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중요하고 강력한 무기입니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정치인들은 저마다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시장을 방문하면 으레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서민다움을 강조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칼국수를 홍보하며 서민적 음식을 선호하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합니다.

 

물론, 가끔 국밥을 너무 잘 먹어서 없던 호감이 생길 것 같은 경우도 있으니, 음식을 잘 먹는다는 이미지는 한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미지 메이킹 방법일지 모르겠습니다.

 

22.JPG

출처 - (링크)

 

대통령도 정치인이기에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소홀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민생 점검이 아닐까 합니다. 각 부처 장 차관들을 대동하여 전통시장 등을 방문하여 서민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습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수없이 보여준 모습입니다. 물론, 민생 점검이 꼭 이미지를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와같이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발 빠르게 현장에 방문하는 모습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미지 메이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독재국가들입니다. 이들은 최고 권력자의 이미지를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그것으로 만들어서 우상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정권의 우상화가 극심했습니다.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지기도 하고 대통령의 초상화가 태극기와 함께 걸리며 반란을 혁명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상화되고 이미지화된 권력은 권력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까지 오염시킵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자아도취에 빠져 이미지만 만들어낸 권력과, 그 권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진실을 왜곡시키며 유지했던 또 다른 권력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국의 길로 이끌었고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주석과 참새

 

fgdfgfd.JPG

사살된 참새 떼를 운반하는 모습

 

중국의 초대 주석 마오쩌둥은 독재자답게 우상화를 이용한 권력 유지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습니다. 그의 한마디에 권력의 2인자도 숙청 되었고, 그의 손가락질 하나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좌우했습니다. 1955년 마오쩌둥은 한 농촌으로 현지 지도를 나갔다가 지나가던 참새를 보고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참새는 해로운 새다”

 

그리고 며칠 후, 마오쩌둥과 14개 성의 당서기들은 중국의 농업 발전을 위한 정강을 포고하는데, 전체 40개의 항목 중 제27항에 중국 인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4가지 해로운 것으로 모기, 파리, 쥐, 참새를 지정하고 이를 제거하도록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언급했던 것처럼 비단 참새뿐 아니라 4가지 생물을 근절하도록 지시했지만, 실질적으로 모기, 파리, 쥐는 인간이 집단을 이루면 필연적으로 발생할수 밖에 없는 생물이라 근절이 불가능했고, 당시 중국 정부의 실적조사로 인해 이를 사육하거나 다른 동물과 섞어서 보고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결국 유일하게 박멸한 것은 참새뿐인데, 이로 인해 엄청난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1958년 한 해에만 참새가 2억 1천만 마리 잡혔다고 합니다. 이렇게 참새의 씨가 마른 1959년, 농사가 흥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그해 농사는 말 그대로 폭망 해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는 역사에 남을 대흉년이 벌어졌고, 중국의 공식 입장 2,000만 명, 학계 추산 최소 3,000만 명 이상, 최대 6,0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중국은 연해주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공수해 왔다고 합니다.

 

마오쩌둥은 참새가 곡식을 먹어 치우는 해로운 동물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했습니다. 참새가 없어진 상황의 생태계 따위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 결과 참새가 없어진 자리에 각종 해충이 개체수를 늘려갔고, 파리와 모기도 포식자인 참새가 없어지자 폭발적으로 번식하여 대규모로 전염병을 퍼트렸습니다. 이런 대약진운동은 덩샤오핑을 비롯한 당시 측근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오쩌둥의 독단과 간신들의 아첨으로 인해 강행되었고, 계획이 잘못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직언했던 펑더화이가 실각하게 되면서 사태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결국 독재자의 입에서는 사과나 반성의 말은 없었습니다. 그저 “됐어”라는 말 한마디로 이 바보 같은 일이 끝났을 뿐입니다. 독재자의 즉흥적인 말 몇 마디와 비판과 견제가 불가능한 정치 분위기, 그리고 최고 권력자에게 빌붙어 아첨하기 바쁜 공직자들이 더해지면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시대와 사건은 다르지만, 비슷한 일들은 어디서나 벌어졌습니다.

 

이명박근혜와 박정희

 

gh.JPG

출처 - (링크)

 

과거 가카께서는 유난히 민생 점검을 자주 했습니다. 집권 1년 차에만 재래시장, 대형마트, 공단 등을 수없이 방문하면서 상인들과 함께 배추를 나르기도 하고, 함께 국밥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명절에도 갑작스레 톨게이트를 방문해 상황실과 콜센터, 고속도로순찰대 근무자들을 격려했습니다. 당시 여당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라온 환경이 절박했기에 서민들이 있는 현장에서는 편안하고 자연스럽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가 현장 스타일이며 서민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것 때문에 민생 점검을 다닌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가카께서는 이미지 정치의 달인이었습니다. 국밥으로 흥한 이미지는 결국 나라를 말아먹긴 했지만, 끝까지 서민적인 이미지를 남겨주었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직접 국민과 대면하고 접촉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치는 이미지가 아닌, 현장의 이미지를 직접 전달 할 수 있었습니다.

