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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비교할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고 그 사이 정권교체를 했다는 거 외엔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지난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기이한 선거제도가 이번에도 계속되면서 비례정당, 위성정당이 또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같은 소리 반복하지 않겠다. 선거제도에 대해 알고 싶으면 4년 전 기사를 참고하시길(관련 기사 - 코로나19 총선, 선거법 개정과 격전지 1: 종로, 광진을, 동작을 구로을).

 

어쨌든 이번 선거에서도 비례의석을 노리는 수많은 비례정당이 출몰하고 있는데, 그중 의미 있는 정당은 ‘조국혁신당’이다. 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 문재인 정부 제2대 법무부장관. 조국이 만든 정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가장 보수적인 갤럽 최근 조사에서도 조국혁신당의 비례정당 지지율은 10%가 넘었다. 가장 비싼, 물량으로 때려 박는 여론조사 기관인 ‘여론조사 꽃’의 조사 결과에선 20%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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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런 결과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입시 비리를 저지른 파렴치범이 만든 정당이 10% 넘는 지지를 받는 건 선진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분개했다.

 

이쯤 되면 ‘선진국’ 같으면 삶에서 공적 헌신의 모습을 단언컨대 단 한 번도 보여준 바 없으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나와 자기 의견 한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군사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18년 철권통치를 하다, 안가에서 여대생과 가수 끼고 술 먹다 총 맞아 죽은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마찬가지로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나오면서 손바닥에 ‘왕’자를 새기고 나와 ‘RE 100’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기초적인 상식조차 없는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굳이 짚어주고 싶어진다. 이런 걸 두고 자기 눈에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신경 쓴다는 속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어진다.

 

어쨌든 유승민과 함께 공중파 방송에서 여러 차례 생방송으로 토론을 벌인 유시민 작가는 조국혁신당 돌풍을

 

“모두가 알다시피 조국 일가가 겪은 그 아픔에 시민들이 내가 해줄 수 없는 게 이거밖에 없다는 시민들의 마음이 포함돼 있다”

 

고 분석했다.

 

종편을 비롯한 레거시 미디어에 매일 같이 출연해 떠드는 자칭 정치평론가, 선거 분석가들의 유식한 척, 로지컬한 척하는 그 어떤 잡설보다도 훨씬 공감되는 평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억과 복습

 

이 기사는 유 작가의 분석에 동의하는 헌정 글이자,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이들을 위한 참교육 내지 반성의 글’이다.

 

이쯤에서 케케묵은 이야기 좀 하겠다는 말을 길게도 한 것이다. 동시에 이 기사는 순전히 기록용이고 이쪽저쪽 가리지 않고 반성하자는 의미의 복기라고 해두면 되겠다. 그리고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적용되는 문명국가에서 수사․기소권을 가진 사정기관이 가진 권한을 함부로 남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시 한번 기억하고 경각심을 가지자는 의미기도 하다.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지명 이후 벌어진 일을 굳이 세세하게 거론할 필요는 없다. 공직자에 대한 검증 기준이 엄격해서 나쁠 건 없다. 오히려 정치도, 사회도 선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정권 따라 누구에겐 가혹하고 누구에겐 솜방망이면 좀 문제가 있지 않겠나? 그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은 거다.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명되자마자 쏟아지는 언론의 후보 지명자와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 제기 및 검증 기사가 몇 건이나 되었을까? 당시 최민희 전 의원은 60만 건이라고 했으나, 언론비평지의 보도에 의하면 직접 관련 기사만 최소 6~7만 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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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그래서 뭐? 법무부장관에 지명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한 달 조금 넘는 재임 기간까지 합치면 3달 동안 6~7만 건의 기사가 쏟아진 게 적다고 할 수 있나? 적당하다고 할 수 있나?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딸 봉사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100여 군데를 압수수색 하면서 매일 같이 뉴스를 만들어 내지 않았고 또 거기에 언론이 무비판적 보도를 하지 않았어도 이 정도의 의제화가 가능했을까? 뒤늦게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누군가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건 조국과 문재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더더욱 짚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검증에서 언론과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할 위치에 있는 스피커들은 그 책임을 다한 것인지 늦게라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에. 기억해야 한다. 2022년 10월에 일어난 ‘10‧29 참사’도 규명되지 못했단 사실을.

 

사과와 뭉개기

 

윤석열 대통령 탄생의 공범 동업자인 자타 공인 정권 이인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정부 출범과 함께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지내면서부터 불거진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만큼이나 열정적이었는지 묻고 싶다.

