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24 00:00
[의문] 선거에 영향주면 불법이다?? 2002.11.24.일요일 중앙 선관위가 노사모를 불법사조직이라며 폐쇄를 명령했다(선거법 89조 2항). 그리고 그 전에는 노사모의 희망돼지 분양도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선거자금을 모으는 게 불법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현수막을 걸고 노무현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선거법 90조, 93조) 게다가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불법이고(82조 3항), 까딱하면 후보자 비방(251조)에 걸리며, 특히 사전선거운동조항(254조)에 많이 걸린다. 즉.. 현행 선거법에서는, 후보자나 정당이 아닌 제3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후보를 지지, 반대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문성근 동영상을 다른 게시판에 퍼나르면? 불법... 그렇다.. 선거에 영향 미치면 불법인 것이다. 게시판에 좋은 글 퍼나르는 것도, 나는 무슨무슨 후보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도,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므로 불법이란다. 헐헐... 그런데 선거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미쳤다고 게시판에 글 쓰거나 퍼나르겠는가? 우리가 그런 짓거리를 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서이다.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어쩌면 이렇게 클 수 있을까? 혼자서 묵묵히 생각하다가 투표장 가서 도장 한번 꽝 찍는 거 빼고는 우리에겐 정치적 자유가 별로 없다. 보통때는 있을지 몰라도 선거때는 없다. 제일 중요한 선거 때 말이다. 그러니 범법자가 양산될 수밖에. 올해들어 적발된 인터넷에서의 선거법 위반 행위는 4천건이 넘는다. 본지에도 선관위에서 꾸준히 팩스가 날아온다. 어느 게시판의 몇번 글은 선거법 위반이니 삭제하시오, 라는... 본지는 선관위로부터 삭제요청이 들어온 게시물을 독자 여러분들께 친절히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참으로 본지, 독자에 대한 배려가 깊다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삭제되어 사라지는 게시물도 다시 한번 들춰서 보여주고.. 자, 인터넷 시대에 얼마나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는지.. 한번 눈으로 직접 보시기 바란다.
본지 방송국에서도 활약하는 김구라 황봉알 노숙자의 구봉숙 팬클럽 사이트에 어느날 날아든 선관위의 삭제요청 공문. 요러케 간단한 글도 불법이 된다. 제목 : 서민이 이회창을 지지한다? 좀 잘사는 새끼들이 이회창 지지 하는건 이해한다. 수많은 인터넷 게시판에 하루에도 수백건 수천건씩 올라오는 요런 글들... 전부 불법 되겠다.
얼마전 이회창 후보 부친의 친일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참 돌아다녔던 글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웬만큼 돌아다니는 독자들이라면 한두번쯤은 보았으리라. 이런 종류의 글을 퍼다 옮기는 것은 다 불법이다. 선관위에서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낸다. 왜냐? 선거에 영향 있다니까..
얼마전 오마이뉴스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이홍규 옹의 친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적이 있다. 북한에서 나온 소스를 무책임하게 가져다 썼다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이 기사 내용을 그대로 다른 게시판에 옮기면 불법이다. 본지 게시판에 올라온 아래 글에 대해서 선관위는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내왔다. 한편 이 글에 리플로 달린 아래 게시물에 대해서도 삭제요청이 날아왔다. 제목 : ▲▲ 친일파란 증거가 드뎌 터졌군
올 4월에 윤민석씨가 이회창 일가를 비꼬는 노래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를 발표했다가 기소되기도 했다. 얼마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곡 <노무현 후보 구하기>라는 곡도 게시판에 옮기면 선거법 위반으로 삭제 요청이 들어온다. 왜? 선거에 영향을 주니까... 이 곡은 가사 서두에 "Produce : DJ물고문" 이라는 문구가 보여주듯, 이부영 김원웅 등을 칭찬하는 부분이 나오듯, 특정 정당만 싸고 도는 것이 아님에도 불법이다.
노무현을 비방하는 글이 아니라 찬양하는 글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당연히 다른 후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름이 거론된 것도 아니다. 제목 : 두말 필요없습니다! 노무현 찍읍시다!! 제목 : 내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유!! 이 바로 위 글처럼 자기가 지지하는 이유를 밝히고, 투표에 참여하자고 독려하는, 아주 건전하기 그지없는 게시물도 삭제 대상이다. 쩝.. 왜냐구? 어허, 선거에 영향 있다니깐~!
제목 : 이회창씨가 중국에 다녀온 이유는? 이 글은 부시의 대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걸프전 당시 전쟁의 구실로 삼았던 인공위성 사진이 조작된 것이었다는, 일종의 음모론이다. 그 말미에 이회창은 미국의 개 라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삭제요청 대상이 된 듯하다. 제목 : 축구승부조작도 모자라.. 정몽준 일가의 파렴치성등은...? 위 글은 정몽준이 부모 잘 만난 덕에 호강했고 이제는 김대중과 짜고 한국을 집어삼키려 한다.. 정몽준이 스스로 이룩한 게 뭐가 있냐.. 뭐 그런 글이다. 이런 글들은 굳이 문제를 삼으면 문제의 소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 게시판 아니던가..? 이정도의 표현을 문제삼는다면 곤란하다.
한편, 전혀 사실일 가능성이 없는 픽션도 문제가 된다. 제목 : 창자를 뽑아내는 것은 회충이 집안의 자랑스런 전통!! 사실 이런 글 같은 경우는, 아무도 사실로 믿지 않을 뿐더러 웬만한 네티즌들이라면 그냥 그렇겠거니 하며 넘어가는, 흔히 보는 글이다. 이런 것에도 공문을 보내고 적발건수 몇건 안에 집계하는 짓거리를 선관위는 하고 있다. 선관위는 인터넷을 무균 소독하려 하고 싶어하지만, 글쎄 과연...? 물론 선관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특정 정치세력이 대규모의 알바를 동원 다른 후보를 조직적으로 비방하는 것도 막아야 하겠고,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며, 기타 다른 여러가지 문제들이 나올까봐 우려가 되기도 하겠지... 또 법이 그렇게 돼 있는데 선관위가 무시할 수도 없겠지...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표시하고,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왜 막아야 할 일인가? 우리는 그정도의 정치적 자유도 없다는 말인가? 우리는 때되면 투표소 가서 얌전히 줄서서 도장 한번만 찍고 나오면 국민의 소임을 다하는 온순한 양떼가 아니다. 국민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는 막아야 할 일이 아니라 장려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는 선관위 명의로 날아오는 절라 딱딱하고 위압적인 삭제 요청 공문을 받아보는 일이 좀 적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딴지 편집국 (editors@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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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것도 불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