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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낮에 병원에서 장을 보고 밤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전화 알람이 울려서 확인해보니 딴지일보 부편집장님이 보낸 문자였습니다. 장에 대한 글을 하나 써줄 수 없냐는 내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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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장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 큰 부담 없이 응하긴 했습니다만 장을 지지는 것에 대한 글을 요청하시더군요. (취향 참 독특하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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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 다를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혈관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용종이 생기면 그 용종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혈관이 더 발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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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용종을 떼고 나면 이렇게 피가 줄줄 새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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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시행하는 지혈술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전기로 장을 지지는 방법이 흔히 사용됩니다. 응? 그런데 확인해 보니 장을 지지는 것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이정현 의원의 '야당이 탄핵 실천하면 장을 지지겠다'는 발언과 관련해서 장을 지진 환자에 대한 처치에 대해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취향이 독특한 정도가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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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의원이 약속대로 장을 지진다면 마음 속으로는 사이다겠지만 부상당한 독일군을 치료해주는 미군 의무병의 마음처럼 한편으론 안쓰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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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11월 30일 이정현 의원이 야당이 탄핵을 실천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손에 장을 지진다는 표현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이 확실할 때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성을 간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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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성을 간다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분이랑 그분이랑 헷갈릴 일도 없어질 테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손에 장을 지진다는 의미는 뭘까요 그냥 막연하게 쓰던 표현도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잉여스럽게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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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壯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한방에서 壯은 뜸을 세는 단위를 의미하며 손에 장을 지지는 것은 손에 뜸을 뜨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대개 뜸은 화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의 경우, 부작용으로 원치 않는 화상을 입기도 하고 치료 효과를 위해 일부러 화상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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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용되는 전자 뜸은 화상 부작용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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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掌(손바닥)으로 해석하는 경우 저렇게 손바닥을 지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경우 '손에 장을 지진다 = 손에 손바닥을 지진다'는 중첩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다소 가능성은 떨어져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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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장을 腸(창자)으로 해석하여 장을 꺼내 굽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정말???) 이런 해석은 정말 막창, 아니, 막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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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서 인용한 2004년 국립국어원 답변은 그 의미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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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07년 국립국어원 게시판에 달린 답변에서는 장을 간장, 된장의 醬이라고 하였고 손에 장을 지지는 것은 손이나 손가락에 불을 피워 손이나 손가락에 뜨겁게 달궈진 장을 지진다는 의미로 해석해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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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의 2007년 답변대로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가까워 보이기는 합니다만 좀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이정현 의원의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저하고 손에 장지지기 한번 내기를 한번 하까요?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지지기로 하고 그 사람들이 그걸 실천하면 제가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집어 너께요."

 

사전적 의미가 어떻든 이정현 의원이 말한 손에 장을 지진다는 것은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 넣는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애매한 것이 그 뜨겁다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손을 어느 정도, 얼마나 오래 집어넣는 다는 것인지도 언급이 없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잘하는 것처럼 섭씨 60도 정도 되는 물에 손가락을 1초 정도 담그고 약속을 이행했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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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신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얘기를 하면서 나는 이걸 걸고 확신한다고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할 정도라면 펄펄 끓는 간장 솥에 손을 어느 정도 담궜다가 꺼내는 정도는 각오를 했어야 맞긴 하겠지만요. 

 

이제 뜨거운 물에 손에 화상을 입는 경우에 대한 처치를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화상은 뜨거운 물체에 접촉하는 것 뿐만 아니라 햇빛에 의한 일광화상, 염산과 같은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 전기에 의한 화상, 노트북의 발열 등에 의한 저온화상 등도 존재합니다. 

 

화상은 그 깊이에 따라 1도에서 4도까지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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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화상은 흔히 햇빛에 오래 노출되거나 뜨거운 물, 기름 등에 순간 노출되는 경우 주로 발생하며 표피층만 손상을 입어 피부가 벌겋게 되거나 심하면 벗겨지는 증상이 생깁니다. 대개 흉터를 남기지 않고 수일 내에 자연 회복됩니다. 

 

2도 화상은 불에 직접 데이거나 뜨거운 물, 기름 등에 어느 정도 노출 되는 경우 발생하는데 표피 뿐만 아니라 진피까지 손상을 입게 되며 수포(물집) 또는 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피층의 1/3을 기준으로 표재성과 심재성으로 나뉘며 회복 기간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3도 화상은 피하조직층까지 손상을 입은 경우로 자연 치유가 불가능하며 괴사 등에 의한 감염 위험성이 존재하고 심하면 피부 이식 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신경이 다 타버려 통증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4도 화상은 아예 근육, 골격까지 타 들어간 가장 심한 화상의 형태입니다. 


