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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축협은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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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범을 비롯, 축협이 그동안 징계 받았던 100명을 사면하려다 여론에 뚜까맞고 철회하는 촌극을 벌였다. 팬들의 의문점은 하나다. 

 

“도대체 왜?”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징계를 받은 사람들의 사면 작업은 신중하게 할 것이다. 더욱이 승부조작이 K리그에 주었던 충격을 생각하면, 이 작업은 조심스럽게, 여론의 향방을 살펴서 처리할 것이다. 사면안이 통과되었다가 이사진 전원의 사퇴로 매듭지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모두가 이렇게 합의했다.

 

‘축협은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다.’

 

2. 사면 명단 100인, 누가 들어 있을까.

 

기본적으로, 이 명단에 포함된 승부조작범들은 매우 죄질이 안 좋은 사람들이다. 본인이 승부조작 행위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끌어들이려 했다. 또한, 자진 신고 기간에도 침묵으로 일삼으며 사태를 키웠다. 만약 이 사람들에 대한 사면이 통과됐다면, 그동안 몰래 유소년팀에서 일해온 최성국처럼(본인은 유스팀에서 버스 기사나 했다고 하지만, 지각이 있었다면 축구단 근처에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 지역 단위의 축구 관련 일에 종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레알 좋은 교육이 됐을 거다. 승부조작? 알빠노? 라는 본보기 말이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승부조작범이 핵심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승부조작범은 오히려 사면의 명분이고, 그 안에 누군가, 지금 사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었다고 추측한다. 합리적인 추측이다. 과연, 누가 있었을까.

 

 

하태경 의원실이 공개한 명단과 여러 보도를 종합해 볼 때, 눈에 띄는 사람들은 이렇다. 먼저, 2017년 부정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형사 고발된 사람 중 4명이다. 2017년이면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정몽규 재임 기간이었다. 여전히 축협의 고위급과 선이 닿아있는 사람들이며, 사면을 통해 정몽규에게 더욱 충성할 사람들이다.

 

당연히 축구계 사람들도 있다. 축구인이자 목사인 이영무는 고양 자이크로FC(前 할렐루야 축구단) 구단의 예산 사용 과정에서 문제를 빚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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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선수는 개신교도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과 감독을 오가면서 구단을 막장 상태에 빠뜨렸고, 지금도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한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었다.

 

사면 명단에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총사퇴한 이사진 누구도 100명의 명단을 다 알지 못한다. 이사들은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으며, 그들이 어떤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는지 맥락을 알지 못한 채 거수기 역할만 했다. 대한민국의 많은 조직이 그러하듯, 여기도 수뇌부가 다 짜놓은 판에 이사회는 통과의례로 일을 진행한다.

 

그런데 축협은 이 과정에서 재밌는 말을 한다. 이사들에게 사면 명단을 태블릿PC로 제공하면서,

 

“추후에 이 명단은 따로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니 이사들 중에서는 개별적으로 유포하지 말라”

 

라는 ‘부탁’을 한다. 축구계에서 축협의 부탁은 그 자체로 압박이다. 이사들은 총사퇴했지만, 그 누구도 명단에 누가 있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다. 100명 전부를 다 알지도 못하겠지만, 일부 명단은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이다. 왜? ‘난 이제 이사 아니니까’. 더 골치 아픈 문제에 휘말리기 싫어서 사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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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 링크

 

결국, 이 모든 촌극의 배경은 모든 이사가 사퇴했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정몽규에게로 향한다. 

