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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부산영화제를 빛낸 스타들 -2-

2002.11.21.목요일
딴지 영진공 PIFF 특별 취재팀


 








 먼저 신상명세부터 밝히시라.


나이도 밝혀야 해요?







 니 맘대루 하시라.


이름은 이상열이구 나이는 38입니다.


 원래부터 이 바닥에서 종사하고 있었나.


예, 대학 1학년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을 했지요. 지금까지 18년을 했죠.


 이 짓을 하게된 계기가 뭔가.


집안이 DJ 출신들이에요. 형도 DJ출신이고 작은 누나도 DJ출신이고. 해서 대학 들어가서 아주 자연스럽게 누나 일 하는데 가 일도 하구, 형이 또 어릴 때부터 팝 음악 좋아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팝 음악 많이 들었어요.


 집안의 영향말고 원래부터 음악을 많이 좋아했나.


어릴 때부터 팝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본 취재팀이 다년간 부산영화제 취재를 왔지만서도 이렇게 DJ 방송을 목격한 건 첨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구상하게 되었나. 


여기 이벤트 사에서 만들었나봐요. 해서 선배형이 저보러 그냥 니가 DJ석에 앉아 있으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편안해 할 거 같다해서 영화음악도 선곡해주고 또 팝 음악, 가요 같은 거 방송해주고.


 그럼 이 방송은 개막일부터 시작되었나.


개막 다음날부터 시작했습니다. 금요일부터 방송을 했죠.


 방송은 몇 시부터 몇 시까정 하나.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합니다.


 혼자서 7시간을 다 책임지는 건가.


물론이죠.


 똥줄 타지 않나. 식사도 해야 되고 중간에 방광통도 덜어줘야 할텐데.


중간에 음악 틀어놓고 잠깐 먹구 그러면 되니까 힘든 건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7시간을 스트레이트로 가면 조빠질텐데 솔직히 말해봐라, 이너뷰라고 각 잡지말고. 식사를 정말 제대로 하는가.


식사는 중간에 제가 가서 먹구 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제공해 주는 걸루 먹죠.


 음악 나갈 때 식사하고, 멘트 할 땐 먹는 거 중단하고 뭐 이런 식으로.


그렇죠.









본 이너뷰가 자행된 DJ석 내부


 그럼 음악은 어떤 식으로 선곡하는가.


준비를 해온다기보다는 즉흥적이에요. 그때그때 지나가는 사람들 연령층을 봐서 틀어주고 한가하면 심각한 음악도 틀어주고 영화음악도 틀어주고.


 애들 하는 짓 봐서 틀어준다는 소리로 이해하겠다. 그럼 최근에 청취자들을 위해 가장 많이 틀어주는 음악은 뭔가.


최근에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음악을 많이 틀어주죠. 지금 추세가 심각한 게 많이 사라졌으니까 대중 보편적인 걸 주로 방송해주고 가끔씩 심각한 거 틀어주고, 설명해주고 그래요.


 신청곡도 받나.


예, 신청들 많이 하시고 다른 지방에서 오신 분들도 신청하시고 사연도 접수하고. 며칠 전엔 저를 통해 사랑고백을 하신 분도 있습니다.


 오호, 그래서.


서울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해 드렸죠. 다른 분들 다 들으시게.


 남자가 고백을 한 건가 아님 여자가


남자였죠.


 성공여부는 어땠나. 여자가 그 남자를 받아들였나.


예, 둘이 커플이 됐습니다.


 허허, 그것 참 좋은 방법이다. 본 기자도 조금 있다가 맘에 드는 여성 잡아서 오겠다. 멋지게 멘트 날려달라. 그거말고 또 다른 에피소드도 털어 나 봐라.


다른 사람들보다 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요 맞은 편에 근무하는 사람들.


 훼미리마트 직원들이나 롯데리아 직원들.


예, 그 사람들이 근무하면서 노래 들으니까 좋다고. 먹을 것도 주고 뭘 사러 가면 상냥하게 대해주고 그래요.


 그럼 물건 살 때 싸게도 해주나?


아니,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건 상냥하게 해 주는 게 아니다. 돈을 깍아 줘야지... 그건 그렇고 이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다들 좋아하십니다. 동물원에 원숭이 구경하는 것처럼 신기해하기도 하고 또 음악이 나가니까 좋아들 하고.


 본 기자 같은 경우도 실은 원숭이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는데 원숭이가 아니고 사람이더라.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서서 구경을 한다.


내, 사람들이 사진을 참 많이들 찍어 가십니다.


 그럼 동물원 우리 안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 어떤가. 정말 자신이 원숭이 같은가.


전혀 안 나빠요. 좋아요.


 아까 맨 첨에 목소리만 듣고는 배철순 줄 알았다. 근데 멀리서 귀하의 얼굴을 보니까 배칠수같더라. 그런 얘기 많이 듣지 않나.


많이 듣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물어보기도 하고. 근데 예전에는 이종환 닮았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또 보쳉 닮았다는 사람들도 있고. 허무개그팀의 손 모 개그맨인가 닮았다는 사람도 있어요.


 좋겠다. 굉장히 많이 닮아서. 근데 전통적으로 준이 오빠도 그렇고 DJ가 뭇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뻐꾸기는 자주 받는 편인가.


물론 받는 편이죠. 근데 다 허탕이니까요. 제가 응하지를 않아요.


 헉! 여자에 관심이 없는 건가, 그럼 본 기자한테 넘겨라. 그건 그렇고 아까 보니까 귀하의 작업 가방 속에 CD가 많던데 저게 귀하가 전부 가지고 있는 재료인가.


그 외에도 또 많습니다. 많은데, 이건 제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양만 가지고 온 겁니다.



