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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에서 이어집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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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재판중에 꿀잠을 잔다

 

원재윤 (이하 원): 공교롭게도 제 사건 담당 판사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건을 같이 담당했어요. 재판을 계속 끌다가 인사이동으로 재판부가 교체되기 전에 이동재는 보석으로 풀어줬어요. 저는 공소장을 변경하고요. 특수협박에서 협박으로.

 

근육병아리 (이하 근): 특수협박에서 협박으로의 변경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원: 죄를 묻기 편해지는 방법 중에 하나예요. 특수협박은 다툼의 여지가 많아 무죄가 날 가능성이 있지만 협박으로 바꾸면 죄의 입증이 좀 더 쉬워지죠.

 

근: ‘쟤가 나 노려보는 게 너무 무서웠고, 그게 실체적인 위협으로 느껴졌다.’이런 증언도 의미가 생긴다는 말이군요.

 

원: 그렇죠. 핀트가 달라지는 거죠. 쥐약을 보낸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제가 그분 재판을 방청했다는 게 무서웠다는 증언이기 때문에.

 

근: 실제로 무서웠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얼마나 노려봤냐에 따라서?

 

원: 그냥 눈 감고 계시던데요.

 

근: 한 번도 눈 마주친 적은 없다?

 

원: 워낙 눈이 작으셔서 어디 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 어쨌든 가카에게 시선을 계속 두고 있었던 건 사실이군요?

 

원: 가카만 보고 있었죠. 특이하거든요 굉장히. 만약 기자님이 재판을 받게 된다면, 편하게 앉아계실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근: 아니겠죠. 인생의 기로에 서있는데.

 

원: 판사가 하는 말에는 어떤 태도를 취할 거 같으신가요.

 

근: 세상 착하고 겸손한 얼굴을 하겠죠.

 

원: 보통 그래요. 사람이라면. 그런데 가카는 달라요. 너무 편하게 계세요. 졸기도 하고. 비슷한 광경을 또 본 적 있어요. 조윤선, 김기춘 재판 때. 그 사람들은 진짜로 자더라고요.

 

근: ㅈ될 거라는 쪼임, 쪼들림이 없다. 혹은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봐야겠네요.

 

원: 그렇죠, 판사가 무슨 말 했을 때, 리액션이 어떤가 궁금해서 계속 쳐다봤는데, 없어요. 그냥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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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재판 : 닥치고 있으시게

 

근: 진보진영의 젊은 스피커라고 할 수 있는 황희두 씨와 재윤 씨가 비슷한 재판을 받고 있죠. 형량도 비슷하고요. 묵혀두었던, 이전에 별문제 삼지 않았던 사건이 이렇게 동시에 끌어올림 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원: 딱 이거죠. 선거 때 닥치고 있어라. 우리에겐 검찰이 있다. 제가 한참 선거 직전에 조국대전을 되짚는 영상, 검찰개혁 관련 영상, 가짜 뉴스 바로잡는 영상 제작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제 콘텐츠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기보다는, 검찰과 어떤 정치 집단과의 이해관계가 맞았을 거라고 봐요. 우리는 검찰을 통해 누구라도 입을 닥치게 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근: 그게 느낌적인 느낌을 넘어서는, 확신하게 된 지점 같은 게 있었나요?

 

원: 경찰 조사밖에 안 받았는데, 1년 동안 아무 소식 없다가 갑자기 기소장이 날라왔어요. 검찰 조사도 없이. 공소장 접수가 2월 28일이에요. 그럼 이제 공소장이 법원으로 갔다가 법원에서 저한테 3월 5일에 저한테 발송을 해요. 저는 등기로 3월 7일에 받았고요. 그러고 공판기일이 3월 25일에 잡혀요. 저한테 남은 시간은 2주에요. 저는 그 안에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소장 내용을 파악하고 사건 기록을 떼보고 변론 어떻게 해야 될지 계획을 세워야 해요.

 

근: 굉장히 빠듯하군요.

 

원: 변호사에게 물어봤어요. 이런 식으로 기소하자마자 바로 공판 열리냐.

 

근: 전례가 있냐?

