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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6.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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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무기가 평화를 가져온다."


 


이 말에 바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게다. 이게 무슨 이명박이 오바마 귀햝는 소리란 말이냐. 핵무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냐. 네놈은 평화, 연대, 섹스, 락앤롤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냐.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 우리나라 좋은나라라는 구호도 못 들어봤냐.


 


뭐, 이해한다. 핵무기로 평화를 만들자는 논리니,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지. 그러나 이 '핵무기 평화론'은 그렇게 개소리로 치부할 정도의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정도로 설득력있는 논리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핵무기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논리를 본인이 반반세기 동안 연마해 온 독심예지술을 통해 디벼보도록 하겠다. 독심예지술이란 뭐냐면, 본인이 논리를 제시하고, 당신이 생각하고 있을 생각을 예측하여, 그 다음 반박 논리를 본인이 제시하는, 그런 21세기 최첨단 디지털 문장-대화 기술이다. 여러분은 마음을 활짝 열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1. 핵무기 평화론에 대하여


 


사실 핵무기 평화론의 기본 논리는 누구나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1)핵무기 때문에 나라들이 조땔까봐 무서워서 서로 공격을 못한다. 그래서 평화로운 세계가 된다.



야, 그 정도는 나도 생각하겠다. 졸라 뻔하잖아. 근데 그게 맘대로 그렇게 되냐. 대체 근거가 뭐야, 라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다.


 


2) 전쟁은 국가가 어느 정도의 비용과 피해를 감수하고, 그 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그런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의 전쟁은 이러한 비용을 무한대로 증가시켜, 이익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전쟁을 시작할 수 없게 만든다. 이길 수도 없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전쟁을 시작할 놈은 아무도 없다. 그 실례로, 1945년 이후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 끼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파키스탄과 인도도 사이가 졸라 안좋고 옛날에는 전쟁을 많이 했지만, 두 국가가 핵을 보유하고 나서부터는 말로만 죽이겠다고 떠들지 전쟁을 하지 않는다. 쿠바 미사일 사태 때도 결국 핵 전면전의 두려움 때문에 미-소간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꽤 설득력있긴 하지만 말이야, 니가 뭘 모르는 구나. 인간 세상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란다. 만약에 정말 똘아이 같은 독재자가 나타나서,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핵을 쓰면 어떡하니, 라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다.


 


3)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스탈린부터 시작해서 현재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북한의 김정일처럼 위험한 인물로 생각되는 사람들의 핵을 보유하고 해왔다. 이들은 분명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만, 이들의 생존이 걸렸을 때 항상 이들은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한다. 이들이 자폭도 불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들이 선제공격을 했을 때, 핵으로 응징당한다는 게 확실하다면 대체 누가 핵을 사용하겠는가?


 


그런 국가들이야 그렇다고 치고, 만약에 핵무기가 테러리스트 집단에 넘어가면 어떡하나? 테러리스트는 핵테러를 가한다고 해도, 응징할 곳이 없으니 잃을 게 없잖아. 자살폭탄테러도 하는 애들인데 말이지, 라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다.


 


4) 이란이나 북한이 테러레스트에게 핵무기를 넘길 일은 없다. 그것은 그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도구인데 그걸 테러리스트한테 쉽게 넘기겠나. 그리고 미국은 테러리스트가 대량살상무기를 공급받아 공격을 감행한다면, 테러리스트 집단 만큼이나 그걸 공급한 국가도 똑같이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 기술로는 핵무기가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다 추적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국가들이 핵으로 공격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테러리스트에게 넘길리도 없지. 어쩌면 더 큰 문제는 그 나라들이 소련의 경우처럼 해체되었을 때 그 무기들이 위험한 집단에게 넘어가버릴 가능성인데, 핵무기는 관리와 유지가 어렵고, 해체하기도 쉽다. 그냥 서랍에서 총 빼가듯이 가져갈 수가 없다는 얘기다. 소련의 경우도 해체되었을 때 핵무기들이 미국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관리되었다.


 


그렇게 핵을 허용해서 나라들이 무분별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면 세계가 얼마나 위험해지겠어. 마치 작은 방에 수많은 화약과 기름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 될텐데, 그럼 작은 불꽃이라도 모든 사람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고. 뭔가 잘못되면 망하는 거 아냐, 라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다.


 


5) 그렇다고 핵무기 개발경쟁이 일어날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까지 핵무기를 한 번이라고 가지고 있었던 국가는 12개국 뿐이고, 현재는 북한까지 9개(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국에 불과하다. 핵무기는 그렇게 쉽게 퍼지지 않는다. 핵무기는 국내외의 논란의 여지도 크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오직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가들만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남아프리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들은 이미 핵을 포기했다. 이란의 핵개발은 중동지역의 핵무기 개발경쟁을 부추길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힐러리 클린턴이 핵우산을 중동에도 제공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고, 설사 실제로 개발을 한다고 해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분쟁이 줄어드는 수단이 될 것이다.


 


흠, 이거 말이 되는군, 이라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다.


