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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은 실패한 독립운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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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서 일어난 만세 시위 사진

 

삼일절에 대한 흔한 오해가 있다. 3.1운동은 독립운동이며, 아름다웠지만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실패하고 말았다는 오해다. 그러나 3.1운동은 실패한 운동이 아니다. 3.1운동은 성공한 운동이며, 우리는 그 영향 아래 살고 있다.

 

3.1운동은 물론 독립운동이다. 그런데 동시에 건국 운동이기도 하다. 삼일 만세운동의 본질은 민주 공화정에 있다. 이 운동은 독립 후 대한민국의 체제를 규정한 운동이다. 20세기에 독립 후, 정치체제에 대한 분쟁이 한국만큼 없었던 나라는 드물다. 그 이유는 이미 3.1운동에 의해 민주 공화정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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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황제의 국장 사진

 

만세운동이 고종의 장례에 맞춰(공식 장례일은 3월3일) 일어났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한국인이 마지막 임금을 떠나보냄과 동시에, 이제 다른 체제를 선택했음을 증명한다. 당연히 일제 강점과 천황제가 동시에 부정 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당대 사람들은 만세운동이 성공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며, 실제로 성공한 혁명이다. 독립은 언제 될지 모르는 것이었으나, 만세운동이 이미 성공했으므로 운동의 내용대로 조선도 대한제국도 아닌 대한민국이 세워질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국뽕을 하자는 게 아니다. 사실은 사실이며, 팩트에 대한 고찰 없이 막연히 심드렁한 국까가 진실에 가까운 셈 치는 풍조는 병신같은 거다. 국뽕은 애국적인 병신이기라도 하지, 국까는 그냥 병신 아닌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해방 직후 3.1절은 가장 중요한 국경일로 제정되었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에 의해 탄생한 국가다. 즉, 일제강점기에도 우리 역사는 자체적인 힘으로 진보하고 있었으며, 우리는 그 진보의 결과다. 왜 쫌 민망한가? 사실인데 뭘 어쩌란 말인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 VS 건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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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대통령 취임식 현장

 

대한민국에 건국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이며,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겸 정부 초대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집착했고, 자랑스러워했다.

 

만세운동이 일어난 다음 달인 1919년 4월에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대한민국은 3.1운동에 의해 탄생한 나라인데, 탄생은 했으나 국권이 피탈되어 있으니 '임시' 정부가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자칭 '보수'이자 타칭 '극우' 그리고 실제로는 '매국'인 사람들이 부르짖은 1948년 건국설이 있다.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정부수립일과 헌법제정일.

 

1948.8.15 정부수립일이 건국일이다?

 

아니다. 당대 사람 누구도 건국이니 뭐니 하지 않았다. 그냥 정부수립일이라고 했지. 왜냐면 너무나 간단명료하게도, 정부가 수립된 날이니까.

 

1948.7.17 헌법제정일이 건국일이다?

 

헌법이 국가 자체라서? 아니다. 국가는 국가이고 헌법은 헌법이며 헌법은 국가의 도구다. 헌법제정일은 그냥 헌법제정일이다. 미국을 포함해 외세로부터 독립한 대부분의 국가는 건국일과 헌법제정일이 다르다.

 

이승만은 정부가 수립된 1948년을, 확신과 신념을 담아 '건국 30주년'이라고 했다. 이승만 본인은 단 한 번도 제 입으로 건국일을 바꾼 적이 없었다. 건국은 식민지 조선 민중이 했다. 그렇게 건국된 나라의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인 것이다. 

 

광복절 VS 건국절

 

1919년 vs 1948년...건국절 논란, 왜_ _ YTN 1-3 screenshot.png

출처 - (링크)

 

1948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일군의 무리는 99.99%의 확률로 이승만을 숭배한다. '건국 대통령'이라는 훈장을 달아주기 위해서다. 광복절이냐 건국절이냐? 존재할 수조차 없는 논쟁이다. 왜냐하면 건국절은 3.1절이기 때문이다.

 

왜 광복인가. 광복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그 빛은 당연히, 조선도 아니고 대한제국도 아니다. 기미독립운동으로 건국되었으나 국권이 피탈된 암흑에 처해 있었던 '대한민국'이다. 나라는 3.1운동을 했을 때부터 원래 있었다. 광복이 안 됐으니까 임시정부가 수립됐었고, 나중에 광복이 되니까 정부가 수립된 것일 뿐.

 

1948년 건국설은, 이 설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대한민국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세울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열하고 얄팍한 논법이다. 이승만을 대한민국의 아버지로 존경한다는 사람들이, 존경이 지나친 나머지 다름 아닌 이승만의 사상과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다.

