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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만약 영구기관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 영구기관은 인류의 슈퍼히어로가 될 거다. 단 하나의 영구기관으로도 전 세계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구기관은 기계공학에서의 슈퍼히어로로 불릴만하다.

 

하지만 열역학 법칙들을 대놓고 위반하는 슈퍼히어로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구기관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과학적으로 엄연히 밝혀진 사실이고, 대학생 수준의 열역학 교과서에도 버젓이 설명될 정도로 자명하다.

 

하지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여전히 영구기관을 꿈꾸면서 영구기관 발명을 반영구적으로 하는 발명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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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에 발간된 “Popular Science”라는 잡지의 표지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발명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꽤 잘 알려진 영구기관의 아이디어 중 하나이다. 빌라르 드 온느쿠르의 망치가 달린 바퀴에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이 장치가 생각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바라보는 표정에서 고뇌가 느껴진다. 이 잡지에 실린 영구기관 관련 기사 제목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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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기관의 끈질긴 유혹 (The Undying Lure of Perpetual Motion)”

 

이때에도 영구기관을 발명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기사의 저자가 영구기관에 대한 추종을 “아주, 아주 오래된 그릇된 생각(the old, old fallacy)”라고 말하면서, 심지어 그 그릇된 생각을 도끼로 찍어 눌러버리겠다고(tomahawk)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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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세기가 지나서 같은 잡지에 같은 이미지가 표지를 장식했다. 발명가의 머리숱이 늘어나고 콧수염도 생긴 것이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뒷면에 걸려있는 도면의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발명 (new invention).”

 

그렇다. 아직도 영구기관을 꿈꾸는 발명가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발명가들의 영구기관에 대한 열정과 그런 장치를 만들어보려는 처음의 의도는 좋았다고 본다. 다만, 자신의 열정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그 누군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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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 하인즈(Thane Heins)라는 캐나다 출신 발명가가 있다. 하인즈는 1985년부터 “Perepiteia”라는 장치를 발명, 개발하고 있는데, 이 장치가 영구기관이라고 주장했다 (왜 과거형이냐면 최근에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소문이 있다). Perepiteia는 소량의 전기를 입력으로 받아, 대량의 동력을 발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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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2008년에 하인즈는 MIT의 마커스 잔 (Markus Zhan) 교수를 초청해서, 자신의 장치를 시연했다. 자신의 발명이 영구기관임을 저명한 교수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거다.

 

잔 교수는 이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Perepiteia가 영구기관이 아님을 밝혔다. 어떻게? 아주 단순하게.

 

하인즈의 장치는 벽에 있는 콘센트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고 있었다. 다른 전자 기계들처럼 전원이 꽂혀있던 것이다.

 

영구기관의 정의를 다시 떠올려보자. 영구기관은 초기 시동 이후에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꿋꿋이 영구히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하인즈의 장치는 외부로부터 전기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으니, 이미 영구기관의 정의는 빠그라져 있는 것이다.

 

하인즈는 Perepiteia에 완전히 꽂혀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인생은 행복할 것이다. 아내와 이혼했고 두 아이에 대한 양육권도 잃어버렸지만, 어떤가. 하인즈는 자신의 발명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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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쿨러.. 에고 쿨럭..

 

영구기관 비스무리한 발명도 있다. 이건 강의 때 때때로 언급할 만큼 흥미로운 발명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발명된 “에코 쿨러 (Eco-Cooler)”가 바로 그 주인공. 매우 친환경적인 냉각장치라는 느낌이 팍팍 들게 하는 이름이다. 작명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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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는 정말 정말 단순하다. 페트병을 적당히 잘라서, 판때기에 여럿 꽂아 놓고, 이 판때기를 집의 창문에 설치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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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는 전력난이 심각하다. 더운 여름을 사람들이 잘 이겨내도록,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집을 시원하게 하고자 함이 발명 의도다. 공학자로서 감히 말한다. 이 발명은 방글라데시의 훈민정음 급이다.

 

“나라의 전력난이 선진국과 달라

폭염에도 냉방을 할 수 없기에,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시원하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이를 위하여 가엾이 여겨

새로 에코 쿨러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로 쓰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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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딴지 편집부

 

에코쿨러의 작동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하기야 장치가 아주 단순하니, 작동 기작이 복잡할 리가 없다. 발명가 측의 주장에 따르면,

 

1)바람이 페트병의 넓은 쪽으로 들어와 병목을 통과해 건물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다.

