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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센달착용시 양말 동반착용에 대한 국론분열

2004.6.17.목요일

딴지 생활과학부

 





 


작년 여름 센달 착용시 양말의 동반착용여부를 둘러싸고 한바탕 격론이 오갔다. 잠잠하다 싶었는데 올 여름 다시 양말 착용을 둘러싼 각 정파와 이익단체 그리고 관련기관 상호 간에 긴장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될 태세다.


지역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등 하나의 사안에 대해 분열은 많았지만 이번 사안만큼 여론의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진 예는 없었다. 자칫 심각한 국론분열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이런 양극화는 바로 담과 같은 주장의 대립에서 촉발되었다.


양말 신은 채 착용하는 것이 맞다 vs 걍 맨발에 착용하는 것이 조타


이러한 대립이 보다 나은 화합의 시대로 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진통의 과정이라면 본 기자, 불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는 소방수의 심정으로 정면 돌진, 대립의 진원지를 파헤쳐 보고자 한다. 먼저 양측의 기본적 입장을 들어보자.


양말 착용파 옹호론자이자 양말공장 하청업체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조모씨는 "한 여름 발꼬락 악취를 양말이 1차 흡수하고 양말을 통과한 여분의 악취가 센달에 전달됨으로써 악취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양말과 센달의 조화로운 상생의 묘까지 살릴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바로 악취분산론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네티즌은 "가당치도 않는 소리다. 시원한 것도 시원한 것이지만 발꼬락에서 풍기는 천연의 풍부한 내음을 맡을 개인 권리는 있지 않는가, 왜 그 향취를 누리고자 하는 개인 권리를 침해하려 드는가"라는 발꼬락향 만끽론으로 반박하며 걍 맨발파의 입장에 섰다.


전 국민적인 관심사인 만큼 본지에서는 전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36,631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성별, 연령별, 무좀여부별로 여론의 향배을 조사해 보았다. 담은 조사결과다.


<표1-연령별 여론 조사>







































구분


전체


10대
이하


20대


30대


40대
이상


양말
착용파


38.4%


27.4%


31.0%


44.1%


41.5%



맨발파


38.1%


52.2%


50.8%


32.1%


38.0%


무응답


23.5%


20.4%


18.2%


23.6%


20.1%



100%
(36631명)


100%
(9195명)


100%
(14622명)


100%
(7413명)


100%
(5470명)



 <표2-성별, 무좀 여부별 여론조사>


































구분




무좀 있다


무좀 엄따


양말
착용파


45.2%


8.7%


42.9%


35.1%



맨발파


34.8%


61.5%


14.4%


50.9%


무응답


19.9%


29.8%


43.7%


19.0%



100%
(20119명)


100%
(16511명)


100%
(6211명)


100%
(30220명)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예상대로 양측은 팽팽한 호각세로 나타났다. 다만 25.5%가 유동층으로 관망 중인데 올 여름 판세의 최대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성별로는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자신의 발꼬락을 노출하고 싶어하는 걸로 나타나 양말 수요의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우려된다. 예상 외로 연령대 별로는 별 차이가 없는 걸로 나타났다. 다만 무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4.4%라는 적지 않은 무좀질환자들이 맨발을 고집하는 걸로 나타나 사회병폐를 부추기지 않는가 하는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이처럼 양측이 대립 각을 곤두세우며 첨예한 충돌을 이루고 있는 지금, 좀 더 자세히 세부사안별로 몇 가지 쟁점포인트를 들여다보자.




세부사안별 쟁점 포인트는 양측이 우세를 점유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다. 이 문제를 놓고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도 있을 만큼 첨예하게 대립한다. 담은 대표적 쟁점 포인트다.


  무엇보다 발꼬락 악취가 싫다 VS 악취가 나더라도 당장은 시원하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가장 일반적인 쟁점포인트다.


양말착용파는 발꼬랑내가 경우에 따라 구토, 어지럼증, 식욕감퇴는 물론 대인 기피, 환각 심지어 발기부전에 의한 불임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일례로 매우 개성적인 발꼬랑내를 가진 한 이란인이 걍 양말을 벗은 일이 있었다. 이것이 6분 후 27km 떨어진 곳에서 이라크 군용견의 즉사와 서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한 외신에 의해 보도된 걸 들고 있다. 발꼬랑내는 살상행각과 다름없다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걍 맨발파는 발꼬락의 악취는 특수한 개인만이 소유하는 것이라며 커봐야 민폐수준을 넘지 않으니 살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세계적 희귀 케이스라고 반박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악취가 심한 사람은 따로 고립시키든지 발꼬락 악취를 소유한 사람들이 맘껏 활보하는 전용거리를 조성하던지 해야지 무턱대고 발꼬락을 양말의 속박에 묶어두는 것은 나무는 보되 숲은 못 보는 처사라며 난색을 표한다.


  무좀전염의 원인이다 VS 잘 씻기만 하면 무좀은 예방된다









병마와 싸우는 무좀환자, 사회의 따스한 시선이 아쉽다


곰팡이가 발꼬락의 각질층 위에서 자유롭게 방목되는 상태가 바로 무좀(족부백선이라고도 한다)이다. 알려진 데로 무좀은 생각보다 처방이 쉽지 않은 질병으로 무좀이라는 병 자체를 평생의 반려자 삼아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양말 착용파는 무좀이 무서운 점을 들어 바로 전염성이 무척 높다는 점을 중시한다.


무좀있는 발꼬락을 애무한 한 20대 여성이 대중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난 후 벌어진 상황에 이어 나타난 대규모 집단 무좀이라는 대형참사를 되세기곤 치를 떤다. 따라서 마치 콘돔이 에이즈균을 예방하듯이 무좀균을 예방하기 위해 면양말을 신고 센달을 착용할 것을 당부한다.  


