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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땀 흘려 번 돈을 사교육에 갖다 바치는 빨대 꽂힌 학부모들, 성장기 다양한 경험과 두뇌 성장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아이들을 위한 기사이다. 그리고 이것을 구조화시키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1g의 도움이라도 되고자 쓴 기사이다.

 

또한 ‘교육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많은 개개의 사교육 종사자들에 대한 비난의 기사가 아니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에 관한 기사이다.

 

 

서론, 다시 보기(rewind)

 

“교육의 근본적인 역할은 단순히 이전 세대들이 한 일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장 피아제(Jean Piaget), 1896.8.9 ~ 1980.9.16. -

 

아동 교육 심리학의 끝판왕이자 인지발달 이론의 선구자이며, 본인 자신이 이과와 문과를 넘나드신 ‘천재과’에 해당하는 피아제 선생의 말로 글을 시작합니다.

 

첫 편이 나가고 한달 만에 업로드된 기사라, 지난 편 ‘다시 보기(rewind)’를 하겠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과도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돈 쓰면서도 아이를 망치는 것이다.’

 

첫째,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어 공부의 핵심 요소인 ‘자기주도성’이 퇴화되므로 오히려 고등학생이 되면 학습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대학은 고등학교 성적으로 갑니다) ‘자기 주도성의 퇴화’는 그 아이의 인생 전반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미칩니다.

 

둘째, ‘학원 마케팅’의 핵심 요소인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사고력과 이해력 신장에 방해가 된다.

 

셋째, 학원들의 ‘특목•자사’ 마케팅에 속지 마라. 대부분 ‘공부 잘하는 아이들’ 에어컨 요금  보태주기로 끝나며 아이만 잡는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소년기’의 다양한 경험과 성찰의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진로’가 아닌 ‘부모가 선택해 준 진로’를 걷게 된다...

 

 

(지난 편 기사, 사교육에 빨대 꽂힌 학부모들 1편 링크)

 

 

본론, 과도한 사교육의 대안 PLAN A '공교육과 독서'

 

PLAN A는 지난 편에서 다룬 과도한 사교육에 신음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제안하는 ‘일종의 대안이자 해결책’입니다.

 

 

1. 학벌이 아니고 진로·적성입니다.

 

예전 겨울방학을 앞두고 ‘예비고1 국어 최상위반’을 강의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학원들은 겨울방학을 앞 둔 시점이 1년 최대 대목입니다. 예비중 예비고 모집에 1년 영업 실적이 거의 결정되지요. 설명회 약발도 가장 잘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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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이미지일 뿐입니다. 본 기사는 특정 업체에 관한 기사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천안의 모 전국 자사고에 합격한 학생이 등록 상담을 했습니다. 그 학생은 기숙사 입소 전까지 3달이 넘는 ‘황금 시간’을 국영수과 겨울 특강으로 빈틈없는 스케쥴을 짠 학생입니다. 

 

같이 온 부모님께서는 그 아이의 자사고 합격과 의대 목표에 대해 자부심에 넘쳐 저에게 말합니다. 가르쳐보니 특별한 것은 없지만 참 착한 아이였습니다. 하라고 하는 것 열심히 잘해오는 녀석이었죠. 

 

녀석과 친해졌고 종강이 다가올 때 같이 제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왜 의사가 되려고 해?”라는 저의 질문에 대한 녀석은 엄마한테 말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더군요. 

 

“선생님 전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제가 죽어라 공부해서 00고를 간 건요, 엄마 간섭이 하도 심해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가려고 한 거에요. 엄마 간섭을 피하려면 그것밖에 없었거든요.”

 

저는 의대 합격 보다는 이 녀석이 00고의 내신 경쟁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가 걱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엇나가지는 않을까가 걱정됐습니다. 

 

(특목 자사 합격 후 엇나가는 학생들이 의외로 참 많습니다. 모 기숙사형 고등학교에서 이런 학생들을 위해 ‘독서 심리 치료’를 하고 계시는 훌륭한 선생님을 알고 있습니다)

 

교육은 목표가 아니고 발달입니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 ‘대입’이 선택지 중 하나로 있는 것입니다. 

