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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독촉 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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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편집장... 그는 정녕 글 독촉 봇이란 말인가? 어찌 휴일에 문자를 보내 독촉한단 말인가. 그래서 문득 해봤다. 딴지 편집장을 위한 자료를 독촉하는 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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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자료를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다면 사채업자 버전이나 읍소버전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메일을 보내고 응답이 없으면 1일 차에는 서정적 버전의 독촉문을, 3일 차에는 사채업자 버전으로, 5일 차에는 읍소버전으로 메일을 작성하고 자동으로 보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건 몇 년 전만 해도 개발자들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각종 자동화 툴 덕분에 조금 공부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요즘 널린 게 LLM(Large language model, 대형 언어 모델)강의와 활용법이고 좋은 자료와 고수들이 너무 많다. 크게 보탤 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주위 사람들을 보니 의외로 사용해 본 사람이 적었다. 사용해 본 사람도 몇 번 써보고 그만둔 사람들도 많았다. 

 

언어모델로 놀아보자

 

나는 챗GPT, 제미나이, perplexity 없이 어떻게 생활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구글 검색 없이 살기 불편하듯이 이젠 내게 생활필수품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헤비유저 입장에서 조금 얘기해 볼 게 있지 않을까? 그러니 그냥 바로 시작해 보자.

 

요즘 즐겨보는 웹툰 중 앵무살수란 작품이 있다. 재미도 재미지만, 무게있는 명대사로 가득하다. 일단 이런 스타일을 따라하는 글을 생성해 보자. 물론 목적은 윤석열과 한동훈 욕을 후까시 넣은 스타일로 대량생산 하기 위해서이다.

 

구글 제미나이에 가입한다. 챗gpt, 빙, 클로드 뭐든 크게 상관없다. 다만 속도가 빠르고 무료라서 처음이라면 구글 제미나이를 추천한다.

 

일단 채팅창에 떠오르는 대로 대충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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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앵무살수의 명대사 스타일로 문장을 고쳐줘.

다음은 그 명대사야.

뼈다귀 뺏긴 개떼처럼

태풍이 분다고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더냐?

고칠 문장은 다음과 같아.

그는 대한민국에 닥친 재앙이다.

 

A

그 자,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심장에 곪아 터진 독종처럼!

그 자는 대한민국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에 피어난 독버섯처럼!

그 자는 대한민국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역적처럼!

 

물론 여기서 "그"는 윤석열을 얘기한다.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하지만 조금만 기술을 써보자. 긴 문장이라면 가끔씩 지시문과 참고문을 헷갈려하기 때문이다.

 

Q

앵무살수의 명대사 스타일로 문장을 고쳐줘.

다음은 그 명대사야.

<명대사>

뼈다귀 뺏긴 개떼처럼

태풍이 분다고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더냐?

 

<고칠문장>

그는 대한민국에 닥친 재앙이다.

 
A

1. 핏빛 칼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는 대한민국에 닥친 핏빛 칼바람, 거대한 재앙이다. 그의 존재는 온 나라를 흔들리는 갈대처럼 불안하게 만들고, 그의 행적은 피로 물든 칼바람처럼 대한민국을 짓밟고 지나간다.

2. 썩은 시체에 기생하는 구더기처럼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몸에 기생하는 썩은 구더기,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질병이다. 그의 존재는 대한민국을 약화시키고, 그의 행적은 대한민국을 더욱 썩게 만들고 있다.

3. 무너진 성곽의 틈새에 숨어 쥐새끼처럼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성곽의 틈새에 숨어 도사리는 쥐새끼,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해충이다. 그의 존재는 대한민국을 약화시키고, 그의 행적은 대한민국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어떤가? 조금 결과가 나아 보이지 않는가?

 

언어모델(LLM)은 사람처럼 대답할 수 있다. 사람에게 잘 묻는 사람은 기계에게도 잘 물을 수 있다. 즉 사람에게 묻는 법을 프롬프트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것이 국내 애자일 전문가인 김창준님이 창안한 인지적 프롬프팅이란 개념이다.

