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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인 ‘메튜 핸콕’(Matthew Hancock)이 자신의 여비서와의 벌인 불륜 행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현재 영국의 여론이 발칵 뒤집혔다. 핸콕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영국 매체 더선(The Sun)에 의해 불륜이 폭로되고, 다음날 바로 장관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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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he Sun>

 

일부 언론은 코로나 대응에 있어 선봉에 서 있어야 할 보건부 장관이 가장 기본적인 규칙인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를 실천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두 사람 각자 배우자가 있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현재 영국은 부모라도 한집에 살지 않으면 포옹도 할 수 없고, 이웃과도 접촉할 수 없는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1년 넘게 시행 중이다. 

 

그런데 보건부 장관이며 코로나 대응 총책임자인 자가 사무실에서 자신의 여비서와 끌어안고 몸을 더듬으며 밀회를 즐긴 것이다. 이것이 전 국민에 공개되었다. 언론들은 ‘내로남불’이라며 비판을 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여론은 현재 고위공직자임에도 여비서와 애정행각을 벌일 만큼 사리분별을 못하는 이가 보건부 장관으로 무슨 일을 제대로 했겠느냐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 영국이 방역에 대해 잘 대처했더라면 여론에서 적어도 이런 목소리는 안 나왔겠지만, 영국은 초기 대응에 실패한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힌다. 

 

하루 최대 4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기도 했던 것도 그렇거니와 백신 접종률이 60%에 육박한 현재도 일일 감염자가 18,000명을 웃돌고 있다. 참고로 영국에선 이틀 전까지 4,717,811명이 감염되었고, 128,089명이 생명을 달리했다. 

 

이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제2의 도시인 부산 인구가 3,500,000명인 것을 감안해 비교해보면 쉽다. 즉, 부산 인구 전체보다 100만 명이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 사망자 수 역시 마찬가지로 웬만한 지방도시들의 인구가 대략 10만 명을 웃도는 추세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시 전체 인구가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2021 선거에서 영국 현 정권, 대승하다

 

문제는 어영부영하다 ‘골든 아워’(golden hour)를 놓쳐버린 정책 실패에 대한 대가를 국민들이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 1년 반 가량 세 차례의 강도 높은 락다운이 실시되었다. 수많은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 아래서 영업 중단 명령을 받았다. 물론,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현재까지 550조 원 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을 편성, 구제 사업에 힘을 실었지만, 이 역시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인 임시방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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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DEADLINE>

 

실제로 영국 정부는 “Pay First, Tax Later”라는 구호 아래, 일단 지급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긴급 예산을 편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들에게 일괄적으로 재난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리하여 상점 운영 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최고 3,00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일시적으로 지급받았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직원들, 심지어 시간당 근무하여 일당을 받는 ‘파트타이머’(Part-timer)에게도 보조금이 지급되었다. 처음에는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일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게 되는 것이 얼마나 만족스러웠겠는가. 

 

이러한 영향 때문이었었을까. 지난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은 대승을 거뒀다. 

 

시의원의 경우에는 235석을 늘렸고, (제1야당인 노동당은 327석을 잃었다) 지방자치단체도 13곳이나 늘렸다. 게다가 노동당의 텃밭이라 불렸던 잉글랜드의 북동부 지방에서도 승리를 거뒀으니 그야말로 정말 ‘대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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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에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이번 선거는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치르지 못하고 연기된 선거도 같이 진행했다.

 

참고로,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의 발표에 따르면,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리스 존스 영국 총리는 현존하는 총리 중 가장 존경받는 총리로 꼽히기도 했다. 1위는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구한 윈스턴 처칠, 2위는 나폴레옹을 꺾은 전쟁영웅 웰링턴 공작, 그리고 3위가 보리스 존슨이었다. 