 

원: 예. 제 변호인도 이렇게 빨리 열리는 건 처음 봤대요. 그래서 느꼈죠. 아~ 그냥 나 닥치고 있으라는 거구나.

 

근: 검찰과 법원을 우리의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너를 이렇게 조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메시지.

 

원: 그렇죠.

 

직접 재판 받아본 썰

 

근: 방청은 많이 다니셨어도, 본인 재판은 처음이셨을 텐데, 어떻던가요. 실전을 뛰어본 감각은?

 

원: 일단 변호사는 누구를 선임해야 될지부터 문제였죠. 변호사 사무실에 물어물어 찾아가면 “피해자가 누구예요?” 물어요. “이명박인데요.” 그러면 “아~ 동명이인이에요?” 뭐 이러죠.

 

근: 그렇죠. 설마 하겠죠.

 

원: 그래서 아예 변호사님을 소개받았어요.

 

근: 처음이니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감도 안 오셨을 거고.

 

원: 네.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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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저만해도, 제가 일을 하다가 송사에 휘말리면 회사가 있거든요. 담당해주시는 변호사님도 계시고. 하지만 재윤씨는 당시에 혼자였잖아요. 그 막막함은 아마 처음 경험 해보셨을텐데.

 

원: 그때 진짜 솔직하게 얘기하면요. 사건 기록 열람 등사를 검찰에 가서 제가 직접 했어요.

 

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해야 된다는 걸 원래 알고 계셨던 건가요?

 

원: 아니요. 그냥 법원에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내가 뭐부터 해야 하는지.

 

근: 맨땅에 헤딩을 했다. 본의 아니게 법 공부가 많이 되셨겠군요.

 

원: 그렇죠. 재판을 치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앞으로 다른 재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겠구나 였어요. 예를 들면, 정경심 교수 재판 때 사건 기록을 안 준다는 변호인단 주장이 있었어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없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근: 그렇죠. ‘뭘 안 줬나 보다.’하고 받아들이죠 피상적으로.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것처럼.

 

원: 제가 사건 기록을 떼 보니까 사건 기록을 안 주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런 거구나. 앞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할 때 좀 더 잘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아마 그런 의미들을 제대로 모르고 기사 쓰는 기자들, 많을 거예요.

 

스스로 PD가 된 사나이

 

근: 고양이뉴스 채널 운영을 얼마나 하셨죠?

 

원: 시작한 게 아마 2016년도 즈음이었던 거 같아요. 처음엔 단순한 포트폴리오로 만들었던 채널이었죠.

 

근: 어디에 활용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였죠?

 

원: 언론사 입사하기 위해서. 제가 원래 드라마 피디를 지망 했거든요.

 

근: 좋아했던 드라마가 있나요?

 

원: <네 멋대로 해라>. 제 삶에 되게 크게 영향을 받았던 작품이죠.

 

근: 명작이죠.

 

원: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제가 취준생일 때 방송국에서 사람을 거의 안 뽑았어요. 방송사들은 파업에 들어가고요. 그것도 가카의 작품이죠. 취업 스터디를 했는데 엄청 막막했어요. 시험이 언제 열릴지도 모르고, 허송세월만 계속 보내고.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었어요. 나중에 혹시라도 공채가 열려 면접에 올라가게 되면, 이 시간을 뭐 했냐고 물어볼 때, 뭐라도 했다고 말할게 필요했어요. 그게 고양이 뉴스의 시작이었죠.

 

근: 처음 히트 쳤던 영상은 어떤 건가요?

 

원: 박근혜 청문회였는데, 조여옥 이슬비라고 간호장교가 있었어요. 주사를 놨다고 했다가 안 놨다고 증언을 한. 그 둘이 한 말이 되게 웃긴 거예요. 그래서 자막을 달아가지고 제가 올려봤었거든요. 그게 300만 뷰가 나왔어요. 구독자 한 명도 없을 땐데. 인기 동영상에 올라왔었죠.

 

근: 유튜브 말이죠?

 

원: 네. 그래서 '아 내가 이쪽에 재능이 있나보구나' 싶었죠.

 

근: 뉴미디어 플랫폼에 맞는 기획력, 편집력 이런 걸.

