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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네 살난 딸아이를 둔 엄마가 바라본 조두순사건

 

2009.10.05.월요일
네살 딸아이 엄마

 

다들 조두순 사건. 일명 나영이 사건에 대해 잘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네 살난 딸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이 사건을 처음 접하던 순간. 기가막히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던, 가슴이 미어질것 같은 심정이 떠올라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이미 인터넷과 방송, 그리고 여러 매체를 통해서 조두순 사건을 모르는 분들이 없으시겠지만 전체적인 사건을 한번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 인근 화장실에서 여자아이 (나영이/가명/8살) 가 성폭행을 당해 항문과 소장, 대장, 그리고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손실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를 성폭행한 조두순(57세)은 아침 등굣길의 나영이에게 ‘이 교회 다니냐’ 며 접근해서 아이를 상가건물 1층 화장실에 끌고 들어가 성폭행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반항하자 얼굴 등을 가격하고 목을 졸라 기절을 시킨 다음 성폭행을 저질렀다.

 

조두순은 아이의 생식기와 항문, 귓속 등에 사정을 했으며 증거 인멸을 위해 아이의 머리를 화장실 변기 물에 담그고 엉덩이도 담갔다. 그러다 더 철저하게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화장실의 막힌 변기를 뚫는 일명 뚫어뻥으로 아이의 생식기와 항문의 정액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이미 항문과 생식기가 찢어진 상태라 탈장이 되었으며 조두순은 아이의 장기를 다시 변기 물에 담가 헹군 다음 탈장된 장기들을 뚫어뻥 막대기로 다시 잔인하게 쑤셔 넣었다.

 

이 과정에서 장기를 너무 힘을 주어 쑤셔 넣는 바람에 아이의 항문과 생식기 사이의 가림막이 찢어졌으며 항문의 괄약근은 완전히 파괴가 되었다. 장기 또한 더러운 변기 물과 뚫어뻥으로 인해 손상이 되어서 빠른 괴사가 이루어졌다. 조두순은 화장실 바닥에 기절한 아이를 눕혀놓은 채 마지막 증거 인멸을 위해 수돗물을 틀어놓고 달아났다. 아이는 이 때문에 하마터면 저체온 증으로 사망할 뻔 했다. 나영이는 사건 1시간 후쯤 의식을 찾았고 가지고 있던 핸드폰으로 경찰에 전화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아이의 상태가 매우 위독한 것을 보고 다시 119 구급대원을 불러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아이는 8시간의 대수술을 받아야했다. 그러나 현재 아이는 대장부터 항문까지 없어서 변을 받아낼 수 있는 주머니를 평생 동안 차고 다녀야 하며 생식기의 80%를 잃었다.
조두순은 지문과 인근 CCTV 화면 등에 잡힌 것을 증거로 곧 체포되었다. 그러나 범인은 범행을 저지를 당시와 달리 염색을 하지 않은 흰머리와 안경 착용으로 인상착의를 바꾸었으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현재 조두순은 범행당시 만취 상태라는 점이 참작되어 심신미약 판정을 받았으며징역 12년에 전자팔찌 7년 부착, 신상공개 5년형을 선고받았다.

 

 

 

 

혹시 오로라 공주라는, 방은진 감독의 영화를 아시는지요. 그 영화는 어린 딸아이가 성폭행을 당하고 죽자 아이의 엄마가 당시 딸아이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에 일조한 모든 주변 사람들을 죽이고 마지막에는 심신상실 판정을 받아 형을 살지 않고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범인을 죽인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저는 그 영화를 아이를 임신했던 당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진심으로 공감을 했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여자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보고 성폭행을 한 다음 쓰레기 처리장에 버린 범인. 그런 범인이 이 세상에서 버젓이 살아간다면 아마 어떤 엄마도 그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게 있어 딸아이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리고 무엇과도 비교 불가능한 보물입니다. 그러나 딸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이날 이때까지 끊이지 않는 걱정과 불안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행여나 성폭행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아이를 아이로 보지 않는 작자들, 그들은 자신의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아이가 어리다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잔인하게 짓밟을 수 있는 인간들입니다. 

 

 

성폭행이 그냥 폭행과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신체를 폭행당하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더 큰 상처로 남의 영혼을 폭행당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폭행은 어른인 여자가 당해도 견딜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어린 아이가, 아직 성적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가 덩치 큰 남자 어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고 한번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아이는 정녕 정상적으로 자라날 수도 없거니와 평생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어른 남자들을 무서워하며 공포에 떨면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성폭행은 구타를 당하는 여타 폭행들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상처를,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로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저는 조두순 사건을 접하면서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 생각 하나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만의 하나, 천의 하나 내 아이가 그렇게 된다면.......

