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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가지 목소리 

2021년 현재 한국의 항공모함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경항공모함 사자.

둘째, 경항공모함 사지 말자.

셋째, 경항공모함 사지 말고, 중형항공모함 사자.

 

라는 거다. 은근슬쩍 KAI의 KF-21을 여기에 얹은 거다. 중형항모라고 하면, 프랑스의 샤를 드골급을 들 수 있겠다. 한국이 생각하는 경항공모함의 배수량을 3만 톤 급으로 보고 있다(방위사업청의 계산으로는 2조 300억의 예산으로 2033년까지 3만 톤 급 경항모를 제작해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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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드골급은 이런 느낌이다

 

이걸 본 이들이 생각하는 게, 

 

“쓰는 김에 좀 더 쓰자! 샤를 드골은 3만 8000톤이다. 만재 배수량 4만 2천5백톤인데... 쓰는 김에 좀 더 써서 정규 항모 만들자!”

 

“그래! 우리 KF-21 있는데, 이걸 해군형으로 만들어서 함재기로 쓰면 되잖아!”

 

란 주장이 나온 거다.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간다. 정규항모의 경우는 수직이착륙기가 아니라 고정익기를 사용할 수 있기 에 선택이 폭이 넓다. 게다가 조기경보기나 전자전기 같은 기체도 탑재할 수 있다(경항모의 경우는 잘해야 헬기, 대잠헬기 정도일 거다). 이러다 보니 쓰는 김에 중형항모를 만들자는 주장. KF-21 해군형을 만들어서 탑재하자는 말까지 나온 거다. 점점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현실성은 많이 떨어진다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항공모함을 정확이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생각한다면, 굳이 항공모함이 필요 없다. 항공모함을 사겠다는 건 원양작전, 대양작전을 하겠다는 거다. 즉, 우리 영해 밖의 해상 수송라인을 말하는 거다. 아니면, 미해군과의 연합작전을 위해서. 

 

그런데, 구체적인 목표가 나와 있지 않다. 항공모함을 가지고 어디로 가겠다, 어떤 작전을 하겠다, 어떤 모습을 보이겠다란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현시성 전력이란 거도 이해하고, 기동함대의 중추로서 방공망을 제공한다는 거도 이해하겠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경항공모함이 기동함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지난 편에 얘기했듯 항공모함은 최고의 목표이기에 절대 혼자서 돌아다니지 못한다(항모는 덩치에 비해 자체무장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홀로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렇기에 대공, 대잠, 대함 방어를 위한 호위전력이 붙는다. 미국의 경우, 항공모함 1척 당 서너척의 이지스함, 1~2척의 핵잠수함, 군수지원함 등등이 따라 붙는다. 이렇게 항모전단을 꾸리는 건 상식이다. 중국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다. 

 

우리나라도 꾸릴 거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선 우리 기동전단의 상당수가 여기 달라붙어야 한다. 이지스함이 붙어야 하고, 구축함이 붙을 테고, 잠수함 세력도 붙을 거다. 이렇게 해서 항모를 보호하는데, 이 항모가 제공하는 투사력이 F-35B 10대 내외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아닌가? 대한민국 해군 전력의 상당수가 이 항공모함 호위에 달라붙는 경우가 된다. 

 

2. 현실적인 문제, 무엇이 있나 

이번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자. 현재 해군 병력은 해병대(2만 8천명) 포함 약 7만명 수준이다.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 해군이 미친 듯이 배를 뽑아내고 있다는 거다. 대구급 호위함부터 시작,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신형 이지스 구축함인 KDX-III Batch-II 등등 병력을 잡아먹는 대형함들을 잔뜩 건조하려고 한다. 지금도 인원이 부족한 상황, 최소 1천명 이상이 승선해야 할 항공모함 병력은 어디에서 염출해야 할지도 깊이 생각할 문제다. 

 

(해군 쪽은 자동화 덕분에 인원을 줄일 수 있고, 퇴역함에서 인원을 충원한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건함 사업 수준으로 보자면...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지비 생각도 해봐야 한다. 해군쪽은 인건비, 수당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순수 운영유지비로 연간 500억을 말하는데, 반대의 입장은 다르다. 

 

“보통 유지비는 건조비용의 10% 정도로 보기에 2천억 정도로 예상된다.”

 

어떤 주장이 맞는진 현재로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둘 사이의 차이는 분명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함재기 비용을 제외한 순수 항공모함에 관한 예산 한정인 거다. F-35B 20대를 도입하는 데 약 3조 정도 들어가니 항공모함 예산은 최대 6조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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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신재민 기자 / 출처: 중앙일보

 

 

즉, 6조 원짜리 사업 하나가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거다. 누군가는 이순신 장군을 들먹이며, 경항모가 거북선인냥 말하는데...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항공모함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 뭘까?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최선이 카와구치 카이지의 만화 <공모 이부키>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침공하자 일본이 항공모함 이부키를 중심으로 항모전단을 꾸려 중국의 항모전단과 맞붙는다. 전면전까지는 아니고, 센카쿠 열도를 탈환하고 중국 항모전단을 격파하는 건데...

