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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처음부터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

 

26일, 김경수 전 경남 도지사가 마산 창원 교도소에 재수감됐다. 김 전 지사는 대법원에서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일명 ‘드루킹’ 사건) 대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 본격적으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여야 합의로 특검까지 도입해 수사를 벌인 끝에 4년을 끌어온 사건의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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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의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사망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김 전 지사마저 지사직을 잃고 실형을 살게 되었다. 김 전 지사는 형기 종료 후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돼 정치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 전 지사 보좌관 또한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집행유예로 실형은 면하였다.

 

여기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되짚어보자. 한 전 총리가 뇌물을 받았다며 실형을 살고 나온 후에야, 진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 증인인 뇌물공여자를 겁박하고 회유해 거짓 증언을 만들었고 없는 죄를 만든 정황이 밝혀졌다. 한 전 총리 개인이 지난 세월 받은 피해와 아픔은 어디서도 보상받지 못하고, 완전한 회복 또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따라서 김 전 지사와 드루킹 사건의 경과도 다시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드루킹 사건의 진행 순서, 사건이 몰고 온 파장, 사건으로 드러난 사법부의 실체에 대해 차례로 짚어 보자.

 

사건의 발단: 드루킹은 누구인가 

 

드루킹 사건은 사실 2018년 전국동시지방 선거 전에 문제가 터진 게 아니다. 2017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해 3월 드루킹 일당이 파주에서 불법 선거사무소 개설 의혹 관련된 제보를 접수받고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검찰에 드루킹 일당 등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10월 16일 내사 끝에 드루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일명 ‘드루킹’으로 불리는 김동원은 2009년 경제적공진화모임(일명 경공모)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 운영의 주축인 김동원은 경공모 사람들과 함께 재벌해체 및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들만의 의식을 공유하고, 때로는 사회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을 강사로 초빙해 강연 등을 듣는 모임을 주기적으로 가졌다. 어쩔 땐 자미두수나 풍수지리, 관상, 역술 분야의 지식을 연구하고 자기들끼리 공유해 온 것으로 익히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 사회 유명 인사 들과 접촉에 나서거나, 이들이 인터넷에서 선플 운동을 비롯해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뉴스 밑에 조직적인 의사 표시를 하는 일명 ‘작업’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경공모 출신 인사들의 공직 진출을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고 인사청탁을 하는 등 영향력을 넓혀가기 위한 여러 행보를 보였다. 이 사건 판결문에 자세히 나와 있는 바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정치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을 자기들만의 멸칭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노회찬 전 의원은 ‘누렁이’, 김 전 지사는 ‘바둑이’등으로 불렀다.

 

2014년부터 드루킹은 오프라인 사무실을 만들어 경공모 핵심 회원들과 함께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비공감을 클릭하는 등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활동을 했다.

 

이들의 이러한 온라인 뉴스에 대한 집단적인 의견 표명이 결국 조작 의심으로까지 나아가게 됐고, 수사 당국으로까지 넘어갔다.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 네이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 시기 더불어민주당은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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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개: 실현되지 않은 드루킹의 청탁 

 

2018년 3월 21일 경찰은 경공모 사무실인 느릅나무출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후 피의자 3명을 긴급 체포하고 드루킹 외 3명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정권 핵심 인사인 여당 의원이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기사 댓글 작업에 나섰다는 정황이 한겨레신문과 TV조선 등에서 터졌다. 당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출마를 고심하던 김경수 의원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 수행비서였던 김 의원은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언론에서 정권과 연결시키기에 딱 떨어지는 인사였다.

 

드루킹은 김 의원과 2016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며, 그해 11월 자신들의 사무실에 김 의원이 방문해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시연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이 ‘킹크랩’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권 창출을 위한 댓글 작업에 사용할 것을 합의했다고 한다. 드루킹은 이 댓글 작업 대가로 김 의원에게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 줄 것을 제안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인사청탁은 실현되지 않았다.

