스커피가 여러 가지였어?”

 

“불가사리 너 변태야?”

 

인스턴트 커피, 특히 믹스커피에 대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한 변태는 있다’는 말을 늘 되새기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불가사리는 인터넷을 뒤져보았으나, 믹스커피 블라인드 테스트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있다 해도 아주 제한적인 종류였으며, 특정 회사의 광고임이 의심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변태들은, 변태들임에도, 믹스커피 블라인드 테스트 따위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시간 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대한 발명품인 믹스커피의 역사를 엔간한 제조사 직원보다 더 정확하고 상세하게 알게 된 우리는, 현재 믹스커피가 어떤 맛인지 궁금한 것이 당연하다. 

 

특히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남양의 ‘카제인의 난’ 이후에 등장한 커피들과 원조이자 시장의 거인 맥심, 그리고 2010년대 중후반 이후 시장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PB제품들이 지금 어떤 맛을 구현하고 있는지, 그 차이는 어떠한지, 일반인들은 무엇을 더 맛있다고 느끼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실험을 수행해 줄 사람들을 찾는 일이다. 최소한 6인 이상의 인원은 있어야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커피에 대한 경험과 연령대가 다양해야 하며, 무엇보다 이 실험에 기꺼이 나설 만한 한가함 내지는 잉여력이 있어야 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가족이지만 가정불화가 더 심해질 우려가 있었고, 회사 동료를 생각했으나 그들은 아무래도 하루에 14잔의 커피를 마시면 나를 고소할 것 같아서 제안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믹스커피를 들고, 무작정 향했다. 

 

딴지로. 

 

 

딴지와 무림고수 “8인방”

 

죽돌 편집장에게 미리 문자를 보냈다.

 

“편집장님, 믹스커피 리뷰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딴지일보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줄 사람을 구해 주시죠.”

 

“아 있죠. 몇 명이나 필요한가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저희 회사에 ‘커피 8대 천왕’이 있는데, 이 사람들에게 요청하면 되겠네요.” 

 

“...8대 천왕이요?”

 

“지금 오신다는 거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후.”

 

8대 천왕... 어찌 저리도 촌스런 이름을 붙였는지 생각했다. 암튼, 회사를 땡땡이치고 딴지에 도착했다. 과연 엄청난 포스를 풍기는 곳이었다. 

 

믹스커피 박스를 바리바리 싸 들고 땀을 훔치면서 걸어가는 불가사리를, 누가 봐도 위압스러운 복장(반바지에 슬리퍼)을 한 누군가가 맞이했다. 죽돌 편집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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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에서 불가사리를 맞이하는 죽돌의 모습 (고 미우라 켄타로 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딴지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7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포스가 심상치 않은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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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맞이하는 8대 천왕(중 5명)의 모습. 

 

“이분들이... 8대 천왕?”

 

블라인드 테스트의 신빙성을 위해, 8대 천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 박 지국천왕 (박) - 40대, 아메리카노를 즐김, 카페인에 민감.

 

- 바리스타 정 (바) - 40대,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스타 중 한 명. 딴지카페의 점장.

 

- 임권산 (임) - 30대, 미식가가 아니라 말하지만 날카로운 혀를 가진 인물.

 

- 죽돌 (죽) - 전혀 설득력이 없지만, 본인은 30대(라 주장), 악필, 글씨 해독에 성공하시면 믹스커피를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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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광목천왕 (문) - 20대, 네스프레소 캡슐을 자랑함,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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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증장천왕 (강) - 30대, 딴지 막후의 실력자.

 

- 장 다문천왕 (장) - 40대, 유명 해커, 신맛과 쓴맛을 즐김.

 

- 근육병아리 (근) - 30대, 미식가, 셰프 지망생. 필명답게 근육도 울끈불끈.

 

이들과 눈빛이 마주쳤다. 

 

하나같이 굉장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들과 약간의 인사 정도를 했지만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고수들은 서로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일합의 승부를 통해 말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대 천왕’과 일합의 승부. 

 

첫 번째 승부는, 바로 ‘믹스커피 블라인드 테스트’다. 

 

 

믹스커피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

 

믹스커피 블라인드 테스트의 대상은 아래와 같다. 

 

과연 믹스커피와 커피전문점의 커피를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는지 궁금하여, 평소 믹스커피와 가장 맛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온, 스타벅스의 ‘돌체 라떼(연유커피)’도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1. 동서 맥심 모카골드

2. 동서 맥심 화이트골드 

3. 남양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4. 네슬레 네스카페 수프리모

5. 곰곰 모카골드 커피믹스(쿠팡 PB) 

6. 스타벅스 돌체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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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총 여섯 가지 종류의 커피를 블라인드 테스트하고, 선호하는 맛을 적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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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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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순서대로, 리뷰하도록 한다. 