 

 

튼튼한 방역 없는 코로나 대책은 효과가 없다 

 

하지만,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 기세로 락다운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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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 출처-<Sky news>

 

그러는 와중, 보건부 장관의 불륜 현장이 담긴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영상은 쌓여가던 영국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국민들은 힘들게 정부의 지침을 따르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다. 직장을 잃거나 운영하던 상점을 폐업에 이르는 고초까지 겪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선봉에서 코로나 사태를 잘 대처했어야 할 장관은 지침을 잘 지키기는커녕 되려 이를 어기고 여비서와 애정행각을 벌였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영국 정부가 내놓은 대부분의 대책 방안과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코로나 초기에는 55만 명이 감염되면 집단 면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하여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후, 감염자 수가 크게 확산되자 공격적인 코로나 검사를 비롯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안을 마련해 실시했지만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 예측은 빗나갔고 대책 마련은 시기를 놓친 뒤였다.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게 되면 코로나 국면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온 국민이 참여하여 전체 인구의 약 50%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현재 4,500만 명이 접종을 했고, 이 중 3,200만 명은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이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2차 접종까지 끝낸 상황이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18,000명을 넘어서면서 무릎을 꿇었다. (2-6월까지 4개월간 총 42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났음에도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가 12명이나 된다고 한다) 

 

결국 6월 말을 전/후로 모든 규제를 풀고 락다운 규제를 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약속도, 원래대로라면 가게 이용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규제를 6월 21일부터 4주 정도 더 연장하게 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도 물거품이 되었다. 언제 끝나고 규제가 완화될지 기약이 없다는 말이다. 

 

지원은 점차 줄여나가면서도, 경제 및 기타 야외 활동도 제한된 데다가 변이바이러스로 백신조차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간헐적으로 모여 락다운 반대시위를 하던 이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 현재 각 대도시별로 수 만 명이 집결 중이다. 게다가,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임기응변식으로 집행된 국가 재정, 텅 비워진 곳간을 메워야 하는 것도 결국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시민들이 하나 둘 씩 더해지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시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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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런던에서 열린 락다운에 반대하는 시위. / 출처-<BBC>

 

이런 상황에서 보건정책 결정의 최종 책임자인 보건부 장관은 여비서와 희희낙락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으니 국민들 입장에선 선을 넘었다고 충분히 여길 만 상황이다. 그동안 쌓였던 불신과 불만은 폭발하기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영국(타국)을 보니 진짜 우리나라가 보였다

 

지난해 3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 정부는 코로나 초기부터 지금까지 “openness, transparency and fully keeping the public informed” 즉 ‘개방성, 투명성, 공공성’이라는 원칙하에 공격적으로 코로나 테스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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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BC>

 

이 3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동선 추적하고 격리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켜 보다 적극적이면서도 파급력 있는 지휘/통솔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국내의 코로나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 국면을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한 국가로 인정받았다. 

 

단순히 통계적인 숫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락다운 없이 국민들의 활동을 크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현재와 같은 방어를 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락다운은 겪어보지 않은 우리 국민들은 아마 락다운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감이 잘 안 잡힐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해외에 머물러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지난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영국을 비롯해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발언을 종합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인 사안으로 보지 않고, 최대한 국민들의 안전을 우선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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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어떻게 정책을 결정하면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환심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닌, 최대한 국민들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어 현재, 방역 세계 최고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국가가 책임을 질 테니 지침을 따라달라 호소하고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정책을 마련, 시행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400만 명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1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생을 달리했다면 어땠을까? 1년 중 절반 이상을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락다운을 실시하고 모든 상점들과 식당들의 문을 닫게 했다면 어땠을까? 게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스캔들까지 겹쳤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고, 여전히 탄탄한(?) 보수층 지지율을 유지 중이다. 다른 국가들은 코로나 문제를 제대로 제어하고 있지 못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코로나 관련 문제가 제일 큰 화두이다. 존슨 총리는 백신 접종을 잘 대처했다는 것을 크게 평가받으며 이러한 대접(?)을 받고 있다.

 

존슨 총리가 한 코로나 대처 정도에도 이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어떠한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