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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요약

 

현시점 북한 최고의 가수는 김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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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30대 가수 김옥주가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가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명예의 자리다. 북한에선 가수도 공무원으로 등급이 있고 평가를 받아 승진한다. 가장 높은 공무원 직급은 1급, 특별한 공로를 인정받으면 공훈배우, 그중에서도 특별해야 받는 호칭이 ‘인민배우’다.

 

이번 인민배우 칭호 수여는 6년 만인 데다 ‘30대 인민배우’는 몇십 년에 한 번 나올 역대급 기록이다. 김정은 시대에는 김옥주가 유일하다. 현재 북한 고위 공무원인 김옥주는 2018년 강릉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이선희의 <J에게>를 부르기도 했다.

 

이선희 김옥주.jpg

 

김옥주는 가수를 하며, 여러 예술단을 거쳤다. 소속이 계속 바뀌었다는 소리다. 그녀의 소속을 보면 북한 대중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음반 판매량&방송 횟수, 멜론/빌보트 차트로 인기를 판단할 수 없는 북한에선 어떻게 잘 나가는 가수를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지난 편 기사(링크)를 참고하시라

 

 

김옥주를 보면, 북한 대중문화 흐름을 알 수 있다

 

④삼지연현관악단 김옥주 

 

김옥주는 은하수관현악단 청봉악단  모란봉악단 순서로 소속이 바뀌었다. 가수로서 김옥주의 모란봉악단 활동은 짧았다. 모란봉악단 다음으로 김옥주가 얼굴을 보인 건 2018년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었다. 

 

삼지연관현악단2.JPG

2018년 2월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 

 

 

삼지연관현악단은 본래 ‘삼지연악단’이었다. 2009년 1월에 창단한 악단으로 만수대예술단 여성기악중주조에서 독립해 만든 별도의 관현악단이다. 클래식 전문연주단으로, 관현악 연주에 다양한 무대공연을 위해 가수들이 결합한 형태다. 

 

삼지연악단은 김정은의 지시로 2018년 한국에서 공연 이후, 대중적인 공연을 하는 ‘삼지연관현악단’으로 확대된다. 2018년 10월엔 삼지연관현악단극장(현재는 삼지연극장)을 개관, 전용극장을 가진 예술단으로서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김옥주는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으로 2020년, 당 전원회의 축하공연을 비롯, 많은 공연에서 주연 가수로 활약한다. 

 

 

⑤국무위원회연주단 김옥주

 

삼지연관현악단 이후 바뀐 그녀의 소속은 국무위원회연주단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무위원회 소속이다. 즉, 국무위원회연주단은 

 

은하수관현악단  청봉악단  모란봉악단  삼지연관현악단

 

으로 이어져 온 중요한 음악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중요 정치 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연주단으로 존재가 알려진 것은 2020년 1월에 열린 설명절기념공연이었다. 

 

국무위원회연주단 설명절 경축공연.jpg

설명절기념공연

 

2020년 1월 설명절기념공연

 

당시 공연은 김정은과 리설주, 김여정 부부와 함께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김경희가 나란히 주석단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공연에서 김옥주는 류진아, 최설희와 함께 

 

-‘여성 3중창과 남성합창’ <우리는 당기를 사랑하네>, 

-여성 독창으로 <나를 부르는 소리>, 

-류진아와 함께 여성 2중창, 

-남성합창으로 <전사의 길>과 <우리의 총창우에 평화가 있다> 

 

등을 불렀다. 가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독창을 불러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공연까지는 김옥주가 여전히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인지, 국무위원회연주단 소속인지 정확히 확인할 순 없다. 확실히 소속을 알게 된 건, 김옥주가 2021년 7월 11일 국무위원회 소속으로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시점이다.

 

명예칭호 김옥주.jpg

 

 

이날 국무위원회 소속 다른 창작가들과 예술인들에게도 국기훈장이 수여 되었는데(인민배우는 김옥주가 유일), 당시 행사에서 김정은의 발언이다.

 

“문학예술 부문이 의연 동면기·침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때에 당 중앙의 의도를 구현한 명작, 명공연들로 인민의 적극적인 호응과 감흥을 불러일으킨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예술창조 활동은 그 어떤 성과보다도 기다리던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김옥주가 단순히 김정은 개인의 눈에 띄어서 승승장구한 인물일까. 아니다. 분명 북한판 히트곡도 존재한다. 

 

 

북한에서 난리 난 김옥주의 히트곡 

 

①2019년 이후 새로운 국가 상징곡 <우리의 국기>

 

 

김옥주를 대표하는 노래는 2019년 이후 새로운 국가 상징곡 <우리의 국기>다. 

 

김옥주는 여러 예술단 활동을 하며 가창력은 인정받았지만, 2019년 이전까진 그녀를 대표하는 노래를 떠올리긴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우리의 국기>를 부르며 김정은의 극찬을 받고 일약 북한을 대표하는 가수로 주목받았다. 