 

가카는 특히 박정희의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과거 서울 시장 시절 업적들을 포장하며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나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혼란을 심어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허상이라는 것은 금세 밝혀졌지만, 이런 전략으로 정권교체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경제 대통령, 현장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가카는 4대강 사업이라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 같은 국가 규모의 건설사업으로 경제를 부흥시키려고 했고, 본인은 박정희와 동일한, 국가의 아버지처럼 되길 원했습니다.

 

gdgd.jpeg

출처 - (링크)

 

가카의 모습은 마치 마오쩌둥 같았습니다. 측근과 참모진들은 가카의 결정에 거수기가 될 수 밖에 없었고, 반대의 목소리는 묵살 당했을 것입니다. 환경단체와 지자체에서 수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4대강 정비 사업은 시행 되었습니다. 결국 22조를 들여 추진된 국가사업은 무엇을 얻었는지,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고, 이후 들어선 박근혜 정부에서조차 외면 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담이지만, 박근혜는 이명박처럼 이미지를 만들면서 코스프레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옅은 미소를 보이며 얼굴을 비추는 것 만으로도 박정희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박근혜는 말을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지지와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독재자의 딸로 국민들에게 지지받고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코미디이지만, 박정희라는 허상이 깨지기 전에는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다만, 박근혜의 “박근혜 = 박정희”의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지지받았을지 몰라도, 이미지만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군주정 시절의 수많은 암군처럼 국정을 농단하고 민생을 망가트렸습니다. 이런 시기를 겪어 촛불 투쟁의 끝에 다시 한번 민주화를 쟁취한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또 다른 형태의 독재가 생겼습니다.

 

윤석열의 대파 한 단

 

sdfdsfs.JPG

출처 - (링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방문하여 민생 점검을 했습니다. 그간 민생토론회로 전국을 돌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시간을 쪼개어 시장 물가를 살피러 행차하신 것입니다. 별 탈 없이 연례행사처럼 끝났어야 할 민생 점검이 문제가 된 것은 많은 상품들 가운데 대파 가격을 본 대통령의 발언이었습니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 같다”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8일 기준 대파 한 단(1kg) 평균 소매 가격은 3,018원이었습니다. 한 주 전 4,005원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년 2,982원에 비해서는 비싼 가격입니다. 최고가는 무려 7,300원이었습니다.

 

소매점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의 한 유통업체만 875원이라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는데, 아마 대통령이 방문한 하나로마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은 일주일 전까지 대파 한 단에 2,760원이었지만 대통령 방문 전에 1,000원으로 가격을 내렸고, 방문 당일에는 875원으로 가격을 더 낮췄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지원금과 농협의 자체 할인, 정부의 농산물 할인쿠폰 등 모든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875원의 가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다만, 대부분 유통업체에서 3,000~4,000원대에 팔리는 대파 가격을 모른 채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가격만으로 파악이 가능할까요?

 

sdfsffdfdf.JPG

대파를 격파하겠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한 단에 875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일지 모르겠지만, 생산자들에게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대파 가격이 817원으로 떨어지자, 전남 지역의 대파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었습니다. 한 단 생산비가 1,000원이 넘는데,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수확을 포기하는 게 손해를 줄이는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대파 한 단의 판매가격으로 875원이라는 가격이 불가능한 가격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한곳에서만 875원에 판매하는 대파를 보고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생각했다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일 것입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의 진짜 문제는, 하나로마트 측은 우연이라고 하지만 하필 대통령 방문일에 맞춰서 가격을 인하한 것이며, 실제 물가를 파악할 수 없도록 대통령을 그곳으로 안내한 대통령실과 참모진들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에서나 가능할법한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무서워 바른말도 하지 못하고,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의 비리와 범죄혐의조차 몰카며 조작이라고 부인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이미지 메이킹에 빠져있던 대통령은 공정함의 아이콘이길 자처했다가 이념의 투사였다가 민생해결사가 되는 이미지 변화를 시도 했지만, 결과는 한편의 희극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책보다 쇼잉

 

awqewq.JPG

출처 - <대통령실>

 

2022년, 김건희는 캄보디아에 방문하여 현지의 환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중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자 많은 논란을 가져왔습니다. 선전효과와 각종 이미지를 혼합해서 만들어낸 그 사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었습니다. 물론 김건희의 모습은 진심으로 환자들을 보듬어 주는 모습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이미지 메이킹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이미지에 빠진 권력은 독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본인들의 무능력과 과오를 이미지로 덮으려고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어떤지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대파가 4,000원이라면 875원으로 보이게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처럼 국민들에게, 지지 세력들에게 비칠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뿐입니다. 어떤 정책을 펴는지 보다, 어떤 정책을 펴는 것처럼 보이는지가 더 중요해 보이는 정권이 아직도 3년이나 남았습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