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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정리] 메트로섹슈얼, 지하철과 빠굴을?

2004.6.17.수요일
딴지 문화생활부



메트로섹슈얼이 머랬더라?


현신한 똘똘이 스머프모냥 맨날 아는 체 하며, 본 우원의 박식함을 질시하는 친구 하나가 어젯밤 모임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화제 메트로섹슈얼. 의기양양해 보이는 녀석 얼굴이 느므나도 얄밉고, 그간 바쁘다구 박식 연마를 게을리 한 나 자신을 탓하며 스윽 자는 척 쓰러져 몰래 듣다 정말로 잠들어 버렸군!


이 아침, 이눔의 지하철은 사람도 많다...


아, 그 똘똘이 쉐이, 뭐라구 했었더라?? 그래, 새로운 삐리리 생활을 꾸려나가는 남성집단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메트로섹슈얼이라 했던 거 같은데.... 삐리리가 머였지?


움.... 섹슈얼... 섹슈얼이라 하면 호모, 헤테로, 바이 섹슈얼이 있고.. 메트로라.. 메트로...메트로...그때 옆사람 어깨 너머로 보이는 국내 굴지의 무가지 신문, 메.투.로!!


앗, 그래 이거야! 프랑스선 지하철을 메트로라 하지 않능가!! 역쉬 내 박식의 끄트머리는 어디일까나??


자, 그럼 지하철섹슈얼이라.. 아니 이게 모야.. 지하철의 길이만 봐도 흥분하는 집단? 아니면 열리는 지하철문을 통과하며 판타지를 느끼는?? 그럼 일본쪽 신조어? 아니면...


그 순간이었다. 메투로 든 그 아자씨가 지면 하나를 훌쩍 넘겨버린 그 때는.....


"지하철 성폭력범, 30대가 50% 넘어"


......... 유레카!! 으하하하, 취프! 나 기사하나 물고 가요~~ 똘똘이 녀석땜에 찜찜하긴 하지만, 머, 마니 알려진 신조어도 아닌 거 가트니 우리가 띄워줍시다!! 새롭게 지하철 섹슈얼 라이프를 꾸려가는 지하철 성폭력범, 메트로섹슈얼!


정의사회 구현과 빠른 정보 전달의 사명감에 불타올라 서둘러 출근한 본기자, 이리하여 지하철 성폭력범을 가리키는 신조어, 메트로섹슈얼에 대한 기획기사 준비에 지 맘대로 들어갔다. 정확히 1분 27초의 이너넷 검색 뒤에, 당 기사는 새로운 소비 패턴의 라이프 스딸을 지향하는 도시남들의 경향성에 대한 심층기사로 주제가 바뀌었음을 알려드린다.








  메트로섹슈얼이 대체 모냐  



metropolis를 의미하는 접두사 metro와 homosexual,heterosexual 등에 사용하는 접미사 sexual을 합성한 단어로서, 대도시 혹은 그 인근에 거주하는 특정성향의 남성군을 가리킴. 두드러진 성향으로는 똑떨어지는 멋쟁이상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여성의 관습들, 이를테면 매니큐어, 눈썹다듬기, 화장, 쇼핑 등도 마다하지 않는 점 등이 있다. 아무튼지간에 외모를 미적으로 표현하고 가꾸고 싶어 다방면에 걸쳐 꾸준한 노력을 하는, 일단의 소비성향 강한 남성군을 메트로섹슈얼이라 부른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서 종종 게이로 오해를 받는데, 원래 당 용어가 규정하는 대상은 게이들이나 여성들의 생활패턴을 공유하는 이성애자이다(기자의 본 표현이, 게이가 여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음을 단정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밝힘다). 따라서 호모섹슈얼, 헤테로섹슈얼, 바이섹슈얼과 동등한 카테고리를 가지는 제 4의 남성정체성이라고 협소하게 정의할 수도 있겠으며, 보다 넓은 관점에서는 메트로섹슈얼 자체를 남성 동성애자·이성애자·양성애자 모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상위경향성으로 상정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Here Comes The Mirror Men


메트로섹슈얼은 문화평론가 마크 심슨이 1994년 인디펜던트지에 기고한 거울쟁이 남자들이 온다(Here Comes The Mirror Men)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쓴 신생용어이다.