어차피 2도 화상 이상은 병원에 내원해야 하기 때문에 깊게 설명할 건 없어 보입니다 (사실 제 전공이 아니라 잘 몰라유 ㄷㄷㄷ)

 

가정에서 화상이 발생하면 병원에 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할수 있는 처치가 있습니다 

 


 ① 해당 부위를 바로 흐르는 찬물로 식혀 줍니다. (이게 화상 응급 처치에 있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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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도 정도의 물을 대략 10-20분 정도 또는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흘려줍니다. 또는 시원한 수건 등을 상처 부위에 대주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그보다 짧게 (2-3분 정도) 식히고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10도 이하의 물과 얼음 등은 화상 부위의 혈관 수축을 통한 조직 손상의 악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주 등의 알코올은 (특히 2도 이상에서) 수분을 증발 시켜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권하지 않습니다.

 

오이, 감자, 알로에 등은 그 성분이 도움을 준다기 보다 그 차가운 온도, 형태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오이, 감자, 알로에 껍질을 까고 갈아서 준비할 시간에 그냥 물에 담그고 있는게 낫습니다. 특히 수포가 넓게 생긴 2도 화상에서 이런 것들을 바르는 것은 감염 위험성을 증가 시킬 수 있습니다. 

 

하물며 된장, 쌈장(?)을 바르는 행위는 전혀 효과도 없고 근거도 없으니 절대 하지 마세요.

 


 ② 화상 부위를 압박하는 반지 같은 물건들을 빼줍니다.

 

만약 화상 부위의 옷, 액세서리 등이 눌어 붙었다면 억지로 제거하지 말고 그대로 병원으로 내원합니다. 


 

 ③ 직경 1cm 미만의 물집은 터뜨리지 않습니다. (작은 물집은 저절로 흡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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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은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므로 물집이 터지면 그 구멍으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물집이 터지면 물과 비누 등으로 세척해주고 항생제 연고를 발라주고 무균 거즈로 덮어주는 게 도움이 됩니다. 크기가 큰 물집은 병원에 가서 치료합시다. 

 


 ④ 통증이 심하면 이부프로펜,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복용합니다. 

 


 ⑤ 전기 화상, 흡입 화상의 경우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더라도 병원에 방문합니다. 

 

전기 화상은 100v, 220v의 경우는 가능성이 낮지만 그보다 고압 전류의 경우는 심장 손상, 신부전 등의 가능성이 있고 흡입 화상은 기도 부종에 의한 호흡 곤란, 호흡 부전이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⑥ 화학 화상의 경우는 환자의 손상된 부위를 물로 씻어 응급처치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상의 예방입니다. 겨울철이라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데 가정, 차량 마다 소화기 하나씩 비치해 놓는 것은 필수이며 특히 어린아이들이 뜨거운 물 등에 노출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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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화상은 뜨거운 물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부모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합니다. 소아의 화상은 가급적 병원에 내원해서 치료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정현 의원이 손에 장을 지져 민간요법이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올거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12월 5일 다음과 같이 오리발을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탄핵을 강행하면 장을 지진다' 그렇게 표현 했습니까? 지금 야당들이 즉각 사퇴를 요구를 하면서 모 협의나 이런 부분들을 거절해서 제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가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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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도박꾼도 본인 말에 손을 거는 마당에 그 분은 국민들 앞에서 본인의 소신을 걸고 한 말도 그냥 무시해 버립니다. 

 

선거 전날에는 연체동물 마냥 굽신굽신 대다가도 당선만 되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처럼 뻣뻣해지고 투표 전날의 거창했던 공약들을 당선 후에는 기억상실증 환자 마냥 싹 잊어 버리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하루 이틀 본 게 아니지만 지키지 못할 말을 쉽게 내뱉고 진실성 없는 행동으로 이슈 거리를 만드는 정치인들에겐 공통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바로 퇴출이죠. 

 

혹자는 큰 의미 없이 던진 말에 죽자살자 달려든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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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은 행동을 반영하고 말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비춰주는 등불과 같습니다. 단지 즉흥적으로 했다는 이유로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면 그가 그동안 해온 행동들 역시 마음에도 없이 즉흥적으로 했을 거라 취급 받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헌재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박근혜 탄핵과 더불어 구태의연한 구세대 정치의 산물들 역시 같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여당, 야당 할 거 없이 말이죠.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자신있게 말을 해놓고 오리발을 내밀었던 모든 분들에게 한마디 해드리고 싶네요. 

 

어이구 이 화상(畵像)입을 뻔한 사람아 

 



P.S. 딴게에서 내기로 부랄 거는 분들 계시는데 함부로 부랄도 걸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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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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