 

원: 예. 그전까지는 누가 저에게 일을 안 맡겨서 제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몰랐었어요. 해보니까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계속 영상을 만들다가, TBS 보도국 뉴미디어 팀에 들어가게 된 거죠.

 

근: 결국 PD가 되긴 한 거네요.

 

원: 사실은 그때 저는 직함이 없었어요.

 

근: 그래요?

 

원: 제 생각엔 이래요. 당시 방송사엔 뉴미디어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경시하는 태도가 있었어요. 방송국 PD가 봤을 때 뉴미디어국에서 일하는 애들은 PD가 아닌 거예요.

 

근: 정통이 아니다.

 

원: 우리처럼 거친 공채시험을 보고 들어오지 않았어. 인정 못하겠다. 그래서 크리에이터 어쩌구 하는 이름을 붙이더라고요. 전 그게 너무 싫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PD지 그럼 뭐야. 공채를 봐야만 PD인가? 그래서, 어느 날 뉴스공장 영상 편집하다가 총수 영상에 제 직함을 PD로 그냥 박아버렸어요.

 

근: 엔딩 크레딧에?

 

원: 예. 모든 뉴미디어 업계에서 일 하는 일하는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PD다. 뭐 다른 크리에이터 어쩌고 하는 이상하고 허접한 단어로 규정지으려 하지 마라. 그런 의미로.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스스로 PD로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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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를 끝까지 취재하는 이유

 

근: 민주진영 쪽에서 유튜브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 온도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 당했어요. 그러면 되게 간절해지겠죠. 야 이씨, 우리 이러다가 뒤지는 거 아니야? 이렇게. 근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감정의 공감대는 그 정도의 간절함이 있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위기라고 느낄 만한 게 없어요, 지금까지는. 조국사태때 잠깐 위기를 느꼈지만, 총선을 크게 이기고 나서 다시 또 그런 공감대가 사라졌죠.

 

근: 그렇다면 지금 고양이뉴스는 어쩌면 외로운 싸움일 수 있겠네요. 같이 기획회의를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같이 송사에 휘말렸을 때 커버해 줄 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 그렇죠.

 

근: 무엇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내 판단이 맞나 안 맞나 대한 고민도 오롯이 혼자의 몫이고.

 

원: 가끔은 말을 전달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 내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그 간극이 있거든요.

 

근: 그렇죠.

 

원: 그래도 해야죠. 이거는 누가 다뤄야 하는데, 아무도 다루지 않는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거든요. 윾튜브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유튜버를 지적한다던지, 가짜뉴스를 없애는 방법을 연구해 알린다던지, 재판을 직접 간다든지 하는.

 

근: 정경심 교수 재판을 공들여 취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 조국 전 장관에 관련한 언론 보도의 행태를 두고 누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재판 시작되기 전에 의혹은 의혹으로 보도를 해야지, 기정사실화해서 보도하는 건 맞지 않다.

 

근: 광기였죠. 그때는.

 

원: 예. 그래가지고 아? 그래? 그러면 나는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을 보도해야겠다. 재판이 진짜 중요한 것이라면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였어요. 언론의 의혹 제기가 과연 합당한 것이었나. 재판을 직접 보고 판단해보려는 것이었죠.

 

근: 일종의 사명감 같은 건가요?

 

원: 제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재판에서 막 검사들이 개소리하고 소리 지르고 증거기록 안 갖다주고 온갖 난리가 벌어지는데, 기사엔 ‘5분 만에 끝나는 싱거운 재판이었다.’ 이딴 식으로 나요.

 

근: 따지고 보면 그 법조기자들은 재윤씨와 같은 시기에 소위 ‘언론고시’를 준비했던 사람들이겠네요. 이런저런 취업스터디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원: 밥벌이의 처연함이죠.

 

근: 조국 사태를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원: 이명박이 만들어놓은 종편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등신 짓.

 

근: 깔끔하네요.