 

3. 정몽규 체제의 빛과 그림자 

 

정몽규가 축협회장으로 당선된 건 2013년, 벌써 10년 차다. 세월 참 빠르다. 그 사이에 국대 감독은 최강희, 홍명보, 슈틸리케, 신태용, 벤투가 거쳐 갔다. 그동안 정몽규는 어떤 일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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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가 축협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건, 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임하던 시기의 업적 덕분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한민국 축구 전반에 관한 일을 맡는다면,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를 관리한다. 이번 사면 건에서 유일한 반대 의견을 냈던 곳이 프로축구연맹이었다) 2011년, 승부조작 사태의 충격으로 K리그가 완전 맛이 갔을 때, 정몽규는 승부조작 사태를 뒷수습하고 K리그의 승강제를 도입하였으며, 다양한 개혁을 펼치면서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1년이 조금 넘는 짧은 기간 동안 굵직한 문제들을 처리해 내는 그의 모습 덕분에, 팬들은 ‘축협회장 정몽규’에 대해서도 기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겉으로만 보면, 축협은 성장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축협의 최대 과제는 ‘예산 확보’와 축구 산업의 성장이다. 예산은 매년 커져서, 2023년엔 1,581억이라는 역대 최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축협은 FIFA의 배당금과 기업의 출연금에 상당히 의지하고 있는데, 꾸준히 월드컵에 진출하고 또 다양한 스폰서를 모집함으로써 재정을 탄탄히 한 건 괜찮은 성과다. 축구 산업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으니 겉만 보면 잘 해나간다고 볼 수 있다.

 

말 많았던 축협의 내부 구조도 개혁했다. 특히, 늘 회장단이 국대 선수 선발까지 개입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기술위원회를 분리해내고, 다시 기술발전위원회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로 분리한 후 홍명보-김판곤 체제를 출범시켰다. 홍명보-김판곤 체제와 파울루 벤투의 장기 재임은 아마 정몽규의 최대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이때 축협은 유스 단계에서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르는 전 과정에 시스템적 정비를 해냈으며, 나아가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서도 한층 진일보한 면을 보여줬다.

 

즉, 정몽규가 해 왔던 일은 축구계 출신이 회장이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들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일을 처리해나가는 적절한 절차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그밖에 칭찬할 건, 음, 굳이 꼽자면, 축구계 인프라 확충에 현대산업개발을 끼워 넣지 않았다는 거? 물론 법적 문제 때문에 못 한 거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삽질을 생각하면 경기장의 퀄리티를 위해서라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단점도 명백하다. 가장 큰 문제는 팬들의 비판을 받는 황보관-이용수 등에 대한 무한 신뢰를 이어간 것이다. 또한, 예산을 확충하는 데 눈이 멀어 국내 평가전만 고집하였고, 기술위에 개입하지 않는 건 좋았으나 기술위원장 선임을 예스맨으로 채움으로써 겉만 멀쩡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게다가 클린스만의 예처럼, 기술위원장은 방패막이로 쓰고 제멋대로 감독을 선임한 밀어붙인 예도 있다.

 

여기에 잇따른 외교 참사도 있다. FIFA 평의원 선거에서 2019년에 이어 2023년에도 낙선했으며, 2023년 아시안컵 유치 과정에서 카타르의 체계적인 유치 노력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유치 과정으로 인해 크게 비판받았다. 카타르와의 대결에서 결과는 19:0. 완패였다. 축구 인프라, 기업 후원, 외교적 영향력, 홍보 전략 등 모든 면에서 다 졌다. 차라리 유치에 뛰어들지나 않았으면 나았을 거다. 쪽팔린 건 둘째치고, 아시안컵 유치 과정에서의 초라한 실적으로 인해 한국은 향후 이 정도의 메이저 축구 대회를 유치하기는 틀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들어서는 어이없는 행정으로 연일 비판받고 있다. 안정환의 P급 지도자 자격증 획득의 편의를 봐줬던 사건이나, 클린스만 선임 과정에서 대놓고 뮐러를 총알받이로 세웠던 사건, 그리고 승부조작 사면 건까지. 이제 정몽규 체제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4. 정몽규는 도대체 왜 축협 회장을 한 걸까

 

정몽규가 삽질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아, 정주영이었더라면. 하다못해 정몽준이었더라면. 아니, 정의선만도 못하다.”

 

그는 아마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 이러한 비교와 무시를 당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회사에 나가고 축협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그의 비위를 맞춰주지만, 그들 또한 웃는 얼굴 뒤로 ‘사실 몽준이 형이 더 나았지...’라는 속마음을 가졌을 수 있다. 정몽규는 그들의 그런 속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해야만 했을 것이다.