 그럼 음악 CD는 전부 자신의 재료들을 가지고 오나.


그렇죠. 제가 일하는 데서 가지고 오죠.


 지금 일하는 데가 또 있나. 이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가.


예, 음악실에서도 일하고 이 근처에서는 호프집에서 음악 들려주고 서면같은 경운 영상음악을 전문적으로 틀려주는 곳에서 일하고.


 귀하가 지금 부산영화제에서 하는 DJ생활은 부업이 아니라 직업의 연장이라는 소린가.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북적대는 곳에 있다 다른 공간에서 음악을 선곡하려면 적응하기가 힘들 것도 같다.


아니죠. 힘들진 않죠. 늘 해왔던 거라. 거의 동물적인 본능으로 하죠. 본능적으로 재미있게.


그 본능이라 함은 18년 간의 절륜한 DJ생활에서 나오는 귀하만의 삘링인가.


그렇죠. 제가 평상시에는 말을 잘 못 하거든요. 근데 이게 직업병이라고 해야하나 마이크만 켜면 저절로 막 말빨이 서는 게 제가 생각하기에도 신기해요.


 지금 말하는 게 사투리가 없는 거 같은데,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아니요, 부산사람입니다.


 그럼 지금껏 부산에서만 DJ 생활을 해왔나.


부산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대구, 울산, 청주 많이 돌아다님을 당했습니다.


 돌아다님을 당했다면 귀하가 이 바닥에서 몹시 인기 있는 DJ라는 소린데.


사람들이 저를 많이 찾데요(이 부분에서 목소리가 약 2옥타브 정도 올라갔다).


 그럼 귀하를 찾는 청취자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는 얘기.


이게 좀 나르시즘적인 얘기지만 기분 좋게 많이들 찾아 주십니다. 예를 들어서 TV에 잠시 얼굴이 나오거나 방송으로 공중파 통해서 제가 나가면 전화가 길길이 올 때도 있고 길거리 다니면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그래요.


 공중파 방송이라 하면 케이베쑤나 에쑤비에쑤 그런 방송을 말하는 건가.


엠모 방송도 있고 울산에 케이모 방송국에서 영화음악 진행하고...


 앗, 본 기자 라됴 방송 절라 애청한다. 근데 귀하의 방송을 들은 기억이 엄따.


엠모 방송은 게스트로 출연했고, 케이모 방송은 고정으로 2년 반 정도 출연했죠.


 근데 엠모, 케이모라고 구지 감출 필요 없다. 그러니까 무슨 프로였나.


울산 KBS의 영화음악실.


 그러니 본 기자가 모를 수밖에. 원래 귀하는 영화를 좋아하나.


영화 좋아하죠.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박학다식이 되기 위해선 많이 알아야 하거든요.


 부산영화제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영화제가 됐다. 지역주민으로써 부산영화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기분 좋죠. 게다가 올해부터는 상영관이 분산이 되었잖아요.


 그렇다. 이번엔 해운대에 새로 생긴 메가 박스에서도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엔 남포동 한군데에서만 집중적으로 보여줬는데 처음엔 그게 질투가 났거든요. 저는 남포동에 자주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이게 지역이기주의 이런 식이니까 차라리 분산되어 가지고 많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영화를 접했으면 했는데 올해는 그런 점에서 특히 좋아합니다.


 지금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부산영화제가 생기기전에는 부산에 이런 문화적인 행사가 없었던 거 땜에 불만이 많았을 거 같다.


사실 지금의 이런 행사를 제외하면 부산은 문화 불모지죠. 음악 감상실도 없고 예전엔 고전음악 감상실도 있었는데 그것도 없어지고 그니까 문화적으로 부산은 불리하죠.


 그럼 아까 반응이 좋다고 했는데, 이 방송은 내년 부산 영화제에서도 들을 수가 있는 건가.


내년에도 아마 들려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방송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DJ 생활을 오래 해 왔으니 자신만의 원칙이 있겠다. 공개해 달라.


태만하지 않는다는 거죠. 여하튼 많이 알아야 하고 앞서가야 하니까. 정보나 가요나 책이나 영화나. 가급적이면 빨리빨리 공부하고 태만하지 않게 방송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딴지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아무래도 이게 부산영화제 때문에 잡힌 인터뷰니까 남포동 PIFF 거리에 있는 맛있는 집 한군데 추천해 드릴게요. 자갈치가 근처에 있으니까 거기에 가면 먹거리가 참 많아요. 특히 대구집이라는 곳이 있는데 선짓국이 3,000원 하는데 참 맛있습니다.


 혹시 그 집 아들인가. 아님 말구. 어쨌든 고맙다. 그럼 내년에 또 보자.



본 이너뷰 및 이번 영화제 취재를 통해 본 취재팀은 스타의 정의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번 영화제의 스타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쏜살같이 사라진 장동거니도 아니거니와 김정으니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정한 스타는 위의 이너뷰에서도 보았듯이 이상열 씨처럼 변칙적인 식사와 배변작업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팬들만을 위하여 장시간 음악을 틀어주며 그러면서 커플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까지 해내는, 쉴새없이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준 이들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한마디를 해달라는 본 취재원의 요청에 타 지역에서 올라온 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친절히 맛나고 값싼 먹거리 집을 소개해주는 마지막 화룡점정의 道. 우리가 이전에 스타라고 불렀던 이 중에 이런 자세를 보여줬던 이는 정녕 누구였단 말인가?


누구하나 알아주는 이 없어도 한사람의 팬이 즐거워한다면 묵묵히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지킬 줄 아는 이.


그저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이.


우리는 이들을 진정 스타라고 부른다.



 
딴진공 PIFF 특별 취재팀
나뭉이(namung@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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