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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 성향이 뚜렷한 분은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했을 터입니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또는 자기 주머니 사정이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를 고려하여 투표할 분이 있으리라 봅니다.

 

경기(景氣)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부터 입증되었습니다. 미국의 레이 페어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의 경제를 통해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모형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가 어려울 때 책임론과 정권교체 심판론 등으로 여당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여야 정권교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인 출신 인재영입_출처 연합뉴스.jpg

1월 22일 여야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출신 인사를 각각 영입했습니다. 왼쪽은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출처-<연합뉴스>)

 

당연히 반대로 선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언급한 대로 경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선거를 위해 경제 정책을 특정 집단이나 산업 분야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경우도 생깁니다. 대부분 확장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다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기에, 선거가 끝난 후 다시 긴축정책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물론 경제와 선거가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때보다 경제가 선거의 관건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1. 문 정부 vs 윤 정부

 

간결히 문재인 정권의 19개월과 윤석열 정권의 19개월로 같은 기간 동안 주요 경제지표를 비교해 보지요. 가장 기본이 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문 정부 평균이 3.1%, 윤 정부 평균은 1.7%입니다. 특히 윤 정부 2년 차 1, 2분기는 1%가 채 되지 않는데, 이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 상황에서만 기록되던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핵심은 수출입니다. 동일한 기간의 수출 증감률은 문재인 정부 9%, 윤석열 정부 -2.5%입니다. 이에 따라 수출입액의 차이인 무역수지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누적액은 문재인 정부 1,317억 달러, 윤석열 정부 -492억 달러입니다.

 

다음 지표는 일자리와 임금입니다. 동일한 기간 늘어난 일자리는 문 정부 28만 개, 윤 정부 25만 3천 개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임금의 경우 차이를 보입니다. 문 정부에서는 상승률 2.8%를 기록하며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한 반면, 윤 정부에서는 -1.0%를 기록하며 하락했습니다. 명목임금은 상승했지만 실질임금이 하락했다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았기 때문이며 실질임금의 하락은 임금 생활자들의 생활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물가상승률의 경우 윤석열 정부 집권 초기부터 6%를 넘기며 고물가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이후 하락추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3%대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평균 물가상승률은 4.3%에 달할 만큼 꾸준히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물가상승률은 대부분 2% 미만이었고, 평균 1.6%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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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의소리>

 

경제 지표는 러-우 전쟁과 같은 국제정세의 영향도 있는 만큼 모든 것을 현 정부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는 과거 문 정부의 경제정책과 실적에 관해 수많은 비난과 비판을 했고, 현 정부를 향한 질책에 대해서조차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총선 이후 작심한 정부와 여당이 경제에 순풍을 불어올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객관적 지표만을 보았을 때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은 피해 갈 수 없을 터입니다.

 

2. 역대급 부채와 연체율

 

윤 정부에서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만 가는 부채와 이에 따른 연체율의 증가는 계속해서 지적된 사안입니다. 개인과 기업의 연체율 상승은 그들에게도 큰 고통이지만 연체율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면 금융권과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안깁니다. 팬데믹과 경기침체를 대출로 버텨오던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1년 새 50% 이상 늘어났습니다.

 

더구나 자영업자들은 가계대출과 기업 대출을 모두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2023년 12월 말 약 335만 명이 약 1천110조 원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22년 12월 말 약 327만 명, 1천83조 원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대출자가 약 8만 명, 대출 잔액은 27조 원가량이 늘어난 셈입니다. 게다가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한 연체금은 약 18조에서 27조로 9조 원 급증했고 연체율도 1.69%에서 2.47%로 뛰었습니다.

 

이들 중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현재 약 173만 명입니다.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 약 335만 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대출잔액도 약 690조에 이릅니다. 이 또한 1년 전에 비해 약 5만 명, 16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들의 연체액은 약 22조로 2022년 말보다 8조 원가량 늘었고, 연체율도 2.12%에서 3.15%로 높아졌습니다.

 

이 여파로 대출 연체율은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대출 연체율은 0.46%로 한 달 전보다 0.03%, 1년 전보다는 0.19%가 상승했습니다. 가계대출이 0.39%, 주택담보대출이 0.25%이며, 신용대출은 무려 0.76%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연체율과 대출 규모가 현재는 크게 상승하지 않기에 안정화돼 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점은 기실 시민들이 더 이상 대출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음을 반증하지요.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연체율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적어진 가계의 소비 여력도 줄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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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재윤·안예지(연합뉴스)>

 

