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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를 방문하기 전에 알아야 할 잡학 중에 가장 긴요한 것은 아마도 식사 문화와 관련한 지식이 아닐까?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누구와 먹을 수 있고 누구와는 먹지 않는지, 언제 먹는지 등 이런 잡학 말이다.

 

종교에 따라서도 식사 문화가 매우 다르다. 먹거리와 관련하여 아주 엄격한 규율을 가진 종교로서 단연코 유대교와 이슬람교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대교에서는 소·양·염소와 같이 되새김질하는 동물만을 먹을 수 있고, 이것들도 그나마 피를 제거한 이후에 율법에서 정하는 '코셔(kosher)' 방식으로 요리한 음식만 먹을 수 있다. 돼지고지는 물론, 어류의 경우에도 비늘이 있는 물고기만 허용되다 보니 비늘이 없는 장어류나 조개와 낙지 같은 연체동물도 당연히 금기시된다. 이슬람교 역시 유대교와 비슷한 금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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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인도의 식문화는 어떨까. 인도 안에서도 특히 힌두교도의 독특하면서도 잘 알려진 식문화는 바로 소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점일 터이다. 그와 관련하여 반발만 더 깊숙이 살펴보면 그들의 종교 젠더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1. 소를 둘러싼 법과 정치

 

인도에서 소를 죽이지 않고 먹지도 않는 것이 단순히 종교적 전통일까 아니면 법률로 금지된 범죄행위일까? 만약 법으로 금지되었다면, 인도에서 소를 도축하고 운반하고 판매하고 요리하고 먹는 행위 중에서 무엇이 금지되어 있을까? 소를 도축하는 행위는 대부분의 주에서 법으로 금지한 행위이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소의 도축, 운반, 판매 등과 관련된 법률이 주별로 워낙에 제각각이어서 정작 인도인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소의 도축과 관련된 법률만 봐도 도무지 일관성이 없다. 어떤 주에서는 소의 도축이 전면 금지되어 있으나, 일부만 금지된 주도 있고, 놀랍게도 전혀 금지되지 않은 주들도 여러 곳 있다. 암소의 도축만 금지한 주, 특정한 나이에 속하는 소의 도축만 금지한 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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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주별 소 도축 관련 법률. 빨간색 지역은 모든 소의 도축 금지, 노란색 지역에서는 암소는 금지하되 황소는 허가증만 있으면 도축 가능, 파란색은 허가증만 있으면 모든 소 도축 가능, 초록색은 모든 소 도축 가능(출처-<알자지라>).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총 28개 주 중에서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작은 주들(이 주는 기독교도들이 거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이미 자체적으로 소의 도축, 때로는 소를 요리하여 제공하는 행위까지 폭넓게 금지한다.1) 이를 어기면 어떤 곳에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몇만 원에 불과한 벌금형에 처하지만 힌두교 세가 강한 구자라트주에서는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이다.2) 소고기의 보관·유통·소비에 관한 법률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소고기를 보관하기만 해도 처벌받기도 하고, 특정한 온도나 운송 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때에 처벌하기도 한다.3)

 

요즈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힌두교 근본주의적 성격이 뚜렷한 인도인민당(BJP) 출신의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로 선출된 2014년 이후 소를 보호하려는 조치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속해서 검토 또는 도입을 하는 거다. 실제로 2015년 5월 도축을 목적으로 가축시장에서 소는 물론이고 물소(buffalo)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중앙정부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겉으로는 동물보호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 무슬림(Muslim,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종사하는 동물 도축업, 가공 및 수출업을 탄압함으로써 무슬림을 압박하고 힌두교도들의 표를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다만 몇 달 뒤 인도 연방대법원이 인도 정부 조치를 위헌이라 판정하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소 도축 금지는 더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2. 소 때문에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

 

하지만 웬만한 주에는 소의 도축과 운반, 판매 등을 금지하는 다양한 법률이 이미 존재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인도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우선, 소의 도축과 운반, 판매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적발하는 이른바 '소 자경단(Cow Vigilante)'이 인도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도 경찰 인력이 소의 도축과 관련한 감시와 적발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이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나섰으리라고 혹시나 여기면 오산이다. 이들은 때로는 각목과 같은 둔기로 무장하고 소를 운반하는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한다. 소를 운반하는 사람들을 소를 도축하려는 사람들로 간주하고 일단 공격하고 본다. BBC는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에 취임한 2014년 이후 이러한 린치 사건이 빈발하면서 수십 명이 그야말로 대낮에 맞아 죽고 수백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4) 이런 일이 인도 전역에서 잊을만하면 일어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커녕 BJP 고위당국자 중에서 이러한 행위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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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인도의 찬디가르(Chandigarh)에서

