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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위스팀의 과거를 추적한다

2006 7. 5 (수)
딴지 월드컵 특별 조사반

 


대한민국에게만큼은 이번 월드컵 최대의 이슈였던 경기, 대한민국 대 스위스 전.


우리의 16강 꿈을 앗아간 경기답게, 주심 호라시오 엘리존도씨는 단번에 전국적 지명도를 거머쥘 지경이었고, 항의메일 함 보내보면 재경기 시켜주까 하는 소박했던 마음은, 피파로부터 "조직화된 공격(this organized attack coming from Korea)"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문제의 스위스 전이 끝난 다음 날부터,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은근히 확산되기 시작하며, 안그래도 미운 스위스 팀의 행적에 대한 더욱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더랬다.







제목 : "붉은악마, 대성통곡할 준비나 해라!"



터어키 국민들이 괜히 경기장 폭동을 일으켰던 게 아니다. 이스라엘이 아무 이유 없이 울분을 터뜨렸던 게 아니다. 아일랜드가 장난 삼아 욕설을 퍼부었던 게 아니다.


토고가 심심해서 축구 못해먹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 더욱이 세계 올스타팀으로 불리우는 프랑스까지 나서서 체면 불구하고 근거도 없이 오심 타령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나라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그 분노의 대상이 스위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 예선에서, 본선에서 스위스한테 억울하게 당한 나라들이란 말이다. 스위스와 경기를 치뤘던 나라들 치고 스위스를 좋은 이미지로 보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는 것이다.


추악한 심판들과 합작해서 승리를 강탈해가는 도적떼


이 말은 이미 스위스팀과 경기를 했던 이스라엘, 아일랜드, 프랑스, 터어키 국민들이 스위스팀을 향해서 퍼붓는 비난들 중 아주 대표적인 표현이다.


한국? 스위스 입장에서 보면 정말 좋은 먹이감이다. 이 추악한 심판들과 합작해서 승리를 강탈해가는 도적떼 축구팀은 지구 반대쪽에서 자기들 안방으로 축구하러 온, 게다가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적절해서 이 눈이 찢어진 촌스런 애들만 이기면 1위로 16강에 올라 16강팀 중 가장 만만한 우크라이나팀과 맞붙게 될 터여서 어쩌면 8강은 떼어논 당상이라는 판단 하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추악한 심판과 합작해서 승리를 강탈해가던 도적떼가 갑자기 한국팀을 만나 개과천선해서 페어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넘들이 있다면 하루빨리 꿈 깨길 바란다.


붉은 악마가 광화문 길거리 응원전에 처음 나타난 건,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 전 때부터였다. 이들은 네덜란드 전, 그리고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던 날 밤의 벨기에 전 때도 나타났다.


인원은 천 명이 채 안 됐는데 과거 국제극장 앞마당인 곳에서 길 건너 동아일보사 전광판을 바라보며 지금만큼이나 열성적으로 응원을 하였다. 당시에, 멕시코와 네덜란드 팀들한테 허무하게 패했지만 붉은 악마들은 울지 않았다.


<앞으로 잘 하면 돼!하며 자위하고는 굿판을 조용히 거두었다. 그런데다가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한국 팀이 워낙 승승장구했고 4강에 크게 만족한 나머지 준결승인 독일 전에서 국적만 다를 뿐 독일인 출신었던 주심의 수상한 판정 끝에 패했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고 3-4위 전에서도 형제의 나라 터어키한테 의좋게 패했으므로 울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광화문 길거리 응원에 나서는 붉은 악마들은 정말로 축구경기에서 진 것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복받치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운 적이 아직까지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24일 토요일 오전 6시쯤이 되면 이전에 상상할 수도 없던 고통을 10대, 20대가 대부분인 수십만 붉은악마들은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왜 아일랜드 언론들이 스위스 팀을 향해 추악한 심판들과 합작해서 승리를 강탈해가는 도적떼라고 일제히 비난하였었는지 그 이유를 너무나 실감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붉은 악마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특히 국제관계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타락함으로 가득차 있는지를!)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는 더욱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출처:파코즈하드웨어



허거덕. 그렇다면 우리가 도적떼와 14대 11의 경기를 벌였단 말인가! 과연 이게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스위스에 대해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나 원래 먹은게 많아 알고 싶은것도 많은 본지는, 인근 경찰서나 군부대에 스위스 팀을 신고하기 전, 위 글의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하였다.