 

정몽규가 축협회장에 도전할 때에도 그랬다. 정몽준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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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 링크

 

 

“정몽준 의원의 경험을 나눌 기회가 있다면 굉장히 좋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몽준 회장과 축구계가 분열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답했다. 2002 월드컵의 대성공을 이끈 정몽준의 그늘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승부욕을 분명히 내비쳤다. 정몽규가 공을 기울인 축협의 의사결정구조 개혁 또한 사실상 독재처럼 운영됐던 정몽준 시대에 대한 작별 인사였다. 철저한 엘리트로서 어지간한 일에는 사과하지 않았던 정몽준과는 달리, 정몽규는 축협회장으로 일하며 머리를 숙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몽규가 더 세련되고, 더 깔끔하며, 더 합리적인 축구협회를 만들고 싶어 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모든 기자와 축구팬에게는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정몽규는 왜, 굳이, 축협회장을 하려는 걸까?’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최악의 대회로 끝나자, 많은 사람이 축협의 비리와 고인물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런데 뾰족하고 뚜렷한 문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궁금증은 커진다. 정몽준이야 정치계로 입문했으니 축협회장을 했던 이유가 그럴싸한데, 정치에는 1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정몽규의 회장직은 당최 그럴싸한 설명이 없다. 알려진 대로, 정몽규는 축구 광팬이다. 사업하랴, 회장직하랴 바쁜 가운데에서도 어지간한 축구 유튜브는 다 챙겨본다고 한다. 하지만 수십억씩 사비를 쾌척해도 욕만 들어먹는 회장직을 끝끝내 이어가는 모습은 좀처럼 납득이 안 된다. 혹시, 돈일까?

 

축구협회는 거대한 예산을 굴리는 단체고, FIFA로 나가면 그 판은 훨씬 커진다. 돈을 뽑아먹으려면, 축구만큼 또 돈이 되는 게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적 환경상, 외국처럼 천문학적인 비리를 저지르고도 그냥 넘어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정몽규는 축협에 20억, 40억씩 사비를 쓰면 썼지, 자기 회사와 연결지어서 이익을 취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이런 쪽으로 찾아봤지만, 적어도 부패나 비리와 관련된 문제에서 정몽규는, 지금까지는 깨끗했다. 물론 축협회장으로서 얻는 명성과 영향력이 사업 상이 유형무형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건 당연하겠지만, 적어도 수치로 드러낼 수 있는 형태의 이익은 없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단순히 명예와 감투에 미친 사람이라서일까? 그렇다면 축협보다 훨씬 쉽고 좋은 길이 있었을 텐데, 왜 하필이면 뭘 해도 욕먹기 좋은 축협회장인 걸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결국 정몽규의 인생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정몽규 인생에서의 ‘결정적 장면’을, 이것으로 본다.

 

5. 정몽규의 결정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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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정몽규 현대자동차 부회장

출처 링크

 

이 장면은 1999년, 정몽구의 현대산업개발과 정몽규의 현대자동차를 맞바꿀 때의 기자회견 사진이다. 아들을 위해 형 정주영에게 대항하여 쿠데타를 일으키던 정세영은,

 

“몽구가 장자인데 자동차를 넘겨주는 게 뭐가 잘못됐어?”

 

라는 형의 한 마디에 결국 쿠데타를 포기한다. 자기 꺼라고 생각했던 현대자동차를 고스란히 빼앗긴 젊은 정몽규는 기자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입을 대빨 내밀며 제대로 삐진 티를 팍팍 냈다. 명절에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잔뜩 들은 어린아이처럼.

 

솔직히, 기분 엿 같았을 것이다. 차라리 꿈이라도 꾸지 않았다면 모를까, 줬다가 뺏으니 더 열 받을 거다. 자기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고, 그동안 현대차에서 일하면서 나름대로 비전도 있었을 텐데, 어른들의 한 마디로 인생이 결정되어 버렸으니 화가 날만 하다.