 

배경과 목적을 설명해주고,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면서 니가 ~하는 전문가라면 어떤 순서대로 문제를 해결할 건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답변의 퀄리티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AI모델이지 사람이 아니다. 사람에게 잘 묻듯이 기계에게도 잘 물으라는 뜻이지, 진짜 사람에게 말하듯이 두서없이 지시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지시하고, 가능하면 코딩하듯이 형식을 조금 갖춰 질문하면 훨씬 잘 알아듣고 따라서 훨씬 나은 답을 얻을 수 있다.

 

항상 좋은 답변의 예시를 들어주면 훨씬 결과가 나온다(전문용어로는 퓨샷 러닝이라고 한다). 아주 긴 텍스트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내 답변을 할때도, 가장 관련 있는 부분을 한 번만 언급해 줘도 성능이 급격이 올라간다. 

 

세 치 혀로 가능한 머신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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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묻듯이, 접근하는 순서를 바꿔보면 좀 더 낫다. 무턱대고 어떻게 해 라고 지시하는 것보다는, 먼저 생각을 물어본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면 스스로 깨달을 때가 있다. 이 방식을 기계에게도 적용하는 것이다.

 

Q

다음 문장의 특징을 설명해 줘.
<다음>

뼈다귀 뺏긴 개떼처럼

태풍이 분다고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더냐?

 

A

(말이 많지만 생략)

"다음" 문장은 비유적인 표현, 강력한 반전, 자연과 인간의 대비, 리듬과 운율, 함축적인 의미 등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인간이 어려움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위 문장의 결론을 그대로 복붙하여 그 특징으로 명대사를 만들어 보라는 지시를 해본다. 먼저 생각을 물어본 후,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생각이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어서 굳이 복사-붙여넣기를 해봤다. 프롬프트는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지만, 귀찮으니 그대로 복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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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서 특징을 먼저 스스로 뽑아낸 후 그 특징을 이용하여 문장을 생성해 봤다. 미드저니 등에서 많이 쓰는 방법으로 그림의 특징을 먼저 텍스트로 뽑아본 후, 그 텍스트를 프롬프트 삼아 다시 그림을 생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는 불과 몇 줄의 텍스트에서 특징을 뽑아냈지만, 더 방대한 텍스트에서 특징을 뽑아내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이미지, 동영상, 목소리에서 특징을 뽑아내는 것과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요즘 프레디 머큐리가 부르는 "좋니"(발음주의), 박명수가 부르는 "밤양갱" 등등 온갖  AI 보컬이 유행이다.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원래부터 AI가 제일 잘하는 게 이런 거다.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라도, 아무리 복잡한 패턴이라도 파악하고, 정확하고 안정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그게 머신러닝, 인공지능의 본질이다. 원래부터 이런 일을 해왔지만 최근 LLM 로 자연어 처리에 혁명이 일어난 것뿐이다.

  

암튼 실행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그는 대한민국에 닥친 재앙이다.

썩은 뿌리처럼 대한민국을 병들게 만드는 자, 거대한 파도처럼 대한민국을 덮어버리는 자, 백성을 짓밟는 자가 대한민국인가?

 

이번엔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때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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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수율이 좀 낮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이런 걸 100개 정도 만들어서 3-4개만 마음에 드는 걸 골라잡으면 된다.

 

자연어 AI의 등장

 

그까짓 문장 생성하는 거 그냥 내가 쓰고 말겠다고 생각한다면, 핵심을 놓치고 있다. 

 

챗GPT, 제미나이의 채팅창으로 할 수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 뒤에 숨은 거대한 AI모델과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라. 지금은 장난삼아 한 문장을 바꾸거나 생성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한 문장이 아니고 수천 줄의 문장이라고 생각해 보라. AI모델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해치울 것이다. 또는 이걸 자동화한다고 생각해보라. 방대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다룰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숫자와 데이터만 있다면 인공지능이 제일 잘하는 게 그거였다. 최근에는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자연어로 크게 확산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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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몇 년 전만 해도 개발자들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공부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채팅창은 그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는 작은 창일 뿐이다. 현재 단계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지만 이제 AI혁명은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아이디어 수집, 자료조사, 창작, 번역, 윤문, 보고서 작성, 데이터 입력/전처리 등을 비개발자가 말 몇 마디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드디어 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