일단 본격적으로 가기 전, 간략한 기초지식 브리핑이 있겠다.


2006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은 총 51개국이 8개조로 나뉘어 홈 &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각 조 1위를 먹은 8개 팀에게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졌다.


그리고 2위 8개 팀 중, 최고승점을 기록한 2개 팀도 역시 월드컵에 직행하고, 나머지 6개 팀은 플레이오프를 치러 추가로 3개 팀이 월드컵에 나가기로 한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유럽에서만 총 13개 팀이 월드컵에 진출했다.


스위스는 프랑스/아일랜드/이스라엘/키프로스/파로군도 등과 함께 4조에 배정됐다. 최약체로 전패를 기록한 키프로스와 파로군도를 뺀 4조 지역예선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유럽지역예선 4조의 상위 4개국 순위>


































순위


나라


승패


승점


골득실
(득-실)


1


프랑스


5승 5무


20


14-2


2


스위스


4승 6무


18


18-6


3


이스라엘


4승 6무


18


13-10


4


아일랜드


4승 5무 1패


17


12-5



<스위스 전적>
































경기일


상대팀


경기결과


2004.09.09


아일랜드


1-1 무승부


2004.10.10


이스라엘


2-2 무승부


2005.03.27


프랑스


0-0 무승부


2005.09.04


이스라엘


1-1 무승부


2005.10.09


프랑스


1-1 무승부


2005.10.13


아일랜드


0-0 무승부



전적이 말해주듯 4조는 당시 막판까지 가장 치열한 다툼을 보이던 그룹으로서, 아일랜드가 프랑스에게 1패한 것을 제외하면 상위 네 개팀은 서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피말리는 승점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어쨌든 결론만 말하면, 유럽지역의 4조에서는 조 1위를 수성한 프랑스와, 플레이오프전에서 터키를 이긴 조 2위 스위스가 결국 월드컵에 진출한다.


자, 대략 이러한 배경 정보를 숙지하셨다면,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본지는 애초에 지난 월드컵 지역예선 4조 풀타임 전 경기를 전부다 추적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나라의 지역 예선도, 충격의 몰디브전 무승부 빼고는 기억조차 희미한 판에, 재작년부터 시작된 딴 나라 딴 지역예선 경기들을 몽조리 추적/분석한다는 것은 매우 후달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지는, FIFA사무국과 각국 축구협회 및 국영 방송국, 그리고 각국 주한 대사관과 또 각국에 상주하는 한국 대사관에 관련 경기자료를 공식 요청하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


본지 편집국은 미련하게 발로 뛰는 취재 따위를 일삼는 재래식 언론과는 달리, 앉아서 천리 밖에 걸린 철이의 빤쓰 유형과 영희의 부라자 컵 사이즈를 추정해내는 탁월한 실내 좌식 분석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료 요청해놓고 그거 기다리고 있다가는 2010년 월드컵 때까지도 기사 나가기가 어렵다는 현실판단 역시 개입했구 말이지. 여튼.


무릇, 독도가 우리 땅인 건 우리가 젤루 잘 안다.


하여 본지는, 스위스가 속한 유럽 4조의 나라들 중, 스위스와 박터지게 싸웠던 3개국(아일랜드/이스라엘/프랑스) 사람들과 플레이오프 상대국이었던 터키 사람들에게 기냥 직접 물어봐 버리기로 하였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질문] 지난 월드컵 지역예선 때,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심판의 편파판정, 석연찮은 오심, 경기운영 등으로 인해 귀국의 국민들이 상당히 뚜껑 열리셨었다던데,


정말인가요?


그리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주] 본 인터뷰는 전화 및 서면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인터뷰 재료들은 각국 한국 대사관 혹은 본지 특파원의 협조로 엄선됐다. 즉, 재료들은 본지와 일면식 없는 불특정 현지인 혹은 교민임을 밝힌다.





 아일랜드











아일랜드의 클린턴 모리슨.
예선탈락 확정 후(스위스전)


지난 2002 월드컵의 16강 멤버였던 아일랜드가, 스위스와 치른 지역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변이었다.


게다가 아일랜드는, 지난 <유로 2004> 예선전에서도 스위스한테 패하는 바람에 예선 탈락했더랬다. 악연이라하면 나름 악연인 게다.


