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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땀 흘려 번 돈을 사교육에 갖다 바치는 빨대 꽂힌 학부모들, 성장기 다양한 경험과 두뇌 성장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아이들을 위한 기사이다. 그리고 이것을 구조화시키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1g의 도움이라도 되고자 쓴 기사이다.

 

또한 ‘교육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많은 개개의 사교육 종사자들에 대한 비난의 기사가 아니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에 관한 기사이다.

 

 

프롤로그

 

저는 학원 강사로 올해 2월까지 20년 이상 입시의 최전선에서 대입 국어를 강의했습니다. 책 한 권을 단독 집필했고, 6권 공동 집필했습니다. 세 군데의 국어 전문학원에서 원장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스스로 백수의 길을 택한 대책 없는 가장이자 공부라고는 지지리도 못했지만, 이제는 늠름한 청년이 된 한 아이의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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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로 일하는 동안 주로 입시학원에서 고3 학생들과 재수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했습니다. 주로 대면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고3, 재수생이니 당시엔 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초등부터 고등까지 수천 명의 재원생을 거느린 모 학원법인의 고등 국어 원장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보이더군요. 학원에 붙잡힌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보이고, 비로소 사교육의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이젠 제 마음의 가시가 되었습니다.

 

사교육의 대상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고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사교육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모 학원법인은 초등 4년부터 수학학원 입학이 가능했는데 어느덧 초등 2년으로 원생 모집 연령이 낮아졌습니다. 

 

밤 10시가 되면 학원가 앞 도로는 셔틀 온 학부모들의 차로 주차장이 됩니다. 강남에서 강의 후 퇴근길에 건너는 성수대교는 강남에서 원정 수강을 하는 강북 아이들의 셔틀 차로 심하게 정체됩니다. 

 

이 기사는 땀 흘려 번 돈을 사교육에 갖다 바치는 빨대 꽂힌 학부모들, 성장기 다양한 경험과 두뇌 성장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이것을 구조화시키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1g의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쓴 기사입니다. 또한 동시에 제 마음속의 가시를 빼내기 위한 성찰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본 기사에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학부모들은 어떻게 사교육에 ‘중독’되는가 

둘째, 놀랍게도 이 모든 희생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

 

 

우리가 사교육에 ‘중독’되는 과정

 

1. 과도한 사교육을 만든 신자유주의와 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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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1997년의 외환위기 사태는 우리 사회를 신속하게 신자유주의 질서 속으로 재편시켰습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박살 나서 이제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노동을 해도 대기업인가 중소기업인가, 원청인가 하청인가, 정규직인가 계약직인가에 따라 임금은 천차만별로 나뉘게 됩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부모님들은 그냥 피부로 느낍니다. 한마디로 말해 먹고 살기 힘들어진 겁니다.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입니까, DNA 속에 ‘교육열’이 있는 민족입니다. 사랑하는 내 자식에게만큼은 이렇게 힘들게 살게 할 수 없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학벌’입니다. 내 아이를 SKY 보내면 되는 겁니다.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대세라도 교육이 그래서는 안 됩니다. 노무현 정부는 3불(不)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첫째, 기여입학제 불가

둘째, 본고사 불가

셋째, 고교등급제 불가 

 

그러나 꼼꼼하신 우리 가카께서 대통령이 되면서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3불 정책 중 가장 핵심인 ‘고교등급제’가 무력화되었습니다. (경기도 모 자사고의 내신 5등급이 SKY에 수시 합격했습니다. 일반고의 경우 내신 2등급이어도 SKY 거의 못 간다고 보면 됩니다) 

 

드디어 열린 헬게이트. 공교육을 가장한 사교육. 바로 자율형사립고등학교. 흔히 말하는 ‘자사고’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입시전문 학원이 공교육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을 비판한 참여연대의 기자회견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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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내용 링크> 

 