소 자경단이 도로를 순찰하고 있다

출처-<로이터>

 

만약 당신이 무슬림이고 소 여러 마리를 운반하고 있다면 이러한 무차별 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은 훨씬 크다. 소를 도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시장에 내다 팔거나 경작용으로 매수해 오는 길이었다 하더라도 설명을 해볼 시간조차 없이 무작정 공격당한다. 소 도축업자로 의심받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5) 무슬림뿐만 아니라 불가촉천민이나 지정부족(Scheduled Tribe) 같은 천민들도 동물 도축업에 종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들도 심심치 않게 공격을 받는다.6) '소를 보호한다'는 힌두교 근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암묵적인 지지하에 폭력적 형태로 변질되면서 결국 무슬림과 하층민을 향한 테러가 빈발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폭력 사태 이외에도 몇 가지 측면에서 좀 더 우려스러운 점들이 발견된다. 우선, 단순히 소고기뿐만 아니라 육류와 계란류 등 동물성 식단에 대한 반감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힌두교에서는 상층 계급일수록 종교적인 이유로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인구가 늘고 있다. 힌두교에서 고기는 하층민들이나 먹는 천한 음식인 터이다. 힌두교 근본주의 운동이 점점 힘을 얻어가면서 예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사소한 일들이 하나하나 시빗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가령 뉴델리시는 두르가(Durga)라는 힌두교 여신을 기리기 위해 격년으로 열리는 나바라트리(Navaratri) 축제일에 힌두교 사원 인근에 있는 '냄새나는 정육점'들이 9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7)

 

지성과 젊음이 중심이어야 할 대학교 역시 이러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도 유명 대학 캠퍼스 한복판에서도 힌두교 근본주의 세력인 '인도의용단(RSS)'을 추종하는 대학생들이 힌두교 라마신의 탄생을 축하하는 람 나바미(Ram Navami) 축제일에 학생 식당 식단에 닭고기가 오른 것을 두고 거칠게 항의하다가 이를 제지하는 다른 학생들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8) 힌두교가 좀 더 융성한 북인도뿐만이 아니다. 인도 남부의 카르나타카주에서는 2021년에 점심 메뉴에 계란을 포함했다가 작지 않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단백질 부족을 해결하고자 고기도 아닌 계란을 제공하려다가 힌두교와 자이나교 커뮤니티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산 것이다.9) 이들에게는 고기뿐만 아니라 계란도 먹어서는 안 되는 '천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RSS 단원_출처 오마이뉴스.jpg

인도의용단 단원

출처-<오마이뉴스>

 

이렇게 고기는 물론이고 동물단백질마저 경원시 되다 보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된 것은 물소 고기이다. 원래 인도에서 소의 섭취는 금기시되지만 물소(buffalo) 섭취는 금지되지 않았다. 소고기보다 좀 더 질기고 맛이 떨어져서 '소고기의 값싼 대용품' 정도로 대접받는 물소 고기는 인도에서도 일부 소비되지만 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일부 중동 국가들에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소를 도축하고 수출하는 국가가 바로 인도다.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소 보호 정책이 본격화되던 2014년을 전후하여 물소 도축과 수출마저 덩달아 줄어들면서 물소 사육과 도축에 종사하던 수많은 축산인이 - 주로 무슬림과 불가촉천민들 - 많은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소 보호 정책이 사실상 종교 탄압이라는 비난이 계속되자 최근 인도 상무부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2020-2021 회계연도 중 약 31억 7천만 불가량 물소를 수출하면서 세계 제1의 물소 수출국 지위를 지키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등 악화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같은 기간 인도가 수출한 모든 농·축·수산물의 규모가 410억 불임을 감안하면 물소 수출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10)

 

3. 채식과 육식에도 스며든 남녀 차별

 

인도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채식주의자일까? 실제 인도인의 30% 정도가 실제로 채식주의자이며, 이마저도 지역적인 편차가 매우 크다. 인도 중부 및 북부에 위치한 소위 힌디 벨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채식 비율이 그나마 높고 동부와 남부로 갈수록 채식 인구는 10% 미만으로 급감한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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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각 주별 채식주의자 비율

출처-<Scroll.in>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이 하나 더 숨어있다. 2019년부터 2021까지 걸쳐 실시된 '국가 가족건강 조사(National Family Health Survey)'에서는 대부분 지역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채식주의자 비율이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채식주의자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하리아나·펀자브·구자라트주의 경우 남성은 40-50%가량이 채식주의자인 반면 여성은 60-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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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별·성별 채식주의자 비율

출처-<The Print>

 