 

원: 기자들이 기자 답지 못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가카가 만든 미디어법이니까요. 저는 기자들이 뭔가 나쁜 마음에 갖고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자들에겐 검찰이 제일 좋은 소스잖아요. 박근혜를 탄핵시킬 때 소스를 줬던 검사들이 정의롭다고 쉽게 생각하는 거죠. 덩달아 자신들도 그런 정의로움이 묻어있다고 여기고. 그 검찰이 ‘조국 나빠’ 이러니까 '나쁜가 보다'하고 썼던 것이겠죠. 근데 이게 쓰다 보니 점점 뭔가 아다리가 안맞기 시작하면서 앞뒤를 맞추기 위한 기사가 나와야 되고, 그러다 보니 그런 등신 짓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조국사태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광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었어요.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었던 것이죠.

 

근: ‘나는 지금 등신 짓을 하고 있다’라는 자각을 느낄 수 없는 거대한 구조.

 

원: 어떤 구조안에 들어가 있으면 자기가 뭐 하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 구조를 만들어낸 게 미디어법이었고.

 

근: 그 법을 만든게 가카였고.

 

원: 가카의 최대 업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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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와 언론고시가 만들어 낸 촌극

 

근: 이것은 기자로서 제 문제의식입니다만, 아무리 데스크에서 쪼아대도 쓰고 있는 기사가 아다리가 안 맞으면 이게 주장하는 바를 비빌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는 말이죠. 그 어떤 말발이나 무언가로도. 이건 논리의 영역이라서, 언론사 공채 시험을 통과한 재원이라면 피할 수 없는 지점이거든요. 그럼 스스로 '아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라는 현타가 오지 않을까. 인간적으로. 사람이라면?

 

원: 없으리라고 봐요. 왜냐하면 사람이 똑똑하면 똑똑할수록 자기 합리화가 잘 되더라고요. 기자들 다 똑똑해요. 정경심 교수가 이집트인가 뭐 어디를 갔다가 물고기 꿈을 꾼 내용을 핸드폰에 메모한 게 있었어요.

 

근: 그냥 개인적인 기록으로?

 

원: 네. 근데 그걸두고 검찰이 뭐라고 얘기했냐면, 물고기는 뭐 부에 상징이고 부의 대물림의 욕망과 자식의 성적 향상과 재산 증식의 의지가 드러나는 증거라고 했어요. 재판장에서.

 

근: 검사가?

 

원: 예. 사시 패스한 검사가.

 

근: 이거 실화인가요?

 

원: 예. 법정에서 저렇게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얘기를 했단 말이죠. 그런데 그걸 똑같이 들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SBS 기자협회장 이란 분의 페이스북엔 전혀 다른 얘기가 써있어요. 조국 나쁜 놈이다. 역시 내가 맞았다. 검찰은 역시 정의롭다. 그때 느꼈죠. 똑똑한 사람은 자기 합리화가 잘 되는거구나.

 

근: 사법고시와 언론고시를 패스한 사람들이 법정에 모여서 물고기 꿈해몽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현타가 오지 않는다. 촌극이군요.

 

원: 한쪽에서 열심히 받아쓰고 있는 기자들을 보는 것도 재밌어요.

 

근: 그 광경을 진지하게 받아 적나요?

 

원: 예. 다 받아 적어요. 그게 심지어 기사로 나갔을걸요. 말도 안 되는 것도 그냥 기계적으로.

 

근: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어떠세요?

 

원: 등신같죠. 아 그리고 약간 좀 짠해요. 좀

 

재보궐 선거 분석 : 문제는 포털의 야바위다

 

근: 최근 선거 결과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87년 이후로 2030 젊은 세대가 이렇게 정치 무대에 중요한 축으로 거론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원: 제 주변을 보면 2030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생각보다. 그런데 그들이 접하는 정보는 대부분 다 포털 뉴스에 있는 정보란 말이에요. 지금 김어준 총수가 포털에 집중하는 게 저는 정확한 것 같아요.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니 조국 때문이니 하는 분석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어떤 흐름이 있었어요. 집권세력에 불만을 갖게 하는 어떤 커다란 흐름이.

 

근: 그 거대한 흐름의 물밑에 야바위가 있었다. 예를 들면 포털의 뉴스 편집 같은.

