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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6. 금요일

 

물뚝심송

 

 

 

 

 

 

 

 

 

 

 

 

 

 

아이유가 도대체 누구야? I 와 You 인가?

 

 

 

 

 

전에 술자리에서 이런 소릴 했다가 맞아 죽는 줄 알았다.

 

 

 

 

 

또 한번은 아무 생각 없이 아이유 별로 안 예쁜 거 같은데... 했다가, '아이유가 어떻게 안 예쁠수가 있냐'는 종교적 신념이 서린 어린 눈빛으로 항의를 하는 친구를 보게 되기도 했다. 난 진심으로 살짝 무서웠었다.

 

 

 

 

 

그런 아이유가 아마도 성적 관계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 남자와, 아마도 성적 관계를 가졌을 것으로 연상이 되는 포즈로 찍은 사진을 실수로 유출을 하게 된 모양이다.

 

 

 

 

 

그리고 남한사회에서부터 멘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고, 세계는 멸망해 버렸다.

 

 

 

 

 

 

 

 

 

 

 

 

 


 

 

 

 

 

 

 

 

삼촌이 들려주신 얘기에서 시작해 보자.

 

 

 

 

 

그 옛날 우리 사회에 TV 방송망이 만들어지고, TV 수상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 서울시의 인구가 500만이 안되고, TV 수상기 보급대수가 80만대 밖에 안되던 시절, 서울 장안을 강타한 사상 최강의 대 히트작, 드라마 "여로" 라는 것이 있었다.

 

 

 

 

 

 

 

 

 

 

 

 

 

 

 

 

여로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심지어 택시들도 운행을 포기했다. 어차피 손님도 없기 때문이었겠지만, 사실은 택시 기사들도 여로가 보고 싶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띠리리 띠리리~ 영구 읍따~ 라고 외치며 바보같은 춤을 추며 바보 흉내를 내던 심형래의 영구, 이게 심형래가 만들어낸 캐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영구는 드라마 여로의 남우주연이었던 장욱제씨가 연기하던 바보 캐릭이었다. 그게 오리지날 영구다. 극중 이름이 실제로 영구였다. 머리에 땜빵(원형탈모)도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인기를 끌던 드라마 여로에서 악당 역을 하던 김달중(극중 이름도 달중)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바보 영구를 남편으로 두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눈물어린 노력을 하던 새댁 분이를 괴롭히는 시어머니와 시누이. 그 두 여자들과 은밀히 음모를 짜서 분이를 괴롭히던 천인공노할 악당이 바로 달중이였다.

 

 

 

 

 

이 김달중씨가 길을 걸어가다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김달중씨 뿐이 아니라, 시어머니 역을 하던 박주아씨도 마찬가지 신세였을 것이다.

 

 

 

 

 

이들이 공공장소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은 마치 이슬람의 투석형을 집행하는 군중들처럼 이들에게 증오가 듬뿍 가미된 비난을 쏟아내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연기인 박주아나 김달중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보 남편을 보살피며 힘들게 살아가는 착한 분이를 괴롭히는 악마같은 시어머니와 그 시어머니를 도와 나쁜짓을 일삼는 악당 달중이를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요구는 매우 단순했다.

 

 

 

 

 

 

 

<드라마 여로 中 '분이'> 

 

 

 

 

 

우리 분이를 괴롭히지 마!!

 

 

 

 

 

이 사람들에게는 장 보들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가 생긴 것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TV 수상기를 통해 이들에게 전달된 세계는 매우 강력한 시뮬라크르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시뮬라크르의 구성원인 영구와 달중이는 이들에게는 마치 실제로 옆집에 살면서 바보 짓을 일삼고 나쁜 짓을 일삼는 살아 숨쉬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래서 연기인 김달중, 연기인 박주아는 공개된 장소에 나타날 수가 없었다. 나가기면 하면 욕을 먹게 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돌팔매가 날아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당시 사람들이 무척 촌스럽고 바보 같아 보이시는가?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이 사람들의 모습은 결코 다르지 않다.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싫다"의 진행자 UMC/UW의 말이다.