 

 

공동 1위. 남양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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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이야기했던 ‘카제인의 난’의 주인공이다. 

 

김태희 커피인 바로 그 커피,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블라인드 테스트 평점 1위를 차지했다. 마케팅을 이용하여 왕좌를 위협했으나 실제 맛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의외였다. 평점을 내준 딴지 8인방뿐 아니라, 불가사리 입에도 가장 나은 맛이었다. 

 

다른 커피, 특히 맥심 모카골드와 비교하면, 흔하게 느꼈던 커피믹스 향과 살짝 다른 느낌인데 은은하고 싫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맥심 모카골드에 비해 아주 미묘한, 정말로 미묘한 산미가 느껴졌고, 쓴맛이 살짝 덜했으며, 좀 더 달게 느껴졌다. 

 

맥심 모카골드에 비해 느끼한 맛이 좀 덜하기도 했다. 코멘트에서 느껴지듯이, 뭔가 새로운 맛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믹스커피에 기대하는 수준은 충분히 이루어냈다는 평가이다.

 

그런데 두 커피의 성분을 비교해보면, 의외로 프렌치카페는 10.9g 중 당류가 4.5g, 맥심 모카골드는 12g 중 당류가 6g으로, 한 팩에 들어 있는 설탕량이나, 전체 분량 대비 당의 비율이나, 모두 다 맥심 모카골드가 더 높다. 그리고 전체 용량대비 지방량은 프렌치카페가 더 높다. 입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맛의 차이와 얼핏 정반대로 보이는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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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를 보면, 남양 프렌치카페가 맥심 모카골드와 가장 차이 나는 점은 원두의 원산지인 것으로 보인다. ‘모카’라고 하면 흔히 예멘산 내지 예멘에서 가까운 나라에서 온 커피를 지칭하는 것처럼 생각되기에 얼핏 아프리카산 커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맥심 모카골드는 페루산과 콜롬비아산 원두로 만들어진다. 즉 중남미 원두다. 

 

한편 ‘프렌치 카페’는 프랑스와 뭔가 연관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우간다산 원두와 케냐산 원두로 만들어진다. 즉 아프리카 원두다. 

 

정확한 원두 비율, 그리고 배전(볶은 정도)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맥심 모카골드는 중남미산 원두를 조금 더 강배전(좀 더 태우기)해서 쓴맛이 많이 나고 구수한 향이 나지만, 프렌치카페는 아프리카산 원두를 조금 더 약배전(좀 덜 태우기)해서 쓴맛이 상대적으로 적고 아프리카 원두와 같은 향이 미묘하게 더 나는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은 전자의 향과 맛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고, 그것이 맥심 모카골드의 인기 요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8대 천왕’의 입맛을 모든 사람의 입맛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으나, 카페 문화가 훨씬 고도화된 현재 시점에는 맛으로도 프렌치 카페 역시 많은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한편 단맛의 차이는 프렌치카페가 설탕량을 줄이고 말티톨, 자일리톨 등을 첨가한 점에서 오는 면도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일리톨과 같은 당알코올이 같은 양의 설탕보다 덜 달지만 조금 더 화한 뒷맛이 남는 경향이 있어서, 입안에 단맛이 더 남는 느낌을 주는 면도 있다. 이 점이 어떤 이에게는 단맛을 튀게 느끼게 하고, 어떤 이에게는 이 커피를 좀 더 상쾌하게 느끼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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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의 승리, 마케팅이 맛을 가린 케이스." 

 

 

좋은 코멘트

“믹스커피의 보편타당한 맛, 세다(근)”

“향은 별로인데 맛은 의외로 괜찮다(죽)”

“니 맛도 내 맛도 아닌데 그게 좋다. 모두의 니즈(문)”

 

나쁜 코멘트

“밸런스가 나빠 단맛이 더 튐(장)”

“누룽지향, 맛없음(바)”

 

 

공동 1위. 곰곰(쿠팡PB) 모카골드 커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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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8대 천왕’ 중 마셔본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김태희나 김연아는커녕 애초에 인간 광고모델을 사용하지도 않는, 쿠팡의 PB제품 곰곰 모카골드 커피스틱이 놀랍게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그리고 쿠팡의 인기 덕에 알음알음 판매량이 꽤 되는 커피로 알고 PB의 대표로 넣기는 했지만, 공동 1위를 차지할 것으로는 믿을 수 없었는데 놀라운 결과다.