 

가요 <우리의 국기>는 2019년 1월 1일 『로동신문』을 통해 소개된다. 북한에서 신곡이 『로동신문』을 통해 소개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노래라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로동신문은 특별히 김정은의 친필 평가도 함께 실었다. 

 

김정은 친필.png

로동신문에 실린 <우리의 국기> 악보와 김정은 친필 평가

 

알아보긴 힘들지만, 적힌 내용은 이렇다. 

 

“노래가 대단히 좋다. 전체 인민의 감정이 담긴 훌륭한 노래를 창작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며 만족하게 생각한다. 널리 보급할 것. 2019.1.1. 김정은”

 

‘좋은 평가 + 친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렇게 되면 이 노래는 북한을 대표하는 노래가 된다.

 

<우리의 국기>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로동신문』은 <우리의 국기> 열풍을 소개하는 기사를 2019년 1월 12일 자에 실었다. 기사 제목은,

 

「영광의 국기를 높이 날리며 인민은 승리하리라 – 조국강산을 진감하는 노래 《우리의 국기》에 대하여」

 

이었다. 부분 기사가 아니었다. 『로동신문』 2면 전면에 걸쳐 소개하였다. 북한 유일의 전국일간지인 『로동신문』 통면을 할애한 것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1일 정오, 김일성광장에서 국기 게양식을 진행하였다. 새해를 맞이하여 국기 게양식을 행사로 진행한한 건 2021년이 처음이었다. 

 

배경 노래는 <우리의 국기>였다. 현재 <우리의 국기>는 북한에서 진행하는 명절이나 노동당 행사에서는 국기의 등장을 알리는 ‘국기 등장곡’으로 사용하고 있다. 

 

 

②2021년 최고 히트곡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

 

<우리의 국기>에는 아직 비할 수 없지만, 2021년 최고 히트곡은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국기> 이후 나온 김옥주의 노래다.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최근 공연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두 곡은 당과 수령을 찬양하는 전형적인 송가 스타일로, <우리 어머니>는 노동당을 어머니로 형상화한 여성 2중창 곡으로 김옥주·차윤미가 불렀다. <그 정을 따르네>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곳으로 김옥주가 독창했다. 

 

김옥주 차윤미.JPG

김옥주(왼)와 차윤미(오)

 

두 곡이 처음 공개된 국무위원회연주단 공연은 김정은을 비롯, 당의 주요 간부들이 관람했다. 성격상으로 보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참가자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2021년 6월 20일 자 『로동신문』은 1면 기사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국무위원회연주단공연을 관람하시였다」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공연에 출연한 국무위원회연주단 예술인들은 사회주의건설의 중요계기마다 가장 정확한 투쟁진로를 명시하고 발전과 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며 우리 국가와 인민을 공산주의미래에로 확신성있게 인도하는 당중앙의 위대성을 격조높이 구가하였다.”

 

해당 공연에서 김옥주는 두 곡 외에도 여러 곡을 부르며 위상을 과시한다. 공연은 6월 22일부터 녹화실황으로 반복해서 방영되었다.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는 김옥주가 주인공이 되어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어 방송에 내보냈다. 

 

6월 23일에는 『로동신문』에서 두 곡의 악보를 게재하였고, 3일 뒤인 26일에는 2면 전면에 걸쳐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의 열풍을 소개하였다. 

 

<우리 어머니> 뮤직비디오

 

<그 정을 따르네> 뮤직비디오

 

두 곡은 노래도 노래지만, 뮤직비디오가 더 큰 주목을 받았다(이번 기회에 북한의 뮤직비디오가 어떤 느낌인지 관람해보셔도 좋겠다).  

 

참고로 위 영상은 지금까지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일반적인 한국인의 눈엔 분명 촌스러워 보이겠지만 북한의 이전 뮤직비디오는 메이킹필름 형태로 제작, 가사 내용을 화면에 담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고작이였다. 적어도 북한에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로 서정적이면서도 감미로운 멜로디로 녹음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담았다는 평가다. 

 

이렇게 <우리의 국기>에 이어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로 연달아 히트를 쳤기에 김옥주는 북한 최고 배우로 자리를 확고히 하며, 30대 젊은 나이로 고위공무원(!)인 ‘인민배우’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셈이다. 

 

지금까지 역대급 출세가도의 인물인 김옥주에 대한 정보와 김정은의 애정을 빠르게 훑어 보았다. 북한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에게조차 참으로 그 속내를 알기 어려운 나라다. 다만 북한 체제에선 유행하는 노래, 보여지는 문화 자체도 제 1의 프로파간다로 이용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즉, 향후 북한의 방향성을 예측할 때, 의외로 직접적인 권력관계나 서열로는 보이지 않는 큰그림을, 노랫말에서 읽어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교관계에서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김옥주라는 한 가수의 노랫말에서 힌트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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