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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플레이] 젤리아드

 

2009.8.4.화요일

 

 

 기준

 

내가 리뷰를 위해 게임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우선하는 기준이 재미라는 건 두말하면 입이 아플 테고... 그 중에서 은근히 중요한 기준으로, 어떤 면에서 써킹할 수 있나는 사항이 있다. 아무리 게임을 소개한다고는 해도, 그냥 재밌다. 해봐라 라고만 적기보단 이런 점이 특히 재밌다. 그러니까 해봐라. 라고 포인트를 잡아서 쓰는 편이 더 설득력 있으니까.

 

오늘 리뷰할 게임을 지금껏 리뷰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녀석은 재미라는 면에서는 지금껏 소개한 그 어느 게임 못지 않게 빼어나다. 그런데 저 포인트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이게 참 애매하다. 분명 재미있기는 한데, 딱히 "이런 면에서 정말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라고 말하기가 살짝 난감하다. 왜 그런지, 오늘 리뷰할 게임 Zeliard를 일단 봐보자.

 

 기억

 

대부분 재미있게 한 게임은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기 마련이다. <원숭이 섬의 비밀>은 잡지에서 처음 게임에 대한 기사를 접한 후, 앞뒤 볼 것 없이 바로 게임을 샀었고,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경우는 컴퓨터 학원에서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카피... 했고... (이땐 어려서... 반성하고 있으니 넘어갑시다-_-;;) 여튼 왜 이 게임을 하게 되었는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고, 보통 리뷰를 쓸 때도 대충 그 기억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면서 서두를 이어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Zeliard는 대체 왜, 어떻게 접했는지 기억이 도무지 나질 않는다.

 


이걸 보니 뭔가 기억나려 하는 것 같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그 이유가, 이 Zeliard라는 게임의 특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래 아주 매운 음식이나 뜨거운 음식은 기억이 나도, 그냥 적당히 맛있는 음식은 기억이 나지 않는 법이니까.

 

이 젤리아드는 좋게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모난 곳 없이 그럭저럭 괜찮고, 나쁘게 말하자면 두리뭉실하다. 토먼트와 같은, 정말 사람을 무릎 꿇게 하는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이오쇼크처럼 최고의 그래픽과 연출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즉, 재밌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어느 한 부분이 대단히 빼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이긴 했다. 최고의 그래픽은 아니었지...

 

자, 그래서 이 Zeliard란 게임은, 뭐 모든 면에서 그냥 적당한, 그저 그런 게임이란 얘기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처음 Zeliard를 어떻게 접했는가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는 생생히 기억난다. 중학교 때, 여름 방학을 싸그리 이 게임의 엔딩을 보기 위해 투자했을 정도니까. 당시 공략집을 찾을 수가 없어. PC통신 하이텔 등에서 Q&A만을 참조해 끝판까지 간 눈물겨운 기억이 난다. 나중엔 맵이 워낙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아지는 탓에 맵을 매번 그려가면서 플레이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이건 너무했다 싶었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점프를 하다보면 기류를 타고 휘리릭 흘러가는 공중부양 퍼즐. 나머지 하나는 하나의 문이 둘 이상으로 이어지는 부분.)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예상한단 말인가...-_-

 

정말 당시 방학이 아니었다면 지금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었다. (디아블로와 스타 때문에 인생이 바뀐 그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군요.) 아무튼, 나는 예나 지금이나 게으른 인간이다. 학교에서 영어 단어도 절대 쓰면서 외우진 않던 놈이, 대체 왜 연습장을 사서 빽빽하게 지도를 그릴 만큼 열심히 이 게임을 했겠는가?

 

이젠 너무 뻔한 대답이라서 좀 미안할 지경이지만-_- 재밌기 때문이다.

 

 혼합

 

Jack of all trades is master of none. 유명한 속담이지만 게임은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나는 게임을 음식에 비유하고 싶다. 얼마나 맛있느냐가 그냥 장땡이니까. 훌륭한 한 가지의 재료의 특성을 잘 살린 요리가 있다면, 무난한 여러 재료들이 조화롭게 섞여 맛을 내는 요리도 있는 법이다. 이 Zeliard는, 후자에 가까운 게임이다.
이런저런 재료들이 서로 부대끼지만 않는다고 해도, 즉, 1+1이 2만 나오더라도 그 게임은 어느 정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게임이 원래 재밌자고 하는 거니까...) 그리고 이 Zeliard라는 게임은, 1+1이 2를 훌쩍 넘어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예시다.

 

우선 Zeliard의 장르부터 확인해보자. 이 녀석의 장르는 횡스크롤 액션 RPG이다. 장르부터 뭔가 짬뽕 혹은 비빔밥의 냄새가 난다. 그 유명한 YS와 같은 장르다.
그리고, 흔히 알려진 최초의(최초로 성공을 거둔) 액션 RPG이기도 하다.

 

 

사실 게임을 소개할 때, 최초라는 것에 큰 의의를 두지는 않는 편이다. 도대체 게임에서 최초인 게 뭐가 중요한가, 어쨌든 게임은 재미있으면 장땡인데. 그리고 게임은 대부분 최초보단, 최초의 시행 착오를 거친 이후의 결과물들이 더욱 훌륭한 경우가 많이 있다. 1편을 능가하는 그 수많은 2편들이 있지 않은가. (대항해시대 2, 창세기전 2, 프린세스 메이커 2, 삼국지 2, 등등...)