 

한동훈 본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처남의 검사 재직 시절 후배 여검사에 가한 성폭력 문제는 차치하자. 한동훈 딸의 논문 표절, 허위 스펙에 대해서는 어떤 검증의 돋보기와 어떤 비판의 날을 들이댔는가. 그게 과연 합리적인지를 뒤늦게라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장관의 딸 조민씨는 봉사표창장 위조(법원에서 유죄로 결정 났으니 백번 양보해서 위조가 사실이라고 치자)로 의사면허 박탈, 대학 입학까지 취소돼 고졸의 신분이 되었다. 조국 전 장관은 그때의 일로, 시민들에게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틈날 때마다 사과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

 

딸자식 봉사 표창장 위조 건으로 부인은 4년 가까이 실형을 살았고, 인턴 시간 허위 기재로 아들은 재판 중이며, 자신 또한 재판에 시달리고 있는 조국에 비해 논문 표절, 허위 스펙 의혹이 불거진 한동훈 장관의 딸은 어떤가? 검사였던 한동훈은?

 

한동훈 딸이 미국 명문대학교 MIT에 입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한동훈은 지금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매일 같이 언론에 대해 ‘스타카토’ 화법을 구사하며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는 중이다.

 

이쯤에서 한동훈 딸의 논문 표절과 허위 스펙 부분을 복기해 보도록 하자. ‘뉴스톱’이나 ‘뉴스버스’, ‘한국일보’, ‘한겨레 신문’ 등에서 비교적 객관적인 취재를 통해 보도되었고, 한동훈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의혹에 해명을 한 의혹만 추려서 정리해 보았다.

 

한동훈 딸은 고교 1학년 시절 두 달간 논문 5편, 전자책 4권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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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주로 2021년에 학술저널에 집중 발행된 한동훈 딸의 논문 상당수는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또 돈만 주면 논문 심사 과정이나 여타 학술적 평가 없이도 실어주는 소위 말하는 약탈적 저널에 실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 논란 후 한동훈 딸의 논문 대다수는 저널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는데 그 논문들은 다음과 같다(참고 기사).

 

① ‘INDUSTRY 4.0 AND FUTURE OF KOREAN STEEL SECTOR(인터스트리 4.0과 한국철강 산업의 미래, Asia Pacific Journal of Energy and Environment, 2021.02, 공저)’

 

② ‘Does National Debt Matter? Analysis Based on the Economich Theorie(국가 부채가 중요한가? 경제이론에 기반한 분석, ABS REsearch Aler, 2021.11, 단독)’

 

이 논문은 케냐의 한 대학원생이 대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 기사: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41913.html). 이에 대해 한동훈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될 당시 “(딸이) 온라인 글쓰기 튜더에게서 첨삭 받았다”고만 해명했다.

 

③ ‘Sherman Act 1890: Modernization and Impact on Market(셔먼법 1890: 현대화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ABC REsearch Alert, 2021.01, 단독)’

 

④ ‘An Analysis of Covid-19 Supply and Demand, and Impact on the Post-Pandemic World(코로나19 공급과 수요, 팬데믹 이후 세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ABC REsearch Alert, 2021, 12, 단독)’

 

⑤ ‘Education and Healthcare Reforms in Post Conflict Setting: Case Studies in Kosovo(분쟁후 환경에서 교육 및 의료개혁; 코소보 사례연구, Asian Journal of Humanity Art and Literature, 2021.12, 단독)’

 

⑥ ‘Pandemic’s Impact on Social Inequlities: Pakistan case(팬데믹이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파키스탄 사례, Global Scientific Journal, 2021.12, 단독)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고 정황상 대필, 표절 의혹에 힘이 실리자 한동훈은 인사청문회에서

 

“고등학생이 연습용으로 한 리포트 수준이고,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전혀 없고, 입시에 사용될 계획도 없다”

 

고 해명했다. 뭉개는 기술이 신박하기 그지없다.

 

입시에 사용할 것도 아닌 논문을 굳이 돈까지 줘가며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한 이유에 대해서는 해명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기자가 확인을 못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결론은 알 수 없다. 보통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한국에서나 외국에서 삭제되는 일이 드문데, 한 편도 아니고 여러 편이 삭제된 건 정말 ‘이례적’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괴상한 일이다.

 

또 2021년 12월 미국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서 개최한 학회(ICISAT)에 제출한 컨퍼런스 페이퍼(Machine Learning in Healthcare – Application of Advanced Computational Techniques to Improve Healthcare : 의료분야의 머신러닝-헬스케어 개선을 위한 고급 컴퓨팅 기법전용)도 표절 의혹이 제기 됐다. 이 논문도 삭제됐다.