 

장담하는데, 만약 이승만이 무덤에서 일어나 1948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무리를 본다면 곧바로 얼차려가 시작될 것이다. 하나만 해야 한다. 이승만을 존경하든지 부정하든지 하나만 정해서 와야 대화 상대로 삼아주지.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아예 대화가 불가능하면 기준 미달인 거다.

 

참고로 이 양반들이 이승만과 동시에 존경해 마지않는 박정희가, 이승만을 아주아주아주 혐오했다는 사실은 차치하고, 박정희도 대한민국이 건국된 해가 1919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짚고 넘어가겠다.

 

참고로, 영화<건국 전쟁>을 보니, 박정희 얘기는 쏙 뺐더라. 박정희는 이승만을 '이승만 노인'이라 폄하해 불렀고 귀환도 불허했다. 그 소식을 들은 이승만은 충격을 받고 시름시름 앓다가 하와이에서 죽었다. 박정희 파트 통편집 의도, 너무 뻔해서 귀엽다.

 

다시 돌아와서,

 

제헌헌법이 그런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다고. 제헌헌법으로 건국이 되었다고 하면서, 제헌 헌법의 내용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관절 무슨 얘길 하자는 건가.

 

국가는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세우는 것이다

 

미국은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한다. 왜냐하면 이날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는 현실적으로 아직 영국 지배하에 있었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독립국으로 인정받은 건 1783년 파리 조약에 의해서다. 그리고 미국 헌법은 1787년에 제정되었다. 하지만 미국인 누구도 미국이 독립 및 건국된 해가 1783년이나 1787년이라고 하지 않는다.

 

독립이나 건국은 원래 공동체 구성원에 의해 선언되면서 성립하는 것이지, 외국이 대신 해준다는 개념이 있어 본 적 없다.

 

혹자는 “미국은 싸워서 독립을 쟁취했지만 우리는 얻어걸렸잖아!”라고 목청을 높일 수 있겠다. 아니 그래서 독립절이나 승전일이라고 하지 않고 광복절이라고 하잖아. 광복절이라고. 원래 우리가 써 오던 용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단 말이다.

 

3.1운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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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1월1일, 임시정부·임시의정원 요인 58명의 신년 축하식(상하이)

 

'기미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우리들 대한국민'은 조국이 민주공화국이어야 함을 이미 정했기 때문에 헌정 가치를 위반한 이승만을 쫓아낼 수 있었다. 10.26 사건으로 귀결된 유신 독재에 대한 항거(주로 부마항쟁) 역시 헌정 가치를 뒷배로 두고서 가능했다. 1987년 전두환에게 백기 투항을 받아낸 6.10혁명 역시 3.1운동과 제헌 헌법이 보장한 가치를 근거로 성공했다.

 

그러므로 민주화된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는 3.1 운동의 수혜를 누리며 살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으로 민주화된 국가가 된 과정은 다름 아닌 삼일 만세운동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민주화가 됐으니,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이라느니, 진정한 건국의 해는 1948년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떠드는 사람들이 불태워지거나 돌 맞아 죽지 않는 너그러운 나라인 게다.

 

제도는 무력보다 강하다. 북한의 정체성과 헌법은 3.1운동을 배신했기에, 북한 인민이 혁명에 성공하기는 우리보다 수백 배 어렵다. 그리고 건국도 혁명도 그 주체는 인민이어야 하기에, 대한민국이야말로 북한에 대해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다. 3.1운동의 의미를 기껏 '기미 인민 봉기'라는 이름으로 축소한 북한은, 결단코 우리 민족사의 몸통일 수 없다.

 

3.1운동을 과소평가하고, 광복을 부정하고, 건국의 공을 국민이 아닌 일개 정치인에 돌리며, 국가의 근본을 무너뜨리려는 자들은 보수도 극우도 아니다. 본인들은 이승만이 너무나 애틋하고 진보 진영의 말빨에 당한 세월이 너무 서러워 그랬을 것 같다만, 그건 핑계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짓은 결국 매국이다. 애국자임을 주장한다고 애국자가 되지 않는다. 애국자로서 행동해야 애국자로 인정받는 게다. 국가를 부정하고 모욕하면 매국노다. 자신이 애국자라는 주장은 그저 말일 뿐, 현실에서 아무 가치도 지니지 않는다.

 

어쩌다 당연한 사실을 말하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극성 애국자인 것 같아서 민망한 세상이 됐는지 모르겠다만, 사실은 사실이고 아닌 건 아닌 거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이승만이 만들어준 선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부모님과 조부모, 증조부모에게서 나왔다. 우리는 우리 역사의 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