 

원: 그렇죠. 제가 지인에게 들었던 게 뭐냐면,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다고 했다가 사람들이 욕하니까 갑자기 담뱃값을 안 올린다고 했다는 거예요.

 

근: 문재인 정부에서?

 

원: 예. 그래서 이번 정부가 줏대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아니야 그거 가짜뉴스야. 10년 계획을 세워 둔 것을 이번 정부가 발표한 것이고 취소한 적도 없어." 그랬더니 아니라는 거예요. 자기가 뉴스에서 분명히 봤다는 거예요.

 

근: 기사에서 봤으면, 충분히 자기 근거가 되죠.

 

원: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한번 찾아봐 그럼, 했어요. 검색해봤는데 "어 아니네!" 그러는 거예요. 근데 그런 가짜뉴스 기사가 분명히 한 번 있었어요. 그런 이상한 기사들을 걸러주는 시스템도 없었고, 민주당 쪽에서도 그런 것을 바로잡는 움직임도 없었어요. 질만해서 진 거로 봐요.

 

근: 바꿔 말하면, 집권은 뺏겼지만 저쪽은 그런 기술을 이해하고 장악하는 능력이 여전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원: 계승해 온 것으로 봐야겠죠.

 

근: 애초부터 그들의 판이었을 수도 있고요.

 

원: 국정원 민간인 사찰, 온라인 작전세력, 댓글조작 때부터 가카가 짜온 판이죠. 아주 큰 그림을 그리신거죠. 대단하신 분입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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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준석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

 

근: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 저는 당대표가 됐으면 좋겠어요. (편집부 주 - 인터뷰는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되기 전 진행되었다)

 

근: 왜 그렇죠?

 

원: 아직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업적으로는 평가할게 없고. 언행으로만 본다면, 합리적으로 보이는 말을 많이 하죠. 20대, 30대 청년들이 원하는 달콤한 얘기를 잘 해주는 것 같아요. 니즈를 잘 파악한 거죠. 정치인한테 가장 중요한 덕목이잖아요.

 

근: 그렇죠.

 

원: 그걸 잘하니까 저는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봐요. 야당에 그런 정치인이 있는게 여당에도 좋고. 정치판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그 사람이 더 성장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근: 더 좋은 상대다.

 

원: 아직까지는 말로만 한 거라 정확한 평가는 힘들지만요.

 

근: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이 있죠. 1980년대~2000년대에 출생한 자들로 IT기술에 능통하고 높은 대학 진학률이라는 특징으로 분류된. 고양이뉴스 원재윤PD도, 이준석 (당시) 전 최고위원도, 국회에 진출한 많은 청년 의원들도, 법정에서 영혼 없이 기사를 송고하고 있는 일선 기자들도 대부분 그 세대죠.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 청년세대가 정치분야에 있어서는, 이제서야 비로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요?

 

원: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박근혜 탄핵을 지켜본 세대, 혹은 직접 탄핵에 참여했던 세대. 그때 막 학교와 직장에 들어갔던 세대. 그 세대들이 지금 정치에 되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 그렇죠. 부동산 등 삶에 직결되는 부분도 많고요.

 

원: 예. '어 대통령이 바뀌네?'를 경험한 거죠. 거기에 이제 촛불을 들고나가는 사람의 수가 어마어마 했잖아요. 자기가 들지는 않았더라도 주변 분명히 한 명은 들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삶의 전반에 정치가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근데 이 세대들은 어렸을 때는 어땠냐면, '정치에 관심 갖는 것은 시간 낭비하는 거다.' 제가 어렸을 때 그런 얘기 되게 많이 들었어요. 할 일 없는 애들이나 그런 거 하는 거다라고. 제가 딱히 정치에 관심이 없을 때도 들었던 이야기니까 저희 세대 대부분은 청소년기에 그런 얘길 많이 들었을 거예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걸 깨우친 사건이 박근혜 탄핵인 거죠.

 

근: 시민의 힘으로 권력을 바꾼 사건.

 

원: 네. 그때 당시 고등학생들도 대학생들도 직장 초년생들도 그런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봐요.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게 뭔가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근: 그 중심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고.

 

원: 얽혀있죠. 많이.