 

이후, 정몽규는 짬처리 당한 현대산업개발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독기도 올랐을 거고, 계속되는 사촌들과의 비교도 짜증 났을 거다. 현대산업개발의 성장 이후, 정몽규는 또 다른 증명 수단을 찾는다. 그것이 축협이었다. 나는 정몽규가 축구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그 내적인 ‘인정 욕구’에 있다고 본다. 

 

현대가 내부에서 축구란,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면서, 나아가 기업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정신적 유산이기도 하다. 정주영과 정몽준, 그리고 정의선이 그러한 것처럼,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축구 결과가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다시 말해, 축구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다. 나아가 그것은 더 강력한 리더쉽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축구에 가장 과몰입하는 집단이 현대가(家) 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인정 욕구와는 달리,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축구계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해오던 얘기가 있다. 정몽규는 엘리트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황보관과 같은 엘리트 출신의 인사들은 축협이라는 거대한 조직 아래에서, 또한 정몽규라는 이름의 뒤에서 일 해왔다. 자신들을 드러내는 것을 최대한 꺼리고, 공은 정몽규에게 주고 과는 짊어졌다. 반대로, 축구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김판곤은, 솔직히 ‘졸라 나댔다.’ 언론의 집중도도, 팬들의 칭찬도, 축구계에서의 명성도 김판곤이 독차지했다. 그 결과는 김판곤의 좌천이었다. 그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정몽규가 그들을 이용수나 황보관, 그리고 엘리트를 신뢰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보좌’할 제네럴리스트지, 자신보다 빛나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었다.

 

6. 진짜 책임을 져야할 때 

 

인사 경영에 있어 정몽규의 장점은 일하는 사람을 최대한 믿어주되, 그러면서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리 슈틸리케가 졸전을 이어가면서도 경질되지 않았던 건, 오직 정몽규의 믿음 덕분이다. 이용수-황보관이 연이어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다시 축협에 기용되는 것 또한 정몽규의 믿음 덕분이다. 홍명보-김판곤 체제가 짧은 시간 동안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둬온 것 또한, 그들을 믿되 간섭하지 않던 정몽규의 처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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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이 믿음의 리더쉽이 넘쳤던 탓일까. 축협은 구조 개혁을 했음에도 비정상적인 조직이 되었다. 회장단과 기술위를 분리했지만, 결국 기술위원장 선임은 정몽규 뜻대로였다. 또한, 정몽규가 이래저래 명예직 감투를 내주는 가운데, 진짜로 할 일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정몽규가 진짜로 해야 했던 일은 이익집단화가 되어버린 각종 연맹과 지역 축구협회를 축협의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고, 할 일 하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감투의 남발을 통해 각각의 축구 단체에 적절한 베네핏을 주는 형식으로 때워 온다. 

 

아직 전말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면 건 또한 특정한 산하 단체들의 이익과 관계되어 있을 것이다. 정몽규야 꾸준히 이어지는 일선의 건의를 듣고, 큰 아량을 베풀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어쩌랴. 그 또한 본인의 책임이다. 애시당초 사면 같은 아이디어를 회장에게 입 밖으로 내는 사람들을 가까이 둔 것 또한, 축구협회라는 조직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그리고 이제 정몽규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현대산업개발도 위기고, 축협도 위기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선 축협을 버리고 본업에 충실할 테지만,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젊은 시절, 그가 겪었던 좌절과 내재된 인정 욕구, 충분히 공감한다. 정몽준보다 더 괜찮은 축구협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 의지도 인정한다. 하지만 때가 되었다. 축구, 아니,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었던 본인의 결정에 대해, 진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아이파크에는 수많은 사람의 ‘내 집 마련’의 꿈이 깃들어 있다. 축구협회에는 축구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수많은 청년과 아이들의 꿈이 깃들어있다. 이제 정몽규의 꿈이 커질수록, 타인의 꿈이 위협받는다. 모두를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시대를 위해, 지난 10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Profile
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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