가계뿐 아니라 기업 대출의 연체율도 0.52%로 상승했습니다. 연체율 상승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몫이었습니다. 각각 0.64%와 0.56%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대기업의 연체율은 0.18%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2금융권과 부동산 PF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 기업과 법적으로 독립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생기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 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의 경우 증권사 13.85%, 저축은행 5.56%, 캐피털을 비롯한 여신업체가 4.44%입니다. 대출 잔액도 6조 3,000억 원, 9조 8,000억 원, 26조 원에 달합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의 연체율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들 인터넷 은행은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큽니다. 2023년 8월 말 기준 케이뱅크 4.13%, 카카오뱅크 1.68%, 토스뱅크 3.40%의 중·저신용자 연체율을 기록했습니다. 일반 신용대출의 연체율도 카카오뱅크 0.77%, 케이뱅크 1.57%, 토스뱅크 1.58% 순으로 1%대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들 3대 인터넷 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 평균은 1.20%, 중·저신용자 평균은 2.79%로 전체 은행의 평균 연체율보다 2~5배가량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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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몰리는 인터넷은행...연체율 '빨간불' _ YTN 1-32 screenshot.png

출처-<더스쿠프·YTN>

 

그동안 정부는 ‘빚으로 빚을 갚으라’는 각종 규제 완화와 대출상품을 출시하며 국민들을 빚더미에 허덕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정책 방향은 총선 전까지만 버티려는 정부와 여당의 계획이었으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 달여 남은 총선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줄어들지 않은 빚더미 속에서 버티고만 있는 게 과연 국민에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3. 폐업과 줄도산 그리고 구조조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은 역대급으로 치솟았습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외식업 폐업률은 10%로, 전년 대비 1.2% 증가한 수치입니다. 폐업률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입니다. 서울(12.4%)·세종(11.7%)·대전(11.5%)·대구(10.9%)·인천(10.8%) 등 세종시를 비롯한 대도시 폐업률이 평균보다 높습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소상공인 공제제도인 노란우산공제의 폐업 공제금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3년 8월 기준 총 지급액은 8,949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급증했습니다.

 

_보세요, 너무 없어요_…'줄줄이 폐업' 사상 첫 1조 원 넘었다 _ SBS 8뉴스 1-20 screenshot.png

출처-<SBS>

 

소상공인의 폐업률 증가는 쉽게 누그러들지 않으리라 전망합니다.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특히 외식업계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1만 원 이하의 가격을 받는 식당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러니 도시락을 싸 오는 경우도 늘어났고, 편의점 매출이 증가하는 등 많은 이가 외식 자체에 부담을 느끼며 그 비용을 줄이려는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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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보세요, 너무 없어요_…'줄줄이 폐업' 사상 첫 1조 원 넘었다 _ SBS 8뉴스 0-40 screenshot.png

출처-<SBS>

 

폐업할 지경은 아니더라도 자영업, 소상공인들을 압박하는 것이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는 지속적인 대출과 상환연장 등 꼼수를 부리며 버텨왔습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 말 864조 4천억 원으로 2019년 말 대비 58.4%나 증가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204조 원 가운데 40%인 약 82조 원의 상환 시기가 총선 직후인 4~7월에 집중된 것입니다. 총선까지 버텨보자는 정부와 여당은 선거가 끝난 직후에 본격적인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기에 중소기업들의 폐업은 가속화할 터입니다.

 

자영업, 중소기업뿐 아니라 수차례 언급되었던 건설사들의 줄도산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입니다. 지난해 1,948개의 건설사가 폐업하며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과 이익률마저 크게 떨어지며 업계 자체의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났습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합니다. 태영건설 사태와 함께 건설사의 투자액 자체가 줄어들었고, 건설사들의 수익성도 악화하였기 때문입니다.

 

부실기업이 폐업을 면하더라도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수반하는 것은 인력 감축 즉, 구조조정입니다. 이미 제약회사를 비롯해 게임사 등 일부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부채가 늘어가 빚에 허덕이고, 기업들은 도산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가 성장한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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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매일경제>

 

4. 윤 정부의 부동산

 

윤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는 부동산 문제였습니다. 문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고, 이를 향한 심판론이 대선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오락가락 갈팡질팡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한다고 했지만, 실제 쏟아져 나오는 정책들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완화하고, 다주택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들이었습니다.

 

총선 10대 공약 비교_출처 서울경제.jpg

출처-<서울경제>

 

게다가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 측면에서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문제가 발생하면 시종 남 탓으로 일관하기에 바빴습니다. 특히 문제였던 것은 전세 사기 피해 대책과 건설사들의 PF 부실화를 향한 서로 다른 정부의 자세였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 지원에 관해서는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던 정부가 건설사들의 무리한 투자로 생긴 부동산 PF 부실에는 수십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하였지요.

 

윤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는 태도입니다. 내놓은 정책으로 대출이 어떻게 확대됐는지, 전세 보증보험 비용이 왜 늘었는지에 무관심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다 보니,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1.10 부동산 대책과 같은 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 정책, 특례보금자리론 등 각종 정책을 내보였지만, 이미 꺾여버린 심리를 다시 돌리기는 어려운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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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5. 마무리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선거가 경제의 영향을 주거나 받는 것은 아닙니다. 더불어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국민 다수의 맘에 들도록 경제를 발전시켰다거나 파탄했다고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윤 정부처럼 경제에 관심이 없었던 정부가 또 있었나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습니다. 대통령 본인과 측근의 수많은 의혹을 해명하지 않고 시간만 끌면서 경제보다 정쟁에 관심을 두는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 총선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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