 

근: 꼭 어떤 거대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투표를 잘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원: 그렇죠. 내가 투표를 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뀐다는 걸 확실하게 경험한 세대들이기 때문에.

 

근: 어찌 보면 정치의 효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 첫 번째 세대일 수도 있겠네요.

 

원: 예.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든지 하는 이슈가 정치 여당의 지지율을 흔드는 이유로 거론되는 것도 그 맥락이라고 봐요. 내게 있는 어떤 불만을 옛날에는 그냥 허공에다가 내지르는게 전부였죠. 요즘에는 달라요. 누가 좀 대신 말해줬으면 좋겠는거죠. 누가 안나서 주니 그 불만이 계속 쌓이고. 정치인들은 그것을 아직 잘 캐치하지 못하고.

 

근: 그걸 영민하게도 이준석은.

 

원: 그렇죠. 그 니즈를 잘 치고 나온 거죠.

 

적극적이고 실체적인 연대

 

근: 채널에서 수익은 나오죠?

 

원: 그렇죠.

 

근: 그거 말고는 뭐 따로 수입이 있나요?

 

원: 아니요. 저는 그냥 유튜버로만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근: 항소는 준비하시나요?

 

원: 네 이 인터뷰 끝나고 변호사님 만나러 가야 해요.

 

근: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원: 현실적으로 힘들긴 하죠. 일단 재판이 본업을 방해하니까요. 작년에는 진짜 거의 마이너스 가까이 갔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딴지일보 게시판분들이 많이 후원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근: 다행이네요.

 

원: 예. 근데 그렇게 후원받는 게 과연 옳은지는 고민이 돼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근: 네? 그건 왜 그렇죠?

 

원: 일단 기본적으로 제가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일을 벌이는 게 맞고요. 제가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 생길 땐, 주변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실체적으로 연대하는 문화가 더 시급해요. 제가 정경심교수 재판에 끝까지 가서 취재하는 이유도 그와 같고요.

 

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책임질 수 있는 선' 그것을 악용할 수도 있지 않나요?

 

원: 어떻게요?

 

근: 저 사람의 방어력이 요만큼이니까, 일점사를 이만큼 더 때리면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고양이뉴스와 원재윤PD를 후원함으로써, 멀리서라도 연대하고 싶은 시민들도 있을 수 있고요.

 

원: 맞아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는 데 있어서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이, 그 방법을 고민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근: 그런 의미에서 계좌 공개가 꺼려진다는 것이군요.

 

원: 네 응원해주시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큰 힘이 되고요.

 

근: 알겠습니다. 제가 할 일은 원재윤PD님 같은 분들이 일점사를 당하고 있을 때, 관심 있게 지켜보고 동네방네 호외 기사를 날리는 것이겠군요.

 

원: 그런 문제의식을 가져주시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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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 의외의 답변들 이었다. 좋게 말하면 순수, 거칠게 말하면 무모하다. 골리앗에게 짱돌을 던지는 다윗처럼.

 

집단은 상식으로 운용된다. 상식은 당대의 이성과 지성이 만든다. 따라서 상식은, 유효기간이 있다. 무모한 다윗들에 의해 당대의 상식에 균열이 생기면, '관습, 물정, 물색' 등의 말이 따라붙는다.

 

싸움은 언제나 집단의 승리다. 전체가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에 비해, 한 명이 엇나갔음을 보여주는 것은 손쉽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인다. 그들의 싸움은 상식적이지 않다. 저항의 이유도, 저항의 방법도.

 

하지만,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저항자들은 역사의 길목에서 언제나 등장했다. 그들이 던져온 짱돌은 매번 하찮게 낙하했지만, 결국 어떤 임계점을 만들어낸다.

 

세상 물정 모르고 물색없이 사는 자들은 대부분 모든 것을 건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된단다. 하여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충정로를 떠났다. 기사 말미에 후원계좌를 공개하는 것을 정중히 거절한 채. 하여튼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대로 된 게 하나없는 인터뷰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다 생각이 있다.

 

 

 

편집부 주

 

인터뷰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후원계좌 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충정로 길고양이 반달이가

고양이뉴스 삐약국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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