 

학부모 상담 중, “우리 아이 목표는요...”하고 시작하는 부모님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전 옆에 있는 해당 학생의 얼굴을 봅니다. 아이 스스로가 선택한 목표라면 부모님이 그 말을 할 때 아이의 눈이 빛나게 되니까요.

 

시대가 변했습니다. 진로 선택이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내 아이를 위해 낡은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학벌이 아닌 아이가 자신의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메타버스의 실현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시대입니다. 시대의 변화가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지식과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검색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구 1,800명 정도의 매릴랜드 시골 마을에서 15세에 췌장암 진단키트를 개발하여 스탠포드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전기공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잭 안드라카의 무기는 구글과 위키피디아였습니다. 

 

잭 안드라카의 TED 강연

 

학벌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거나 이미 끝났습니다. 더군다나 내 아이가 초·중학생이라면 10년 후의 현실을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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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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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출신의 한국인 구글러 1호 이준영 씨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책 제목은 <구글은 SKY를 모른다> / 출처-<아시아경제> 링크 

 

촛불은 꺼지기 직전이 가장 밝다고 합니다. 현재 보고 있는 SKY 출신 기득권 적폐들의 난동은 최후의 발악입니다. 자기들도 아는 것이죠. 보통 낡은 것이 사라질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전조 현상이 ‘권위의 상실’입니다. 

 

이제 더 이상 서울대나 하버드대가 권위를 가지지 못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학벌 기득권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이러한 시대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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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홈페이지에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내용 中 일부. 학부모시라면 2015 개정 교육과정 전문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안내’ 링크 

 

진로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있고 교과 과정에 진로 선택 과목을 추가했습니다. ‘추구하는 인간상’을 통해 교육의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주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삶을 개척해 나가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인 민주시민이 되는 것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어떤 점에서 대단히 변혁적입니다. 드디어 문·이과가 통합되었으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실시되고, 진로 선택 과정이 중요한 비중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벌써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연결고리가 짐작될 것입니다. ‘자주성’과 ‘진로선택’의 연결고리 말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초·중 시절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표는 어린아이들 학원 뺑뺑이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마음껏 놀아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해 보아야 합니다. 

 

부모의 교육적 역할은 내 아이가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고등학생이 되어 공부하고 싶은 이유와 목적이 생기고 가고 싶은 대학과 전공이 생기는 것입니다. 

 

“학벌이 아니고 진로입니다.” 

 

 

2. 공교육은 소중한 것이고, 공교육 쫓아갈 정도면 멋진 대학생 됩니다.

 

첫째로 우선, 공교육은 소중합니다. ‘주어진 것’이 아니고 ‘쟁취’한 것입니다.

 

공교육은 산소처럼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 천 년에 걸친 민중들의 피와 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민주사회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지식과 교육은 소수 지배계급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유럽에서 무려 1000년간 암흑시대가 지속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평민들은 라틴어 성경을 읽을 수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사회적 개혁도 시대적 맥락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16세기 부패한 가톨릭 기득권 세력에 대항한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이 가능했던 이유는 14세기 존 위클리프의 성서 영어 번역과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의한 지식의 대량보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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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위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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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 성경.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이다. 뉴욕 공립 도서관 소장.

 

교육이 민중의 권리가 되기 위해서는 계몽사상이라는 시대적 조류와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피와 투쟁이 필요했습니다. 최초의 공교육은 프랑스 대혁명 과정에서 자리 잡은 평등사상을 토대로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의회에서 콩도르세(Condorcet) 등에 의해 입안되고 19세기에 와서 완전하게 실시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교육이 특권 계급을 위한 엘리트 교육에서 국민 대중을 위한 보편 교육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공교육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옳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은 공교육 약화가 아닌 공교육 강화가 되어야 합니다. 공교육은 민주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교육은 가장 효율적(경제적)인 교육입니다.