전인교육? 참교육? 순진한 생각은 버리시길 바랍니다. 좀 사는 집 애들, 중학교 때 공부 좀 했다는 애들을 자사고가 쓸어 담습니다. 학교 교육은 철저히 국영수과 입시 교육입니다. 위에 인용한 참여연대의 예언대로 자사고는 ‘스파르타 입시학원’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자사고들은 대입에서 일반고가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성과들을 냅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종착역은 ‘대입’입니다. (이 말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돼서 나올 것입니다) 

 

자사고 학생들은 사교육비에 준하는 등록금을 내고, 치열한 내신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더욱 사교육에 의존합니다. 학원들의 ‘00고 특별반’ 등에서 일반고 학생들보다 더 많은 수강료를 내면서 말이죠. 현장 학원 강사로 일하며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말하는 겁니다.

 

2020년 기준 전국 단위 자사고의 모집 정원은 7,147명입니다. 외고의 모집 정원은 5,867명입니다. 2022년 기준 전국 과학고 모집 정원은 1,638명입니다. 국제고는 1,048명입니다. 영재고는 789명입니다. 모두 합쳐 대충 16,000명 정도입니다. 제가 ‘대충’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위에 말한 학교들에 준하는 학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중3 학생 수는 413,179명입니다(교육통계서비스 참고). 

 

자, 그럼 학부모 입장에서 감성적으로 접근해 봅시다. 내 아이, 16,000명에 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더구나 모든 부모들은 자식이 어릴수록 자기 자식이 영재로 보이는 속성이 있습니다.

 

내 자식 앞길을 위해 부모로서 무슨 고생인들 못 하겠습니까, 허리띠 졸라매고 비싼 학원비 내 주면 되지요. 이 부모의 욕망을, 이 부모의 다짐을 정확하게 사교육은 파고 듭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교육의 종착역은 ‘대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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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은 SKY란 욕망을 자극해 고등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SKY를 가기 위해 ‘고입’이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중학생들로 사교육의 대상이 어려지고 확장된 것이지요. 그리고 중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초등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미리 잡아 놔야’라고 표현합니다. 잡기는 잡습니다. 아이를요.

 

특목고 자사고 준비가 가져온 사교육의 열풍은 고스란히 일반적인 아이들에게로 확장됩니다. 왜냐하면 교육의 종착역이 ‘대학 입시’니까요. SKY가 교육의 목표인 이상 전교 1등이 전교 꼴찌가 다니는 학원으로 옮기지는 않습니다. 전교 1등이 아닌 아이들이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으로 옮겨 갑니다. 

 

일반적인 아이들의 공부 과정이 표준이 될 수 없습니다. 특목고 자사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공부 과정이 표준이 되는 겁니다. 자사고에 진학한 00이가 00학원에서 초등 때부터 수학 선행을 했다면 자사고에 가든 가지 못하든 내 아이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겁니다. 

 

2025년 자사고가 폐지된다고 위에서 말한 이유로 이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엔트로피는 증가만 합니다. 그게 한국의 사교육입니다. 맑은 물속에 잉크가 퍼지듯 학부모들은 사교육의 광풍에 휩쓸리게 되는 겁니다. 

 

 

2. 부모의 욕망을 파고드는 학원 마케팅

 

학원 마케팅의 출발 지점은 지역 맘카페 또는 그와 유사한 어머님들 커뮤니티입니다.

 

이 부분을 쓰며 많이 망설였습니다. 혹시라도 이것이 요즘 뜨거운 이슈인 젠더 갈등이나 특정 계층 혐오 비하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고요(이에 관한 어떠한 의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러나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간 제가 만난 학부모가 대략 1,000명이라고 할 때, 그중 아버님은 손가락에 꼽습니다. 아이들 사교육은 또는 교육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어머님들 역할인가 봅니다. 어떤 점에서 아버님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커뮤니티에 공부 걱정 글을 올립니다. 아이 공부 걱정은 바로 학원에 보내는 거로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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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 아이 독야청청 학원에 안 보내고 뛰어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위 댓글 중 ‘레테’는 ‘레몬 테라스’가 아닙니다. 수학 학원 ‘레벨테스트’입니다. 반 수준이 결정되기도 하고, 학원 입학이 불허되기도 합니다. 