 

하지만 액션 RPG라는 장르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여기엔 좀 의미를 두어도 될 것 같다. 아니 의미를 좀 두어줘야 한다. 이 장르가 어떤 장르인가? 바로 디아블로 아닌가. 요즘 나오는 온라인 게임의 태반은 기본적으로 액션 RPG이다. 한국의 게임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그 많은 온라인 게임들은 모두 결국 Zeliard의 자식인 것이다. 게임계에서 족보 따위는 별로 의미가 없지만, 액션 RPG의 시조 정도면 인정해줄 만한 것 아닌가.

 


이 녀석도 젤리아드의 증증손자쯤 될지도,,.

 

약간 빗나간 얘기지만, 액션 RPG라는 이름 자체는 조금 우습기도 하다. 액션 RPG의 특성상 대부분 1인을 조종하는데, 혼자서 무슨 Role을 Play한단 말인가... 뭐 이미 RPG라는 장르는 성장의 유무로 구분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으니 일단 넘어가자.
자, 그럼 다시 Zeliard의 게임 자체의 얘기로 돌아오자. 아무리 뼈대 깊은 가문의 시조였다고 해도 지금 와서는 아무 소용 없다. 이 Zeliard는 그래서, 액션 RPG의 시조라는 그 간판 말고 뭐 어떤 훌륭한 점이 있냐고?

 

일단 액션이라는 장르가, 더 나아가서는 사실 거의 모든 게임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이 있다. 그렇다. 바로 타격감이다.

 


특히 사운드가 압권.

 

이 Zeliard는 수준 이상의 타격감을 보여준다. 단순한 Hack & Slash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지만, 그다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주인공 Garland가 휘두른 칼에 몹들이 맞아 ALMA로 분해되는 연출은 시원시원하고 호쾌하다. 조금 단조로울 수 있는 단순한 칼 위주의 근접전에, 장거리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마법이라는 요소를 첨가해 맛을 냈다.

 


마법 공격의 타격감은 정말 시원하다.

 

마법 얘기가 나왔으니, RPG의 요소인 성장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 게임은 보스를 하나 넘길 때마다 새로운 마을을 발견하게 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마법을 획득하게 된다. 이 마법들은 나름 의미도 있고 개성도 있고 뽀대도 나고 위력도 있다. 그야말로 필살기라는 명칭이 잘 어울린다. 특히 마지막으로 얻는 마법은 최종 필살기답게, 그냥 화면 전체를 뒤덮는다.

 


근데 이펙트는... ㅋ... 뭐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있나요...

 

이러한 마법의 획득과 더불어 게임의 풍미를 돋구는 것이, 개성 있는 보스전이다. 총 화면 상단의 9개의 보석 숫자만큼 존재하는 보스들은, 제각각 패턴이 다양해 단순히 똑같이 칼을 휘두르는 식으로는 잡기 어렵다. 어떤 보스들은 점프를 통한 공격으로 데미지를 주어야 하고, 어떤 보스는 마법을 잘 써서 타격을 줘야 잡기 수월한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패턴을 풀어야 한다.

 


간장게장...

 

패턴 얘기가 나왔으니, 이 Zeliard의 가장 큰 매력인 동시에 가장 큰 짜증 유발 요소인 길찾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RPG가 그렇듯, Zeliard 역시 던전을 헤매는 게임이고, 미로를 잘 통과해 올바른 곳으로 향하는 길찾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Zeliard는 액션 RPG답게 이 길찾기에 많은 공을 들였고 잘 만들어냈다. 발판을 연이어 건너는 부분이나, 줄을 타고 이동하는 부분, 혹은 적절한 점프를 통해 이동하는 부분 등등. 사방이 막힌 곳이 없이 연결되어 있고, 맵의 이동은 문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길찾기 패턴을 다양화할 수 있다. 이러한 액션의 요소들을 이용한, 다양한 길찾기의 패턴은 Zeliard가 주는 재미의 핵심이다.

 


뭐... 앞서 얘기했듯 이런 요소들은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_-

 

RPG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길찾기라면, 다른 핵심 요소 하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스토리...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사실 이 Zeliard는 뭐... 스토리는 별로 볼 게 없다. 보스전에 대처하는 재미나, 마을 사람들이 던지는 농담 등이 잔재미를 주는 정도다.

 


뻔하지만 왠지 멋있어...

 

그러나 이 스토리에, 모든 면에서 그냥 훌륭한 Zeliard에서 정말 빼어난 요소 하나가 첨가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바로 음악!

 

Zeliard의 음악은 대단히 아름답다. 심지어 Zeliard의 이 단조롭고 전형적인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게임이라는 매체는 패턴 해결을 그 골자로 삼기 때문에, 반복적인 작업을 많이 시도할 수밖에 없고, 이러는 가운데 계속 귀에 울려퍼지게 되는 음악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Zeliard의 음악을 이 시점에서 한 단어료 표현하자면 다음 말 외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화룡점정. 정말 훌륭한 짬뽕에 마지막으로 첨가하는 미원 한 숟가락처럼... 이 Zeliard를 잊혀지지 않는 훌륭한 게임으로 완성시키는 요소다. 이처럼 많은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Zeliard라는 요리는, 뭐 하나 특출난 것은 없다고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해봐

 

 

Jack of all trades dont need to be master. 그는 그걸로 그냥 충분하다.
그러니까, 다운받아서 해보시라.
재밌다.

 

젤리아드 게임 다운로드 

 

ps. 이 게임은 도스박스를 이용해서 플레이하시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URL을 참조하시라.
http://cafe.daum.net/dosbox

 

필리온(phyl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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