 

종편을 비롯한 보수 언론에서는 연일 김 의원이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작업을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를 쏟아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특검 도입을 요구했고, 김 원내대표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런 상황에서 치러진 6월 동시지방선거에서 김 의원은 경남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여야는 드루킹 특검 도입에 합의했고, 6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가 추천한 인사 중 친보수 성향의 허익범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특검 수사가 개시되고 8월 25일까지 드루킹의 파주 출판사 사무실 압수수색 및 김경수 지사 집무실, 관사 등 압수수색, 소환 조사 및 드루킹과의 대질심문 등을 실시하는가 하면,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다수의 여권 관계자들을 참고인 심문 조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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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진실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

 

특검 수사 중,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터졌다. 드루킹 일당 중 한 명인 도 모 변호사로부터 노 전 대표가 2016년 3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건네받았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서도 특검은 수사를 개시하였고, 7월 23일 노 전 대표는 입건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노 전 대표의 사망하고 나서야 드루킹은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표에게 ‘돈을 준 적이 없고, 특검이 회유해 거짓 증언을 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전달했다. 돈의 액수 또한 애초의 진술과 다르게 왔다 갔다 하는 등 일관되지 못하고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은 자의 진실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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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과정을 입증하지 못한다

 

특검 수사 끝에 드루킹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와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김 지사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었다.

 

이 사건으로 김 지사의 보좌관 한 씨도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2017년 9월 전자담배와 현금 500만 원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벌금 1000만 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드루킹쪽이 인사청탁 관련해서 건넨 돈이었다고 본 것이다. 보좌관의 금품 수수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안 후에는 곧바로 사표를 받았음에도 이는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가 인정되는 중요한 징검다리 중 하나가 된다.

 

김 지사는 그동안 언론과 재판을 통해서 자신이 드루킹을 만났던 것은 사실이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만나는 게 당연한 정치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드루킹도 그러한 만남 중 하나였다고 항변했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많은 이들과 SNS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홍보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던 만큼 드루킹 일당과 SNS를 통해 주고받은 기사 링크 및 대화도 그러한 통상적인 선거 과정에서 업무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댓글 조작 업무와 관련하여 드루킹 일당의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새로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능력 있는 인사의 공개 추천을 지향하는 만큼 정해진 절차에 의한 공개 추천이었을 뿐’이라고도 반박했다.

 

또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고, 고개를 끄덕여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애초 그 시간 때 다수의 일행들과 닭갈비 식사를 하느라 시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알리바이를 주장하고 그 증거로 닭갈비 구매 영수증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이런 김 지사 측의 증거는 모두 재판부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2019년 1월 30일 1심에서 김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다(서울중앙지법 2018고합823).

 

김 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였고, 4월 17일 신청한 보석이 허가돼 법정구속 77일 만에 석방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재판부는 선고를 두 번이나 연기하고, 그 사이 재판부가 차문호 부장판사에서 함상훈 부장판사로 교체되면서 해를 넘기게 된다. 차문호 부장판사는 교체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 사건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게 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을 봤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김 지사 측의 유죄판결을 내리는 듯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여 그간 사법부에서 볼 수 없었던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법은 객관적이지만 법관은 주관적이다

 

2020년 11월 6일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 컴퓨터장애등업무방해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9노461). 김 지사는 곧바로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주심 법관으로 3부 이동원 대법관에 배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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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대법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사건마다 보수적인 입장을 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민족문제연구소 제작 ‘백년전쟁’ 다큐멘터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성과 균형성을 어겼다면서 제재한 것이 적법하다는 소수의견은 내는가 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유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었다. 정치적 사건에서, 주심 법관의 성향과 그 성향에 따른 사건 배당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5월에는 대법원의 법원행정처장 교체와 신임 천대엽 대법관 인선을 계기로 대법원이 전면적인 소부 개편에 나서면서, 김 지사 사건을 담당할 소부 대법관 구성도 달라지 게 된다. 소부가 대법원 3부 김재형, 민유석,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에서 대법원 2부 조재연, 민유숙, 이동원, 천대엽 대법관으로 바뀌게 되었다. 대법관 임기 만료로 신임 대법관이 임명될 경우 통상 소부 구성을 변경하지 않고 전임자가 주심을 맡은 사건도 그대로 이어받아왔던 관례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소부 변경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1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김 지사에게 고등법원의 결정과 마찬가지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조작 혐의(컴퓨터장애등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확정하였다(대법 2020도16062).

