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보면 가장 일선에서 전투를 하고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부대는 언제나 ‘귀신잡는 해병대’의 모습이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해병대는 4성장군한명 없이 사실상 해군에 부속되어 있는 상태로 있기에 예산을 확보하거나 관련한 법안을 처리할때마다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최첨단 정예부대일 것 같지만 실제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북한군을 마주보며 해병대원들이 사용하는 해안포는 6.25전쟁에 M46 전차로 활약하다가 퇴역한 전차에서 90mm 포신만 떼어내서 사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해병대가 간만에 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 있다. 해병대의 입체 고속상륙작전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공중돌격 제대의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는 ‘상륙기동헬기’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수리온을 기반으로 해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7,900억을 투입하여 40여대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방사청의 ‘상륙기동헬기 관성항법장치 문서’에 따르면, 합참의 함상정렬 ROC(군요구성능 :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미반영으로 상륙기동헬기가 함정에서 출동시 10분간 자기위치 파악을 위해 작전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륙기동헬기의 모체인 수리온은 지상정렬과 긴급정렬, 비행중 정렬기능만을 제공하고, 흔들리는 함상에서의 정렬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리온 정렬(위치파악) 방식
정렬방식 |
소요시간 |
정확도 |
비고 |
지상정렬 |
4분 |
1.5NM/Hr |
규격서에 지상정렬 정확도만 규제 |
긴급정렬 |
30초 |
최종 착륙 시 저장된 INS 데이터 활용 |
|
비행중 정렬 |
10분 |
90초 이상 등속, 직선, 수평 및 5회 이상의 S Turn 비행 |
※1NM(해리)=1.852KM, 1.5NH/Hr=시간당 2.7Km 오차
자료출처 : 방위사업청
함상정렬이 불가능하면, ① 방향탐지 정확도가 저하되고, ② 적의 미사일 발사 시 방향지시 성능저하로 조종사 회피기동에 문제가 생기며, ③ 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한 플레어발사 등 정상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상륙기동헬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함상정렬 불가 시 영향성
구분 |
운용 |
영향성 |
|
생존 장비 |
EWC 생존장비 관리컴퓨터 |
운용 가능 |
영향성 없음 |
RWR 레이더경보 수신기 |
정상 운용 제한 |
기수정보의 부정확으로 방향탐지 정확도 저하 |
|
MWR 미사일경보 수신기 |
비정상 항법정보 수신시 방향지시 성능 저하로 조종사 회피기동 방향판단 애로 |
||
LWR 레이저경보 수신기 |
기수정보 부정확으로 방향탐지 정확도 저하 |
||
CMDS 채프/플레어 발사기 |
센서장비의 방위정보가 부정확 할 경우 비정상적 대응 가능 |
||
FLIR 전방관측 적외선 장비 |
정확도 오차로 인해 중시계 화면에서 지향오차 발생 |
||
IDMC 통합형 전자지도 컴퓨터 |
운용 가능 |
영상에 기수오차가 발생하나 GPS 위치 좌표로 운용 가능 |
|
연료량 정확도 |
자세방위 기준장치 이용 시 문제없음 |
자료출처 : 방위 사업청
상륙기동헬기의 경우 함정에서 출동하기 때문에 함상정렬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합참의 상륙기동헬기 ROC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고, 올해 초 개발진행 중 이 기능이 빠진 것을 발견하고 부랴부랴 이 기능을 포함시키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2014년 1월 함상정렬 기능구현이 불가함을 식별하고도 6월 방사청 사업관리실무위원회를 개최해 ① 체계 개발 기간 내 함상정렬 기능 적용 불가하고, ② 전력화 시기 2년 연장 등을 이유로 장비 정확도가 3배 이상 떨어지고 조정사와 탑승자의 생존성이 확보되지 않는 대안(2안)을 방사청 사업관리 실무위원회에서 결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사업관리실무위원회 대안현황
구분 |
방안 |
기간 |
비용 |
비고 |
1안 |
1.함정이 내해 정박중 2.함정이 일정조건으로 운항 시 3.함정의 자이로정보 이용가능 시 구현가능 |
36개월 |
28.12억+α |
체계개발 기간내 적용 불가능 |
2안 |
1.함정이 일정조건으로 운항 시만 가능 정렬정확도는 떨어짐(1.5=>5NM/Hr) |
4개월 |
8억원 |
체계개발 기간내 적용 가능 |
*1.5NM/Hr(시간당 2.7km 오차), 5NM/Hr(시간당 9.2km 오차)
*사업관리실무위원회는 KHP사업부장 주관으로 총 8인이 참여
(합참 1, 해병대 1, 국과연 1, 기푸원 1, 방사청 2)
위원회 개최 당시 합참, 소요군, 개발자 등 모두가 2안을 찬성했으나, 기품원만 정렬정확도 저하로 탑재장비 영향성 발생 가능하고, 생존장비 기능 저하로 생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2안에 반대했다.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군용장비가 개발기간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안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합참을 비롯해 방사청, 소요군 모두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하며, 즉각 이 사안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
또한 이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합참이 처음부터 ROC에 함상정렬 기능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기인하나 사업추진에 문제가 생겨도 잘못 작성된 ROC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니 잘못은 끝없이 반복된다. 또한 모든 방산비리는 ROC를 조정하거나 변경하는 데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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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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