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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작가조합(WGA)이 5월 1일 이래로 파업을 지속하며, 할리우드가 멈춰있는 상황이라는 소식은 위 네모칸의 지난 기사들을 본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상당수 영화, 드라마 촬영이 ‘스톱’된 상태다. 

 

작가조합 추산(링크)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하루에 3천만 달러(약 387억 원), 누적 15억 달러(약 2조 원)로 추산된다고 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연합인 영화/드라마 제작자협회(AMPTP)의 말로는 손실이 더 있다고 한다. 파업하지 않았을 경우의 기회비용까지 추산하면, 여기에 12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 손실이 더욱 급증할 수도 있다. 곧 배우조합도 파업하겠다며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든다. 과연 자본주의 끝판왕이자 엄정한 공권력의 나라 ‘미국’이 이런 파업을 가만히 두고 볼까? 

 

한국 대통령실도 얼마 전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시위하던 노조원을 언급하며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상태를 방치할수 있는가”라고 했고, 한국의 모 보수(?) 정당 국회의원들도 2015년 쌀 수매 시위 당시 “미국에서는 시위대에 경찰이 총을 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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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머니투데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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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2015년,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노조와 관련해 이런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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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의문점. 미국에서 일어난 시위에서도 쇠파이프가 나오는가? 그래서 할리우드 작가 파업 시위대에서도 쇠파이프가 나왔는가? 

 

놀랍게도 답은 Yes다. 다만, 작가 파업에서는 키보드만 두드리던 손이라 그런지 쇠파이프의 형태는 약간 달랐다. 

 

 

스트리퍼가 작가 파업에 동참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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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oy Blake 트위터>

 

할리우드 스트립클럽 폴 댄서들의 시위를 위한 쇠파이프다. 

 

사연은 이러하다. 

 

스트리퍼들은 직업 특성상 영화, 드라마에 종종 출연할 일이 있기 때문에 영화스태프조합(IATSE) 노조원 자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도 있다. 북 할리우드 지역에 ‘스타 가든 토플리스 바’라는 스트립 바가 있는데, 이 바의 스트립 댄서들은 바 주인과 15개월의 협상 끝에 최근 연극배우 노동조합(Actors' Equity Association) 산하 노조로도 가입했다. 그래서 스트리퍼들은 배우, 영화 스태프 등 미국 영상업계 노조원들과 뜻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트리퍼들은 작가조합에 제안했다.

 

“우리 스트리퍼나 영화 작가나 비슷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이니 작가조합 시위에 동참하겠다.”

 

콧대 높은 할리우드 영화배우와 작가조합은 뭐라고 응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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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을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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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은 이랬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15일 LA 워너브러더스 본사 앞 작가조합 시위에서 스트리퍼 노조원들이 쇠파이프를 타고 폴댄스를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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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퍼도 연대한다’고 적은 스트리퍼 시위대

출처-<Joy Blake 트위터> 링크

 

언론(링크)에 따르면, 이날 시위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관들도 갑자기 시위대 사이에서 큼직한 쇠파이프가 나와서 처음엔 긴장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세우고 폴 댄스를 추니까 웃으면서 구경했다고 전한다. 시위 현장 근처 교통이 평소보다 더 막힌 거는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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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시위 현장 경찰들도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폴댄스를 본다 

출처-<Deadline> 링크

 

스트리퍼 노조 지도자인 ‘레이건(예명)’은 언론 인터뷰(링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시위 현장에 나와서 기쁘다. 우리가 노조를 조직할 때, 스태프조합(IATSE)와 작가조합(WGA)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 우리가 보답할 차례다.”

 

작가조합와 스트리퍼 노조원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다른 회원도 말했다.

 

“새로운 동료들이 시위에 합류해 사기가 높아졌다. 작가들과 스트리퍼는 연대(solidarity)하기 때문이다.”

 

 

청소 노동자도 작가, 배우들과 함께한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흥미로운 점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뭉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스트리퍼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글쟁이인 할리우드 작가들,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한 삶을 사는 할리우드 배우들, 여기에 할리우드 영화사 청소부도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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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캘리포니아 영화 스튜디오 앞에서

합동 시위를 벌이는 작가조합과 청소 노동자들

출처-<CNN> 링크

 

할리우드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 6월 15일 캘리포니아주의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넷플릭스 본사 앞에서 작가조합과 함께 시위했다. 작가 파업으로 인해 영화 촬영이 ‘올 스톱’되자, 스튜디오 청소부 50여 명이 “일거리가 없다”며 해고당했기 때문이다.

 

이날 시위 현장에 나선 청소 노동자는 연단에 올라 다음과 같이 말했다.

 

“15년 동안 CBS(미국 지상파 방송사) 촬영장 청소를 했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영화사가 청소노동자 근무 시간을 줄이더니 이젠 동료들이 해고당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우리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고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청소일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오늘 할리우드 작가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어섰다. 나에겐 의미가 크다.”

 

작가조합 서부지부 위원장 메리디스 스티엄도 청소부들에게 말한다.