 

나름 흥미진진하게 봤다. F-35B가 중국의 J-11 계열을 박살내는 거도 신기했고, 15기 내외의 적은 숫자로 이렇게도 운용이 가능하구나 하는 걸 배우기도 했다(만화라는 게 함정이지만). 

 

이런 식의 우발적 충돌이나 제한 전쟁에서 중국의 랴오닝 급 항공모함에 맞서 일본은 경항공모함을 가지고 나름 분전한다. 이 만화를 보면, 경항공모함을 막 사고 싶어진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해 봐야 한다. 

 

“보여주는 것 보다 내실을 더 튼튼하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금 해군의 건함계획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의 수준이다. 물론 해군 입장에선 이웃에 있는 일본, 중국과 비교하기에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할 거다.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지금 중국이 배 찍어내는 걸 보면, 한국 해군이 찍어내는 건 새발의 피다. 중국은 진짜... 붕어빵틀에 철골 집어넣고 찍어내는 것처럼 배를 찍어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을 꾸린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할 게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몸집을 아무리 불린다 한 들 쫓아갈 수 있냐는 거다. 그 자원을 돌려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억제하는 건 어떠냐는 거다. 

 

해군의 예산을 빼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게 아니다. 잠수함 같은 비대칭 전력을 중점적으로 양성할 수도 있지 않은가. 

 

현시성 전력이라는 걸 이해한다. 보여주는 것만으로 전쟁을 억지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경항공모함이 보여주는 게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경항공모함이란 게 현실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일까.  

 

“청해부대로 보내면 되지 않나? 소말리아 해협에서 작전을 뛰면 될 거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 이순신급 구축함이 가 있는 것도 과한 느낌이다. 해적 퇴치를 위해 구축함이 간다는 건 소 잡는 칼로 개미 잡는 짓이다. 그런데 항공모함을 그쪽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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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카 해협으로 보낸다면?”

 

우선 왜 말레카를 가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해상 교통로가 위협을 받는다고 해서 항공모함을 거기로 보낸다면, 중국의 좋은 표적이 될 거다. 섬을 만든 다음 각종 미사일을 배치하고 활주로를 건설한 게 중국이다. DF-21을 비롯한 각종 대함미사일이 잔뜩 배치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도 이 사거리 밖에서의 작전을 생각중인 마당에 10대 내외의 F-35B를 탑재한 경항모 한척이 그쪽을 간다? 이 모든 걸 극복한다 해도 중국의 항공모함이 있다. 그들 계획대로라면 6척의 항공모함을 상대해야 한다. 

 

남중국해 쪽으로 병력을 밀고 들어가는 건 어렵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아무리 항공모함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단독으로 해양수송로를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재외국민 구조나 기타 구호활동이 필요하다면, 해군의 다른 좋은 함정들이 많다. 하다 못해 독도함이나 마라도함만 보내도 된다). 

 

미국과의 연합작전 때 활용한다는 건 그나마 가장 현실성이 있고, 나름 성과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항공모함 운용은 득보다 실이 많을 거 같다. 

 

“이제 그 나이 됐으면, 자동차 한 대 사야지?”

 

라고 말하는 거 같다. 자동차를 살 형편이 되는진 모르겠지만, 그 차를 언제 쓸지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주말에 마트 갈 때나 잠깐 타는 거라면, 굳이 차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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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항공모함은 미국이 운영하는 대형 항공모함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걸 한국이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과 등치시켜 생각한다. 절대적인 오해다. 경항공모함은 반쪽짜리 항공모함이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전투기, 공격기, 조기경보기, 대잠수함기, 전자전기 등등 모든 항공전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말 그대로 움직이는 비행기지이지만, 경항공모함은 수직이착륙기 10대를 실을까 말까한 배다. 조기경보기 같은 건 생각도 못한다. 그리고 그 무장능력은 대형항공모함에서 운영하는 고정익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어쩌면 반쪽짜리도 안 되는 항공모함일 수도 있다(이런 문제를 논할 때 등장하는 고정관념(?)때문에 애 먹은 적이 있어 적어봤다).

 

평소와 다르게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본 것일 수도 있겠으나 국방 분야나 전쟁 쪽의 대비란 게 항상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 봐야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지금 이런 걱정과 우려가 눈에 보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동시에 한국이 항공모함 도입을 논하고 국방력이 이 정도까지 왔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한다. 까놓고 말해, 20-30년 전부터 이쪽 바닥에서 놀던 이들 중, 한국의 국방력이 이 정도까지 성장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이 누가 있을까. 타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온갖 장애물을 다 넘겼다. 특히 국방은 세계 어느 나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강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다. 어느 지도자라도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싶은 나라, 즉, 적으로 만들면 정말 무시무시한 게, 지금의 우리다. 

 

나 역시, 격세지감이라고 느끼며 자랑스럽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 힘을 후대에 전해줘야 하니까. 해군과 정책결정권자들이 이런 우려까지 고려해, 좋은 판단을 내려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