 

권위 있는 교육기관도 아니고 일개 동네 학원 레테에서 이런 결과를 듣는다면, 그 아이의 자존감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자존감은 공부의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원이 아이들을 ‘땡기는’ 가장 중요한 행사는 ‘설명회’입니다. 

 

학원들은 설명회의 ‘성공’ 여부에 거의 생사를 겁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설명회 정보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정보로 취급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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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는 수시로 열립니다. 방학이면 방학이라고 열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앞두고도 열리고, 학년이 바뀌는 겨울방학을 앞두고는 모든 역량을 투여해서 설명회를 합니다. 정부에서 조그마한 교육 정책이라도 발표하면 이건 최고의 재료가 됩니다.

 

2015 교육 개정 후 초등 코딩 교육이 실시되었습니다. 그 즉시 학교 시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화려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코딩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설명회.

 

초등부터 고등까지 모든 설명회의 공통된 내용은 ‘대입’입니다. 초등 코딩 설명회도 마지막은 ‘코딩으로 대학가는 0가지 방법’을 끼얹으며 마무리됩니다.

 

스카이데일리.PNG

출처-<스카이데일리> 링크

 

설명회의 내용은 보통 3단계입니다.

 

충격과 공포 -> 학원 프로그램(혹은 ’로드맵‘이라는 용어도 씁니다.) 제시 -> 학원 실적 제시

 

원장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설명회 진행 능력입니다. 구글에 ‘학원 설명회’를 검색어로 넣어서 이미지들을 보시면 한 눈에 분위기 파악이 가능합니다. 어쩌면 제 사진을 볼 수도 있겠네요. (본 기사는 특정 학원을 비난할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이미지를 첨부하진 않겠습니다) 

 

중간중간 무슨 입시 정보 같은 것을 끼워 넣기도 하지만, 단언컨대 설명회의 목적은 딱 하나! 아이들을 ‘땡기는 것’. 즉 학원 등록 유도입니다. 

 

당연하지요. 학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 사업체이니까요. 또다시 말씀드리지만, 교육의 목표가 대입이기에 초등부터 고등까지 설명회 내용 역시 ‘대입’입니다. 사실 대입을 코앞에 둔 고2, 고3 설명회가 제일 적습니다. 약발이 잘 안 먹히거든요. 이쯤 되면 아이들이 압니다. 그간 학원에 갖다 바친 돈들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요. 

 

설명회 약발이 가장 잘 먹히는 대상은 주로 ‘예비 중1’, ‘예비 고1’입니다. 아이나 학부모나 포부도 크고 희망도 크니까요.   

 

3. 정말 사교육이 효과 있을까? 사교육의 폐해에 대하여

 

당장 가정 경제를 메마르게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소비입니다. 아이들 학원비 대다 보면 여윳돈이 없어집니다. 여윳돈으로라도 학원비를 대면 다행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지출조차 줄여야 합니다. 그러니 소비가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노후대책 따위는 2순위로 밀려버립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사교육에 얼마를 쓰고 있을까요?

 

2019년 기준(코로나 직전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21조입니다. 2조가 아니고 20조입니다. (관련자료 링크)

 

사실 저는 21조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에 1.5배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계의 함정이 있으며 개인 과외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PNG

기사 링크

 

위 한국경제 기사는 강북지역을 기준으로 한 듯합니다. 사실 강북에서도 조금 싼 정도의 수강료이고요. 분당 대치 목동은 이 금액보다 훨씬 상향이며, 방학 때는 수학 한 과목에만 정규수업과 '방학특강'이 결합되어 개설되는 수업은 1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21조조.PNG

 

이게 보편적인 초등 영어 또는 수학 1과목 수강료입니다. 제가 ‘보편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만약 ‘영재준비반’ 또는 ‘최상위반’이라 하는 ‘특별한’ 사교육을 원한다면 학원비가 두 배 이상으로 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21조를 믿겠습니까. 