이에 반해, 걍 맨발파는 발을 자주 그리고 정갈하게 씻어줌으로써 비누향 향긋한 맨발을 가꾼다면 무좀을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무좀의 45%를 차지하는 넷째와 새끼발까락 사이의 가려움 증세인 지간형 무좀질환은 면양말로 봉합하는 것보다 한 여름밤의 소담스런 바람을 촉촉하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치유법이라 주장한다. 즉, 무좀의 적은 게으름이지 발꼬락이 아니라며 애맨 발꼬락을 구박 말라고 거듭 경고한다.    


  양말의 브랜드와 패션을 맘껏 뽐낼 수 있다 VS 촌시럽다  


미관상의 문제를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경우는 최근들어 서민들 사이에 논쟁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쟁점 포인트다.


양말 착용파는 센달 착용 전 양말을 신음으로써 양말에 의한 다채로운 패션감각을 뽐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말 위 센달 착용은 주로 양말 공장의 판촉전략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걍 맨발파에 의해 일소되기도 하나 달리 양말상표를 뽐낼 수 없을 때 여름철 양말 위 센들 착용은 이런 숨은 욕망을 분출하는 데 요긴하게활용되는 점을 양말착용파는 부각시킨다.  


이에 반해 걍 맨발파는 센달 제작 자체가 맨발을 염두에 둔 상품이라는 시각으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외국에서는 양말을 신고 다시 센달을 신는 순간 타인과의 대화가 단절되며 전 생애를 왕따로 보내야 한다는 말을 주의 깊게 들으라고 당부한다. 양말 위에 센달을 착용하는 행각은 촌각을 다툴 만큼 빠르게 변하는 국제패션조류에 역행하는 행위와 다름 아니라며 걍 맨발파와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안타까와 한다.


  맨발 자체가 부끄럽다 VS 발의 외모 콤플렉스는 치유가 가능하다


양말 착용파는 원래 신체 중에서 가장 부끄러운 곳이 사실은 발이라고 주장한다.발은 신체부위 중 가장 크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부위며 따라서 양말을 일종의 언더웨어개념으로 인식한다. 60년대 신썽일, 엄앵놘 주연의 <맨발의 청춘>이라는 영화가 한국 에로영화의 효시라는 주장이 양말착용파 사이에서는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한편, 발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열등감으로 해수욕장이나 목욕탕은 물론 식당에서조차 자신의 맨발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 참 많다.흠칫 흠칫 곁눈질로 타인의 발과 자신의 발을 비교함으로써 자괴감에 빠질 바에야 차라리 사회적으로 연대해서 언제 어디서나 양말을 착용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주장이다. 센달 착용시 맨발은 한마디로 가진자의 논리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걍 맨발파는 그와 같은 주장에 대해 발에 대한 개인적 콤플렉스일 뿐이라며 일축한다. 지난번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본의 아니게 새끼발꼬락이가장 길어 자살미수에 그친 한 30대 노처녀 등 이땅의 모든 발외모 콤플렉스에가진 모든 자들에게 걍 맨발파는 충고한다. 콤플렉스를 혼자 맘속으로만 삭힐 것이 아니라 발성형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라고 말이다.


  슬리퍼까지만 맨발이 허용된다 vs 센달까지 맨발을 허용해야 한다


이 경우 역시 맨발의 허용여부를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는 쟁점 포인트다. 양말착용파는 센달의 대체제로 슬리퍼가 있다는데 주목한다. 굳이 맨발로 있고 싶으면 슬리퍼를 신으면 되지 뭐하러 값비싼 센달을 신느냐는 입장이다. 따라서 발의 올누드용은 어디까지나 슬리퍼이지 센달이 결코 아니라며 센달 착용시 양말을 살짝 신어주는 것이 예의라고 말한다.


반면 걍 맨발파는 센달이 원래 슬리퍼에서 발전된 형태로, 슬리퍼에 기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능성 신발이라는 주장이다. 원래 센달의 유래가 딸딸이 치던 중 마눌에게 들켜 슬리퍼를 신고 도주하다가 붙잡혀 마눌의 구타에 맞아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일본의 한 30대 유부남이 다년 간의 임상실험 끝에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썰이 있다. 이처럼 센달은 크게 보아 슬리퍼의 범주에 포함되며 당연히 걍 맨발 채 센달을 착용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음지의 남성 스타킹족들,
그들도 뽐내고 싶어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처럼 센달 착용시 양말을 둘러싼 두 개의 판이한 생각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사회통합으로 가는 과정의 필요 불가결한 사회적 갈등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서 사회의 총체적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는 냉소적 입장도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가진 센달 착용 시 양말 동반 착용 여부에 대한 찬반양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쉽게 풀릴 단순한 문제도 아니다. 이러한 논쟁은 요즘 서민들의 경제가 부쩍 어려워진 시국에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에 모든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바이다.


다만 앞으로 일어날 극한적 대립을 막기 위해 맨발과 양말의 절충점으로 여성들에게만 허용된 스타킹을 남성들에게도 허용하여 뭇 남성들도 아무런 쪽팔림없이 거리를 활보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를 당국에서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


본 기자, 여름철만되면 집구석에서 마음 졸이며 몰래 신었다 벗었다 하다가 끝내 꼬불쳐 둔 스타킹이 한 두 개 아니다. 음지의 스타킹을 양지로 끌어내 달라!


전 세계 유일하게 센달을 둘러싼 분쟁국가, 대한민국! 이게 바로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를 보는 본 기자의 심정은 졸라 착찹하기만 하다.



 
딴지 생활과학부
술탄(sultan@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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