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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9. 월요일

춘심애비

 

 

 

 

 

 

 

 

 

 

 

 

 

 

 

결론부터 말하고 들어가자면, 이들의 의견은 계몽적 폭력에 다름아니다. 극단적으로 비약해서 비유하자먼,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약 쳐먹어 이 호로새끼야' 라고 하면서 죽빵을 한대 날리고 주댕이에 빨간약을 쳐넣는 것과 방향이 같은 거다. 이게 옳으니까 이렇게 좀 해 이새끼들아.

 

 

 

 

 

물뚝심송의 글도 그렇고, 그 글에 인용된 UMC의 트윗도 그렇다. 그들의 글과 트윗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저런 행동과 똑같은 결론을 낳는 행동이다. 너클볼러는 공식적으로는 아무것도 안했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다.

 

 

 

 

 

각개격파 들어간다.

 

 

 

 

 

 

 

 

1. 시뮬라크르

 

 

티비를 보면서, 그 시청각적 자극이 형성해낸 맥락을 실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시뮬라크르에 적용시킬 수 있다 치자. 그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이 형성해낸 어떤 가상의 인물과 실존하는 연예인(혹은 캐릭터)를 혼동한다고 치자. 엄밀히 말하면, '여로'의 '분이'에 대한 당시 팬들의 마음은, 그 '분이'를 실존인물로 생각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분이를 괴롭히지 마!!'라는 그 마음 자체의 문제다.

 

 

 

 

 

 

 

 

 

 

영화 도그빌에서, 니콜키드만이 강간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요즘 세상에 '67년생이며 톰크루즈와 결혼했던 니콜키드만을 강간하지마!!'라고 생각할리는 없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졸라게 불편함을 느끼고, 도그빌 주민 캐릭터들에 대한 분노심과 환멸감을 갖는다.

 

 

 

 

 

즉, 시뮬라크르를 '허구를 정말로 실존한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의 세계에 실존세계와 같은 인지체계를 적용시키는 것'으로 본다면, 씨바 이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더러, 다들 그러고 사는 거고, 대중문화라는건 원래 그러라고 만든 거다.

 

 

 

 

 

"사람들은 연예인 자신과 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구분하지 못한다."

 

 

 

 

 

누가 안그런가? 60억인구 중에 도대체 누가, 실존하는 나머지 60억 인구를 하나하나 실존하는 존재 그 자체로 인식하고 이해하고 행동하는가? 비단 연예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냥 같은 동네 사는 사람에 대해서도, 심지어 가족에 대해서도, 도대체 누가 각각의 '자신'을 오롯이 이해하고 산단 말인가.

 

 

 

 

 

우리 모두는, '나'와 '내가 보는 남들'이 함께 살아가는 우주를 사는 거다. 내가 보는 남과, 실존하는 남이 얼마나 다르고 같냐에 따라 우리의 삶에는 각종 갈등, 사랑, 번민, 반목, 화해가 반복된다.

 

 

 

 

 

그러니까, 실존하는 이지은을 내 머리속 아이유로 치환시켜 사고하는 건 하등의 문제가 없다.

 

 

 

 

 

 

 

 

 

 

내가 아이유를 천사라고 생각한 나머지, 진짜 천사인줄 알고 매일 아이유 트윗 계정에 세계 평화를 기리는 소원을 멘션으로 날리는게 문제인가? 아니다. 그냥 남들이 놀리겠지. 문제가 되는 순간은, 그 치환으로 인해 '자연인 이지은'에게 피해를 줄 때 발생한다. 그리고 그 '피해를 주는 행위'자체는 어차피 법적으로 금지돼있다. 즉, 결과적인 행위의 문제지 인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정리하자면, 아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든 다 자기 맘이고, 그게 현실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 또한 문제소지가 되지 않는다. 단, 그 인지체계가 '위해'를 가하는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포커스는 여기에 맞춘다.