 

가장 핵심이 되는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 혐의을 공모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 김 지사의 증거를 배척하고 드루킹의 진술 증거를 인정한 것이다. 김 지사가 킹크랩의 시연 행위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그 시간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는 닭갈비집 구매 영수증과 닭갈비집 사장의 증언은 대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선고에 앞서 김 지사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혀달라"라며 낸 최후 진술에서 구구절절 밝힌 드루킹의 주장과 특검 측의 주장에 대한 반박 내용은 조금의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김 지사 측 변호인들은 재심 청구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지사는 26일 “사법부가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외면당한 진실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며 다시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김 지사의 재심 요건과 재심 청구 여부에 대한 법률대리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LKB&파트너스의 이광범 대표변호사측에 문의하였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래서 뭐시 중헌가

 

평생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언제나 약자 편에 섰던 정치인 한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전, 현직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꾸준히 정치경력을 쌓아가던 현직 도지사가 실형을 살게 되었다. 드루킹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 고등법원 판결문 전체를 읽어봐도, 사실관계는 너무나 시시하고, 조잡하며, 곁가지만 난무하다.

 

정말로 김 전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돌려 어떤 일을 꾸몄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포털 기사 댓글에 ‘문죄인’, ‘문재앙’이라는 비난, 혐오, 조롱 댓글이 왜 넘쳐나는가.

 

뿐인가. 드루킹이 특검에서 밝힌 2007년 한나라당이 30억을 들여 댓글 기계 200대를 운영했다는 진술에 대한 진위는 어떻게 된 거며,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했던 댓글 조작 사건은 어떻게 됐냐는 것이다.

 

드루킹 사건은 논란과 그로 인한 파장 중,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들어내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오직 사법 내지 사정기관의 작용에 대한 심각한 불신만 남는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창 교수를 만나 이 사건 판결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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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매스아이(이하 ‘헤’) : 대법원에서 이 사건 최종 결정을 내렸다. 김 지사에게 컴퓨터장애업무방애죄는 유죄로 하고 선거법 위반은 무죄를 그대로 확정했다. 유죄의 증거로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지사 측에서는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과 닭갈비를 먹으러 갔고, 그 증거로 닭갈비집 영수증과 사장 부부의 증언을 들었다. 그런데 이 대법원은 고등법원과 마찬가지로 이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이유가 타당한지 묻고 싶다.

 

김기창 교수(이하 ‘창’) : 그전에 전반적으로 이 사건 판결에 대해 드는 생각을 짧게 말씀드리겠다. 사법부 또는 사정기관까지 포함해 검찰, 감사원 같은 기관은 사법 내지는 사정을 담당하는 국가의 브랜치(branch)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판결뿐만 아니라 최근 일련의 사태들에서(지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건에 대한 사법부 결정, 그리고 윤석열의 정치 투신, 감사원장이었던 최재형 전 원장의 대선출마 등) 사법 내지, 사정을 담당하는 국가의 작용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이 꽤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석열 같은 사람은 노골적으로 (총장 재직 시절 포함 검찰 재직 시절)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지 않고 권한을 정치적으로 마구 남용하는 문제를 보였다. 그다음에 (정경심 교수 측의 증거를 모두 배척하고 표창장 위조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임정엽 판사 같은 사람은 정말 몰상식한 판결을 통해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일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또 최재형 감사원장. 사정, 중요한 사정기관이지 않나? 그런 사람이 너무 노골적으로 정치적으로 하니까, 결국 국민들은 과연 사법부라는 곳이 나를 지켜주는 기관이 맞나? 아니면 나에게 아주 해코지하는 곳인가? 라는 데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드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헤 : 인권 최후의 보루가 법원이어야 한다는 데 아주 불신이 생긴 거 같다.