예선 초반, 프랑스에서 치른 대 프랑스 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 한껏 기대를 모았던 이 나라가, 잘 나가던 페이스를 잃고 조 4위로 탈락하고 만 것은 여러모로 수상쩍다. 음모의 냄새가 난다....


참고로, 이 나라, 우리나라와 기질이 비슷해서 한 다혈질 한다.


그런 아일랜드 현지인과의 인터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Colin Coffey (2004년 이후 한국의 중학교 원어민교사로 재직 중인 아일랜드인)

귀 신문이 언급한 경기들을 다 봤다.


그리고 일부 한국인들이 스위스 출신 블래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다. 이들은 뇌물과 속임수, 편향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스위스가 아일랜드를 제쳤을 때 뇌물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뇌물은 없었다고 본다. 아일랜드는 경기를 잘 하지 못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설사 그 골이 오프사이드라 했을지라도-그건 오프사이드 아니었지만, 더 잘한 팀이 이겼다. (지역예선 때) 블래터가 스위스 사람이고 그래서 피파 안에 검은 커넥션이 형성됐을 거라고 말한 아일랜드 사람은, 내가 알기론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부 한국인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논란이 될 소지의 골이 (애석하게도) 그 게임의 마지막 골이 되면서, 한국은 의심의 여지없이 패했다.


골로 인정받지 못한 프랑스의 골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것인가.


또 2002 월드컵의 이탈리아-한국 전, 스페인-한국 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것인가. (본지 주 - "그거 역시 편파 판정 아녔다"라고 할꺼다)


그리고 다음은 아일랜드 교민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박윤영 (아일랜드 이민 8년차, 현지에서 여행사 운영)







박: 아일랜드가 그 때 못해서 떨어진 거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스위스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한테 비겨서 못 나간거다.


이스라엘 홈 경기할 때 2대0으로 잘 나가고 있었는데, 거기에 자만해서 주전선수들을 막 뺐다. 그 바람에 이스라엘이 두 골 넣어서 무승부 됐다. 이길 수 있던 그 경기를 이겼으면 스위스와 상관없이 올라갔다. 당시 심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전혀 못 느꼈다.


이번 (월드컵) 경기도 심판이 잘못한 거는 사실이지만, 스위스가 (지역예선에서) 올라가는 과정에서 잘한 것은 사실이다.


스위스가 스코틀랜드와 평가전 할 때 보러 갔었다. 그거 보면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차라리 스위스보다는 프랑스가 해볼만 하다고 다들 그랬다.


스위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 가지고 있었다. 젊고 조직력 있었다. 이 팀도 개인기보다는 조직과 힘으로 밀어부치는 팀이다.


이번에 분명히 FIFA 회장이랄지 하는 영향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지역예선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때의 이야기다.


딴: 그러면 언론이나 팬들 사이에서 편파판정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나.


박: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신문에서는 감독의 전술운영을 지적했고, 결국 월드컵 진출이 실패했을 때는, 이스라엘 전에 대해 비난이 많았다. 그때 그것만 이겼어도...하면서.


물론 프랑스한테 한 번 진 게 결정적이지만, 이스라엘한테 이겼으면 편했을 거다.


딴: 아일랜드는 <유로 2004> 예선 때도 스위스에 패해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것 때문에라도 아일랜드인들의 정서가 스위스에 별로 안 좋을 수도 있겠다.


박: <유로 2004>에 아일랜드는 역대 최강의 팀이라고 할 만큼 강한 전력으로 임했지만, 결국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2002년 월드컵 예선전 및 본선에서 보여준 끈끈하고 투지 넘치는 강렬함은 <유로 2004>에서는 보여주질 못했다.


그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팀의 구심점이었던 로이 킨의 부재를 가장 큰 것으로 보는 것이 아일랜드 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사실, 이곳 사람들은 어느 한 나라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축구 경기를 하다 보면 심판에 의한 오심 혹은 편파 판정이 이곳에서도 나오긴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렇게 문제를 삼지는 않는 분위기다. 즉, 쉽게 잊어 버린다고 할까.. 


자, 조 4위 아일랜드는 그렇다치고, 그럼 이스라엘 쪽은 어떨까.





 이스라엘











이스라엘 키플레이어, 왈리드 바디르


이스라엘은 조 3위였다.


이스라엘은 스위스와 승점이 같았는데, 골득실차에 밀려서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다. 존내 안타까왔겠다...