 

세상 그 어떤 학원도 공교육이 받는 돈으로 그만큼의 교육을 시킬 수 없습니다. 2021년 올해부터는 고등학교까지 무상 교육이 실현되니 사실 경제성 부분은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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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링크>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방과후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싼 가격에 아이들이 다양한 학습·체험 활동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다음은 어느 평범한 초등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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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월 25,000원입니다. 선생님들도 모두 일정 기준의 검증 과정을 거치신 분들입니다. 이게 공교육의 위력이자 효율성입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아이가 친구를 못 사귀어요.”라는 말에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했던 제 아들은 친구가 정말 많았습니다.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지만, 반장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는 피자 20판을 쏘았고 아들에게서 “아빠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우리가 끝까지 싸워 지켜야 할 것이 바로 공교육입니다. 제가 지난 편에서 모든 것을 민영화하려 했던 이명박 정권의 자사고 정책을 비판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교육은 의무이자 동시에 소중히 지켜야 할 우리의 권리입니다.

 

 

셋째, 스스로 고등학교 내신 정도 챙길 수 있는 학생이면 됩니다.

 

저는 아이가 진로만 확실하다면 대학 진학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손흥민의 인생이 대학 진학과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손흥민이 아니고 BTS가 아닙니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현실은 그것이 내 아이의 진로와 질 좋은 직업 선택과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학원 강의를 하면서 들었던 가장 설득력 있는 대학 진학의 이유였습니다.

 

“우리 애는 특별한 재주가 없어서 대학이라도 나와야 먹고살아요.”

 

이래서 대학에 가야 한다면 너무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각보다 대입이 어렵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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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머니투데이> 링크

 

지방 국립대 정도면 자신이 선택한 진로를 실현하는 데 큰 문제 없습니다. 수도권으로 국한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권 대학 총 모집정원은 전문대를 제외하고도 대략 13만 명 정도입니다. 2021 수능에 응시 원서를 제출한 수도권이 아닌 전국 고3의 수는 대략 34만 명입니다(재수생 포함 올해 수능 응시생은 총 42만여 명입니다). 

 

여기에 결시율 13%를 적용하고 빠른 취업을 위해 전문대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재수로 빠지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은 수시와 정시입니다. 현재 수시와 정시 비율은 6:4 정도입니다. 7:3 정도에서 수시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6:4로 후퇴했습니다(제가 ‘후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세는 수시입니다. 수시는 내신과 데이터 싸움입니다. 내신(정확하게는, 내신이란 용어는 없습니다. ‘학생부 교과’입니다)이 중요하기에 학원들이 ‘내신대비’로 먹고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내신은 본인 의지와 충실한 학교생활의 결과입니다. 자기주도성이 핵심인 이유입니다. 

 

수능과 달리 교재와 시험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학교 선생님들이 나눠주는 프린트나 강조점이 시험 문제와 직결됩니다. 저를 포함해 학원들이 떠들썩하게 ‘내신대비’를 마케팅하지만 결국 본인이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중간고사 기말고사 몇 번 경험해보면, 학생들도 이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혼자 공부하거나 부족한 과목 인강 정도 듣는 학생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실제로 학원에 고3이 제일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고1이 제일 많습니다.

 

수시는 일종의 데이터 싸움입니다.

 

가장 정확하고 가장 풍부한 데이터를 가진 곳은 바로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즉 공교육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입니다. 

 

실제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무슨 과목 몇 등급이 어느 대학 무슨 학부에 붙었는지가 바로 가장 필요하고 정확한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의 대학 합격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가 갖고 있습니다. 

 

입시정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능이 끝나고 입시철이 되면 대형 학원들에서 체육관이나 대학 강당들을 빌려 입시설명회를 개최합니다. 학부모들로 미어터집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모든 정보의 근원이자 유일한 정보는 각 대학의 ‘모집 요강’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런 설명회 안 가셔도 됩니다. 고3 아이들, 지들끼리 대학 모집요강 보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대학 학부 선택합니다. 필요하면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잘합니다. 이론이 아니고 제가 매해 경험하는 일입니다.