 

뉴스톱은 ‘Application of Advancded computuational Techniques to Improve Healthcare(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한 첨단 계산 기법의 전용)’이라는 에세이를 발췌하거나 표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표절검증 프로그램(copyleaks.com)을 통해 확인한 결과표를 제외하고 다른 문서와 62%가 일치했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직접 표절률 혹은 유사성을 조사한 결과 완전 일치가 7.5%, 사소한 변화는 0.6%, 말 바꿔 쓰기는 22.5%로 전체적으로는 87.7%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은 아예 다른 논문의 초록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논문 표절이 드러나고 심지어 문제가 된 논문들이 학술지에서 삭제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기자의 최근 기억으로는 김건희와 한동훈 딸 뿐이다.

 

뿐만 아니다. 남에게 돈을 주고 의뢰해 만든 앱을 앱제작대회에 출품하는가 하면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지 않고 미리 봉사활동 확인 서명을 받는 등 ‘허위 봉사활동 논란’도 제기됐다.

 

‘굥정’ 외치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그냥 해프닝으로 지나가고 말았다. 조국 딸 조민씨의 입시비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비판의 날을 세웠던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자 이번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에 공천받은 ‘난교 예찬’ 장예찬은 당시 ‘가짜뉴스’라고 적극적으로 쉴드를 쳤더랬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한동훈 딸의 MIT 입학 사실이 밝혀지자 입학 취소 청원을 내고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국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문제가 불거진 건 조국처럼 한동훈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론의 반응, 세상의 반응은 어땠나. 조국 때 그 언론의 광기 어린 보도와 공정을 훼손시켰다면서 시위까지 나섰던 그 대학생들은 2년 후엔 어디로 갔던가? 조국과 조민이 잘못을 했다 쳐도 단순 잘못을 비교해도 한동훈 딸의 저 ‘허위 스펙’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인데 언론과 세간의 잣대는 왜 이토록 다른지 납득하지 못하는 게 상식이라면 상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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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에 대해 전남대학교 철학과 박구용 교수는

 

“조국이라는 사람은 우리나라 진보 또는 좌파 진영의 도덕적인 저는 심리적인 아이콘이었단 말이에요. 그건 흠집 내기가 좋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런데 한동훈은 그런 매력이나 이런 건 없는 사람”

 

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대 자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저지른 명백한 불법에 대해서까지 관대한 건 문명국가의 법치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민은 국내 대학을 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상대였다는 체감을 한 젊은 대학생들이 분노했지만, 한동훈 딸 같은 경우는 국내 대학이 아닌 외국의 명문대인 데다, 자신들보다는 경쟁 자체가 안되는 ‘넘사벽’ 레벨이라는 생각이 들어,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큰 악에 대해서는 무감하고 사소한 실수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천박한’ 근성이 젊은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방증으로 국가의 미래를 두고 봤을 때 앞으로 더 최악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군중심리와 선동에 취약한 국민들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언론마저도 조금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왜 언론들은 한동훈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 않았을까. 고소하고 압수수색 할까 무서워서? 단순히 기레기가 기레기 한 것이라서? 이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김건희와 윤석열의 의혹을 끈질기게 보도해 윤석열과 윤석열의 장모로부터 총 4건의 고소를 당했던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정권이 바뀔 때였으니까, 어쨌든 새 정권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있었다. 언론도 그 분위기에 편승 되어서 비판의 칼을 날카롭게 세우지 않았던 거 같다. 그리고 이미 권력에 진입해버리면 그 권력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 검증하지 그 사람을 구성한 그 세계에 대한 검증은 전혀 안 하게 된다. 이미 권력에 진입한 이후에도 검증이라고 하는 건 계속돼야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시만 해도 언론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호감도가 있었고, 그런 윤석열이 한 법무부장관 인사였어서 검증을 제대로 안 했던 건 당연했다. 지난 대선 때 언론들의 직무 유기에 대해서는 좀 심각하게 생각한다”

 

결론은 법과 상식의 잣대가 상대가 가진 재력과 힘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당연히 여기는 시민들이 외치는 ‘공정’이 왜 ‘굥정’으로 조롱을 받는지 또 그 과정을 기억하지 않으면 항상 역사는 더 최악인 상황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게 1인 1표라는 보통‧비밀‧직접‧평등 선거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의 의무라는 점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