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윤석열 15번째.jpg

 

“군과 지역 주민이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민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15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통 크게 한 방 쏘셨다. 이걸 보면서 든 생각은, 

 

“너무 노골적이다.”

 

그린벨트 해제 때까지만 하더라도 ‘의심’이었는데,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뉴스를 보니 ‘확신’이 들었다. 

 

 

민생토론회라 쓰고 ‘선거운동’이라 읽는다

 

15번째 민생토론회에 앞서, 울산에서 열린 13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울산을 비롯한 지방의 경우, 보존 등급이 높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도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들의 필요가 있으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

 

13번째.jpg

 

그 결과 전 국토의 3.8%인 3,792㎢가 해제됐다. 해제된 구역을 보면, 역시나 경기도가 가장 크지만(1,131㎢), 그 뒤를 쫓아가는 게 경남(458㎢), 대구(400㎢), 울산(269㎢), 부산(249㎢), 경북(115㎢)이다.

 

소위 말하는 PK, TK 지역에 집중됐다는 게 보인다. 경상도에 몰린 이 지역들을 다 합치면 1,491㎢로 경기도보다도 크다. 대전이나 광주, 전남 등도 대단위로 해제된 지역이 있지만, 부울경이 압도적으로 크다. 

 

그린벨트 현황.PNG

 

물론, 정말 필요한 제한이 아니라면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제를 풀어주는 건 맞다. 하지만 왜 하필 총선을 앞둔 이 시기에 이걸 푸는 걸까? 게다가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바꾸면서 말이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 뉴스를 보자마자, 이건 22대 총선을 앞두고 대놓고 지방 민심을 휘어잡기 위한 ‘카드’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경상도 지역은 더욱 개발 특혜를 주면서 국힘의 텃밭 민심을 확실히 단도리 하는 모양새로 보였다(나만 그런 생각이 든 건 아니었을 거다).

 

이런 의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1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까지 언급하는 걸 보며 확신이 됐다. 

 

1515.PNG

 

대한민국 헌법 23조를 한번 보자.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바로 1항과 3항이다. 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조항이고, 3항은 이 개인의 재산을 ‘공용침해’ 할 수도 있다는 조항이다. 

 

(법적으로 따져 들어가면, 공용침해, 공용제한, 공용사용 등이 다 포함돼 있지만 그냥 공용침해로 통칭하겠다)

 

눈치챘겠지만,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이 3항에 해당한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둘러싼 역사

 

우리나라에서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역사는 꽤 긴데, 1950년부터 갖가지 군사시설 보호법들이 만들어졌다. 우선 해군기지 보호를 위해 <해군기지법>과 해면 방어를 위한 <해면방어법>이 나오고, 군사통신 기능 보전을 위한 <군용전기통신법>, 군용 항공기 보호를 위한 <군용항공기지법>, 마지막으로 <군사시설 보호법>이 1972년에 나왔다. 이 군사시설 보호법은 끊임없이 개정됐다(이게 재산권이랑 연결돼서 계속 개정되면서 범위를 줄여나갔다). 

 

그러다 최종적으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으로 대체 입법되면서, <군사시설 보호법>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으로 바뀌었다. 

 

말은 어렵게 썼지만, 한마디로

 

“군사시설 보호하기 위해 국민 재산권을 제한 좀 할게”

 

라는 법이다. 이게 애초에 좀 문제가 된 게...

 

“분단국가에서 군사기밀도 유지하고, 군사작전을 위해서 보호구역 설정한 건 알겠는데... 이거 너무 많이 설정한 거 아니냐?”

 

라는 거다.