 

이제 초·중 학부모들에게 광범위하게 가해지는 ‘특목·자사 마케팅’과 ‘명문대 학벌 마케팅’의 본질이 짐작되실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일종의 ‘폰지 사기’입니다. 계속 누군가를 끌어들여야 이익 창출이 가능합니다. 정말 위에 해당되는 학생들만으로는 ‘마켓’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진로)이 있는 아이로 부모들이 이끌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있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생활 충실히 하고 스스로 내신에 신경 씁니다. 이 정도면 자신의 진로에 맞는 대학 진학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3. 독서가 대단히 훌륭한 해결책입니다.

 

①독서는 공부의 비밀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또는 어느 날 갑자기 각성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저는 심지어 느지막이 고3 때 각성하고 8~9개월 공부해서 멋진 대학생이 된 제자들도 많이 봤습니다)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아이들입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존감 

둘째, 자기주도성(태도) 

셋째, 문식성(literacy)

 

입니다. 이 중 진로 선택은 자기주도성과, 독서는 자기주도성과 문식성의 발달에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②독서는 아이의 진로탐구에 대단히 도움이 됩니다.

 

‘학벌이 아니고 진로’는 이 글의 핵심입니다.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을까요? 

 

성장기 ‘경험’을 통해 찾습니다. 이 경험에는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이 있습니다. 막 태어난 아이의 최초의 스승은 부모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모방하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부모의 말투나 생활에서 보는 모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식은 부모의 거울입니다) 

 

좀 더 자라면 놀이를 통해 경험과 사회성(규칙, 타인과의 관계)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문자라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통해 추상화에 대한 능력까지 갖추게 됩니다. 문자를 익힘으로써 초등 저학년만 되어도 원시적이긴 하지만 시니피앙(signifiant, 기표, 記標)과 시니피에(signifié, 기의, 記意)를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래서 인간만이 ‘수학’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바로 이때 독서는 아이의 경험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시켜 줍니다. ‘어린 왕자’부터 ‘셜록 홈즈’까지 ‘로빈슨 크루소’의 삶부터 ‘이순신 장군’의 삶까지 다양한 캐릭터와 그보다 더 다양한 삶의 양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고 아이는 꿈을 꾸게 됩니다. 

 

‘과학자의 서재(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를 읽으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최근 교육계에는 ‘진로 독서’라는 카테고리가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께 책 한 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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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독서는 공부를 잘하거나 잘 할 수 있게 하는 태도를 만들어 줍니다.

 

대입 전 고등학교까지, 가장 중요한 공부의 요소는 지능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요즘 공부와 삶의 성공 요소로 ‘지능’이 아니라 ‘그릿, grit’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태도란 곧 집중할 수 있는 힘입니다. 

 

중학생이라면 50분 내외, 고등학생이라면 90분 내외 정도를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지와 달리 책(교과서)는 문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자란 100% 추상적 기호입니다. 쉽게 말해 ‘피자’라는 문자와 실제 ‘피자’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재미가 없습니다. 

 

이 재미없는 지루한 과정을 50분에서 90분간 집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의 상대성입니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90분과 홀로 책상에 앉아 추상적 기호들의 의미 파악에 집중해야 하는 90분의 길이는 절대 같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 주도성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 집중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지난 편에서 명강사의 강의 100분보다 스스로 하는 공부 30분이 성적에 더 결정적이라고 한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공부(성적)는 태도인데 이 태도는 자기 주도성과 상호작용합니다. 자기 주도성이 좋은 태도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고, 좋은 태도가 자기 주도성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 두 가지 모두 후천적입니다. 자기 주도성은  스스로 선택한 진로(꿈)가 있을 때 강화되고 태도는 훈련으로 좋아지게 할 수 있습니다. 이 훈련이 바로 독서입니다. 재미있는 책,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추상적인 문자의 의미 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 것입니다. 

 

어려운 논문들(링크)도 있지만, 굳이 필요 없고 알기 쉽게 쓴 좋은 글(링크)도 있습니다(자녀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변화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물적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질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일단 책상에 앉아 문자를 읽는 것부터 견뎌 낼 수 있어야 공부가 됩니다. 독서는 아주 좋은 훈련입니다.

 

 

④학업능력이 곧 문식성(literacy)입니다. 

