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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FTA 괴담 누가 왜 퍼 나르냐구?


2006 7. 18 (화)
딴지 여론 감찰반



마치 하늘에 구녕이라도 난 듯,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과장을 일삼는 ‘FTA 괴담’마저 인터넷에 범람하고 있다는 우국충정 어린 신문보도가 세간에 떠돌고 있다.


본디 사이비싸이버루머저널의 총 본산임을 자임해온 본지는, 저 ‘괴담’이란 표현에 크게 고무되었던바, 당 신문에 소개된 괴담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감찰 작업에 착수했다.


어이, 오랜만이야, 쭝앙...





그럼, 행여 풍문만 들었지 구체적으로는 아는 바 없는 독자제위들을 위해, 괴담 내용에 대한 간단정리 들어가보겠다.


기사에 괴담이라 소개된 내용은 총 7가지다.


그 내용인즉슨, 한미FTA가 체결되면



① 감기약 처방만 받아도 10만원이 나올 것
② 책값은 최소 두 배 이상 인상될 것
③ 집 나갈 땐 수도꼭지에 자물쇠 채워야할 것
④ 전화 한 통 거는 것도 큰 맘 먹어야 할 것
⑤ 멕시코 사례를 보건대, 한국영화 보기가 하늘의 별 따
    기 만큼 어려워질 것
⑥ 멕시코처럼, 국내은행은 모두 미국은행에 합병될 것
⑦ 한국 자동차산업은 붕괴하게 될 것


이라는 거다.


한마디로 한미FTA, 이번에 들이닥친 호우는 뺨치고도 남을 재앙이 될 거란 얘긴데...


물론 쭝앙의 기사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근거 없는 침소봉대에 지나지 않는다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일일이 해설을 달아놨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일부 고가품만 그렇지, 전부는 아니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체계가 있는데, 별 걱정을 다한다.


② 일부 책만 그렇지, 전부 그런 건 아니다.


③ 전기·수도는 이번 협상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④ 곧바로 요금이 오르는 건 아니다. 모든 건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⑤ 멕시코가 그렇게 된 건 페소화 위기 때문이지, FTA 때문은 아니다. 더구나 한국영화는 이미 외국영화를 압도한 지 오래 아닌가.


⑥ 멕시코은행이 그렇게 된 건 FTA 때문이 아니라 방만한 운영 탓이었다. 국적보단 경쟁력이 우선이다.


⑦ 이 역시 경쟁력만 있으면야, 국산이라고 망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수출도 늘어날 거다.


요컨대, 박씨 물어다줄 제비더러 배 주린 독수리라 하는 격으로, 이런 오바할 시간 있으면 자강불식에나 힘쓸 일이라는 거다.


일단 이 반론에 대한 본격적인 감찰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 거론된 괴담들이 정말로 괴담이라 불릴 만큼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있었는지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먼저 ⑥, ⑦번의 경우부터 얘기하자.


얘네들은 대체 어디에 넘쳐나고 있는 괴담이란 건지 끝끝내 그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 기자,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탈을 끈기 있게 디벼봤건만, 이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물론이고 일부 내용으로 딸린 글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게다.


무릇 괴담이라 함은, 비록 근거 따윈 개의치 않는 카더라성 썰이긴 하나, 적어도 널리 인구에 회자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게 마땅한 줄 알던 본지로선, 실로 당혹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이는, 소위 괴담이랍시고 추려낸 5개 글만으로는 갑빠 나오는 레이아웃 잡기가 곤란한 나머지, 일단 기자 꼴리는대로 꺙 대충 낑궈넣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것들에 비해 온라인상에서 종적이 묘연한 ⑥, ⑦번의 표현 및 결론의 세기만이 유달리 튄다는 점 또한 이 둘이 데스크 지시로 기사 결론에 맞춰 급조됐으리라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면, 그나마 실제 주요 포탈을 중심으로 나도는 것으로 밝혀진 ~⑤번에 대한 반박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본 기자, 함 시험삼아 반박 각각을 고대로 되받아쳐 보겠다.



① 지금대로 갈 경우 당장 모든 약값이 안 오를진 모르나, 공공의료 차원에서 필요한 정부의 약값 조정권은 결국 무력화된다. 가랑비에 옷 젓듯 국민건강보험체계가 허물어져도 그 때는 이미 늦다.



② 일률적으로 오르진 않겠지만, 저작권의 포괄적용에 따른 전반적인 책값 상승을 피하기도 어렵다.



③ 이번 협상 대상이 아니라 해서 안심해도 될 사안은 절대 아니다.



④ 국제자본이 단기성 수익 자체에 목매단다는 걸 감안하면, 그다지 터무니 없는 주장은 아니다.



⑤ 멕시코야 다른 요인 탓이 있었다지만, 한미FTA로 입지가 좁아지리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한국영화가 미국에서 먹히기 힘든 게 단지 영화의 질이 나빠서는 아니지 않은가.