 

오죽하면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의 사교육비에 놀라 그 돈으로 차라리 주식에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존리 매일경제.PNG

출처-<매일경제> 링크

 

사교육의 광풍이 이제는 일종의 ‘사회문화’로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듯, 부모는 부모 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소년기’를 박탈당하고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희생의 대가로 공부는 잘하게 될까요?

 

놀랍게도 사교육은 공부를 잘하게 하지 못합니다.

 

사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문과 연구 자료가 있고 몇 편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그냥 제가 정리해서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자료들의 내용이 어렵고, 특히 비전문가들은 자료를 올바르게 해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자료를 보고 이것을 토대로 사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이 학원을 다닌다면 그것이 학원 때문인지 원래 그 학생의 능력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위에서 고2, 고3이 되면 학원 설명회 약발이 잘 안 먹힌다고 말했지요. 긴 사교육의 여정 끝에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친 것입니다. 사교육이 공부를 잘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 기사를 한번 보시죠.

 

연합뉴스 수능 만점 기사.PNG

기사 링크 

 

꼼꼼히 읽어 보면 의미심장한 내용을 찾을 수 있는 기사입니다.   

 

전과목 만점자가 전체 재학생 중 3명 밖에 없었던 불수능, 2021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중동고등학교 ‘신지우’ 군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중동고등학교는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핵심학교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신지우 군은 학원을 거의 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매일 아침 1시간의 독서를 했고,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을 때는 그냥 집에서 공부했다고 합니다. ‘공부의 비밀’이 보이시지요?

 

명강사의 100분 강의를 듣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공부 30분이 더 성적에 도움이 됩니다. 학원 강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얘기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등학생들을 가르쳐 온 제가 자신 있게 하는 말입니다. 

 

성적을 올리는 가장 큰 비결은 ‘자기주도성’이란 것입니다. 왜 자기주도성이 성적을 올리는지 간단하게 말씀드립니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고등학교까지의 공부는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이라는 테스트를 통해 학업 성취도를 평가받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이 과정은 4단계로 이뤄집니다.

 

‘이해 -> 암기 -> 적용 -> 응용’

 

1단계인 ‘이해’는 배운 것을 이해하는 것이고, 이때 학생의 사고력과 이해력, 가르치는 선생님의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암기’부터는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바로 ‘자기주도성’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힘들고 고독하지요. ‘적용과 응용’은 테스트의 단계입니다. 3단계인 배운 것을 적용하는 것까지만 할 줄 알아도 2등급은 나옵니다. ‘응용’까지 할 수 있다면 소위 말하는 ‘최상위권’이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성적은 사고력과 이해력 그리고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과도한 사교육, 특히 저학년의 사교육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망칩니다.

 

학원의 선행학습이 아이들의 사고력과 이해력을 망칩니다.

 

어린 녀석이 덧셈을 하기 위해 손가락 발가락을 동원해가며 치열하게 고민할 때, 그 아이는 지금 너무나도 훌륭한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회색 뇌세포에 신선한 자극들이 가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아이는 공식을 대입해 쉽게 답을 찾습니다. 그 아이는 생각의 기회, 즉 그 연령대에 경험했어야 할 사고력 신장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입니다.

 

비운의 수학 1타 강사, 삽자루 선생의 강의 동영상입니다. 

 

 

삽자루.PNG

 

선행학습은 학원 영업의 핵심 자산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모든 학원 영업의 끝은 ‘대입’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하고 좋은 고등학교를 가려면 중학교 성적이 중요하고, 그래서 결론은 초등 때 ‘잡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부모님이 생각하는 ‘교육의 목표’, ‘학부모의 욕망’을 정확히 파고듭니다. 

 

초 중등 아이들 학교 공부 도와주는 정도로는 학원 영업이 될 리가 없습니다. 오직 선행, 선행을 외쳐야만 학부모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학원 영업이 되기 때문에 ‘선행학습’은 절대 없어지지 않습니다. 