 

하지만 사실 놀라울 일은 아니다. 이 커피를 생산하는 업체는 업계 베테랑이다. (주)가배온(예전 이름은 아이에스씨)이라는 회사인데, 1998년부터 인스턴트 커피와 자판기 커피를 생산했던 회사로, 예전에 지하철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원두커피 자판기’의 ‘헤이즐넛 커피’를 공급했던 그 회사이다. 

 

최초로 헤이즐넛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한 회사이니만큼, 인스턴트 향 커피 분야에서는 본좌급의 회사이다. 그리고 자판기 커피와 현재 커피믹스가 사실상 대동소이한 제품이니만큼, 굉장한 베테랑 업체임을 알 수 있다. 현재 ‘더카페’, ‘폴바셋’, ‘할리스’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커피믹스 업계에서도 잔뼈가 굵은 회사이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가 진출한 것과 비슷한 시기인 2010년경 시장에 진출하여 업계의 한 축을 유지하다 철수한 ‘롯데 칸타타 커피믹스’를 만든 회사이다. 현재까지도 홈플러스PB를 비롯한 다양한 PB제품들을 OEM 생산하는 회사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만나는 인스턴트 커피 중 동서와 남양유업, 네슬레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 회사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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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서 특이한 점은 프림 또는 분유 냄새와 맛이 강조되어 있고, 자연스러운 향 외에 뭔가 가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너트류의 구수한 향과 비슷한데, 마치 옥수수 향이나 군고구마 향을 얕게 맡은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향인데, 그 향이 아주 미묘한 선에서 통제되어 있어서 거슬리지 않는다. 

 

프렌치카페와 달리 산미나 아프리카 커피 향 같은 것은 아예 나지 않고, 쌉쌀한 맛이 느껴진다. 실제로 해당 커피는 베트남산 커피를 사용했는데,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로부스타 원두의 비율이 높을 것으로 보이고, 쌉쌀한 맛과 구수한 향은 거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베트남산 커피인 G7과 같은 강렬한 쓴맛과 향 같은 것은 없다. 

 

또한 어차피 단맛이 나는 것은 대동소이하지만, 다른 믹스커피들에 비해 단맛이 조금 적고 프림 맛은 더 많이 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 이유에서 크리미하고 연한 느낌을 준다. 원재료를 비교해보면, 맥심 모카골드는 설탕이 가장 많은 데 비해 프렌치카페와 곰곰은 설탕보다 프림양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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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 자체보다는 가향이 느껴지지만, 프림 맛이 강조되어 있고 밸런스가 잘 맞아 부드럽게 느껴진다."

 

좋은 코멘트

“향이 진해서 좋다(임)”

“우유맛? 많이 남(문)”

“구수함이 강조됨, 옥수수맛(근)”

“진하고 단맛이 잘 어우러졌다(박)”

 

나쁜 코멘트

“크리미하다(바)”

“연하다(강)”

 

 

3위. 맥심 화이트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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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 화이트골드는 프렌치카페가 던진 ‘카제인의 난’에 대한 동서식품의 대응으로 나온 제품이다. 

 

프렌치카페와 비슷하게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넣은 제품으로 출시된 것이었는데, 출시 당시에는 결과적으로 카제인나트륨이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전략적으로는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최고 인기 배우였던 김태희를 기용했던 프렌치카페에 대항하여,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던 김연아를 기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화이트골드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바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는 그 인기가 너무 절대적이어서, 어느 시점부터는 맛을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맥심 모카골드가 처음 출시된 시점부터 20년이 흐르고 커피 문화도 많이 변화했기에, 동서식품도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화이트골드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과 연구성과 반영 등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설탕 대신 자일로스 슈거를 사용한 것이다. 자일로스 슈거 안에는 설탕과 함께 자일로스와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이 들어 있다. 자일로스는 당알코올 자일리톨과 대응하는 당으로, 단맛을 느낄 수 있지만, 인간은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에서 당 함량을 줄이면서도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설탕에 자일로스 등을 더하는 시도가 있어 왔다. 프렌치 카페는 이런 시도를 적극 반영해서, ‘건강에도 좋은 커피’라는 프렌치카페의 광고에 근거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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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해선 좋게 말하면 맥심 모카골드와 프렌치카페의 중간적인 맛이 나고, 나쁘게 말하면 특색을 느끼기 어렵다. 단맛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자일로스와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의 맛이 조금 튀게 느껴져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맥심 모카골드보다 당류 함량은 적다. 

