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스탠드, 빨간원피스, 그리고 아내

2006 7. 10 (월)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원나잇스탠드는 욕망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클럽문화의 실험적 성행위이다. 현재, 그/그녀는 결혼에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성을 원하고 있으며, 그것을 위하여 부비부비라는 새로운 코드를 만들었고, 쿨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방식을 계발하였다.

원나잇스탠드는 자유로운 성을 원하는 청년세대가 취할 수 있는 공세적인 행동이며, 가족과 결혼 외부의 성행위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강렬도로 그/그녀를 이끌며,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에 대해 반격하는 욕망의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아침이었다. 모텔에서 민수는 겨우 눈을 떴다.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그는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나이트에서 부킹을 했고,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만났다. 여자는 도발적이었고, 섹시했다. 그녀는 그와 춤을 추었고, 그의 남성적인 면모를 샅샅이 파헤치는 듯, 그의 몸에 밀착하며 온 몸을 흔들었다. 강렬한 리듬 속에서 그녀는 그의 등 뒤에서 몸을 밀착시켜 왔다. 그는 회사동료와 같이 왔다는 것을 잊어버렸고, 그녀의 리드의 몸을 맡겼다.

땀이 비 오듯 흘렀으나 욕망은 목구멍까지 차올라 그를 질식시킬 정도로 솟아올랐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고 클럽을 나왔다. 그녀와 그는 모텔에서 온 몸을 뒤덮은 욕망을 불살랐다. 그녀는 그를 눕히고 눈처럼 혀로 녹여 냈다.

그녀는 그의 몸 위에 올라 그의 몸을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위에서 춤을 추었다. 그녀의 강렬한 댄스를 추었다가, 감미로운 발라드를 추었다가, 부드러운 브루스를 추었다. 그녀의 춤에 따라 그의 욕망의 리듬은 변화하였다. 그러다가 그녀의 춤이 다시 강렬해지고 쾌락의 절정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모텔에서 옷을 주섬주섬 입으면서, 민수는 그녀를 다시 생각하면서, 그녀와 같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던 행운이 다시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도발적이고 쿨한 여성이었던 그녀는 그 클럽을 자주 갔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몇 번 원나잇스탠드를 더 했지만, 그녀처럼 그의 몸 위에서 춤을 추었던 여성은 만나지 못했다.

* * *

민수는 은행원이며, 독신으로 시골에서 올라와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남이었던 그는 집안의 성화에 못 이겨 선을 보았다. 자유롭게 즐기면서 사는 민수에게 선 자리와 결혼은 아무래도 불편하였다.

그런데 처음 선을 보던 호텔 커피숍에서 상대방 여성은 민수를 보며 뭐가 웃긴지 꺄르르 웃었다. 그 웃음에 경직되어 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버렸다. 그 여성은 세상에는 운명적인 만남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 여성이 맘에 들었으며, 그녀와 결혼을 했다.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그녀의 아내는 맞벌이 중에도 민수를 꼬박꼬박 챙겨주면서, 민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그러나 아내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었다. 민수는 빨간색 원피스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했다. 그 클럽을 자주 가서 종업원에게 빨간 색 원피스 여자가 오냐고 자주 물어도 종업원은 요새는 통 안 오는 것 같다고만 하였다.       

민수는 독신생활 때의 기억 중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시기를 빨간 원피스와의 원나잇스탠드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바쁘고, 애들도 컸다. 시간도 자연스럽게 많이 흘러갔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나서, 무척 달라졌다. 아줌마처럼 억척스러워지고, 아이들의 어머니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도 민수가 고집을 피울 때면, 아내와 충돌할 때가 있었다. 특히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그럴 경우에 아내의 신경은 최대로 날카로워졌다.

한번은 아내와 싸우고 나서 민수는 아파트 공원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는 담배연기를 품으며 독신생활 동안 즐기면서 살던 자유로웠을 때를 생각했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그의 나이는 중년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젊은 시절 만났던 빨간 색 원피스에 대한 환상이 더 커져 갔다. 그녀는 아마도 많이 변했겠지만, 어디선가 현란한 춤을 추며, 새로운 욕망과 쾌락을 발견했으리라. 아마 중년여성으로 브루스를 추면서 남성들을 더 부드럽게 다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이제 한 애는 중학교에 다른 한 애는 초등학교에 올라갔다. 민수의 아내도 이제 여유를 갖게 되었는지, 민수와 데이트도 하고, 여행도 하였다. 그런데, 중국여행을 아내와 같이 갔다가, 우연히 아내의 젊은 시절에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내에게는 좋아하는 남성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귀던 남자에 대해서는 다 얘기를 하던 아내였지만, 그 남자에 대해서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민수의 의구심은 증폭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던 중에 그 남자를 아직도 만나느냐고 갑자기 화를 내면서, 얘길 했다. 그런데 아내는 아무 말을 안 하는 것이었다.

민수는 그때 이상한 예감을 느꼈다. 그 남자와 아내는 아직 교제 중이거나 정신적으로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민수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뭔가 뒤를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밝히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 * *

결혼 10주년이 되었다. 아내와 단둘이서 콘도로 여행을 갔다. 민수와 아내는 서로의 10간의 결혼생활 동안 감추어두었던 이야기를 하는 진실게임을 하기로 했다. 진실게임을 하다가 민수가 아내에게 물었다.

“전에 그 남자를 사랑하니?”

그러자 아내는 웃으면서,

“응, 사랑해. 당신은 사랑했던 사람 없어요?”

민수는 머뭇거리다가 빨간 원피스와의 원나잇스탠드의 이야기를 했고, 그러한 자유롭게 즐기면서 만났던 빨간 원피스 여성에 대한 자신의 기억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내는 진지하게 그 말을 들어주었다.

약간의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리고 민수는 아내에게 목걸이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당신을 사랑해.”

아내는 조용히 상자를 내밀었다. 민수는 상자를 펼쳐 보았다. 그 속에는 빨간 원피스가 있었다. 아내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민수씨, 예전에 나이트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당신이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당신을 선 자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고 운명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혼했죠. 당신에게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예요.”

민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내의 옷을 조용히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빨간 원피스를 입혔다. 그는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민수와 그의 아내는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욕망-미시정치연구소
문봉구(apep@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