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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친구를 알아본다는 것의 의미

2006 7. 10 (월)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어! 너 동현이구나!"


10년 전 친구를 우연히 알아보고, 지하철에서 기뻐했다. 그 친구도 뛸 듯 기뻐한다. 도대체 얼마나 우연이란 말인가? 신기한 일이다.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중년의 남성이 된 그 친구는 장난꾸러기 눈빛은 여전하고, 호랑이 눈썹도 여전하다. 그러나 나의 의문은 여기서 출발했다. 10년 동안 그의 세포는 하나도 남지 않고 사멸했을 것이며,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를 어떻게 알아본 것일까? 그것은 불가사의한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었다. 어떤 미지의 힘이 우리를 만나게 한 것일까?



DNA유전자에 똑같은 형태를 복제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고 한다. 또 배아줄기세포에는 모든 기관을 결정할 수 있는 유전자코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전자코드에는 어떤 요소가 있어서 똑같은 형태를 갖추게 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기야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그것의 해답은 바로 형태장이론에 있었다.


이 이론은 생명체를 결정하는 일정한 형태나 틀이라고 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장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걸 발견한 사람은 도룡뇽의 꼬리를 잘라보아 잘린 꼬리 부분에 일정한 약한 전류가 흐르고 곧 그 형태로 재생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실험을 한 사람이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노벨상 후보로 지명된 적이 있는 생화학자 로버트 베커(Robert Becker)였다.


그의 실험은 많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형태장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점을 던져 주었다.


어떤 식물학자는 나무의 약한 전류를 감지하는 장치를 하고, 도끼를 든 사람을 통과시켰는데, 숲 전체에 어떤 다른 파장이 전파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무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정보를 교환하는 일정한 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것이 텔레파시라고 할 수 있을까? 여하튼 형태장 이론의 논의는 더 확장된다.


예를 들어 일본의 동물학자들은 원숭이에게 흙이 묻은 고구마를 주었다고 한다. 한 원숭이가 흙을 바닷물에 씻어 먹자, 다른 섬에 있는 원숭이도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었다고 한다. 그것은 형태장의 전염효과로서 설명된다. 종 전체를 흐르고 있는 에너지 장의 변화에 대해서 초감각적인 반응을 동물들이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동물들의 초감각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많다. 배가 침몰하기 전에 쥐들이 바닷물에 뛰어내리고,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뱀들이나 동물들이 도망을 친다는 얘기는 보통 알고 있는 일들이다. 심지어 중국의 대지진 앞서 동물들의 초감각적인 이상반응에 대해서 경고로 여긴 사람들이 대피했다가 많은 인명이 목숨을 구한 일도 보고되고 있다.


어떻게 철새들은 본래 있던 곳으로 날아가고, 어떻게 개미들은 태어나자마자 일을 시작하는가? 그것을 본능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본능이라는 것은 단순히 유전자코드에 입력된 기억들의 총합일까? 그곳에는 에너지작용의 메커니즘은 없었을까? 혹은 근원적인 에너지의 상호작용은 없었을까? 동물들의 초감각적인 반응의 일부를 형태장이론은 구체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10년 전 친구를 알아본다는 우리들의 일상적 사건을 파고들다 보면 보다 심원한 문제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이러한 형태장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지구라는 혹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사건들과 독특한 모든 일화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감수성과 영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퇴화된 초감각적인 반응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감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좁고 더러운 곳에서 사육되어 도륙되는 가축들의 현실에 대해서 감응하면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감수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태양에너지와 수분에 반응하며 성장했던 채소의 생명력과 감응하면서 그들을 소비하여야 할 것이다. 땅 속에 자라는 지렁이의 동굴 만들기가 불가능해진 화석화된 도시 환경에 대해서도 민감히 반응해야 할 것이며, 거리에서 과자부스러기를 먹으며 생명을 연장하는 비둘기들과도 감응하여야 한다.


이 미스테리한 형태장이론은 현존 지구 전체 종과 감응하는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은 강철보다 9배 질긴 거미줄을 만들 수 없지만 거미의 실짜기에 감응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능력의 소유자이며, 또 날벌레들처럼 자유롭게 활공활동을 할 줄 모르지만 그들의 활동에 감응할 줄 아는 변신의 존재다.


그것은 의식과 과학 차원에서 벌어지는 활동들만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감응능력을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모든 생명체와 융합되어 변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식물-되기, 동물-되기, 무생물-되기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또, 형태장 이론의 초감각적인 현실은 소립자이전에 존재하는 에너지장인 초끈이론의 장이론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이에 따르면, 소립자에는 어떤 형태를 결정하고 순환시키는 끈으로 연결된 우주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모든 형태를 결정하는 곳에는 에너지의 초끈이 존재하며 그것이 소립자를 연결시키고 운동과 작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형태장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근원은 소립자나 미립자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길게 혹은 짧게 연결된 초끈이다. 그것의 네트워크는 우주를 전체로 연결하며 상호작용하게 만든다. 그것은 모든 우주 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초감각적인 에너지장으로의 초대일지도 모른다.  



형태장이론은 욕망이론에 과연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인류의 욕망이 소통되어 전달된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미지의 이끌림에 의해서 전염되어 왔다는 사실을 형태장이론은 간단히 말하고 있다.


파급효과는 에로스효과라고도 불린다. 에로스효과는 나비의 날개짓처럼 모든 곳에 욕망이 파급되고 전염되는 효과를 의미한다. 우리가 욕망의 강렬도를 느끼게 되는 것은 단순히 그것을 잘 설명하고, 전달해서가 아니라 강렬도 자체의 에너지가 전염되어서이다. 그 전염효과는 기존의 소통이론의 근본을 흔들 것이다.


우리는 욕망의 힘을 전염시키며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새로운 욕망의 숙주일지도 모른다. 욕망은 수평적으로 전달되어 전체의 색깔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인류 전체의 형태장을 변화시킨다.


물론 형태장이론이 질료이전에 형상을 중시하는 플라톤의 전통을 되살린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생길지 모르겠다. 아마도 유물론의 물질 중심주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이론이 굉장히 신비주의적이고, 배격해야 할 이론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물론자들이 생각하는 동물의 본능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내 개인적으로도 동물들의 초감각을 느끼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여름 날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야겠다고 아버지가 나지막이 얘기를 하는데, 강아지가 눈치를 슬슬 살피더니 그날 저녁 줄을 끊고 도망간 사건이다. 그 강아지의 소식은 그로부터 들을 수 없었다. 강아지는 주인인 아버지의 느낌에 감응한 것인데, 그것이 본능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복잡 미묘한 요소들이 있다.


그러한 감응능력을 형태장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우리를 새로운 초감각의 세계로 이끈다. 우리의 초감각적 능력은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배격해 왔다.


왜 우리는 동물들의 죽은 시체인 고기 앞에서 동물들이 살아야 했던 불우한 환경과 끔찍한 도살에 감응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까? 왜 우리는 비만과 기아가 공존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현실 속에서 고가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자신에게 적용시키고 있을까? 왜 우리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의 죽음을 꿈속에서 감응하는가?


지구를 뒤덮은 거대한 형태장과 그것을 연결하는 초끈이 우리를 네트워크화시키고 반응케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신체와 정신은 우주와 화음을 만들며 감응하고 변용되며,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적수(redsh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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