그렇다면, 대개 여성이 신앙심이 깊고 남성에 비해 적은 양의 열량이 필요하므로 여성에게서 채식주의자 비율이 높은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인도 정부는 채식하는 인도 여성들도 우유는 물론이고 콩을 포함한 식물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인 대다수가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13) 농촌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14) 그중에서도 연령대별로는 임신기 또는 수유기 여성들이,15) 지역별로는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채식을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16)

 

하리아나·펀자브·우타르프라데시 등 인도의 주요 곡창지대에서는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게 혹독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곤 한다. 잠시 스쳐 가듯 살다가는 필자와 같은 외국인이 인도 농촌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어떠한 영양상태에 직면해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에서 유독 여성들의 채식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계속 마음에 걸린다. 혹시라도 수백 년간 지속된 빈곤의 굴레 속에서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동물단백질을 남성에게 양보하고 정작 여성들은 신앙의 이름 아래 등 떠밀려 채식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쿠마르의 인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1) ‘States Where Cow Slaughter is Banned So Far, and States Where it Isn't’, ‘17. 5. 26자 New18 기사 참조

2) ‘Cow slaughter now punishable with life term in Gujarat, rules notified’, ‘17. 6. 4자 The Times of India 기사 참조

3) ‘The Dark Chronology Of India’s Cow-Slaughter Laws‘, ’20. 12. 30자 Article14 기사 참조

4) ‘India 'cow vigilantes' lynch three men’, ‘19. 7. 19자 BBC News 기사 참조

5) ‘MP: Vigilantes Lynch Muslim Man, Injure 2 Others Over Suspicion of Cow Smuggling’, ‘22. 8. 3자 The Wire 기사 참조

6) ‘Cow vigilantes lynch 2 tribal men in Madhya Pradesh’s Seoni district‘, ’22. 5.4자 The New Indian Express 기사 참조

7) ‘‘Sight, foul smell of meat…’ South Delhi mayor orders meat shops to close during Navratri’, ‘22. 4. 4자 The Print 기사 참조

8) ‘‘Hindus at Iftar, Muslims at Holi’: Alumni, students say religious celebrations part of JNU culture’, ‘22. 4. 13자 The Print 기사 참조

9) ‘Karnataka govt set to serve eggs on mid-day meal menu in more districts, despite opposition’, ‘22. 4. 13자 The Print 기사 참조

10) ‘Livestock products Exports increase by 106 % during April-June, 2021-22 in comparison to April-June, 2020-21 from Rs. 3668 crores to Rs. 7543 crores : Rising demand of India’s buffalo meat exports due adherence to stringent safety and health norms by value chains‘, ’21. 7. 28자 인도 상무부(Ministry of Commerce and Industry) 발표자료 참조

11) 인도인들에게도 채식 여부는 민감한 문제이다. 채식은 브라만들의 고급스러운 풍습이라는 사회적인 압력이 인도에 폭넓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채식을 하지 않는 인도인들도 ‘당신은 채식주의자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렇다’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라 인도인들 3명 또는 4명중 한명은 채식주의자라고 답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회학자들은 사회적 압력 때문에 채식주의자라고 거짓말한 답변자를 제외하면 진정한 채식주의자 비율은 10명중 2명 내외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자세한 내용은 ‘The myth of the Indian vegetarian nation’, ‘18. 4. 4자 BBC 기사 참조

12) ‘Vegetarianism rules in north India, but dal and paneer as proteins punch below their weight’, ‘22. 4. 15자 The Print 기사 참조

13) ‘Indians are protein deficient, and it needs immediate attention’, ‘18. 10. 31자, The Forbes India 기사 참조

14) Sumathi Swaminathan, Mario Vaz 및 Anura V. Kurpad, ‘Protein Intakes in India',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12, Vol. 108, S50-S58.

15) K. Mallikharjuna Rao,N. Balakrishna,N. Arlappa,A. Laxmaiah 및 G.N.V. Brahmam, ‘Diet and Nutritional Status of Women in India’, Journal of Human Ecology, 2010, Vol. 29, Issue, 3, pp. 165-170

16) ‘Vegetarianism rules in north India, but dal and paneer as proteins punch below their weight’, ‘22. 4. 15자 The Print 기사 참조


추신

 

편집자 주: 2023년 여름 쿠마르님의 책이 2권 출간되어 잠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 

 

- 전 세계를 이끄는 'G20' 회의의 2023년 의장국 인도!! 이제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등극한 남아시아의 강국 인도를 분석했다. 방송과 유튜브의 자극적 영상이 담지 못한 진짜 인도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도인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적었다.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를 가진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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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인도>
 
- 카레 이야기도 없다. 요가 이야기도 없다. 오로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인도의 경제, 산업, 기업 그리고 기업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미래 경제를 알기 위해 이제 인도는 교양 필수!! 인도 경제를 통해 미래 경제 트렌드를 알아보고자 희망하는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