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2.11.09.금요일

춘심애비

 

 

 

 

 

 

 

 

 

 

 

 

0. 노 모어 양키 고 홈

 

 

 

 

 

요즘 사람들은 미드 한 두 개쯤은 본다. 워낙에 미드가 많기 땜시롱, '어떤 미드를 보는가'가 그 사람의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쓰이기 까지 한다. 예컨데, 두 남자가 있는데 한 남자는 LOST, 소프라노스를 좋아하고 한 남자는 HIMYM, 푸싱데이지를 좋아한다면 우리는 대략적으로 그 두 남자의 성향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글타 보니, 알게 모르게 요즘 사람들은, 미국의 구석구석을 꽤 많이 안다. 80~90년대에 한국 대중의 전반은 그냥 미국은 좋은 나라고 선진국의 표상이고 먹을 게 졸라게 크고... 뭐 그런 인상들을 갖고 있었다면 요즘은 동부/서부/남부의 생활 차이, 미국에서 '자동차'라는 것이 갖는 의미, 고등학생들에게 졸업 파티가 의미하는 바 등등 꽤 구체적인 사실까지 알게 된다.

 

 

 

 

 

그러면 그런 식으로, 예전보다 좀 더 디테일하게 알게된 걸 몇개 생각나는대로 써재껴보자.

 

 

 

 

 

- 양극화 졸라게 심하다. 항간에는 미국 남북전쟁 이후 최악이라고도 한다.

 

 

- 가십이 졸라게 유행이다. 어디 아침프로 나온 누가 사생아네, 모 배우가 여자가 많네, 누가 바람을 폈네 등등.

 

 

- 그와 함께, 스타들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 멕시코 등 외국인 저임금 노동자 및 불법체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졸라 많고, 이들과 미국인 실업자들의 갈등이 졸라 크다.

 

 

 

 

 

공감들 하시나. 못하면 뭐 말고. 암튼 저 내용들을 상호 관계로 엮으면 대충 이런 억측이 가능하겠다.

 

 

 

 

 

: 양극화는 존나 심하고, 서민들은 죽어나는데,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몰려와서 그나마의 3D 직종도 자리가 없고, 이 피폐해진 삶을 버텨낼 수 있는 아편으로써 가십과 연예뉴스가 각광받고 있다. **녀 신드롬과 섹시화보로 점철되는 뉴스포털을 지닌 우리네 상황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미디어가 상대적으로 더 발달돼있고 가십이나 연예뉴스의 선정성이 비교적 높다. 즉, 우리나라와 비슷은 하지만 훨씬 빡세다…

 

 

 

 

 

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겄다.

 

 

 

 

 

이 와중에 11월 6일, 미국에서는 45대 대통령 선거가 치뤄졌고, 다덜 아시다시피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1. 미합중국 45대 대통령 오바마, 당선의 이유

 

 

 

 

 

뭐 사후 해석은 어떻게든 가능하겠다만, 그냥 상식적으로만 생각했을 때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층 실업률이 올라가는데 이를 선정적 뉴스들로 쉴드치는 게 '먹혀들어가는 형국'은 한국 기준으로는 보수층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게다가 한국의 그것보다 더 강도가 높은 수준의 선정적 가십이 서민 전반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보수층에 유리하다.

 

 

 

 

 

그러니까 오바마의 재선은, 설명이 안될정도의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바로 '선정적 가십에 더 가까운 서민들'이라는 지점에서, 우리네 사정을 1:1로 대입하기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상보다 큰 차이로 당선 됐다.

 

 

 

 

 

 

 

 

 

 

이걸 가장 뻔하게 분석하면 대충 이렇게 되겠다.

 

 

: 양극화와 실업률에 허덕이던 서민층 및 몰락중산층이, 자유시장 위주의 공화당보다는 균형분배 위주의 민주당 정권에게 조금 더 희망을 걸었다.

 

 

 

 

 

아 시바 졸라 뻔하다. 저런 말 할거였으면 당선되기 전부터 주장을 하던가. 개표 직전까지도 졸라게 박빙이라고 보도하던 주제에 저딴식으로 분석을 하면 궁뎅이 졸라 팡팡 맞아야 옳다.

 

 

 

 

 

필자는 궁뎅이를 맞기 싫으므로, 좀더 살을 붙여보면 이렇다.

 

 

 

 

 

1) 오바마라는 심볼은, 양극화와 실업률에 허덕이던 서민층 및 몰락중산층에게, 자유시장이 아닌 균형 분배가 그나마 더 희망을 걸만하다는 믿음을 주려 했고

 

 

2) 동시 졸라게 선정적인 미디어에 이미 친숙해진 그들에게 먹히는 방법을 찾아냈다.

