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꺼내다가 “MBC는 잘 들어”라고 운을 뗀 후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라고 말했다.
노태우 정권 초기인 1988년 당시 중앙경제신문(중앙일보 자매지로 추후 중앙일보와 통합)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가 정보사령부 요원들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한 일명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이다. 정보사가 테러를 한 이유는 1988년 8월 호 〈월간중앙〉에 게재된 '오홍근이 본 사회-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란 기사 때문이었다.
이후 기자가 ‘왜 MBC에게 잘 들으라고 했냐’고 질문하자 황 수석은 농담이었다며, '정보보고하지 말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또한 이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라며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순 있지. 다만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MBC가 보도했다.
참고로, KBS 기자 및 앵커 출신인 황상무는 지난해 말 시민사회수석으로 이직했으며 시민사회수석이란 시민사회 균형 발전을 위해 대통령실과 시민사회 각층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자리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에 의해 피의자로 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뜬금없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어 도주했다. 이에 대해 MBC가 인천공항에서 빠져나가는 이종섭을 따라잡았고 심지어 비행기에 동승해 호주 브리즈번 현지까지 쫓아갔다.
MBC의 만행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 유명한 바이든-날리면도 MBC 탓이다. 당시 영상은 풀기자단이 찍었고 보도를 MBC가 단독으로 한 것도 아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대통령실은 MBC만을 콕 집어 멱살을 잡았고 해외순방을 나가는 대통령 전용기에 MBC만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 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자 MBC 이기주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인지, 증거를 대라”며 강하게 항의해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고성이 오간 것이 빌미가 되어 도어스테핑 또한 중단되었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MBC는 그냥 눈엣가시도 아니고 무려 친노종북좌빨공산전체주의반북세력의 핵심이라고 여기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당연히 용산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하거나 참모들과 다과를 곁들인 담소를 나눌 때도 곧잘, 자주 MBC에 대한 악감정을 드러내곤 했을 터다.
조폭영화에서 흔히 묘사되듯이 오야지는 꼬붕에게 암살을 지시할 때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 “팔봉아. 다음 주 수요일까지 두식이파 박두식이 모가지 좀 따 온나.”라고 하지 않는다. “허허... 참말로, 두식이파 박두식이 때문에 요즘 내가 밤에 잠을 못 잔다 아이가. 내사 잠 좀 편히 잤으모 고마 당장 죽어도 소원이 없겠데이”라고 한마디 던질 뿐이다.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MBC 이 X끼들, 회칼로 배때지를 확 쑤셔벌여!” 라고 결코 말하지 않았을 게다. 그저 지나가는 말로 “속룔이눈 엠뷔쒸때매 무지무지 속땅해애. 뿌잉~”이라고 귀엽게 한마디하고 말았을 것이 자명하다. “MBC 잘들어”는 그렇게 나온 대사다.
<출처 - 민들레 만평 박순찬의 만화시사 '고문'>
우린 이 대사의 원조를 알고 있다. 영화 <친구>(2001)에서 준석이와 도루코가 조직의 자금을 삥땅 친 간부에게 찾아가 사시미칼을 탁자에 내려놓고 “어이, C발새끼, 잘들어”라고 시작하는 그 유명한 대사 말이다.
그 대사의 마무리는 “니를 몇 번 담궈도 좋다는 말을 듣고 왔다”이다.
솔직히 새삼스럽진 않다. 전혀 놀랍지도 않다. 그냥 윤석열 정권의 참모가 또 윤석열한 거다. 사실 이 이슈에서 정작 소름끼치는 부분은 황상무 발언에 있지 않다.
해당 비공개 오찬에 어느 매체, 몇 명의 기자가 동석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해당 발언을 보도한 것은 MBC가 유일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를 받아 기사화한 매체는 MBC를 제외하면 한겨레,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조세일보, 미디어스 이렇게 5개 매체가 전부다. (밑도 끝도 없이 조세일보가 왜 갑자기 좌파 대열에...? 조선일보와의 차별화인가. 아시는 분은 제보 좀 부탁드린다.)
기자 협회와 민주당 등등이 비판을 쏟아내자 많은 언론이 뒤늦게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KBS는 사건 발생 이후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입장문이 나오기 전까지 관련 보도를 일체 하지 않았다. 자사 출신 시민사회수석이니 감싸고 도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적어도 2024년 3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회칼이 펜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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