어떠신가. 반박이 심플한만큼, 반반에 대한 반박도 심플하게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항정없는 장군멍군 게임에 재미붙일 게 아니라면 모를까, 쭝앙이 반박이랍시고 내놓은 반박은 반박치고는 뒷심이 너무 후달린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충 운동삼아 토를 달아도 이 정돈데, 제대로 받아치기로 하면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기사는 반박이라 해놓은 주장들을 두고 "근거가 약하지만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충동적 경각심을 일으킬 만한 소재들"이라 했는데, 과연 그렇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리 써내려간 기사야말로, 딱히 논박할 근거도 없이 충동적 반발심만 갖고 대충 아니라고 한 건 아닌지 되묻고 싶을 정도니 말이다. 이래서야 어디 괴담을 잠재우긴커녕, 되려 부추기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싶다.


이렇듯 스스로 취한 공격 스탠스가 한미"FTA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한다는 점만 문제 삼는데 쓸 만할 뿐, 제대로 된 입막음용으로도 써먹기 곤란한 걸 아는지, 이 기사는 결국 평소 쭝앙의 기본방침에 따라, 이 사안에 있엇서만큼은 아군인 정부마저 겨냥하기에 이른다.


홍보가 덜 됐거나 잘 안돼서 이 모양이라나 어쨌다나.


다시 말해, 흉흉히 괴담이 떠도는 건, 정부가 떠들어온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가 알맹이 없이 추상적으로 나열"돼서라는 거다.


이 쭝앙 기자에 따르면, 그 알맹이의 단적인 예로, 시중 물건 값이 저렴해지면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질 거라는 점을 들 수 있다는데, 이걸 알맹이라 하는 걸 보니 긍정적이라 할 만한 알맹이가 없긴 없나 보다.


이게 덜 알려져, 또는 제대로 안 알려져 괴담이 나돈다? 근거도 조낸 약하고 자극적 호소력도 크게 떨어지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왜냐고?


이를테면 이렇다.


길게 봤을 때, 한미FTA로 상품가격이 설혹 떨어져도, 그것은 그 상품을 소비할 만한 대다수 사람들의 구매력까지 더불어 떨어뜨릴 공산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식 FTA 효과라는 게, 상품가격 뿐 아니라 고용의 질, 특히나 임금수준까지 덩달아 끌어내리기로 워낙이 유명하다 보니 말이다. 쭝앙에서 괴담이랍시며 씹어대는 인터넷의 얘기들이 FTA의 이런 부분을 우려하는 글들이 아니었는가.


그나마 한미FTA의 긍정적인 효과 중 젤 매력적이라 제시된 게 이 정도다.


이리 보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야말로 내세울 알맹이랄 것조차 딱히 없다는 게 아닐지, 쭝앙이 우려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점이 아닌지, 본지까지 괜시리 불안해지려구 할 참이다.





이 쯤에서 정리 들어가보자.


본지의 탐색작업 결과, 최근 문제의 기사에서 괴담으로 거론한 7개 항목 중 2개 항목은


① 광범위한 소재확인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실재 여부조차 불확실해 괴담이라 하기엔 애초 무효일 뿐 아니라


② 실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5개도 괴담의 또다른 자격요건이라 할 카더라성을 충족하기엔 크게 부족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괴담이라 지목한 이들 5개 항목에 대해 반박이랍시고 제시된 내용을 보면


③ 주장 자체를 문제삼지도 못하고 주장의 강약을 문제삼는 데만 급급해 하다가


④ 돌연 이런 일 없도록 홍보 좀 제대로 안 하고 뭐했냐며 정부한테다 짜증을 내는


우왕좌왕 행보가 고작이었다. 정작 이 기사야말로, 한미FTA에 대한 정부의 루머급 낙관과 아님말고스런 과장에 기대고 있을 뿐임을 확인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괴담이란 딱지가 붙은 글들이 만들어지고 나도는 건, 한미FTA로 재미볼 구석이 있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다.


다만, 그렇게 재미 볼 부류는 대략 대한민국의 20% 남짓한 이들인데도, 어째서 대한민국 전체가 한미FTA 프로그램의 임상실험장으로 쓰여야 하는지 당최 납득이 되질 않아서다.


게다가 현재스코어, 추진 근거라곤 “시장경제의 전능함”과 한국인 특유의 “저력”이 전부인 듯한 상황.


한미FTA를 둘러싼 상황이 정말 이러하다면, 나머지 80%가 애꿎게 여기에 판돈 걸 이유, 없는 게 당연하다. 괴담은, 동의한 바도 없는 이런 임상실험으로 남은 인생 괴로워질게 뻔한, 나머지 80% 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인 게다. 이런데다, 국론분열 운운하며 단합용 채찍 휘둘러봐야 소용없는 일일 터.


헌데, 이런 인식 잠시나마 잠재울 당근이라도 마련할 생각은 않고 채찍 휘두를 때만 엿보는 듯싶은 정부나 거대기업이야 한미FTA의 최대수혜자니 그렇다치고,


틈만 나면 국민의 주댕이라 떠벌려오던 쭝앙 따위의 재래식 언론 나부랭이에서, 온라인 골목마다 나붙은 벽서들을 상종못할 ‘괴담’으로 치부해버리는 괴담을 퍼나르는 건 또 뭔가.


두려워서인가, 성가셔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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