 

 

 

 

 

1)번 이유야 뭐 현재 민주당의 모토니까 오바마가 아니라 다른 후보가 나왔어도 똑같은 노력을 했을 거다. 그러므로 포인트는 2)다. 다른 사람이 아닌 버락 후세인 오바마(후세인으로 개그치고 싶지만 참겠다)가 당선된 차별점은 바로 2)에서 비롯되는거다.

 

 

 

 

 

여기서 우리네 상황을 잠깐 훑자.

 

 

 

 

 

 

 

 

2. 2012 대한민국 대선의 상황

 

 

 

 

 

여기서 이 글을 보고 있는 딴지스덜이야, 당연히 작금의 좆같은 삶, 저녁이 존나게 없는 삶을 타파하려면 새누리당 따위 지구상에서 삭제해버리고 민주당도 졸라게 체질개선해서 합리적 보수로 자리잡고, 진보정당들이 훨씬 큰 힘을 지닌 채 주사파 출신은 고이접어 나빌레버려야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 동의하시겄다. 글치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아직도 졸라게 많은 사람들, 거의 전체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인간들이, 먹고 살려면 독재자 딸래미가 대통령 해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덜 알다시피 역사적 이유와 함께, 미디어가 장악당했다는 결정적 한방의 도움을 받는 결과이다. 바로 이 상황에서, '재미'와 '카타르시스'로 무장한 나꼼수 등 팟캐스트 방송들과 트위터가 균열을 내기 시작했고, 서울시장 재보선까지는 막대한 갑빠를 자랑했었다.

 

 

 

 

 

그러나 그 갑빠의 깜냥은 4/11 총선 때 어느정도 윤곽이 나왔다. '하는 사람만 한다'는 특징을 가진 뉴 미디어는, 수구세력에 잠식당한 올드미디어를 압도할 정도까진 안됐다. 제법 대등한 견제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해야했다.

 

 

 

 

 

다행히 문-안 단일화는 얘기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건 결국 '상식'의 싸움이다. 더 잘 살려면 박정희와 최대한 닮은 이가 필요하냐, 아니면 김대중 노무현보다 더 나은 사람이 필요하냐. 우리는 당연히 후자지만 전자가 상식인 사람들과, 누가 더 많은지 대결을 해야하는 상황. 그냥 우리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상식이 잘못된 사람들과 그저 상식적인 사람들의 쪽수 대결이다.

 

 

 

 

 

필승 전략은 당연히, 상식이 잘못된 사람들에게 아주 정상적인 상식을 알려주는거다. 졸라게 무식한 독재자 딸래미가 집권하면 다같이 좆된다는 당연한 사실.

 

 

 

 

 

그 사람들이 이 당연한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여러가지 역사적 요소와 함께, 선정적이고 왜곡된 미디어의 탓이 졸라게 크고 또 한가지, 그들은 '너무 바빠서' 사실 파악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인상'으로 평가하고, 올드미디어는 그 '인상'을 형성하는 도구로써 수구세력에 이용된다.

 

 

 

 

 

 

 

 

3. 오바마라는 심볼

 

 

 

 

 

SNS, 흑인, 인권변호사, 분배주의, 심지어 공산주의자까지. 오바마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가 당선됐을 때 돌아다녔던 졸라 유명한 사진 중에 오바마가 백악관 청소부와 주먹을 맞치며 인사를 하는 사진이 있다.

 

 

 

 

 

 

 

 

 

 

동방의 외로운 반도국에서 볼 때, 어디 이태원 클럽에서 클럽 죽돌이들이나 할 거 같은 인사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흑인 청소부에게 하는 그 광경에서 느껴지는 쿨함. 꽤 신선했다.

 

 

 

 

 

오바마의 공식계정은 팔로어가 약 2천3백만이다. 반면 롬니는 2백만이 안 된다. 그는 공산주의자라는 조또 말도 안되는 비판을 수년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그 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다. 그래서 공산주의자 의혹을 한층 부각시킨다.

 

 

 

 

 

 

 

 

 

 

근데 씨바 솔까말, 오바마가 졸라 미국 내 인종차별을 진짜 없애거나 대폭 줄였고, 월가 자본을 서민들에게 졸라게 돌려줬고, 미국 패권주의를 졸라 불식시켰고 이러지는 않았다는거 다들 알거나, 혹은 그렇게 디테일한 거는 관심이 별로 엄따. 그냥 '그런' 인상이 있다 - 그는 졸라 진보적이고, 뉴미디어 친화적이고, 말이 통하고, 착하고, 약자를 위해 살아왔고, 그 스스로도 굳이 따지자면 약자에 해당한다고.