또, 프랑스 다음의 강팀이었던 아일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전반 시작 10분여 만에 두 골을 내줬다가, 전반 끝나기 9분 전에 두 골을 죄다 만회했던 저력까지 보인 바 있으니 더욱 안타까왔겠다.


더불어, 톡 까놓고 말해 이스라엘은, 아메리카 대륙과는 친해도 유럽하고는 별로 안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이스라엘 역시, 남부럽지 않게 욱하는 기질을 지닌 나라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지역예선에서 편파판정이 있었다면 가장 분노폭파했을 나라로 이스라엘 역시 매우 유력한 나라인 것이다.


자, 그럼 인터뷰 간다.






Guy (이스라엘 공무원, 이너뷰 당시 예비군훈련 기간이었음)


지난 예선전에 대해 아주 자세한 기억은 없다. 다만, 당시 레프리의 판정이 이스라엘에서 문제된 적이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당시의 경기들은 레프리의 개입과는 무관했고, 이스라엘이 졌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우리 팀의 경기 내용이 안좋았고, 그래서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현지교민 인터뷰.






현지교민 K씨 (이스라엘 거주 10년)


K: 이스라엘이 프랑스와 스위스와 유럽 같은 조였다. 거의 다 비슷비슷하게 비기고, 승부가 안나고 했는데. 그런데 지역예선 하면서 심판판정이 매스컴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 


딴: 그때 이스라엘이 스위스와 승점이 동률이었고..


K: 골득실차로 안됐다. 심판에 대한 얘기는, 내 기억으로는 없다. 


딴: 이번 월드컵 경기는 보셨나? 


K: 한국전 다 보고, 다른 경기들도 좀 봤다. 


딴: 이번 한국 대 스위스전은 어떻게 보시나.  


K: 하하.. 그 FIFA 회장이 스위스 사람이라 그런 말 나올 수도 있는데..  글쎄다.


두 번째 골은, 처음에 우리 수비수 발 맞고 나간 건 잘 몰랐다. 나중에 보니까 수비수 이호 발 맞고 스위스 선수한테가서 골이 되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 FIFA 규정이 애매하게 나와서 이렇게 보면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면 저렇게 볼 수 있는 상황이더라.


그런데 부심의 처신이 문제가 있었지. 기 들었다가 내려버린 거.







 프랑스











프랑스 지브릴 시세의 득점 장면,
스위스전(베른)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스위스 전에서의 편파판정 등을 비난했던 나라다.


이 98년 대회 챔피언께서 체면몰수하고 이런 어필을 했을 때에는, 지역예선부터 겪어온 모종의 부당함이 쌓이고 쌓였다가 폭발했기 때문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비록 조 1위로 월드컵 직행을 하긴 했지만, 날이 갈수록 어둡게 드리워져가는 FIFA 회장님의 다크포스에 10승으로 1위 할 거, 5승 5무 했다고 생각하면, 쌓인 게 많을 듯도 싶다.


프랑스 현지인 인터뷰는, 이번 월드컵 기간에 활약해준 프랑스 박상희 특파원이 진행하였다.






나딘 (프랑스 여자축국클럽 쥬비시 선수, 13세 여자 청소년팀 코치)


박상희 프랑스 특파원(이하 특) : 스위스팀의 월드컵 경기를 보았는가. 그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딘: 프랑스 대 스위스전만 봤다. 다른 팀과의 스위스 경기는 오후에 경기가 있었던 만큼, 업무 중에 왔다갔다하며 곁눈질로 대충 볼 수 밖에 없었다.


특: 일각에서는 스위스팀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심판의 편파 판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딘: 프랑스 대 스위스전에서, 스위스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외 다른 팀과의 스위스 경기는 직접 보지 못한 입장이라 나도 객관적인 의견을 말하기 힘들다.


특: 프랑스팀은 지역 예선전에서도 스위스와 같은 그룹으로, 두번 예선전을 치루었었는데, 이때도 이런 스위스 팀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나 오심 문제가 제기되었었나?


나딘: 프랑스와 지역 예선 때, 특별히 스위스에 편파적이었던 심판 판정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전한 내 개인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내가 심판을 특별히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나님도 아실 거다.


특: 이 지역예선 때 경기 운영이 스위스에 유리하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인상을 받았었나?


나딘: 아뇨 !


특: 한국 대 스위스전 월드컵 경기를 봤나.