미러맨, 즉 거울을 달고 사는 남자들이라는 다소 풍자적인 표현이 시사하듯이 메트로섹슈앨러티를 바라보는 심슨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80년대부터 성장한 남성잡지들이 남성들의 패션소비화를 꼬드겼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의 이미지는 전략적으로 생깠다는 거다. 하여, 이러한 업계의 노력으로 태어난 일단의 경향성을, 그는 메트로섹슈앨러티(Metrosexuality)로 규정한 것이다. 그의 기고문 일부를 보자.






메트로섹슈앨러티의 장려는 남성용 언론매체 및 잡지들에 남겨진 몫이었다.페이스, GQ, 에스콰이어, 아레나 그리고 FHM 등과 같은 이들 새로운 매체들은 80년대에 출간됐는데 여전히 성장일로에 있다.(GQ는 매달 만명의 독자들이 생겨난다.) 이 잡지들은 최신감각의 복장과 악세사리를 즐기는 자아도취적인 젊은 남성들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는 여타 젊은이들로 하여금 질시와 열망이 혼재된 채 이 모델들을 연구해보라 설득한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비아냥거리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미국판 GQ는 계간(季刊) 게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잡지들--‘페이스’지는 어느정도 제쳐두더라도--이, 자신들의메트로섹슈얼 독자층에는 동성애자들, 심지어 양성애자들마저 전혀 없는 양 다루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원문]


The promotion of metrosexuality was left to the mens style press, magazines such as The Face, GQ, Esquire, Arena and FHM, the new media which took off in the Eighties and is still growing (GQ gains 10,000 new readers every month). They filled their magazines with images of narcissistic young men sporting fashionable clothes and accessories. And they persuaded other young men to study them with a mixture of envy and desire.


Some people said unkind things. American GQ, for example, was popularly dubbed Gay Quarterly. Little wonder that all these magazines--with the possible exception of The Face--address their metrosexual readership as if none of them were homosexual or even bisexual.


--Mark Simpson, "Here come the mirror men,"
The Independent, November 15, 1994


사실, 이때까지 심슨은 메트로섹슈얼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2002년 월드컵 직후, 최대의 뉴스메이커 데이빗 베컴을 메트로섹슈얼이라 규정한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기고문 Meet the metrosexual이 히트하면서 큰 반향이 일어났다.


요즘, 여기저기서 메트로섹슈얼을 갖다 붙일 때 상징적으로 베컴을 걸구 넘어가는 것은 그의 당 기고문에 기인한다. 물론 취급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심슨은 당 기고문에서, 베컴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축구선수인지 아닌지는 잘 몰라도, 그가 국제규격의 나르시시스트인 것은 확실하고, 또한 그의 개방적 마인드 및 동량의 나르시시즘이 가장 남성적이고 거칠며 노동계급의 스포츠인 축구에 대한 일반적 태도들을 바꾸어 놓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메트로섹슈앨러티는 소비자본주의의 또다른 형태고, 이제 남자는 정체성의 불확실성과 함께 이미지에 더 큰 관심을 갖는 새로운 종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탄식한다.


영국 최고의 메트로섹슈얼인 베컴이 한해 벌어들이는 관련 부대수입이 8백만 달러라는 것도 잊지 않고 지적한다.



  메트로섹슈얼, 나르시시즘 그리고 소비자본주의


남자, 광고주의 걸어댕기는 몽정대상 - A man, in other words, who is an advertisers walking wet dream


- Mark Simpson


마크 심슨의 주장들을 살펴볼라치면 가끔 이성애자적이고 마초적인 시각들이 내비쳐 쉣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메트로섹슈얼의 기저에 나르시시즘이 존재한다는 언급은 충분히 가치있는 직관이라 하겠다.  