 

 

 

 

 

"사람들은 연예인 자신과 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구분하지 못한다. "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 구분을 잘 하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은 머리로는 이 구분을 하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구분을 전혀 못한다.

 

 

 

 

 

아이유가 자기 남친과 섹스를 하건 말건 무슨 상관인가, 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유가 흐트러진 매무새로 또래의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보이자, 마치 자신의 여동생이 순결을 잃어버린 것에 분노하는 오빠나 삼촌처럼 분노하고 있다.

 

 

 

 

 

이 현상은 정치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정치인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수히 깔려 있다. 안철수나 문재인은 그냥 의대 출신의 사업가와 변호사 출신의 행정가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시대에 의해 주어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놓고 마치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줄 사람이 나타난 것 처럼, 아니 더 나아가 이 세상을 구원해줄 영웅이 나타난 것 처럼 흥분하면서 숭배한다. 누가 옆에서 그 사람들에 대한 험담이라도 하면 부모 죽인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욕을 하고 난리를 친다.

 

 

 

 

 

단순히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표현으로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 아이유가 93년생 가수 이지은이 아니라 너무나 예쁘서 어쩔 줄 모르겠는 순결한 여동생이나 조카라고 쳐보자.

 

 

 

 

 

 

 

 

 

 

뭐 그래도 크게 나쁠 것도 없다. 세상에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귀여운 여성 캐릭터가 그려진 대형 쿠션이나 매트리스와 결혼하려고 드는 십덕후들도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도 UMC가 한 얘기. 오늘은 완전 UMC 얘기로 글 한개를 날로 먹는다.

 

 

 

 

 

그런데 그 예쁜 여동생이 자신의 남자친구와 섹스를 했다. 아니 한 것도 아니고 한 것으로 추정을 해 볼 수도 있을 것만 같은 흐릿한 사진 한장을 보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큰 일인가? 그게 이슬람 방식으로 투석형에라도 처해야 할 사건인가?

 

 

 

 

 

UMC의 트윗 한개를 더 인용해 보자.

 

 

 

 

 

 

 

<그것은 알기 싫다 진행자 UMC>

 

 

 

 

 

"대한민국에 맞는 통치이념으로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적절하다.

여동생이 섹스를 하면 명예살인을 하고싶은 모양이다."

 

 

 

 

 

이쯤 되면 슬슬 발을 빼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사실 나야 뭐 그런 거 별로 관심이 없어. 하지만 수많은 연예인 가십 전문 인터넷 언론들, 별 이상한 놈들이 운영하는 카페들이 일제히 이 사진 한장을 놓고 난리를 치잖아. 걔들이 더 문제인거지 뭐.

 

 

 

 

 

맞다. 당신은 무죄다. 그런 하찮은 사건으로 무슨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쓰레기 언론들이 문제인거지.

 

 

 

 

 

그런데 그 언론들은 뭘 먹고 사는가? 아이유 충격 셀카 스캔들~ 뭐 이런 제목으로 낚시질하는 그 언론(은 맞아?)들은 당신들의 클릭을 먹고 사는 거 아니었던가?

 

 

 

 

 

제목에 아이유 라는 단어만 들어 있어도 클릭수가 수십만개를 넘어가고 고액의 광고비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는 이 사회. 이 사회는 당신들이 아니고 무슨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란 말인가? "아이유 사진 유출" 이런 기사 보면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한다. 그거 어쩔 수 없다. 호기심을 억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 호기심 어린 클릭의 결과, 나온게 결국 아이유 자신이 실수로 올린, 남친과 함께 찍은 사진 한장 뿐이라면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된다. 인기 절정의 93년생 여자 가수 이지은양도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는 한 인간이고, 그 인간의 사생활도 내 자신의 사생활 만큼이나 보호되어야 하는 권리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한다, '아진요' 뭐 이런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딴지 편집부에 전래되는 명언이 생각날 뿐이다.

 

 

 

 

 

모두 다 외로워서 그런 거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