나딘: 한국 대 스위스전이 있던 날, 나도 수백만의 프랑스 국민들처럼 프랑스 대 토고전을 보느라 한국팀 경기를 보지 못했다. 단 경기 중에 스코아만 알려줘서 알 수 있었다. 이 날 경기에 대한 TV중계 요약도 못봤다.


특: 축구 코치로서, 이런 심판의 오심에 대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나딘: 이렇게 심판이 나쁜 것은 월드컵 사상 처음인것 같다. 이런 중요한 국제 경기의 심판 선출 기준을 다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 중에 한 선수에게 옐로우 카드를 3번이나 주는 심판은 이번에 처음 봤다.


특: 월드컵과 같은 중요한 국제 경기에서, 이같은 심판의 오류는 경기 승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할 수 있나?


나딘: 물론이다. 이번  프랑스 대 한국전을 봐라. 골대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비에라의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 팀의 16강 탈락을 가져다 줄 뻔 했다.


그냥 무시된 페널티킥은 경기를 완전히 뒤엎어 버릴 뻔 하기도 했다. 특히 DROGBA에 대해.


이번 월드컵의 심판 오류판정은 사소한 일들이 아니었다. 경기승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것들이었다.



프랑스 쪽은, 오히려 우리나라에 대해 더 맺힌 게 많은 거 같다. 아 글쎄 그닝깐, 그렇게 억울하면 왜 상황 직후에는 아무도 항의 안했냐구.





 터키










터키의 하칸 수쿠르(왼쪽)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 플레이오프 2차전

마지막으로 터키.


지난 2002 월드컵 3위,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아름다운 우정의 3-4위전에 빛나는 터키는, 지역예선에서 우크라이나의 질주를 끝내 저지하지 못하고, <유로 2004> 우승국 그리스와 2위를 다툰 끝에 플레이오프에 오른 역전의 용사들이다.


터키는 스위스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0-2로 졌지만, 스위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벌인 경기에서는 페널티골 포함 4-2로 대승한다.


그러나 양쪽 다 1승1패에 골득실 2점 상황에서, 원정다득점 우선 룰에 의거, 월드컵 출전권은 스위스에게 돌아갔다.


팬들과 선수들의 실망감은, 대체 말해 무엇하랴.


그것이 경기 후 난투극의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아흐멧 에르캄 (2002년 한국유학 후 터키전문여행사 운영)







에르캄: 2차전 때 전반전 시작하자마자 1분도 안되어 스위스의 패널티킥 상황이 나왔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니까 파울이다 아니다 따지는 건 어려울 수 있지만, 경기 시작하자마자 그런 거(패널티킥)를 주는 건 의아했다.


우리가 1차전에서 2대0으로 졌으니까 3대0 혹은 4대1로 이겨야 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상황이 너무 힘들어졌다. 분위기가 중요하잖나.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심판의 입장에서도 경기 시작 1분도 안되어 바로 패널티킥을 주기는 힘들 것이다. 편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딴: 그 외의 다른 편파적인 판정이나 오심은 없었나.


에르캄: 후반전에는 없었다.


딴: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과 선수들이 많이 흥분했는데, 터키인들은 그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에르캄: 우리가 이길만큼 올라갈만큼 했는데, 올라가지 못했으니까.


물론 흥분하는 선수들도 완전히 옳지는 않다. 이건 축구니까. 그런데 우리 쪽에서는 아주 아까웠고, 경기 자체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흥분했다고 본다.


딴: 그럼 당시의 흥분이 단지 스위스 쪽에 유리했던 판정 때문은 아닌건가.


에르캄: 그렇다고 본다.


딴: 당시 터키 언론의 반응은 어땠나.


에르캄: 전반의 패널티킥에 대해 굉장히 많이 이야기했다. 불합리했다고.


딴: 선수들은 왜 화가 났었나.


에르캄: 우리가 올라갔어야 했는데.. 왜냐면 올라갈만큼 축구를 잘했다. 골도 4개나 넣었고, 이겼다.


할 수 있는 만큼 했는데, 심판과 선수들 때문에.


아마도 선수들이 좀 안좋은 말을 했을 거다. 말이 다르지만 욕은 서로 전해지잖나.


딴: 선수들 싸움 난 것. 누가 먼저 시비 걸었다고 알려졌나.