2) 페트병의 단면적이 줄어들면서, 바람의 속도가 빨라진다.

3)속도가 빨라진 바람이 페트병을 거쳐 실내로 들어오면 갑자기 부피가 늘어나면서 온도가 떨어진다.

4)온도가 떨어진 바람이 실내의 공기도 같이 식혀준다.

 

아… 여기서 독자들이

 

“왜 바람 속도가 빨라지게 되지?”

 

라고 궁금해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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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기계공학의 기초 학문들 중에, 공기나 물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하는 유체역학(流體力學)이 있다. 열역학처럼 유체역학에도 법칙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라고 한다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질량은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라는 법칙이다.

 

모든 에너지 시스템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모든 유체의 흐름도 질량 보존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사실 모든 에너지 시스템도 질량 보존의 법칙을 따르고, 모든 유동도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따른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이렇게 저렇게 해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에코 쿨러의 페트병에 적용하면, 이런 단순한 관계를 얻게 된다.

 

바람의 속도 × 페트병 단면적 = 일정

 

이를 달리 표현하면, 바람의 속도는 페트병 단면적에 반비례한다.

 

바람의 속도 ~ 1/페트병 단면적

 

여기서, 바람이 페트병을 통과할 때, 그 방향으로 병의 단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위의 질량 보존의 법칙 공식을 적용하면, 바람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에코 쿨러의 페트병같이, 기체나 액체의 흐름, 즉 유동이 통과하는 단면적을 줄여서 유동을 더 빠르게 하는 장치를 “노즐 (nozzle)”이라고 한다.

 

왜인지 이해하기 귀찮아져서 여기까지 빠르게 넘어온 문과 친구들은 포기하지 말고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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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처럼 넓은 복도를 많은 사람들이 걸어간다고 상상해 보자. 사람들은 여러 줄을 이루고 있는데, 각 줄마다 복도의 한쪽 벽에서 다른 쪽까지 닿을 정도로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사이좋게 걷고 있다.

 

그런 줄이 앞뒤 일정한 간격으로 여럿이 있고, 사람들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깐 같이 걸어 나아가 나면.. ” 노래도 같이 부르면서 흥겹게 발을 맞춰 걷고 있는데, 문제가 생긴다. 복도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맨 앞줄의 사람들은 좁아지는 복도 때문에 서로 몸을 부딪히게 되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천천히 걷게 하기는 힘드니까, 자신들이 더 빨리 걷거나 뛰게 된다. 그러면서 횡대는 무너지고, 대신 사람들이 앞뒤로 퍼지게 되면서 뛰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좁아진 복도를 지나갈 수 있게 되고, 똑같은 과정을 모든 줄들이 겪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매우 복잡한 존재이므로, 여기서 기술한 사고실험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예를 들면 힘을 합쳐 복도의 벽을 부숴버린다거나), 대부분의 경우, 복도가 좁아지는데 뒤에서 군중이 일정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면, 사람들은 좁아진 복도를 더 빨리 뛰는 선택을 할 것이다.

 

이런 노즐은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당장, 에코 쿨러의 설명에 나와 있는 사람처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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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를 미세먼지가 그득한 공기로 가득 채우고, 일정한 느낌으로 폐로부터 입을 통해 공기를 내보내보자. 그렇다. 그냥 입으로 바람을 부는 것이다. 이때 입을 크게 쩍 벌리고, 손바닥을 입 앞에 두면, 그닥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점차 입술을 오므리면 손바닥에 닿는 바람이 더 강해진다. 입술을 오므린 것이 바람이 지나는 단면적을 줄이는 행위이고, 이때 우리의 입이 노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물이 나오는 호스를 떠올려보자. 왜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장난 몇 번 쳐본 적 있지 않나. 손가락으로 호스의 끝을 조금 막아주거나 호스의 끝을 지그시 눌러 찌부러뜨려 물을 세차게 멀리 뿜게 하는 것. 같은 원리다. 손가락으로 물이 지나가는 호스의 단면적을 줄여줬기 때문에,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물의 흐름이 빨라진 것이다. (여기서 3배 빠른 그분이 생각난다면 당신의 오타쿠력은 최상급!)

 

에코 쿨러의 창시자 측의 주장에 따르면, 페트병을 통과하면서 빨라진 바람이 페트병으로부터 나와 집 안으로 들어올 때 갑자기 팽창하면 (열역학적으로 단열팽창 adiabatic expansion이라고 한다), 바람의 온도가 떨어지고, 그 결과 집 내부의 공기를 차갑게 한다는 것이다.