 

창 : 그렇다. 그것에 아주 치명타를 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아닌가? 일종의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경수 전 지사의 재판과 관련해 법원이 대단히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여왔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납득 안가는 행태를 보이는 이 사건 담당 항소심 고등법원 판사가 있었다. 이 사건이 고등법원에서 꽤 오래 진행이 됐는데, 그중 인사이동과 함께 (재판) 부 변경으로 이 사건을 담당하다 안하게 된 판사라는 사람이 더 이상 이 사건을 담당하지도 않고 떠나면서 마치 중간 판결 비슷하게 ‘이 사건은 유죄다!’ 식으로 예단을 보이는 괴상한 일까지 했다. 그러니까 대단히 무례한 행위들을 했다.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을 과연 지켰나? 이런 의문이 드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증거라는 게 드루킹이라는 사람의 진술 증거가 어떻게 보면 유죄의 거의 제일 중요한 증거인데 그 사람의 (진술이) 과연 신빙성이 있나? (관련해서) 고 노회찬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가 거짓 증언했다고 하기도 했는데, 이런 사람의 증언에 (재판 결과를) 기반하고 다른 사람의 증언은 다 배척하고, 이런 게 국민의 사법 불신을 심각하게 불러일으키는 사태다. 우리가 삼권분립이라는 것을 안일하게, 정말 낭만적이 아니면 유치한 수준의 대원칙인 것처럼 고수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그런 위기가 아닌가 싶다. 사법부의 심각한 정치편향,  이런 게 문제가 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사회 ‘사’자 들어가는 주류기득권, 거의 대부분이 반문재인”

 

헤 : 그것도 그렇지만, 언론이 이미 어떤 사건을 초반에 유죄로 세게 보도하게 되면 이 사건을 담당하는 사법부 판사들의 판결도 그 언론의 방향을 따라서 가는 거 같다.

 

 : 판사들이 다 그런 건 아닐 거 같은데. 아마도 판사들 중 다수는 이미 대단히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많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든다. 제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나, 제 법대 동기들은 지금 전부 ‘반문재인’이다. 서울법대 81학번. 변호사를 하든, 검사를 하든, 판사를 하든 전부다 그냥 ‘문죄인’ 이런 수준이다.

 

그런 사람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그런 판결 내리고 거의 노골적으로 그렇게 하는 거니까. 결국은 2021년 남한에서 법은 이제 더 이상 민주주의의 어떤 보호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법이 흉기로 동원되는 그런 경험들이 자꾸 쌓이고 있는 것이다. 임정엽 같은 사람이 대표적 사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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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은 법이 아니다”

 

헤 : 뭐 아주 식상한 이야기 같지만. 이런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시점이고 새롭게 상기시켜야 하니 말이 나온 김에 해보자면. 그동안 잘못 알려져 오긴 했지만, 소크라테스와는 굉장히 다른 거 같다.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그는 ‘악법도 법이다’라고는 안 했지만, 독배를 마신 거 자체는 그 ‘악법도 법’이라는 것에 굴복한 거 아닌가 싶은데.

 

 :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했던 것은 완벽한 날조다. 1930년대 일본학자들이 국가주의 정치 사조 그리고 공권력에 대한 절대복종, 군국주의 통치 이데올로기에 복종하던 일본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그런 날조다. 소크라테스야 말로 당시 아테네의 집권세력과 법집행 세력에 의해 일종의 사법살인을 당한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씌워서 유죄판결을 내리고 사형시킨 그런 상황인데.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왜 당했느냐? 그가 그 당시 집권 세력을 계속 비판했으니까 사형 시킨 거다. 그런 상황에서 소크라테스는 망명할 수 있었는데, 안하고 ‘나는 죽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해서 죽은 그런 사건이다.

 

이것을 두고 소크라테스가 고분고분하게 ‘악법도 나는 준수해야겠으니까, 악법도 지키겠습니다’ 한 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이 자식들! 난 죽는 게 무섭지 않으니까, 나를 죽여라!’ 이렇게 한 사례였었다. 근데 그걸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면서 ‘너희는 악법도 무조건 지켜라’라고 날조를 한 것이다. 이게 엄청난 해악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악한 법 제도에도 일단은 복종해야 된다는 식으로 세뇌해왔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저항을 잘 못하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 불러 놓고 귀속에 그런 말들 삭삭 해놓으면 (법과 법 집행 세력이) 엉망진창이 되어도 ‘아유, 법인데’라면서 위축된다.

