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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이하 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시키는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력과 더불어 이번 코로나 사태에 잘 대응한 대표적 국가로 자리매김 했고, 특히 이번 G7 정상회담의 주요 초청국으로서 국제 무대에서 높은 위상을 드러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임이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Group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Group B(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사실만 보도가 될 뿐, 이번 유엔무역개발회의의 결정이 어떤 면에서 성과를 이룬 것인지에 대한 분석은 미비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일부 찌라시, 아니 언론 및 여론은 그동안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무역을 하며 보호무역을 통해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었는데 선진국이 되어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되었다느니, 지난 정권에서는 고의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려고 했다느니, 온갖 어설픈 말이 나온다.

 

해서, 본지를 통해 UNCTAD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게 뭘 의미하는지 몇 가지만 간략하게 짚어보고, 그 추측들이 왜 선동에 불과한지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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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선언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위상이 달라진다. 선진국이 되었다는 건 그만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제반 사항들이 고루 갖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무역량이 많고 적은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부패지수, 정부의 효율적인 국가 운영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를 하기에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얼마나 신뢰를 할 수 있느냐'인데, 충분히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밑거름이 마련되었다는 뜻이다. 참고로, 지난 2020년 전자정부 평가(E-Government Development)에서 우리나라는 덴마크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해외 투자 유치가 왜 중요한가? 사정을 다 설명하려면 A4 100장 분량의 보고서로도 모자라지만, 자원이 부족한 만큼 핵심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투자유치를 통해 발전을 하듯 기업의 기술개발과 운영, 주식 투자 등 해외 자본 유입은 거대 시장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선진국 지위를 얻는 것은 바로 큰 시장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 따라서 개도국 지위에서 선진국으로의 지위 변경은 위상을 달리하는 것과 더불어 충분한 투자 유치의 명분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둘째, 1964년 UNCTAD가 국제기구인 UN(United Nation)의 산하기구로 설립된 최초 목적은 선진국과 개도국, 후진국 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 각국에 이를 권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UNCTAD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난 60여 년 간 결실이 크지 않았다. 사실 기구 설립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사례는 대한민국이 최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국가가 57년 만에 나타났는데 그게 우리나라가 된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이 UNCTAD를 설립할 당시 목적에 가장 취합하는 성과를 내었다는 것인다. 이는 UNCTAD의 유지 여부에 대한 이유가 되기도 하며, 전 세계의 모범사례로 적용될 수 있다. 개도국도 충분히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른 개도국과 후진국 등에 롤모델이 되었다. 

 

사실 이 부분은 첫 번째에서 언급한 위상이 격상되었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데 의미는 남다르다. 투자할 수 있는 안정된 여건과 신뢰를 갖게 되었다는 것과 세계적인 모범사례, 타국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건 엄연하게 다른 사안이다. 

 

마지막, 선진국으로의 승격은 그만큼 남북관계가 개선되었다는 것을 인정받고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된다. 사실 휴전국가는 선진국으로 분류될 수 없다. 어떻게 전쟁이 발발될 위험이 있는 곳에서 안정적인 투자유치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번 UNCTAD의 대한민국에 대한 선진국 분류는 한반도 내에서의 투자를 비롯한 각종 경제적 활동을 주의하라는 암묵적 동의가 해제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국가 운영 시스템이나 경제적 성장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굉장한 진일보를 이뤘음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이 체제 불안정으로 붕괴될 경우 대한민국을 비롯,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분할 통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 북한 지역을 타국에 넘기지 않으려면, 우리나라가 북한을 충분히 흡수/통일할 수 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이번 선진국 분류는 결정적이면서 필수적인 증거가 된다. 타국에서 별도의 지원 없이도 대한민국이 충분히 한반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충분한 능력이 입증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큰 경제적, 외교적 성과를 두고, 외교를 개떡 같이 해서 선진국 지위를 얻게 되었다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이 난무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상한 말이다. 외교를 잘 못하면 선진국이 된다? 그러면 현재 선진국 지위에 있는 미국이나 영국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외교도 못하고 경제도 어려운 나라인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달 지원금을 받다가 사업에 성공했고 엄청난 투자를 받게 되었는데, 성공했으니 더 이상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그거 못 받게 되었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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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이래 최초로 선정된, '개도국–선진국' 격상의 대상 대한민국.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만한 쾌거임이 분명하다. 그만큼 위상이 달라졌고, 국제기구의 좋은 사례로 남게 되었으며, 남북관계도 진일보를 이뤘기 때문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위대한 협상가의 남은 시간을 충분히 기대하고 즐겨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