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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피서 떠나기, 파업 때 축구장 가기

2006 7. 10 (월)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성인은 다스림에 있어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우며,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튼튼히 하여 늘 백성들이 무지하고 욕심이 없게 만들며, 안다는 이로 하여금 감히 나서지 못하게 하라. 무위로 다스리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천하는 불가사의한 그릇이어서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없다. 잘하려고 애쓰면 실패하고, 꽉 잡고 장악하려 하면 천하를 잃고 만다.


-<노자>


 


 선거 때 낚시를 드리우는 사람들


지방의회 선거 시기, 한나라당의 바람이 불었고,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은 침체나 약진으로 머물렀다. 선거판이 이쯤하면 보수로의 회귀, 민심이반, 집권여당의 참패등의 신문의 문구도 당연한 것으로 느껴질 만하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서 보수가 승리했다는 축포가 터진 상황에서도 욕망진영은 다른 문제제기를 해볼까 한다. 선거 투표율은 단지 50% 였을 뿐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한다. 거대정치의 응집된 편집증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피서나 축구장에 갔던 사람들이 절반인 상황에서 뭐, 바람, 열풍, 여론몰이 등의 단어들이 쏟아져나왔다. 상당히 우스운 얘기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거대정치 진영은 상당히 우리의 생활세계에서 퇴락하고 노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시뮬레이션 액션에서도 대중들은 미동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생활세계에 거대정치를 포함시키기를 거부한다. 한마디로 정치일반을 욕망하지 않으며, 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삶이 변화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비정규직이나 실업의 현실이 변하지도 않을 것이며, 선거를 한다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부동층의 견고한 미시적 욕망은 거대정치의 몰락을 재촉하고, 혁신을 재촉한다. 보수진영의 축포는 역사적 희극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그들의 논리에 대해서 동의하냐 하면, 좌우의 대의제 일반에 대한 거부감과 정치 행위를 생활세계에 포함시키기를 거부하는 것이 일반화된 상황이다.


물론 진보냐 보수냐는 자기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K씨는 낚시도구를 챙겨 가까운 호수로 차를 몬다. 그들에 대한 염증 때문이 아니라, 선거를 해야, 세상이 변화할 것이다라는 생각도 없고, 표 찍은 기계가 되어 우리나라 사람의 일부라는 것을 굳이 확인시켜 줄 의무감도 느끼지 않고, 결정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찌질한 그 분위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는 낚시를 드리우고 좀 더 심오한 세상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한다. 살아있는 욕망들의 다양한 편린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기획하는 낚시질은 너무도 유익한 시간이다. 살아있음은 이러한 호수의 침묵처럼 선동하는 자 없고, 심오한 내면으로부터의 혁신이라는 사실을 K씨는 잘 알고 있다. K씨는 조용히 생각하고, 온갖 세상의 교리들과 인위적인 선전들과 멀리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내 나이 40살에?"


그의 생각은 인생설계와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지만 그조차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은 낚시를 하러 온 것이다. 세상이란 원래 때 묻은 인간에게 집착을 던져주는 것이다.  


무당파적 대중의 혁신의 힘과 욕망의 흐름은 정치 일반이 아무리 유혹해도 부동층을 형성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 일반의 뻔한 약속과 속임수와 대의제의 허망한 대리주의 그것이 도대체 우리 시대에 맞는 것 같은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생활세계는 정치의 프로그램과 많이 멀어져 있으며, 그 간극은 심원하다.


대의제 일반에 대한 욕망진영의 반격이후로 욕망의 해방을 외쳤던 청년세대는 녹색당이라는 새로운 생활정치를 유산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일반에서는 생활정치로 다가올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혁신에 대한 열망은 존재하되, 아직 그 욕망세대의 형성이 가동 중인 상황에 있다.


물론 투표하는 사람들은 늘 투표를 한다. 그리고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 투표를 하지 않는다. 투표하는 사람들이 이유가 있듯이,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유가 있다. 그 심원한 이유에 대해서 공격할 필요조차도 없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면서 견고하게 구축된 생활의 지혜이자 욕망의 진실이다.