에르캄: 스위스 선수가 먼저 때렸다고 한다. 그 다음에 다들 몰려들면서 패싸움이 났다. 이번 포르투갈-네덜란드전하고 똑같은 상황이었다. 아마 이탈리아도 못 올라갔으면 그랬을 거다.


딴: 한국인들은 지난 스위스전 이후에 많이 상심하고 화도 났었다. 한국인들에게 한 마디.


에르캄: 심판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게 제일 쉬운 거다.


터키가 4대2가 아니라 5대2였으면 올라갔을 거다. 핑계를 찾으려고 하면 다 있다.


심판이 아무리 나빠도, 우리가 경기를 잘해서 그 심판의 결정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예를 들어 한국이 한 골이라도 넣었다면 분위기가 달랐을 거다. 한 골도 못 넣었으니까 지금 그런 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딴: 요즘 일부에서는 FIFA 회장이 스위스 경기에 영향을 줬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어떻게 보나.


에르캄: (회장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딴: 지난 터키-스위스전도 그랬다고 보나.


에르캄: 그 때도 있었던 거 같다. 스위스는 비겨도 올라갈 수 있었고 터키는 뭔가를 더 다르게 해야 올라갈 수 있었다.


그 경기는 너무 중요한 경기였고, 영향이 매우 중요했다고 본다.


딴: 2대0으로 진 1차전은 스위스 홈이었다. 어땠나, 그땐.


에르캄: 그땐 터키가 너무 못했다.







자, 지금까지 한국 네티즌 선정 독일 월드컵 최대의 악의 축 스위스팀이 지난 지역예선에서 저질러 온 악행에 대한 추적 결과를 말씀드렸다.


정리하자면, 지역예선에서 스위스와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의 경우, 문제가 될 만한 편파 판정이나 오심 등은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고, 그런 지적을 한 언론이나 여론도 없었다는 것이 해당국 이너뷰이들의 결론이다.


터키의 경우는 약간 다른데, 본지 이너뷰이 에르캄씨는 경기 초반의 석연찮은 페널티킥 선언이 터키가 이긴 게임을 하고도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는 심판의 편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에르캄씨가 지적한 페널티킥은, 전반 1~2분 경 터키 수비수의 핸들링 반칙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축구는 얼마든지 손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몇 차례에 거쳐 만방에 보여준 스위스팀이고 보면, 참으로 섹시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겠다.


결과론적이고도 기계적인 가정이지만, 이 골이 없었다면 경기는 4-1일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터키가 월드컵에 나왔을 것이며, 대한민국과 16강을 놓고 멋진 한 판 승부를 겨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너무 일찍 페널티킥을 줬다는 게 편파판정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더구나 한국 네티즌들이 주장하듯 스위스가 심판을 매수했다는 징후로 볼 수도 없다.


또한 선수들간 난투극으로 발전한 그날의 과열이 단지 심판의 편파판정 때문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도 없다. 양팀 모두 산전수전 겪으며 올라온 플레이오프였고, 터키의 경우 홈에서 이기고도 월드컵 진출이 좌절됐다는 점이 분노의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개연성이 높다.


오히려 터키가 블래터를 비난했던 것은 편파판정 때문이 아니었다. 이 난투극으로 인한 터키팀에 대한 징계가 과중하고 편파적이라는 점에 대해 블래터를 비난한 것이다. 사건 초기 블래터는 터키의 차기 월드컵 출전을 금지시키겠다는 둥 오바해서 주변의 짜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스위스는, 최소한 지역예선에서는 편파판정으로 논란이 된 적이 없었고, 상대국 선수들과 국민들도 그 때문에 스위스를 증오하지 않았다.


물론 본지 이너뷰이들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고, 또 본지가 실제 경기를 죄다 리뷰해 본 것은 아니므로, 사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심판의 편파판정에 대한 당사국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해서 사실 관계를 확실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막연한 주장에만 입각해서 분노를 키우는 것은 상당히 바람안직한 태도라 사료된다.


어쨌든, 일 이 년 지난 지역 예선의 경우를 가지고 떠들지 않아도, 스위스는 이번 대회에서 이미 풍부하게 편파적인 수혜를 입은 팀이고,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도 역시 그랬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화를 낼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 분노 역시 "심판 때문에 졌다고 얘기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것이다"라는 터키의 에르캄 씨의 지적을 피해가긴 어렵다.




이상.


 



-  딴지 월드컵 특별 조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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