 

역시나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미묘한 원두 향이 느껴지는 프렌치카페나 구수한 향이 느껴지는 곰곰과 달리 우리가 아는 믹스커피 향 외에 다른 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성분을 보면, 콜롬비아산, 온두라스산을 사용한 맥심 모카골드와 달리 브라질산, 콜롬비아산을 사용했는데, 맛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는 사실 체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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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맛이 나고 좀 더 달게 느껴지는 ‘맥심’. 원조보다 나을지도?"

 

좋은 코멘트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맛과 향의 믹스커피(장)”

“믹스커피의 보편타당한 맛, 부드러움(근)”

 

나쁜 코멘트

“연하다(강)”

“설탕물(임)”

“향도 별로 맛도 별로(죽)”

“특색 없음(문)”

 

 

4위. 맥심 모카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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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커피 시장 부동의 1위, 제왕인 맥심 모카골드다. 

 

그러나 생각보다 점수는 낮은 편이다. 익숙함이 뻔함이나 지루함으로 느껴진 것인지, 브랜드명에 비해 실제 맛이 떨어지는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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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느껴진 맛의 차이로는 일단 약간 무겁고 끈적한 맛이 있다. 이는 당으로 자일로스나 자일리톨 등을 첨가한 다른 제품들과 달리 설탕을 전폭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카제인을 대신하기 위하여 유청단백(헬쓰할 때 물에 타 먹는 그거 맞다)을 사용하는 프렌치카페나 화이트골드와 달리 카제인나트륨을 사용해서 진득한 느낌은 더 강화된다. 이래서 약간 느끼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 이 커피만 마실 때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서 마셔 보면 느끼함이 확실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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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맛과 향, 단점이 적지만 장점도 적어서 재미가 없다."

 

좋은 코멘트

“노멀, 깔끔(바)”

“믹스커피의 보편타당한 맛, 부드러움(근)”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맛과 향의 믹스커피(장)”

 

나쁜 코멘트

“원두에 무언가를 강조한 의도가 있어 보이나, 믹스에서는 무의미한 시도(근)”

“향도 별로 맛도 별로(죽)”

“많이 달음(문)”

“약간 느끼(강)”

 

 

5위. 스타벅스 돌체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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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에게 인기가 많은 커피라는...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 전문점의 커피 중 어떤 것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지 궁금해 굳이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시켰다. 

 

평소 스타벅스 돌체 라떼(에스프레소 + 연유 + 우유)를 마실 때마다 ‘이거 믹스커피 같다’는 생각을 해왔는지라 돌체 라떼를 골랐는데, 막상 마셔 보니 믹스커피의 보편적인 맛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일단 연유 냄새가 많이 나고, 좋게 말해 풍부한 맛, 나쁘게 말해 느끼한 맛이 큰 차이가 났다. 

 

비록 평점이 낮은 편이지만, 낮은 이유는 그 낯선 느낌 때문이지 믹스커피보다 보편적으로 맛이 덜해서는 아닌 것으로 생각되어, 사실상 비교의 큰 의미는 없다고 보아도 된다. 비교가 의미를 발휘하는 것은 다음 편인, ‘인스턴트 원두커피 믹스’와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의 비교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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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커피와 생각보다 큰 차이. 비교에는 적절치 않았다. 다른 점이 확실히 느껴지다 보니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다. 다만 ‘믹스 커피’ 장르를 연유커피 장르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좋은 코멘트

“부드럽다, 약간 닝닝하다(죽)”

“맛있음. 우유 냄새는 별로(문)”

“다른 것과 차별되는 향과 맛, 밸런스가 좋아 단맛이 덜 튐(장)”

“자연스러운 우유 맛(근)”

 

나쁜 코멘트

“느끼함(박)”

“분유 냄새, 커피와 분유 믹스 느낌, 오래된 라떼 맛(바)”

“맛 독특하나 선호하지 않음(임)”

“이게 뭐지?(강)”

 

 

6위. 네스카페 수프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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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는 전통의 네슬레가 만든 ‘네스카페 수프리모’가 차지했다. 

 

네슬레 커피 하나를 구하기 위해 미군 부대 근처 시장을 돌아다녀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상전벽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최악인지 생각해보면 좀 의아한 부분이 있는데, 네스카페 수프리모는 다른 커피믹스에 비해 ‘고급’으로 보일 만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네스카페 수프리모는 다른 믹스커피와 달리 인스턴트가 아닌 볶은 커피가 3% 들어간다. 이는 타사의 ‘카누’와 같은 ‘인스턴트 원두커피 스틱’에서나 하는 시도로, 분량은 매우 적지만 그래도 원가 상승에는 이바지할 것이다. 