인간은 누구나 정도의 차는 있겠으나 나르시시즘이 존재한다고 한다. 좀 곁다리지만,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자신의 외모를 투영하는 기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이상형의 외모를 상상할 때, 자신의 외모가 무의식적으로 교묘히 모사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강력한 자아도취는 그간 남성의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억압되어 왔다. 그런데 자기애와 사촌지간인 이 본능적 욕구를 산업 및 매체가 멋지게 포장하여 자극한다면 얼마나 광대한 시장이 생기는 거냔 말이다.


다시 말해, 거대한 소비자본주의가, 억압된 남성개인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해 새시장 건설에 이바지해왔다는 것이 작금의 열풍같은 메트로섹슈앨러티의 본질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자본주의가 잉여가치를 계속 축적하여 사회적 내부유보율이 가장 높았던 과거부터 시작해 왔음이 분명하다. 십여년 상관의 스케일은 아니라는 거다. 개인의 구매력이 가장 높을 때 억압된 욕구가 소비로 전환될 단초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마크 심슨이 비아냥거리며 찝쩍거린 베컴은 오히려 메트로섹슈얼의 영웅이 됐고 그 상징성으로 인해 보다 큰 광고효과를 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자신 선정적인 시점에 선정적인 문체로 선정적인 인물을 잡고 늘어졌으니 머 자업자득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머가 어쩌냔 말인데?


혹자는 메트로섹슈앨러티가 남성들의 표현욕구를 해방시키고 여성적 취향이라는 가치불평등을 불식시킬 수 있으며 무엇보다 취향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의 유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이다.


앞서 지적한 바, 메트로섹슈얼이 먹혀들기까지, 동성애코드가 의도적으로 배제된 과정이 있었더랬다. 게이의 아이콘을 자임하고 나선 베컴이 메트로섹슈얼의 간판주자가 된 것은 그가 처자식 딸린 확실한 이성애자에다가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의 선수라서 동성애 관련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왔기 때문이다.


게이를 혐오하며 폄하하는 빛나는 전통의 스트레이트들이, 오해받을까봐 전전긍긍하지 않고 만족할 수준의 구매를 떳떳이 할 수 있도록, 업계는 메트로섹슈얼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라이프스딸을 지향하는 최신감각의 이성애자라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다.  


이런 요소들에 기인하는 태생적 한계와 공갈빵같은 공허함 때문에, 메트로섹슈앨러티가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위한 유행어는 될 수 있을지언정, 또다른 성정체성의 구성과 같은 사회적 유의미성을 획득할 수는 없을 거라고 본 우원 장담한다. 


울나라 실정을 잠깐 보자. 사실, 메트로섹슈앨러티는 언론의 부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만 졸라 잘 아는 개념 되겠다. 그런데, 광고판에서 그간 안정환이 펼쳐 온 활약을 상기해 보시라. 완벽한 베컴 벤치마킹이지 않은가? 이미 독자들 옆까지 침투한 남성전용 스킨케어제품과 라이트 메이컵 상품들이 메트로섹슈앨러티의 용두질을 증거하고 있다(어쩌면, 남성들이 이발소를 외면하고 미장원에 댕기기 시작한 그때를 당 현상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보수성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메트로섹슈앨러티는 안착하는 듯 싶다. 아마도, 안보여요, 안들려요하믄서 게이 집단 자체를 없는 것모냥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으리라 판단된다. 멋부리는 남자를 보고 아씨 기지배같는 쉐이라고는 해도 게이아닌가 반추하는 일에 한국사회는 상대적으로 서툴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국의 스트레이트들은 게이로의 의심에서 자유롭다.








오비드의 신화집에 나오는 나르시서스가 어뜨케 죽었는지 다시 상기하자. 물 떠먹으려 손을 담그니 흩어져버리고 밥 먹으러 집에 가자니 사라지곤 하는 샘물 속자기 모습에 홀딱 반해서 물도 못먹구 밥도 못먹어 죽었다지 아마.


국내 메트로섹슈얼을 자임하는 혹은 자임하려는 제위께 충고하노니, 물이랑 밥 사먹을 돈은 좀 남겨두시고 소비의 바다에 비친 제위 열분의 모습에 열광하시고 흥분하시라. 아님 도시락을 싸가시던지....



 
원래는 지하철 성폭력범을 취재하고 싶었던
딴지 문화생활 전문우원
시포(shepoo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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