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펜더 추천42 비추천0

 

이종섭 前 장관이 호주 대사로 발령됐다.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국민들 대부분은,

 

“이종섭 장관을 빼돌렸다.”

 

란 의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무슨 생각으로 이종섭 장관을 빼돌렸는진 모르겠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종섭만 빼돌린 걸까?”

 

한발 더 나아가서,

 

“채수근 상병 사건의 결재라인과 군 관계자들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란 생각이 들었다. 2023년 7월 30일 이후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이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군사보좌관 박진희

 

사건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으로 있었던 박진희 준장. '군사보좌관'이란 자리는 우리나라 준장 보직 중 최고 요직 중 하나이다. 국방장관을 보좌하며,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보통 육사 출신 엘리트. 그러니까 기수별 에이스들이 이 자리를 거쳐 소장으로 진급한다.

 

1.jpg

 

(우리나라 군대의 관례 중 하나인데... 아니, 꼭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군대도 마찬가지인데, 높은 분... 그러니까 상관을 모시는 보직에 근무했던 이들은 다음 보직이나 인사 때 나름 ‘혜택’을 보는 게 관례다. 인간사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높은 분 모셨으니...)

 

박진희 장군은 군사보좌관이었던 2023년 8월 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

"빨라야 8월 10일 이후 이첩할 수 있을 것 같다"

“장관께서는 수사가 아닌 조사라고 하셨고, 조사본부로 이첩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2.jpg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진희 군사보좌관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

<출처 - JTBC〉

 

박진희 보좌관은 어떻게 됐을까? 작년 11월 군 인사 때 소장으로 진급해 제56 보병사단 사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군사보좌관이 엘리트 코스이고, 높은 분 모시고 나오면 인사 혜택을 주는 관례답게 바로 1차 진급으로 소장이 됐다.

 

이종섭 장관의 ‘명’을 받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걸 보면... 음... 만약 진급을 안 시키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줬다면, 이건 윤석열 정부 스스로가 죄를 인정하는 꼴이기에 그대로 승진 시키는 게 맞을 거다. 그런데도 뒷맛이 쓰다. 국민 눈치를 본다면, 작년 11월 인사 때 어떤 ‘시늉’이라도 했을 건데, 그런 거 없다. 윤석열 정부에겐 오직 ‘전진’뿐인 거 같다.

 

(박진희 장군의 경력을 보면, 전형적인 전략통이다. 국방부 국방정책실, 육군본부 비서실, 합참 전략기획본부, 국방부 군사보좌관 등등 육사 출신 엘리트 군인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아 올라갔다. 중령 보직, 대령 보직, 준장 보직을 보면 무난하게 중장까지는 진급하겠다는 게 눈에 딱 들어온다. 이런 상황에서 채수근 상병 사건이 터진 거다. 윤석열 정부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박진희 장군은 스스로 나가기 전까지 계속 밀어줄 거다)

 

국방비서관 임기훈

 

문재인 대통령 시절은 최고의 보직이었는데, 그 이전이나 그 이후에는 그저 그런 자리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은 중장 보직까지 올라갔고, 작전통 장군을 데려와 근무시켰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는 정책통들이 들어와 근무하게 됐고, 다시 이전처럼 소장 보직으로 채우게 됐다.

 

“적당히 근무하다 전역해라.”

 

그런 느낌이랄까? 임기훈 장군은 커리어가 좀 꼬였는데,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탄핵이 터지면서 별을 달지 못하고, 청와대를 나오게 된다. 그러다 겨우겨우 3차에 턱걸이로 준장이 된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파견됐고, 소장으로 임기제 진급(원래는 진급 못 할 사람인데, 임기를 두고 진급시켜 주는 것)을 시켜주고, 국방비서관이 됐다.

 

3.jpg

 

그리고 채수근 상병 사건이 터졌다. 2023년 7월 31일 오전 9시 53분과 오후 5시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대를 보면 ‘유추’해 볼 수 있는 게, 이날은 원래 채수근 상병 사건의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가 예정된 날이다. 오전 중에 브리핑 취소 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 같고, 오후에는 취소 이후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논의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여튼 임기훈 장군도 11월에 ‘중장’으로 임기제 진급을 또 한다.

 

4.jpg

 

현재 임기훈 장군은 국방대학교 총장 자리에 앉아 있다. 원래 이 자리가 말년 소장(중장)들에게,

 

“옷 벗기 전에 대학교 총장 자리 한 번 앉아 봐야지? 군 생활하느라 고생했어. 쉬엄쉬엄 전역 준비나 하고 있어.”

 

라는 자리이다. 이건 뭐 명백히 ‘혜택’을 준 거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높은 분들 모시면 다음 인사 때 혜택 돌아가는 게 관례긴 한데, 임기훈 장군은 임기제로 소장을 달았는데, 한 번 더 임기제로 중장을 단 경우다. 이런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특별’한 건 맞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5.jpg

 

지금 상황에서 김계환 사령관이 계속 보직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채수근 상병 사건을 말하고 있고, 작년 7월부터는 나라 지키는 일보다는 여기저기 언론 대응하기 바빴던 게 김계환 사령관이었다. 보통의 정부라면,

 

“당장 자르면, 모양새 이상하니까... 정기 인사 때 교체하는 걸로 합시다.”