 

볶은 커피보다 4배나 들어 있는 인스턴트 커피는 ‘외국산’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어떤 원두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수프리모’라는 이름을 보면 콜롬비아 수프리모와 에티오피아 원두가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다른 커피에 비해서는 원가가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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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 맛을 보면, 불가사리 입에도 가장 별로였다. 

 

우선 다음 기사인 인스턴트 원두커피 믹스에서 좀 더 상술하겠지만, 다른 커피들과 달리 원두 향이 좀 더 직접적으로 나고, 산미와 커피의 쓴맛도 좀 더 살아있는 커피를 베이스로 사용하는 것을 알겠다. 그러나 이것이 프림과 설탕과 어우러지니 전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설탕과 프림을 넣어도 커피의 개운함을 유지하려면, 필연적으로 구수한 커피 향과 맛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거의 생략되어 있고, 그 자리를 애매한 커피 향과 캬라멜 향 등이 채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맛과 향이 모두 겉도는 느낌이 나고, 겉돌다 보니 단맛은 단맛대로, 느끼한 맛은 느끼한 맛대로, 쓴맛과 신맛도, 향도 다 각기 튄다.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완결성이 높고 맛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국 믹스커피의 장점이 전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드립커피에 우유와 설탕을 잘못 넣어서 맛이 이리저리 튀는 커피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평가를 보면 같은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한다. 묽다는 사람, 쓰다는 사람, 달다는 사람 등등이 있는데, 이는 맛과 향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평소 좋아하지 않는 향과 맛이 거슬리게 느껴져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 

 

분명 불가사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네스카페 또는 ‘테이스터스 초이스’(한국에서는 퇴출된 브랜드) 믹스커피는 이런 맛이 아니었는데, 애매하게 드립 커피와 비슷한 맛과 향을 추구하다가 제품이 영 이상해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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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가 느껴지는데 프림, 설탕과 잘 어울리지 않아서 맛이나 향이나 겉도는 느낌. 쓴맛이 부족해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도 나지 않는다."

 

좋은 코멘트

“강하고 카라멜 향, 강한 단맛(바)”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맛과 향의 믹스커피(장)”

 

나쁜 코멘트

“향이 비리고 잔여 맛도 비리다(박)”

“퉤퉤(죽)”

“쓰다(문)”

“쓴맛이 강함(강)”

“싱겁다, 묽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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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쓸수록 강해진다

 

이렇게 연거푸 여섯 잔을 마시자, 카페인 기운이 머리로 몰려왔다. 술에 취한 듯이 빙빙 도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떤 이들은 조증 상태처럼 신나하기도 했고, 피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칫 누군가 보고 모종의 마약 파티라도 하는 줄 오해해도 전혀 할 말이 없는 광경이었다.

 

8대 천왕도 인스턴트 커피 6잔에는 당하지 못하는 것인가. 카페인 기운 외에도 배부름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이제는 더 못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슬슬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보였고, 리뷰를 다 쓰기 전인데 커피를 슬쩍 버리며 밑잔빼기 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가사리는 밑잔빼기를 시도하는 ‘8대 천왕’ 중 한 명에게 외쳤다

 

불가사리 : 그 손 멈춰! 손모가지 날아가붕게! 인스턴트 원두커피 갖고와라.

 

죽돌 :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렇게 (커)피를 먹여야겠어?

 

불가사리 : 처음 이 게임을 시작하게 한 건 당신이다. 나 외엔 누구도 감히 이 게임을 멈춘 순 없다.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스틱’ 블라인드 테스트. 불가사리조차도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며 슬슬 카페인 중독 증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누구도 이런 잉여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다. 누구도 이런 변태스러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늘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들에 대한 체계적 블라인드 테스트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우리가 힘낼 것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커피 140년 역사에 금자탑을 쌓고 있다. 우린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종황제시여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먼 조상의 신령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새 형세가 우리를 밖에서 보호하고 있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앞길의 커피를 향하여 힘차게 곧장 나아갈 뿐이로다. 태희누나 공유형 저희에게 힘을 주세요. 

 

불가사리 :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

 

근육병아리 : 헉헉... 마, 함 해 보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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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달려가는 8대 천왕과 불가사리.

 

다음 시간에는, 불가사리와 8대 천왕의 두 번째 승부, ‘인스턴트 원두커피’ 리뷰이다. 

 

설탕과 프림 맛이 아닌 커피 맛과 향으로 승부하다 보니, 좀 더 치열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있었고 의외의 결과도 나왔다. 기대하시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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