 

“우리들의 파업이 여러분에게 고통을 끼치고 있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우리 파업 때문에 청소부들이 해고당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화사 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사가 지금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여러분 요구는 더욱 들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할리우드 작가와 영화사 청소부들의 합동 파업 시위가 열린 날은 6월 15일, 미국에서는 ‘청소부를 위한 정의의 날’(Justice for Janitors Day)로 기념하는 날이다.  1990년 6월 15일 LA와 할리우드를 시작으로 열린 미국, 캐나다 내 청소노동자 대파업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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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빵과 장미’ 포스터

 

1990년 6월 15일 LA 청소노동자 대파업은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 바로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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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는 영어 한마디도 못 하는 이주 용역노동자 청소부 주인공이 한 노동운동가의 도움으로 노조를 조직하고 청소부 임금인상과 의료보험을 위해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노동운동가 역을 맡은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 역을 위해 신분을 숨기고 실제로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청소부 등 밑바닥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어왔다.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 가운데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거 다 쇼 아냐? 오지랖도 풍년이네. 지구상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이 헐값에 착취당하는 청소부, 스트리퍼랑 친한 척하냐? 무슨 사회 약자 코스프레 하냐? 파업 때려치고 일이나 해라.”

 

정말 그럴까?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배우와 작가, 스트리퍼와 청소부 간의 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 못 믿겠다고? 한번 보자.

 

채닝 테이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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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골든 서클’에도 출연한 배우 ‘채닝 테이텀’은 영화배우가 되기 전에 여성 전용 클럽 스트리퍼로 일했다. 그는 피플지와의 인터뷰(링크)에서 “여자 25명 앞에서 벗는 일이 영광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매직 마이크: 라스트 댄스’에서 스트리퍼 시절 경험을 살려 연기하기도 했다. 

 

짐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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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실직한 후 16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공장 청소부로 하루에 8시간씩 일했다. (출처 링크)

 

애쉬턴 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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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청소부로 일했다. (출처 링크)

 

지미 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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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청소부로 일했다. (출처 링크)

 

존 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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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영화 촬영장 의상 담당으로 일한 적이 있다. “포르노 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영혼을 갈아 넣는 일이었다”고 언론 인터뷰(링크)에서 회상했다.

 

에이미 아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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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비를 벌려고 후터스(섹시 컨셉의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출처 링크)

 

사실 생각해 보면,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과거에 스트리퍼나 청소일을 했던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 전까지는 아무리 화려해도 영화, 드라마 일이란 결국 일용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일정한 직장에서 월급 받으면서 꾸준하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공연이라는 일거리가 있을 때만 한정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마무리되면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하고, 일거리가 없으면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일용직(seasonal worker)이다. 직장이 일정하지 않으니 의료보험, 퇴직금 혜택도 못 받는다. 한국의 무명배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영화, 드라마 업계인은 유명해지기 전까진 ‘투잡 쓰리잡’을 뛴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청소부 일을 하기도 한다. 각본 쓰는 일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 중에는 인기 영화배우가 된 후에도 각본 쓰는 일을 계속하기도 한다. 이들은 배우조합과 함께 작가조합에도 가입되어 있다. 

 

이렇듯, 업계 환경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균형을 맞추고자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그들의 노조를 만들고 노조원들에게 최저임금과 각종 수당, 대우 규정을 일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제일 위 네모칸의 1번, 3번 기사에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사정을 알면, 할리우드 스튜디오 청소 노동자들이 할리우드 작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행진하는 것도 그렇게 ‘위선적’이거나 ‘쇼’로 보일까? 한 작가는 언론에 연재중인 파업일기(링크)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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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 이미지>

 

시위를 하면 할수록 이제 이 나라에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이제 상위 0.01%가 아니면, 우리는 어차피 다 똑같은 처지다. 

 

그래도 우리 작가들은 적어도 운이 좋은 편이다. 최소한 꿈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까. 작가, 특히 TV 작가는 글 쓰는 직업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계층이니까. 하지만 다른 직종은 어떠한가? 프리랜서는? 연기 지망생은? 매일 14시간씩 일하면서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스태프들은 어떤 처지인가?

 

그래서 나는 다른 직종 사람들이 우리의 파업을 지지함에 놀라곤 한다. 왜 그럴까?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작가들조차 직업인으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다른 직종의 사람들은 어떻게 꿈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점을 봤을 때, 한국인으로서 청소 노동자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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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링크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할리우드 파업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를 하다 보니, 정작 처음에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 늦게 풀게 되었다.

 

“과연 자본주의 끝판왕이자 엄정한 공권력의 나라 ‘미국’이 이런 파업을 가만히 두고 볼까?”

 

윤석열 정부라면, 당장 몽둥이와 물대포로 때려잡으며 노조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구속수사하지 않을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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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링크

 

"할리우드에서의 작가 파업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작가들이 하루빨리 마땅히 받아야 할 공정한 처우를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할리우드는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미국 산업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야기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려면 작가들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 모든 이들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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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의회 결의문

출처-<할리우드 리포터> 링크

 

이것은 할리우드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다. 작가 파업 60일째를 맞아, 우리는 대기업이 더 이상 영화계의 미래를 갖고 흥정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또 대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한다.