 

손바닥에 바람을 불 때, 입술을 오므리면 바람이 더 빨라지고, 바람이 닿은 손바닥이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원리와 같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뭔가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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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에코 쿨러는 전형적인 혹세무민의 발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코 쿨러는 작동하지 않는다. ‘거의’ 영구기관 급의 발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단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문제점, 바람이 페트병을 통과하지 못할 것. 아니, 그보다는 페트병을 통과하는 바람의 양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페트병 하나를 놓고 생각을 해보자. 단면적이 줄어드는 이 노즐에 바람을 통과시키려면, 무엇인가 공기를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얘기한 노즐 장치들의 경우에는, 공기 같은 기체에는 송풍기나 압축기를 사용해서 기체가 흐르게 해주고, 물 같은 액체의 경우에는 펌프를 사용한다. 우리가 오므라뜨린 입술을 통해서 바람을 내보낼 때에는, 횡격막에 힘을 주어 허파를 쥐어짜면서 바람을 내보는 것이다. 바람이 그냥 생기지는 않는다 (여기서 나루토의 풍둔이 생각난다면 당신은 매우 오타쿠).

 

그런데 이 에코 쿨러에는 바람을 일으켜주는 장치가 없다. 그냥 창문에 설치해두고, 집 밖 바람이 자연스럽게 에코 쿨러의 페트병들을 통과해 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집을 시원하게 하고 싶다면 그냥 창면을 열어두면 될 터인데, 그 창문을 이 에코 쿨러로 가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페트병들이 바람이 가려는 길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 즉, 에코 쿨러를 설치한 순간, 그냥 창문을 열어놓는 것에 비해서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에코 쿨러의 냉각 효과도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두 번째 문제점, 단열팽창에 의한 온도 저하가 과연 실제로 일어날까 하는 점이다. 에코 쿨러가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기작은, 페트병을 통과하면서 가속된 공기가 병을 빠져나올 때, 급작스럽게 팽창하면서(즉, 부피가 늘어나면서) 온도가 떨어진다는 단열팽창인데, 이게 매우 의심스럽다. 옛날부터 오므린 입을 통과한 바람이 단열팽창을 통해 온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을 여기저기서 들어왔는데, 항상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공부를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논문들도 찾아보고 인터넷에서 열띤 토론도 들여다보았다. 대부분 단열팽창을 그 이유로 들면서, 복잡한 열역학 공식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의구심을 사라지지 않았고, 강철의 연금술사 에드워드 엘릭처럼 계속 진실을 추구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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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통과한 바람이 단열팽창하는 것보다는, 바람이 나올 때, 주변의 공기를 끌어들이기 때문에, 손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낮아진다는 설명을 발견하였다. 오호~ 정말 그럴까? 우선, 오므린 입술, 즉 입술로 만든 노즐을 통과하여 나온 바람이 주변의 공기를 끌어들인다는 것은 맞다.

 

이렇게 노즐을 통과해서 나온 유동을 “제트(jet)”라고 하는데, 제트 유동의 특성 중 하나가 주변의 유체를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입술 노즐로부터 나온 공기는 사람의 체온에 해당하지만, 이 공기의 제트 유동이 뿜어져나가는 주변 공기는 체온보다 낮다. 이 차가운 공기가 제트에 끌여들여지면서, 입에서 나온 제트는 온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단열팽창보다 이게 더 말이 되는 것 같다. 이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스치듯 읽었던 어떤 글이 생각났다. 종이를 말아 파이프처럼 만들고, 한쪽 끝을 입에 대고 바람을 불어서 다른 쪽 끝에 나오는 바람이 과연 차가운지 느껴보라는 것이었다. 오호~ 유레카!