 

 

 

 

 

 

 

 

2. 너무나 예쁘서 어쩔 줄 모르는 여동생이나 조카라고 쳐보기

 

 

내 여동생이나 조카가 남친이 생겼다. 누가봐도 섹스를 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사이라고 하자. 일단 기본적으로 약간의 경계심은 든다. 그건 '니가 씨발 우리 동생을(조카를) 따먹어 이 개새끼야?!!!' 이게 아니라, 내가 보호해야하는 한 여성에 대해 다른 미지의 남성이 책임감이 필요한 관계를 형성했을 때 느껴질 일종의 책임감의 발로다. 이게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대부분 그렇다. 최소한, 동생의 남친에 대해 괜찮은 놈인지 판단해보려 하는 오빠가, 씨바 어디서 굴러먹든 알아서 하라는 오빠보다는 사회적으로 더 좋은 오빠라고 여겨진다. 누나와 남동생도, 형과 남동생도, 언니와 여동생도 똑같다.

 

 

 

 

 

하지만, 내 여동생이나 조카가, 남자랑 떡친 사진이나 영상이 일베나 디씨에 돌아다니는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래 뭐 무게를 맞추기 위해, 아이유 섹스동영상이 유출된건 아니니까, 여동생이나 조카가 남친이랑 떡친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될 소스로 기능할 법한 사진이 일베나 디씨에 돌아다니는 거, 이거도 마찬가지다.

 

 

 

 

 

내 가족이, 수 많은 네티즌 키워들에게 헐뜯기고 신상조사 들어가 사생활이 까발려지는 이 상황, 어느 인간이 이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대응할까. 동생이나 조카, 혹은 그 남친을 졸라게 혼낼 사람도 있겠고, 일베나 디씨에 그거 올린새끼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겠다만, 어쨌든 이걸 그냥 평화롭게 바라볼 인간이 있을까?

 

 

 

 

 

 

 

 

"대한민국에 맞는 통치이념으로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적절하다.

여동생이 섹스를 하면 명예살인을 하고싶은 모양이다."

 

 

 

 

 

 

 

<위는 '그것은 알기 싫다' 진행자 UMC의 트윗>

 

 

 

 

 

 

물론 아이유와 은혁을 명예살인 하고 싶어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을 거다. 그 자체에 대해서 쉴드쳐 줄 생각은 조또 엄따. 다만, 모든 네티즌의 아우성이, 죄다 명예살인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아니란 얘기다. 인지상정으로, 그냥 씨바 졸라게 큰일 났다고 생각하는 거, 이게 뭐가 문제인가.

 

 

 

 

 

그것도, 아예 무슨 연애사실 발표하면서 트위터나 홈피에 제대로 올린 거도 아니고, 루머는 계속 돌고 있는데 소속사에서는 부정하다가, 아이유 개인 계정의 yfrog에 떡하니 올리고, 급히 삭제한 이 맥락에서, 어떻게 이걸 '허허허 우리 아이유가 남자 사귀는구나'라고 생각하느냐는 말이다.

 

 

 

 

 

차라리, 삭제 안하고 그냥 아이유가 트위터로 '히히 이렇게 된 거 고백할게요. 저 은혁오빠랑 사겨요'라고만 했어도 '아진요' 같은 집단은 안생겼다. 이건 아진요를 병신취급하는 것도, 쉴드쳐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 중에 병신들도 있겠다만, 오빠로써, 남친이 있는지도 몰랐던 여동생이 떡치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사진이 일베에 올랐는데, 여동생은 막상 '직장 동료가 병문안 온 거다.'라고 말하면 씨발, 이걸 누가 믿겠나.

 

 

 

 

 

'뭐라 그러는 거 아니니까, 원나잇이면 원나잇이었다고, 사귀는 거면 사귀는 거였다고 얘기해'라고 말하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오빠니까, 동생이 알아서 처신하리라 믿고, 일베에 오르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던 신경쓰지 말고 그냥 동생이 남자랑 사진도 찍고 그런 사실에 대해 대견해하나?