 

교육의 목표가 돼버린 ‘대입’과 일부 ‘선도?’적인 학부모들, 그리고 학원 마케팅.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대환장 콜라보’는 ‘선행학습’을 우리 사회의 ‘교육 이념’으로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2014년에 ‘선행학습 금지법’이 입법 시행됐겠습니까. 물론 ‘대환장 콜라보’ 때문에 효과는 없지만요.

 

이데일리 선행학습금지법.PNG

출처-<이데일리> 링크

 

소위 말하는 ‘학군지(저는 개인적으로 이 표현을 경멸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내신 경쟁을 하려면 선행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있습니다.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이런 학교들은 그냥 진도가 빠른 것뿐입니다. 수학 같은 경우 3년간 두 바퀴를 돌리니까요. 고입 때 선행으로 고3 과정 끝냈으면 고등학교에서 뭘 할 건가요? 대학 수학 선행하나요?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사교육이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망치는 가장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초등 때부터 학원을 다니다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드디어 ‘일제고사’라는 괴물을 만나게 됩니다. 중등은 절대평가입니다. A등급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고 그래서 부모 입장에는 A등급을 받아야 마음이 놓입니다. 

 

학원도 먹고 살려면 ‘전 재원생 00% 이상 A등급!’ 정도는 설명회 때 자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 학원들은 몇 년간 그 지역 특정 학교들의 기출 문제들이 차곡차곡 쌓아서 갖고 있습니다. 이거 없어도 괜찮습니다. ‘족보닷컴’이 있으니까요. 

 

각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선생님용 교재, 평가 문제들도 있습니다. 이것들을 토대로 ‘내신대비 자료집’이 만듭니다. 그리고 적어도 한 달 이상 아이들을 ‘조집’니다. A 나오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떠먹여주는 밥에 익숙한 아이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될수록 아이들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은 퇴화합니다. 

 

40만 명의 중3 학생 중 789명이 영재고에 갑니다. 영재고에 합격했다면 얼마나 똑똑한 학생일까요? 

 

매일경제 민낯.PNG

출처-<매일경제> 링크

 

영재, 맞습니까? 그냥 대부분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퇴화한 학생들일 뿐입니다.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 내신 경쟁을 위해 또 학원에 의지하게 됩니다. 물론 일반고보다 더 비싼 수강료를 내고 말이죠. 

 

큰맘 먹고 중학생 아이 학원 끊었더니 드라마틱한 변화는커녕 누워서 폰질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뭘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고2 고3이 되어서 학원 끊으며 “그냥 한번 혼자 해보려고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차라리 낫습니다.

 

재수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국어 3월 모의고사 7등급 정도가 11월 수능에서 1, 2등급을 맞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대단히 놀라운 성적 상승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로 직장 다니다가 왔거나, 군대 갔다 온 복학생이거나 아니면 독서 등을 좋아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토대가 있지만, 그것을 발휘할 기회가 여태껏은 없었던 학생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받아 온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들의 공부 머리를 망치고 자기 주도 능력을 퇴화시킵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 경제적 측면과 학업 능력의 측면에서 과도한 사교육의 폐해를 말했습니다.

 

 

에필로그, 또는 새로운 프롤로그

 

저는 지금 SSG를 탈퇴했을 때 들었던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나 개인 따위가 SSG를 탈퇴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내가 이런다고 해도 SSG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 행위의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또 이러한 행동들을 멈추어도 안 됩니다.

 

제가 몇 날 밤을 새워가며 이런 기사를 쓴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에 자그마한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또 많이 퍼뜨려 주신다면, 아주 조금의 변화라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습니다.

 

에필로그이며 동시에 프롤로그입니다. 제 문제의식과 의견에 조금이라도 동의하는 분들께 새로운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편엔 제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올바른 자녀 교육’, ‘공부 잘하는 비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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