 

잠깐 부연하자면, 2004년 헌법재판소는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내용 중 헌법에 대해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을 찾아 교육인적자원부에 수정을 요청했다. 그중 하나가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악법도 법이다’라는 내용이다. 이 말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대에 출판한 <법철학(法哲學)>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면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라고 쓴 내용이 마치 소크라테스가 한 말처럼 와전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표현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 법 집행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정요청을 하였고 현재 초‧중‧고 교과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김 지사 판결에 대한 허약함, 자주 지적해 줄 필요 있어”

 

헤 : 김지사 측 변호인들은 이 사건 판결 직후 김지사와 재심도 상의해본다고 하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 사건 재심 가능성 있다고 보는가?

 

 : 새로운 증거가 등장하면 재심도 고려해봐야 되겠지만. 재심보다는 대통령의 사면 권한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곧 다가오고 하는데.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헌법상 행사할 수 있는 적법한 사면권한이지만, 이 권한 행사도 대단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고,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야권으로부터) 공격의 빌미를 줄 여지도 있어서 사면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참 조심스럽긴 하다. 지금은 뚜렷한 차후 대응책이 없을 거 같다. 다만, 판결의 허약함, 진술 증거에 의존한 이 사건 판결의 허약함에 대해서는 지적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헤 : 사건의 양 당사자 간 진술 내용이 다르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을 가능한 배척하고, 객관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의존해야 하는데, 왜 우리 법원은 자꾸 어느 한 일방의 진술에 의존하는 결정을 내리는지 모르겠다.

 

 : 그것은 판사의 성향이다. 법원의 판결이나 법이라는 게 워낙 주관적이다. 사람들이 법은 객관적일 것이라고 자꾸 착각하는데, 법만큼 연약한 것은 없다. 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윤리이고 올바른 판단력 이런 것인데, 법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헤 : 최근 정치에 뛰어든 윤석열씨가 이 사건 가지고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을 문제 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데.

 

 : 그 사람 말이 무슨 가치가 있겠나. 아무 말이나 막 하지.

 

“인터넷 댓글 조작에 대한 포털사이트 자체 책임 논의돼야”

 

헤 :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하고 다시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 인터넷 댓글 조작, 이런 문제와 관련해 포털 사이트 자신의 책임 같은 게 이 기회에 논의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사실 포털 사이트들은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서 댓글들이 점점 자극적으로 되는 상황을 은근히 방치한다. 포털사이트 자신들이 충분히 기술적으로 차단하고, 소프트웨어로 예방할 수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안한다. 매크로 같은 것은 서버에서 충분히 디텍터(Detector)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안하고 있다. 그런 포털사이트의 영업모델 같은 것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헤 : 마지막으로 김 지사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서 ‘컴퓨터장애업무방해죄’를 적용한 것은 적정했나?

 

 : 기본적으로 이 죄는 컴퓨터 영역의 업무방해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그러니까 해킹 같은 걸 처벌하려고 하는 것인데. 김 지사가 해킹을 방조했거나, 공범이었다, 이런 문제 아니었던가. 법원은 킹크랩 어쩌고 하는 걸 공동 개발했거나, 적어도 알았거나 했다고 보고 처벌한 것이다. 그 죄를 적용한 것 자체는 법리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겠지만. 과연 김경수 지사가 그걸 원했느냐, 알았느냐는 것인데. 이 판단은 주관적이다. 어느 걸 믿느냐, 어느 걸 안 믿고 배척하느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그 주심 대법관의 성향 자체도 늘 거론돼오던, 도드라지던 성향 아니었나?

 

결국, 1심 법관이건, 대법관이건 법관이 판결을 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법관이 판결을 받아야 된다. 판결이라는 말은 옳지 않겠지만. 판단을 받아야 한다. 법관이 판단을 받는 처지에 놓여야 옳다고 본다. 법관이 내린 판결에 대한 궁극적인 최종 판결은 언론이 내리는 것이다. 그 법관의 어떤 점이 문제가 많다! 이런 식의 궁극적인 판결이 날 수도 있고. 언론의 제대로 된 평가가 그 법관에 대한 판단일 수 있다. 법관이 마지막 말을 할 처지에 있는 건 아니다. 법관은 자신의 판단을 세상에 내놓고 그다음에 머리를 조아리고 뚜드려 맞든가, 칭찬 받든가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