 

 

 

 

 

너무 이뻐서 어쩔 줄 모르겠는 동생이라서 더욱 가능한 얘기다. 아이유 정도의 인기 연예인에게, 그런 사진 유출과 그에 대한 의뭉스러운 답변 일색은, 당연히 어느 정도의 우려를 야기한다.

 

 

 

 

 

 

 

 

3. 호기심어린 클릭과 그 결과

 

 

호기심은 어쩔 수 없다. 맞다. 하지만, 그 호기심어린 클릭의 결과, 나온게 결국 아이유 자신이 실수로 올린, 남친과 찍은 사진 한장 뿐이라고 그냥 웃고 넘기는 건, 팬심이 없는 거다.

 

 

 

 

 

 

 

 

 

 

성인 남녀가 둘이 함께 찍은 셀카에, 누워있거나 '거의' 누워있는 포즈로, 여자는 잠옷임이 확실하고 남자는 상의를 탈의 한 것으로 추측까지 할 수 있으며, 누런색 조명이 켜져있는 상황의 사진을, 한 인기 절정의 여자연예인이,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실수로 올린 건,

 

 

 

 

 

씨바, 졸라게 걱정하는 게 맞다. 왜냐하면, 내가 호기심에 클릭을 했으니,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호기심에 클릭을 할 거고, 마땅히 수긍되는 답변은 없고, 네티즌 수사대는 이미 발동 됐고.

 

 

 

 

 

너무 이쁜 동생이 아니라, 그냥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여도 이건 걱정되고, 그래서 그 실수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멍청하게 대응한다면 정신차리라고 한마디 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를 잠재적으로 따먹을 거라고 염두한 채, 다른 모든 남성과의 관계를 부정하려드는 인간인가?

 

 

 

 

 

 

 

 

4. 결론

 

 

물론, 졸라 보는 사람마저 모멸감이 느껴지는 욕설을 해대고, 아이유나 은혁에 대해 저주를 퍼붓고, 진짜 다 죽여버리겠다고 지랄하는 인간들은, 문제다. 그 인간들이 문제인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 어디까지나, 그런 행동은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도 문제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 어차피 문제인 그 행동의 이면에, 복합적인 사회학적, 대중심리학적 구조가 있다는 이유로, 그냥 인지상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한 팬들을 싸그리 싸잡아서, 잠재적 명예살인범이나 극강 오지랖퍼로 선 긋는건, 실책이다.

 

 

 

 

 

물론 이 문제는, 인터넷 문화에 만연해있는 파시즘적 세계관이나, 전근대적 사고방식, 말초자극에 대한 무한추구, 비뚤어진 인간관 등이 연관이 돼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개선해야 함이 자명하다. 그 자명함을 말하기 위해, 그저 인간적으로 행동했을 뿐인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이용해선 안된다.

 

 

 

 

 

이 사태는, 한 초절정 인기 연예인의 실수라는 상황을, 졸라게 병신같이 대응한 소속사의 문제다.

 

 

 

 

 

 

 

 

 

 

상황의 변수가 되는 주체는 소속사다. 연애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유도 아니고, 국민 여동생을 꼬신 것으로 추정되는 은혁도 아니고, 그에 대해 깜놀한 네티즌도 아니고, 늘 어디에나 있는 정신나간 키워들도 아니다. 그들은 그냥 인간적으로 행동했거나(아이유, 은혁, 대부분의 네티즌), 혹은 원래 있는 잉여들(정신나간 키워들)이다.

 

 

 

 

 

하지만 물뚝심송의 마지막 한마디는 부정할 수 엄따.

 

 

 

 

 

그래 나 여자한테 차여서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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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추신

 

딴지 편집부는 '2012년 11월 8일' 실연당한 춘심애비님의 아픔에

가슴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전합니다.


 

 

 

 

 

 

 

 

 

 

 

 

춘심애비

 

 

실연의 충격을 위로해주기 위한 트위터 : @miir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