 

이전까지는 독서가 ‘문해력’이라는 좁은 의미의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국어영역 비문학 지문(정확히는 ‘독서’입니다) 독해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의미가 확장 심화되어 ‘문식성’이라는 개념으로 의미가 심화 확장되었습니다.

 

홍익대학교 박영목 교수의 논문(링크)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천재 출판사의 고등 국어 교과서가 채택률 1위입니다. 이 교과서의 책임 저자가 바로 박영목 교수입니다. 아이들은 보통 ‘천재 박’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논문에서 기존 문식성을 ‘21세기 문식성’이라는 개념으로 심화 확장시키고 이것을 위해 올바른 읽기와 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중 시기에 독서를 많이 한 학생들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우등생이 될 수 있는 비밀이 바로 이 문식성의 발달에 있습니다.

 

독서가 주는 문식성 발달의 위력입니다. 학원 다닐 시간도 없다는 고등학교 3년간 150권을 책을 읽었다는 울산고 이영래 군의 기사입니다. 참고로 이영래 군은 불수능이라는 2017년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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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링크

 

좋은 브런치 글 한 편(링크) 소개합니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가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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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공부를 위해(대학은 고등학교 성적으로 가니까요.) 기초를 잡아준다고 어린아이들 학원에 보내 선행 학습시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좋은 공부의 기초는 책을 좋아하게 하는 것, ‘독서’입니다.

 

더 이상 논증이 필요 없을 정도로 독서의 효과는 명확합니다. 선진국들은 아예 법으로 어린이들에게 독서를 시킬 것을 못 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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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링크

 

 

⑤혹시 독서도 학원 보내시나요?

 

제가 독서의 효과를 강조하면 일부 학부모들은 독서를 국영수처럼 접근합니다. 아이들에게 국영수처럼 독서를 강요하고 심지어 독서도 학원에 보냅니다. 실제로 수많은 초등 독서학원들이 성업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모두 헛된 것입니다. 그냥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힘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이와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는 것을 권합니다. 

 

가서 만화책이든 뭐든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면 됩니다. 독서는 국영수보다 좋지만 국영수보다 재미있는 것입니다. 내 아이가 ‘독서가’가 되는 첫걸음은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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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뛰어 놀고 #공부는 정말 못했지만 #이제는 늠름한 대학생이 된 #어느 학원 강사(필자) 아들 초딩 때.

 

사교육의 광풍, 제가 앞에서 ‘폰지 사기’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습니다. 

 

let  it  be  . 

 

그냥 그들만의 리그로 내버려 두고, 뛰어들지 마세요. 나의 리그가 아니고 그들의 리그입니다.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멋진 남친 여친과 연애도 더 잘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만든 세상이 아니고 어른들이 만든 세상입니다.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합니다. 

하려는 사람은 행동을 하고,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이유를 찾습니다. 

 

작은 일부터,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됩니다.

 

첫째, 혹시 ‘00(지역 이름)+맹모’ 같은 커뮤니티에 가입해 있다면 탈퇴를 권합니다.

 

둘째, 내 아이에게 가급적 집밥을 먹입시다. 저는 유물론자입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건강한 육체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입니다. 자존감 역시 대단히 중요한 공부의 요소입니다. 강남 강의 시절 모 대형 수학학원 옆 편의점에서 학원 쉬는 시간에 몰려와 핫바 같은 것을 허겁지겁 먹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합니다.

 

셋째, 앞서 말했듯이 일주일에 한 번 힘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아이와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갑시다. 가서 아이 마음껏 책을 고르게 합시다.

 

넷째, 아이가 초·중이라면 학원 보내지 마세요. 고등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 필요에 의해 부족한 과목 인강 듣거나 학원 보내 달라고 할 것입니다. 그 돈으로 아이와 맛난 것 드시고  좋은 곳 여행 다니세요. 그리고 예쁜 옷 입게 하세요. 학원 보내느니 패션 감각 키워주는 게 나중에 아이를 더 잘 살게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와 ‘꿈,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대화해 보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인데, 안ㅊㅅ가 써먹어버려 왠지 볼품없게 된 명언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윌리엄 깁슨(William Ford Gibson)-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시대 내 아이 교육, 2022 개정 교육과정과 디지털 리터러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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