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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알리와 이소룡이 맞짱을 떴다구?

2006 7. 10 (월)
욕망-미시정치연구소

 


 




효도르, 노게이라, 쇼군, 실바, 크로캅, 알리스타, 다카노리, 아로나, 세르게이, 히스헤링..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이종격투기의 영웅들이다. 특히 전설적인 영웅 효도르와 러시아의 무관 크로캅의 역사적 대결에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 TV에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전설적인 경기를 보기 위해 나 또한 인터넷에서 경기실황을 다운받았다. 효도르의 강렬한 눈빛에서 시작되어,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무대를 강렬하게 만들었다. 크로캅은 멋진 상대였으며 최선을 다했지만 효도르의 파워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의 파워풀한 경기는 이종격투기를 모르던 사람들도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원래 이종격투기는 각 격투무술을 대결시키는 K-1에서 시작되었다. K-1은 킥복싱, 가라데, 쿵푸, 권법 등 타격계 선수들이 진정한 최강을 가리기 위해서 만들었던 대회였다.


K-1의 창시자는 정도회관의 ‘이시이 가즈요시’였다. 당시 일본 가라데에는 양대 산맥이 있었는데, 한 쪽은 다양한 타격계의 우열을 가리는 형태로 다양한 무술을 대결을 시키는 정도회관과 타격계 무술의 장점을 가라데에 종합시켰던 극진회관이었다. 바로 극진회관의 관장이 바로 극진가라데의 창시자 최배달이었다.


이종격투기는 가라데의 우월성을 갖추기 위해서 다른 무술과의 대결의 방식에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는 극진가라데와 마찬가지로 다른 무술의 장점을 종합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러한 실험이 있었다고 한다. 호랑이와 표범과 사자 등이 진정한 강자를 가리는 대결을 벌였다고 한다.


우리 어릴 적에도 로봇 테권브이와 짱가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해 하며, 서로 말다툼 많이 벌이지 않았던가.


서로 다른 것을 결합시키거나 대면시켜 돌연변이를 만드는 실험은 아주 재미있는 실험이다. 그것은 지상에 아직까지 등장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실험이니까 말이다.



난 처음 이종격투기를 보면서 만화영화처럼 느껴지는 주인공들과 그들의 다른 이력에 상당히 흥미를 느꼈다. 한편에서는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의 가라데 선수와 한편에서는 미국의 보디가드이면서 유도선수가 한 무대에 등장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였는데, 막상 보다 보면 각 무술의 장단점이 쉽게 드러난다. 원거리 하이킥이 상대를 쓰러드릴 때도 있고, 근거리 조르기가 상대를 제압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무술의 배치에 따라 구사하는 전략전술도 달라졌다.


이종격투기에서 각각의 특이한 무술들은 공통의 무엇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특이한 무술의 장점은 그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리게 된다. 이종격투기의 매력은 이종격투기가 특이한 무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그 무술 간의 공통점을 형성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즉, 특이성을 사랑하는 공통성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종격투기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생성시키며, 기술을 발전시켜낸다. 돌연변이라고 해서 반칙기술인 것은 아니다. 이종격투기는 반칙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며, 매우 신사적인 게임이다. 경기를 마치면 선수끼리 얼싸안고 서로를 격려해 준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종격투기가 매우 위험한 경기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가장 극한적이고, 잔혹하며, 원초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간혹 이종격투기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 더 주목을 끄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종격투기의 매력은 극한적인 것에 대한 매력에서 시작한다. 매우 잔혹하게 느껴지는 미학이 이종격투기에서는 존재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전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광경을 시민들이 즐겨 보곤 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종격투기에 나오는 무도인들은 전사와 같은 모습으로 일상의 영역을 변모시킨다. 원래 무술이라는 것이 신체의 변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그 전사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일상적인 정체성을 변종시키고 새로운 돌연변이적인 감정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새로운 감성을 폭력으로 일반화시키고 공중파 방송은 이종격투기를 방송에서 배제하고 있지만, 사실 많은 마니아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이종격투기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어릴 때 느끼던 레슬링의 김 일선수의 박치기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다. 예측불허의 새로운 기술이 선보일 때마다, 사람들은 그 기술에 매력을 느끼고, 어떤 새로운 특이한 기술이 발견될 때마다 학습하고, 그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을 캐릭터화시킨다.


이제 사람들이 느끼는 무도의 경계는 사라지고 없으며,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에 대한 탐구가 있다. 물론 이종격투기가 무도의 경계를 허물지만, 자기 스스로의 무도를 형성하는 측면은 분명 있다. 이종격투기는 사실 종합격투기라고 이름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양한 무술의 이종결합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접속의 형태는 유지될 것이다.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캐릭터들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만들 것이며, 인종, 국가, 무술을 뛰어넘는 잡종화를 추구할 것이다. 살과 살이 뒤엉키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잡종이자, 새로운 돌연변이의 출현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기존의 욕망의 배치를 뒤바꿀 새로운 생성의 변이들이 요구되고, 그것이 가장 원초적인 폭력의 미학에서부터 시작되었을지언정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신체의 변용을 추구하는 무술에서부터 이미 이종결합의 새로운 생성이 시작되고 있다. 그것이 새로운 흐름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욕망의 코드일 것이다.




  


-욕망-미시정치연구소
문봉구(apep@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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