 

 

이런 말을 해도 될까요? 저는 차라리 아이가 반드시 조두순 같은 악마에게 성폭행을 당해 나영이처럼 되어야 한다면 차라리 그에게 성폭행 후 아이를 죽여 달라고 빌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도 약을 먹고 깨끗하게 아이를 따라 갈 것입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니가 가는 그 멀고 험한 길을 이 못난 어미도 같이 가겠다고 말입니다.

 

 

저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쓰다가 보니 감정이 너무나 격해져서, 그리고 이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끔찍하여 눈물이 멈추지를 않습니다. 

 

 

조두순을 죽여야 한다느니 거세를 해야 한다느니 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최소한 무기징역은 살게 하고 그 다음에 죽일지 살릴지 차라리 없어지는 게 더 나을 그의 성기를 제거하느니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2년 형이라니요. 아이의 항문, 소장과 대장, 생식기의 80%를 없앤 인간에게 12년형이라니요.

 

 

저는 판사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딸아이가 없습니까? 없다면 조카나 지인의 딸아이도 없습니까? 그것마저도 없다면 주변에 뛰어노는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를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까? 그에게 무기징역은 정말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그는 이미 강간치사로 3년을 복역한 전과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3년 동안 감옥에서 살다가 나와서 또다시 어린 나영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하고 성폭행만큼, 아니 오히려 더 악마 같은 짓을 나영이 몸에 저질렀습니다.

 

 

그렇다면 12년을 복역한 후 그는 이 세상에 나와서 무엇을 할 것 같습니까? 그가 그랬다고 합니다. 나영이 부모에게 열심히 운동하고 나올 테니까 그때 두고 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반성은 고사하고 그게 나쁜 짓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과연 12년만 감옥에 두고 다시 세상에 내보내도 괜찮은 걸까요? 제2, 제3의 나영이가 없으리라는 것을 그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요.

 

 

그래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 사람의 영역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궁금합니다. 신이 만약에 우리를 버렸다면, 신이 그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것은 신이 할 일이니 우리는 그저 손 놓고 조두순을 12년 후에 다시 만나야 하는 것입니까? 

 

 

이곳은 인간들이 사는 인간의 세상입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죄를 저지른 자를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요? 용서? 참 말이 쉽습니다. 저는 용서야 말로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으로써는 도저히 조두순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번을 죽어도, 천 번을 죽어도 갚지 못할 죄를 저지른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아닌 12년형은 그에게 어쩌면 집 걱정 밥걱정 없이, 다만 성폭행을 할 수 없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야하는 세월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부터 이를 악물고 돈을 벌겠습니다. 내 딸아이를 지키는 길은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아이의 등하굣길과 학원 길을 지키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제가 가난하여 일을 다니느라 아이가 홀로 등하교를 하다가 이런 사건을 당한다면 저는 정말이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땅의 치안상태를 그리고 인간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경찰도 판사도 대통령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우리의 딸아이들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돈을 벌겠습니다. 제가 일을 나서지 않아도 되도록, 적어도 내 딸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써는 그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아예 내어놓지 않고 싶습니다. 서너 살짜리 여자 아이, 아니 여자 아기를 성폭행하는 인간들이 득시글거리는 이곳에 내어놓고 싶지 않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나영이와 나영이의 엄마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참,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나영이의 엄마는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그리고 여자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얼마나 아프게 자책하고 있을까요. 또 나영이는 앞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성금이라도 모아주고 싶지만 나영이 엄마가 원치 않는다고 하니 이렇게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요. 그저 울며 그들의 아픔을 지켜 볼 밖에요. 

 

 

이 세상의 모든 여자와 딸들이 자신이 원치 않은 순간에 강제로 성교를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그것도 모자라 증거인멸 따위의 이유로 무자비하게 몸을 짓밟는 행위를 당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저는 이 순간만큼은 제 아버지가 남자라는 것, 제 남편이 남자라는 것도 싫습니다. 남자가 무섭고 두렵습니다. 

 

 

조두순 같지 않은 남자들. 그들은 또 얼마나 많은 오해를 받고 자신들이 남자라는 것을 미안해해야 할까요. 

 

 

이제 얼마 후면 모든 사건들이 그렇듯 조두순 사건도 기억 속에서 잊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하나는 남겼으면 합니다. 저런 잔혹한 죄를 저지른 인간에게 법의 심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 땅에, 스스로는 도저히 자제하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법이 무서워서라도, 벌이 두려워서라도 그런 짓을 하지 않게 하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그리고 나영이와 나영이 엄마가 더는 아프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제 행복을 덜어가도 좋으니 제발이지 살면서 그들이 그 불행한 일을 조금쯤은 치유 받을 수 있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그들에게 행복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겠지만 그래도 기도합니다. 이건 신의 영역이니까요. 신이 해 줘야 하는 일이니까요.

 

 

 

 

 

네살 딸아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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