 

라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조금 더 상식적이라면, 사건 터졌을 때 인사 조치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겠다.

 

여하튼,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면 이번 4월 전반기 군 장성 인사 때 김계환 사령관을 교체하는 게 맞다. 여론이나,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본다면 그게 민심을 달래는 방식인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생각이 없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김 사령관이 나름 성실하게 하고 있어 해병대사령부의 지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김 사령관 지휘 역량을 신뢰한다."

 

라면서 올해 말까지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고 말했다. 보통 해병대 사령관 임기가 2년이기에 이 2년을 다 채워주겠다는 거다.

 

6.jpg

<출처 - 링크>

 

김계환 사령관의 임기를 보장해 준다는 걸 보고, 윤석열 정부의 성향과 지금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와르르 무너진다는 어떤 절박감? 절대 죄지은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느낌? 잘못한 게 없으니, 교체도, 불이익도 없다는 거다. 역시나 윤석열 정부다. 이제부터는 자존심의 영역이 됐다.

 

임성근 해병 1사단장

 

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 임성근 해병 1사단장... 작년 11월 장군 인사 때 국방부 발표를 주목해서 봤다.

 

“임성근 사단장을 어떻게 할까?”

 

7.jpg

 

이 당시 군 안팎의 분위기란 게,

 

“에이, 아무리 그래도 중장 진급은 안 시킬 테고, 옷 벗을 거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소장 보직 중에서 이동을 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라면,

 

“임성근은 잘못 없어! 그러니까 뭐라도 쥐여 줘야 해!”

 

라고 했을 거다. 실제로 그러했다. 장군 인사 직전에 언론에 임성근 사단장의 인사이동에 대한 소스를 흘리기 시작했다. 간을 본 거다.

 

까놓고 말해서 육군이라면, 모르겠지만 해병대에서 소장 보직은 딱 4개가 다였다. 해병 1사단장, 2사단장, 부사령관, 그리고...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이다. 당시 국방부는 전비태세검열실장 자리를 주려고 했다. 합참의 요직인 이 자리를 준다는 건,

 

“임성근은 잘못 없다! 그러니까 격노 한 윤석열 대통령이 옳은 거다!”

 

라는 걸 보여줘야 했던 거다. 문제는 이 소식을 흘리자마자 여론의 역풍을 맞은 거다. 그제야 국방부는 한발 물러섰는데, 임성근 사단장이 ‘무죄 입증’에 주력하기 위해 정책 연수생 신분으로 수사를 받겠다고 한 거다(임성근 장군이 그렇게 원했다고 한단다...)

 

정책 연수생이란 게 6개월이나 1년가량 현 계급을 유지한 채 연구 과제를 선정해 연구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임성근 장군이 자발적으로 정책 연수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국방부가 처음에 ‘간’을 보지 않았을 거 아닌가?

 

아닌 척하지만, 임성근 사단장 인사 직후에,

 

“임성근 사단장의 인사가 경질로 비칠까 우려된다.”

“국방부장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인사하려 했지만, 본인이 정책연수를 강하게 희망한 거다.”

 

라는 말들이 계속 나왔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성근은 잘못 없다.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도 잘못이 없다.”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7월 31일 이후 우리나라 국방부와 군 관계자는 한 명의 ‘격노’를 수습하기 위해 온갖 생쑈를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 차관 신범철

 

8.jpg

<출처 - 링크>

 

당시 국방부 차관이었던 신범철 차관은 이종섭 장관이 채수근 상병 사건을 롤백하려는데 한 손을 거는데,

 

“사단장은 빼라니까!”

"일요일(7월 30일) 장관 결재는 중간 결재다.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나?”

 

라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냈다. 물론, 신범철 본인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사단장은 빼라니까’는 안 했고, ‘중간 결재다’는 했다고 한다. 선별적인 문자발송인 듯하다)

 

여튼 뭐 그렇다. 이분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국민의 힘 천안 갑 후보 공천이 확정됐다. 이 분은 단수공천 후보자(천안에선 유일하다)로 분류돼서 경선 없이 바로 공천을 받았다.

 

뭐... 그렇다.

 

윤석열 정부

 

채수근 상병 사건에서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현재를 한 번 살펴봤다. 어떤 일정한 패턴이 보이지 않는가? 윤석열 정부는,

 

“임성근 사단장은 잘못이 없다!”

 

라는 논리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이 악물고 관계자들의 인사를 진행했다. 여론이 어떻게 변하든, 민심이 어떻게 반응하든 그건 중요치 않다.

 

“우리가 아니라고 결정하면, 아닌 거다!”

“법적으로 문제가 아니라면 아닌 거다!”

 

그런 느낌이다. 마치 타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머리를 땅에 파묻으면, 사건은 사라지는 것 마냥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는 모습이다.

 

9.jpg

 

이종섭 장관에 대한 글을 쓰다가 문득 그때 이종섭 장관과 함께(?!) 한 이들의 근황을 살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정부의 일관성 하나만은 인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