 

 

 

 

 

한 나라의 대통령급 인물이, 그저 자신의 삶을 통해 이러한 이미지를 자연스레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긴 존나 어렵다. 수많은 대중들이 빌 클린턴을 그냥 '좆대가리 잘못 놀린 새끼' 정도로 이해하듯, 그들은 대통령의 실제 디테일한 업적 같은거 시바 모르겠고, 미디어의 인상만 본다. 미디어의 선정성이 졸라게 극에 달한 국가에서, 그저 한 사람의 외길인생이 미디어에 반영됐다고 보는건 하품 나올 정도로 나이브한 얘기다. 이 이미지는 당연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

 

 

 

 

 

그는 마치 영화배우나 가수처럼, 미디어를 이해하고 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인상' 중 어떤 인상을 드러낼지를 선택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 인상에 반응했다.

 

 

 

 

 

없는 걸 만들어냈다는 게 아니라, 포인트를 알고 이용했다는 얘기다. SNS를 선점했어야한다는 사실, 공산주의 논란을 부추기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판세라는 사실, 흑인임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 인권변호사였음을 강조해야한다는 사실. 이걸 알고 그것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냈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 오바마에게 부여된 이미지는 '쿨함' 그 자체다. - 편집부 주

 

 

 

 

 

똑같은 사람이었더라도, 병신같은 인상을 만들어 내려면 졸라게 한없이 병신처럼 만들 수 있다.

 

 

 

 

 

오바마라는 한 자연인은, 정치인으로서의 능력 및 역량과 또 다른 차원에서, 이런 인상들이 형성한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심볼로서, 상당수의 유권자를 설득해냈다.

 

 

 

 

 

 

 

'오바마 = 멋진 남자'라는 등식이 반영된 개그의 사례

 

 

 

 

 

 

 

 

4. 다시 2012년 한국

 

 

 

 

 

어차피 판세는 이미 둘로 나눠졌다. 대략 절반은 박근혜를 그냥 지지하고, 나머지는 박근혜가 싫어서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려 한다. 그 대상이 누가 될지, 이제 곧 결정된다.

 

 

 

 

 

여기서 오바마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문제가 한 가지 있다. 어차피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은 사실관계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문재인이 내세운 정책의 우수함이라던가, 정치사적으로 안철수여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서 주장한다. 반면, 박근혜 지지자들은 여전히 '인상'으로 판단한다.

 

 

 

 

 

그들의 머리 속에, 문재인과 안철수는 어떠할까? 왜곡된 올드미디어의 영향까지 받은 그들 입장에선 문재인은 그냥 잘생기고 말 못하는 노빠고, 안철수는 백신 만들던 사업가다. 그 이외의 인상은 대체로 희미하다. 아마 어디 시골에서 공중파만 보는 가정에서는 문재인이 변호사 출신인지, 한 4선 의원 출신쯤 되는지도 잘 모를 수 있다. 안철수가 도대체 사업하다 왜 나온건지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졸라게 많을 거다.

 

 

 

 

 

SNS가 그렇게 범국민적 키워드가 됐을지언정, SNS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박원순 시장 정도 되겠다. 실제로 SNS를 많이 쓰는 야권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문재인 안철수가 트위터를 졸라 잘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기는 힘들다. 둘 다 서민 입장에서 어떤 공감대를 느낄 포인트를 지니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의 담쟁이 펀드는 나름대로 좋은 전략이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펀드'라는 걸로 200억을 모았다는 그 사실이 주는 '인상'이 있으므로. 하지만 그 이후는, 애매하다. 매우 희미하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미 서로의 편이 약 반반임은 확연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대중들이 어떤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지, 어떤 정보의 맥락이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통찰과 그를 이용한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야권 대선후보들은 그 지점에 있어 출마선언 이후 그다지 나아진 점이 없다.

 

 

 

 

 

 

 

 

 

 

다행히도 단일화가 졸라게 이슈다.

 

 

 

 

 

이건 진정한 의미의 협의임과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쑈'가 돼어야 한다고 이 연사 침튀기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새끼 쑈하고 있네'에서의 쑈가 아니라, 단일화 과정 자체가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과정과 그 인상까지 고려한 기획이 졸라게 필요하다. 그게 담판이든, 여론조사든 뭐든 상관없다.

 

 

 

 

 

얼마 남지 않은 한방이다.

 

 

졸라게 화려하거나, 졸라게 감동적인 쑈가 눈앞에 펼쳐지길 기대하겄다.

 

 

 

 

 

 

 

"Let the show begin"

 

 

 

 

 

졸라

 

 

 

 

 

.

 

 

 

 

 

 

 

 

 

 

 

 







 
 

편집부 추신

 

 

 

어제(2012년 11월 8일) 실연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써 주신 춘심애비님께 아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음만큼은 이런 마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춘심애비

 

 

실연의 충격을 위로해주기 위한 트위터 : @miir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