 

작가 조합 소속 작가들은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일한 만큼 보수를 받아야 하고, 이룩한 성과에 대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 영화사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파업을 종료시키길 촉구한다.

 

대통령부터 지자체까지 오히려 파업하는 노조를 응원하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전 정부를 향해 맨날 두드리는 말처럼, 미국에도 대통령부터 지차체까지 종북, 주사파, 빨갱이에 잠식된 것일까? 이 정도면 자유의 수호자인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 “날리면 이 빨갱이 새끼야”라고 한 방 날려주셔야 하는 것 아닐까? 

 

현재 할리우드 파업에 대해 미국 연방 정부는 일정 선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사기업의 파업 문제에 대해 직접 나서지 않으려는 방침이다.

 

왜일까?

 

바로 이 나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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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의 일이다. 철강업계 노조인 미국 금속노조(USWA)는 US스틸 등 9개 철강회사를 대상으로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전쟁을 핑계로 철강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되지 못하고 있는데 불만을 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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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철강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출처-<Life>

 

2차 대전 당시 미국은 총력전을 이유로 전국 전쟁노동위원회(National War Labor Board)를 설치해 물자절약을 촉구하고, 배급제, 노동자 임금인상 억제 등에 나섰다. 당시야 나치독일과 일본 제국주의라는 사악한 적에 맞서야 한다는 확고한 명분이 있다 보니, 노동자들도 군말 없이 따랐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나니 철강 노동자들은 회사에 요구하고 나섰다.

 

“제길! 배고파서 못 살겠다. 전쟁 기간 동안 억제된 임금 인상분을 보전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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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평양에 입성하는 미군

출처-<대한민국 국군> 링크

 

이 시기에 북한 김일성의 침략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소련이 뒤에서 지원하고 중공군이 대거 뛰어든 이 전쟁이 터지며, 미국 사회는 ‘빨갱이’들이 자유 진영을 침략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바로, 이 아저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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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그 유명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매카시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 정부와 사회에 빨갱이들이 드글드글하다. 그런데 트루먼 대통령은 빨갱이들에게 너무 무르게 대하고 있다. 너도 빨갱이 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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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대통령 

출처-<public domain>

 

이런 상황에 들려온 1952년 금속노조의 파업 예고는 트루먼에게 치명적이었다. 만약 파업이 시작되면 미국 정부는 파업이나 노동운동 등 ‘빨갱이’스러운 행동을 방치한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았다. 

 

게다가 파업에 강경 대처할 명분도 충분히 있었다. 철강업계가 파업하면 한국전쟁에 공급할 무기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쟁과 냉전의 승리를 위해, 그리고 ‘공산주의에 강경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위해 트루먼은 다음 조치를 취한다.

 

“지금 국가 비상사태인 거 알지? 전시 지도자로서의 권한을 발동한다. 상무장관은 미국 내 모든 철강산업을 일시 국유화하고 파업을 중지시키시오!”

 

그러자 노조와 철강회사는 모두 트루먼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고, 그 유명한 ‘영스타운 철강회사 판례(링크)가 나온다.

 

“대통령은 헌법 및 의회가 명백히 규정하고 허가한 권한 말고는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대통령은 의회가 보유한 입법권을 빼앗을 수 없다.”

 

이 판결이 나오자마자 트루먼 행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철강회사 국유화 조치를 취소했다. 그리고 금속노조는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은 트루먼이 노조를 얼르고 달래서 50일 만에 종료되게 된다. 

 

이 판례는 미국 대통령(행정부)의 권한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규정한 대단히 중요한 판례다. 

 

한마디로 입법부는 법을 만드는 기관이고, 행정부는 그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므로, 대통령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이 판례는 미국 로스쿨 헌법 및 행정법 수업에서 반드시 가르치고,  변호사 시험에서도 자주 출제되는 중요한 내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사기업의 파업에 대해서도 거의 개입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파업은 노조와 사측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국 파업 현장에 경찰이 몽둥이나 물대포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거대한 미국에서 온갖 종류의 노동쟁의와 파업에 대해서 국가가 일일이 나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파업은 나라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술에 쩔어 살며 미국이라면 살랑살랑 꼬리만을 흔드는 ‘대통령 권한 마니아’ 모 국가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할리우드 배우조합의 파업이 미국 시각 기준 7월 12일로 다가왔다(지난 기사의 7월 15일은 오타였다. 미안타). 이제 곧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도 배우조합과 영화사 대표는 노사 협약 중이지만 “핵심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반응 이외엔 별다른 내용이 없다.

 

배우조합은 지난 주말 동안 파업에 사용할 피켓을 만드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파업이 필요할 때, 한다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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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배우조합 트위터> 링크

 

과연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의 ‘더블 크로스’ 아니 ‘더블 파업’이 시작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제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