 

모법이라 할 수 있는 ‘군사시설 보호법’ 기준으로 보면, 조금 충격적이다. 군용지가 전체 국토 면적의 1.4%이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약 6.8%인데, 이걸 다 합치면 전 국토의 8.2%가 국방 관련 제한 토지가 된다(군사시설 보호법의 개정 역사는 개발제한 구역 해제를 위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됐다(수십만 건의 민원이 쏟아져 나왔다). 선거철만 되면, 그리고 지역에 여당 소속의 거물급 중진 의원이 등장하면 ‘단골 민원’으로 나오는 게 이 군사지역 해제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역사상 최대라 보이는 이번 ‘해제쇼’는 뜻깊어 보인다.

 

“내가 이번에 여의도 117배 면적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했어!”

 

1a28928623621b912e83f4b780026ab8.jpg

 

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만하다.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이런 해제가 예외적인 건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됐고, 군사정권이 물러난 다음부터는 계속해서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해제되는 추세였다. 

 

555.PNG

이번에 발표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범위

<클릭하면 확대>

출처-<국방부, 뉴시스>

 

이걸 두고 안보에 문제가 생겼다 등의 주장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군부대 주변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은 별생각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국방부나 군관계자, 혹은 해당 재산권에 침해를 입은 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도 꽤 오래 이어졌다. 

 

가장 좋은 건 민간인 재산을 국가가 사들이는 경우다. 일본이나 독일을 보면, 토지를 반환하거나 보상하는 방법을 법적으로 강구했고, 스위스 같은 경우에는 시가지 내 군사시설을 민간과 공동으로 스포츠 센터나 회의장 등으로 활용하는 ‘신박한’ 방법을 내놨지만, 이건 한국의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스위스의 경우는 1960년대부터 군 기지를 도시 외곽이나 산악의 지하 시설로 이전했기에 이게 가능했지만, 역시나 비행장 소음만큼은 어떻게 해결이 안 됐다)

 

개인적으로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최대한 해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렇게 못한다면, 민간의 재산권을 최대한 ‘덜’ 침해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 너 윤석열 대통령 지지하는 거야?”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앞에서 말했지 않은가? 의심이 확신이 됐다고.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의 진짜 목적

 

13번째 민생토론에서 지역(부울경을 중심으로) 민심을 단도리 쳤다면, 이번 15번째 민생토론은 (서산을 챙겨주며) 마치 지역 민심을 챙겨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수도권 공략이다. 그것도 콕 찍어서 국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강남 3구와 성남의 민심을 챙기는 위한 공략인 것이다. 

 

서산비행장 서산시 제공.jpg

20전투비행단이 있는 서산 비행장

출처-<서산시>

 

서산 비행장 충남도 제공.jpg

파란색 범위가 서산 비행장

출처-<충남도>

 

20 전투비행단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주력 비행단이다.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인 KF-16을 주력기로 운영하는 최대의 비행단인데, 최대의 비행단답게 서산 비행장의 사이즈도 어마어마하다. 그 이전까지의 비행장들이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시절 비행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에 반해, 서산 비행장은 당시 돈으로 5천억을 때려 부어 나름 ‘힘줘서’ 만든 비행장이다. 

 

이번에 서산 비행장 근처 141㎢를 보호구역 해제한 건 나름 ‘의미’ 있지만, 이건 ‘밑장 빼기’가 아닐까 하는 게 내 추측이다. 왜? 이번에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339㎢ 중 가장 큰 규모가 서산이 맞긴 맞지만, ‘돈’으로 따지면, 강남과 성남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분당의 백현동을 포함해 성남에서 해제된 땅이 71.5㎢, 강남 개포동과 서초 내곡동 등 듣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강남땅이 46.4㎢가 해제됐다. 눈치챘겠지만, 서울 공항이다. 서울공항 근처를 아주 기분 좋게 탁 풀어준 거다. 

 

뉴스핌.PNG

출처-<뉴스핌>

 

서울공항11.PNG

서울 공항 부근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청와대 벙커를 손으로 가리킨 것마냥,

정확한 위치는 알려줄 수 음따....!))