 

독자들도 한번 따라 해 보시라. 우선 손바닥을 입으로부터 대략 10 cm 정도 떨어뜨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바람을 불어준다. 그때 손바닥에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를 잘 기억해둔다. 그리고 거리를 유지한 채로 입술만 오므려서 (그렇다 노즐을 만든다, 노즐) 같은 정도의 느낌으로 허파를 쥐어짠다. 그러면 기도를 나오는 바람의 속도는 예전과 같지만, 입술 노즐을 통과하는 바람은 더 빨라진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가 어떤가? 그렇다. 차가워졌다. 이제, 주변에서 종이를 찾아서 대략 10 cm 정도의 길이에 지름이 2~3 cm가 되도록 잘 말아본다. 그리고 이 종이 파이프를 오므린 입에 대고, 똑같은 실험을 해본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에 차이가 느껴지는가? 놀랍게도, 바람은 더 이상 차갑지 않고, 마치 입술을 크게 벌리고 바람을 불 때처럼 따뜻하다. 왜냐하면, 입술 노즐에서 나온 제트가 주변의 공기를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 공기와 제트가 종이 파이프에 의해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의 결과가 알려주는 것은, 에코 쿨러를 통과해서 나온 공기 제트는 실내의 공기를 끌어들이게 되는데, 실내의 공기는 이미 덥다. 건물 밖의 공기가 실내 공기보다 뜨겁다면, 에코 쿨러를 지나고 사서 실내 공기와 섞이면서 온도가 내려가겠지만, 실내에서 이 바람을 맞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되려 온도가 올라간 것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건물 밖의 공기가 실내보다 낮다면, 그냥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에코 쿨러가 있어봐야, 창문 면적의 상당 부분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찬 바람이 못 들어온다.

 

이리저리 생각해도, 에코 쿨러는 발명한 사람 또는 단체의 주장과는 다르게, 냉각 작용이 미비하거나 아예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위의 두 가지 이유 이외에도 열역학적인 다른 설명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코 쿨러가 소개된 후에 많은 공학자와 과학자들이 이를 생각해 보고,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에코 쿨러 기사가 나온 지 얼마 후에 해당 웹사이트 닫히고, 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버렸다.

 

하지만, 필자는 종종 에코 쿨러를 유체역학 시험문제로 넣기도 한다. 정답이 딱히 없는 Open end question으로 에코 쿨러가 작동할지 안 할지 유체역학과 열역학을 기반으로 설명해 보라는 문제인데, 학생들이 난감해한다. 그런데다가 이렇게 에코 쿨러를 다시 소환하여 이렇게 망신을 주는 난 참으로 나쁜 사람이다. 아마도 S…

 

그렇다. 사실 에코 쿨러에 대한 내 진실된 속마음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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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기관을 어떻게 검증하지?

 

자 이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슈퍼히어로들과 영구기관, 무한동력에 대한 강의를 마무리 지어보자.

 

안되는 줄 알면서도 (아니.. 모르니깐 하는 것 아냐?) 지치지 않고 영구기관에 대한 로망을 잃지 않는 낭만적인 발명가들 덕에, 영구기관과 무한동력에 대한 특허 요청은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다.

 

1963년 9월 4일 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자. 예나 지금이나 발명가들은 지치지 않는다. 이 글의 서두에 소개한, 무한동력 에너지 전기 발전기를 발명한 “(주)세계제일에너지”도 말이다. 이들이야말로 무한 동력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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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허출원을 심사해야 하는 특허청도 참 힘들 거다. 열역학이나 다른 과학의 법칙이 안된다고 설명해 놓은 것을, 일단 출원이 되었으니 어쨌거나 심사는 해줘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특허법에서는 영구기관을 제외한 경우에는 특허 신청 시 장치가 가동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모델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 바꿔 말하면, 영구기관에 대한 발명특허를 신청하려면, 작동하는 모델을 가져와라 이 말이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소리로 떼쓰지 말라는 말 일터.

 

그런데, 혹시나 만에 하나. 어느 천재적인 인간이 나타나 인류의 열역학 법칙을 깨부수고, 아이언맨 가슴팍에 박힌 것처럼 팽팽 돌아가는 영구기관 모델을 만들어 특허출원을 했다고 생각해 보자.

 

특허심사관들이 제출된 모델이 영구기관임을 확인하려면 이 장치가 영구히 작동하는 것을 관찰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영구히’다. 제출된 모델이 백만 년쯤 잘 작동했는데, 백만 년하고 하루가 되는 날, 장치가 멈추어버리면? 어떻게 되나.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나. 망한 거지. 그건 그냥 영구기관이 아닌 거다. 어느 천재가 제출한 영구기관 모델이 백 년 넘게 작동하고 있더라도, 특허청은 대체 어느 시점에 출원된 영구기관의 특허를 인정하고 허가해 주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실질적으로 영구기관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구히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다.

 

그러니 준엄한 열역학의 법칙 위에 영구기관을 정식으로 세워보겠다는 꿈을 꾸는 자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영생이다. 불로초부터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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