 


6) 그리고 생각해봐라. 이미 지금 상황에서 전세계에서 핵무기를 아예 없애는 건 가능하지도 않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완전히 지구상에서 없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어떻게 모든 국가들이 핵무기를 없앤 것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겠나. 


 


이미 당신은 핵무기 평화론의 설득되었다.



2. 핵무기 평화론이 현실화 되기 위한 조건


 


이러한 핵무기 평화론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조건 말이다. 그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1) 어느나라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핵무기를 통한 전쟁억제효과는 상대방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상대방이 나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숨어있는 핵무기는 전쟁억제효과가 없다. 그리고 당연히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그 사실을 알려서 여러가지 외교적 파워를 가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실현가능한 조건이기도 하다.


 


2) 핵무기를 보유한 모든 국가들이 "생존을 위한 반격"을 할 수 있게 국제적으로 허용해야하고, 그게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핵으로 공격하면 반드시 반격당한다는 전제를 확실히 깔아두는 거다. 그리고 갑자기 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핵으로 반격할 수 있게 기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공격도 핵반격에서 무사할 수 없게. 어떤 국가가 갑자기 핵 선제공격으로 초토화를 시켜 버리면 반격을 받지 않을거라는 계산을 하게 되면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국제적인 공조로도 가능하다.


 


3)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나 국제기구(뭐 이 둘은 유의어 아닌가)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안전하게 핵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핵무기가 실수로 발사된다던가, 반격할 주소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말이다.



3. 핵무기 평화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우리에게 핵무기 평화론은 단순히 이론적인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재 핵무기를 보유국 9개국 중 하나인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 평화론은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지에 대한 중요한 포인트를 보여준다. 북한은 왜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꼴이 나지 않았는가? 어떻게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외교를 펼치고 협상을 할 수 있는가? 한반도에서의 미-소간 경쟁구도가 사라진 90년대 이후에도 그럴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미국의 고립에도 북한이 낫띵 투 루즈의 자세로 대면한 점과 한국이라는 우방국의 눈치로 보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점, 석유가 없다는 점도 그런 요인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그 중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때 미국이 무력으로 북한을 진압할 경우 북한이 미국을 직접 핵으로 타격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이라도 핵으로 타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그건 미국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섣불리 미국이 무력으로 북한을 어떻게 해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3개국 중에서 이라크가 조땐 이유도, 북한이 조때지 않은 이유도, 이라크가 조땐 걸 보고 이란이 자꾸 핵무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가 없었다면, 부시 정권이 국면전환을 위해 북한에 무력을 사용했을 가능성, 있었다. 이라크는 뭐 잘못해서 맞았나?


 


이런 상황을 핵무기를 이용한 북한의 인질극(내지는 극우의 프레임에 따르면 깡패짓)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그들의 생존권, 무력침공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바로 이 포인트가 우리가 단호히 대응하고 회유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을 거라는 이명박의 생각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증명하는 점이다. 니가 가진 게 인질이랑 인질을 죽일 무기 밖에 없다고 생각해봐라. 상대방이 단호히 "야, 얼른 인질 안 풀어주면 혼난다!" 혹은 부드럽게 "야, 인질 풀어주고 무기 버리면 돈 줄게." 이런다고 "졍말? 히히" 하면서 풀어주겠나? 


 


그러니까 전략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게 만들려면,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놔도 이라크 처럼 되지 않을 것이며 많은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게하는 동시에,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유지 할 경우 손해를 볼만한 꺼리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아니면 뭐 걍 갖고 있게 하던가.



어떤가? 이처럼 핵무기 평화론은 나름 설득력있는 논리이다. 어차피 모든 국가와 그 시민들이 모든 무기를 버리고, 손 붙잡고 인류 평화와 공영에 몸바칠 날이 오리라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다. 인간은 항상 불완전하며, 불완전한 판단을 하며, 자신이 얻게 될 이익을 과대평가하고, 지불해야 할 비용을 과소평가한다. 그리고 히틀러 같은 머리좋은 똘아이는 언제 어디서든 등장할 수 있다. 핵무기를 없앤다고 전쟁을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양으로 환원될 수 없는 졸라 강력한 무기인 핵무기를 통해, 전쟁을 하면 다 망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서 전쟁을 시작할 견적조차 안나오게 만들어버리자는 거다. 어떻게 보면 그럴 때 진정한 국가간의 대등한 관계가 형성되는 거 아닌가? 좀 웃기기도 하고, 도덕적으로는 좀 안맞아들어가는 이야기기는 하지만, 설득력이 있다. 말 된다. 인간의 한계를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럼 숙제: 이러한 핵의 긍정적 부작용을 활용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은 전면적으로 폐기해야 하는 것인지. 덧글을 통해 논쟁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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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Why Obama Should Learn to Love the Bomb", Jonathan Tepperman, 뉴스위크 9월 7일자
- The Spread of Nuclear Weapons: A Debate Renewed, Scott D. Sagan and Kenneth N. Waltz, W. W. Norton & Company, 2003
- 한국의 정체성, 탁석산, 책세상문고, 2000
- 영문 위키피디아의 Nuclear Proliferation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