 

나머지 접경 지역은 그냥 ‘들러리’고 이게 핵심이란 게 내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낙후된 접경 지역 민심도 달래고, 개인 재산권 행사를 위해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번 군사보호구역 해제의 메인은 비행장이다. 그것도, 

 

“서산 비행장을 눈앞에서 흔들며, 서울공항 밑장 빼기를 했다!”

 

라고 보인다. 전 국토의 0.3% 면적을 해제했다며 공치사했지만, 정말 ‘묘하게도’ 그 대부분은 비행장이며, 특히나 국민의힘 텃밭이라 할 만한 수도권 지역. 그중에서 특히 강남과 분당에 힘을 실어준 거다. 

 

13번째 민생토론과 15번째 민생토론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이란 이름의 ‘총선 개입 활동’을 한 게 아닐까 하는 확신이 든다. 이로 인한 문제는 벌써부터 예측되고 있다.

 

‘난개발’

 

‘외부 투기자금 개입’

 

‘부동산 거품’

 

등등 많은 이야기가 스물 스물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군사적인 문제? 이번에 푼 군사보호구역을 보면, 접경지역은 전체 해제 구역의 1/10 정도도 안 된다. 즉,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선 가장 적게 풀어줬다는 거다. 

 

비행장만 287㎢. 서산에 가장 많은 크기를 할애하며 포장했지만, 핵심은 서울공항. 안보 이슈? 툭 까놓고 말하자 서울공항은 이명박 정부 때 <롯데타워>를 세우면서부터, 

 

“보수정권이 국가 안보를 팔아먹었다!”

 

라는 게 증명됐다. 일반인이 보기에 서울공항은, 

 

“대통령 뜨는 곳?”

 

정도로 생각되지만, 여기는 엄연히 공군 기지이고, 전술통제기 대대가 있었고, 지금도 수송기와 전투기가 들락날락한다. 유사시 전쟁이 터지면, 이곳으로 전략물자가 날아온다. 그런데 이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에 떡하니 롯데타워를 올리면서 전투기 이착륙에 방해되게 만들었다(악천후 때 비행착각을 한다면? 555미터짜리 빌딩이 전봇대가 되어 조종사 시야를 방해할 수도 있다).

 

당연히 국방부와 공군은 반대했고, 그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거다. 

 

롯데타워.PNG

롯데타워

출처-<시사캐스트>

활주로.PNG

롯데타워로 인해 서울공항의 전투기들은

더 불편한 활주 경로로 바꿔야 했다. 

출처-<경향신문>

 

개인적으로 롯데타워란 존재 자체가 ‘보수 정권’ 아니,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의 ‘속살’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뭐 이제는 솔솔 서울공항을 이전 시키고, 그 부지를 그대로 활용해 신도시 개발하자는 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공항은 강남지역 사람들과 성남시에게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인데, 강남구 세곡동, 자곡동 등은 15층 이상 건물을 세우지 못하고, 성남은 30층 이상 건물을 올리지 못한다(그나마 롯데타워 올라서면서 좀 풀어 준 거다). 거기다 소음은 덤이다. 이러다 보니, 공항 근처 사람들은 공항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이런 민원을 등에 업은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서울공항 신도시 개발설이 흘러나온다(여야 가리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때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군침을 흘리는 게 바로 서울공항 땅이다.

 

“아, 진짜 땅도 평평하겠다. 위치도 서울 옆이겠다. 결정적으로 국방부 땅이라 땅값 들어갈 거도 없고, 아 진짜 딱인데...”

 

이러고 있는 거다. 물론, 예전에 비해 서울공항의 군사적 활용도는 많이 떨어졌고, 롯데타워가 올라간 뒤로는 서울공항의 보안 역시 완전 날아가 버렸다(롯데타워 전망대에서 보면, 서울공항이 다 내려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자기 텃밭에 시원하게 인심 한 번 쓴 거라는 게 내 추측이다. 

 

부디 한숨만 나오는 이 추측이 틀렸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