탈정치 실험의 실패라는 진단도 무의미하다. 원래 삶에는 인위적인 정치가 없고, 단지 욕망만이 존재하는 것이 진실이다. 이 사람만이 세상을 바꾸거나, 세상을 대변할 것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원래부터 존재하지도 않는다. 내재적 삶의 혁신은 욕망을 통해서만 작동할 뿐이다. 한 마디로 그걸 욕망할 수 있어야지 대중은 행동할 뿐이다. 그런데 좌우 대의제 일반은 생활세계의 욕망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그것은 그들의 위기, 욕망진영의 기회이다.    


 파업 때 축구장 가는 사람들


계급의 이익이 욕망인 줄 알았던 시대가 있었다. 슬로건에 맞추어 외치던 구호가 심장으로 와닿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해와 요구가 집단적인 이익을 대변하며, 분자적인 욕망을 전개시키지 못하듯, 삶에서 계급이라는 코드는 멀어져갔다. 축구장에서 외치는 외침이 파업현장에서의 구호소리보다 강건해진 상황에서, 오히려 집단적 이익은 분자적 욕망보다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슬로건만큼 공상적인 동화를 다시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인 분자적 욕망을 발산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들에게 구체적이지 못한 것으로 다가온다. 욕망의 미시정치가 없는 좌파의 슬로건은 삶의 세계로 다가오지 못한다. 비정규직, 실업자 문제에 대해서 전면화 시키기에는 이익집단으로서의 조합주의만을 교육받았던 노동조합은 불운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대중들은 철저히 퇴각하고 있으며, 조합과 당의 이분법의 계몽주의적 프로그램에 질려하고 있다.


오히려 대중들의 욕망으로부터 배워야 할 시점이 왔다. 마음속의 레닌을 버리고 솔직히 대중의 분자적 욕망을 들여다보자. 그들은 파업 때 축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마음은 즐겁게 즐기고 놀고 싶으며,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들에게 계급이익으로 묶어낼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분자적이고, 특이한 개성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욕망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물론 노동조합의 전임자들도 잘 알고 있다. 대중의 미시적인 욕망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이나 좌파조직들도 잘 알고 있다. 대중의 욕망이 거대담론보다 더 촘촘하며 새로운 정서와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파업이 축제가 되지 않는 한, 당(party)이 파티와 같은 욕망,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는 문화가 되지 않는 한 동원되고, 의례적인 문화행사에서 외쳐지는 선언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욕망을 억제하고 싶어 하고, 폭력적인 미시파시즘적인 분노로 조직하고 싶어 하는 좌파조직들의 의도는 상당히 현실의 분자적 수준에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무엇을 해야 만 하는가? 욕망을 조직해야 한다. 새로운 감수성을 만들고, 새로운 행위를 만들어야 한다. 전체 노동인구의 80%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현실이 만들어내는 분자적 욕망의 수준에서의 변형을 바로 응시하여야 한다.      


FTA협상이나 주요한 사회현안이 진행되고 있을 때, 월드컵에 쏠려 있었던 언론이나 대중의 욕망은 단지 조작되어 소비된 것만은 아니다. 월드컵은 분자적 욕망에 호소하는 욕망의 프로그램이었다. 욕망미시정치는 신좌파의 실험의 수준으로 욕망이 봉합되는 것을 거부한다.


욕망은 더 혁신적으로 앞으로 진행되어 새로운 실험을 생성시켜야 한다. 당/노조의 이분법과 좌/우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더 심원한 삶의 지도위로 새로운 지평을 그려내야 한다. 좌파가 만약 욕망의 새로운 환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욕망은 좌파를 외면할 것이며, 그들을 권위주의적인 보스정치의 일군의 무리중의 하나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파업 때 축구장 가기는 욕망의 프로그램이다. 그것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축구장에서 파업의 띠와 투쟁조끼를 입지 않은 것을 행운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기뻐할 수 있는 소식은 자녀들의 학원비를 만들어주는 노조가 아니라, 자녀들과 함께 하는 축구장에서의 행복이며, 욕망들이다.


욕망은 혁신을 재촉하고 있다. 그리고 혁신하지 않는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다른 새로운 형상의 삶의 모델과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적수(redsh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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