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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6.수요일


정치불패 푸은노을


 


이건희옹께서 그 귀한 아드님한테 경영권을 승계해 주려고 


비자금 조성하고 조세 포탈 및 각종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 1백억 원을 때려맞은 게 불과 4개월 전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이건희옹의 사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정부의 낯두꺼운 짓거리는 이미 이골이 날 정도지만 사실 더 서글픈 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다.
주변에 보면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왜 잘나가는 대기업의 발목을 잡느냐,
대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사는 것 아니냐, 
회장을 고소하면 기업이 어떻게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겠냐,
회장이 자기 회사를 자식한테 물려주는 게 뭐가 문제냐...

그런 논리가 결국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사기꾼 대통령을 뽑아도 된다는 상황까지 만든 것이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대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과연 경기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돈이 안되는 일이냐는 거다.

이건희옹이 조성한 비자금이 겉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조 단위다.
'조'라는 단위가 잘 와닿지 않으시겠지만 만약 그 돈을 불법으로 조성하지 않았다면 일반인들이 삼성 TV나 냉장고를 살 때 수십만 원씩 더 싸게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투명성이 곧 소비자에겐 '돈'이 된다는 거다.
(물론 이것도 소비자에게 적당한 이윤을 받고 물건을 판매하는 양심적인 기업일 때 이야기지만...-.-)

다들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소득대비 물가는 전세계 최고수준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일 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인데도 


현지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승용차와 전자제품의 가격은 한국내 가격보다 수십 %씩 저렴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자국의 국민들을 착취하는 기형적인 가격정책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왜 선진국들에선 정치가나 기업가의 가장 큰 덕목을 '정직과 신용, 투명성'이라고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선진국 국민들이라고 돈을 싫어해서 정치가나 기업가의 정직함을 미덕으로 삼는 게 아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정직하고 투명해야 그것이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오랜 역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사회가 투명하면 그것이 바로 돈이 된다.
기업들이 불법으로 가격을 담합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정부가 건설회사 먹여살리겠다고 쓸데없이 4대강 살리기 같은 뻘짓을 하지 않으면 국민이 부담해야할 수십조 원의 세금이 절감된다.

돈 얘기를 좀 더 해볼까?

4대강 살리기 예산이 22조 원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았을 때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가정당 176만 원 정도씩을 부담해야 그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금액의 상당 부분을 민간자본의 투자로 충당하겠다고 하는데 이것도 참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기업체가 돈을 투자했다면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자신이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거다.

그 수익.....어디서 거둘까?
바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다.
결국 세금이든 기업의 투자든 22조 원이란 돈은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충당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서울시가 중랑천을 개발하는 데에 2020년까지 18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4대강 살리기에 투입될 22조 원과는 별도의 예산이다.



서울시 인구가 대략 천만 명 정도니까 일인 당 180만 원씩 세금을 내야 충당되는 액수지.
4인 가정 기준으론 72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거다.

물론 국토개발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수질이 악화되거나 홍수 피해가 나는 하천은  세금을 모아서라도 반드시 정비를 해야겠지.

그런데 혹시 중랑천 가보셨나?
지금도 충분히 잘 정비된 하천이다.
중랑천 양옆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그리고 잘 조성된 경관.....
여기다 18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또 쏟아부을 이유를 난 도무지 모르겠다.

중랑천 수질?
중랑천변 곳곳에서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고 여러 종류의 오리와 백할미새, 왜가리가  중랑천의 물고기를 잡아 먹으면서 생태계를 이뤄나가고 있다. 콘크리트 위로 수돗물이 흐르며 쥐새끼만 득실거리는 청계천과 비교되게 말이다.
지리산 청정계곡의 수질을 목표로 삼는 것만 아니라면 중랑천은 지금 상태에서 조금씩만 보완해 나가면 된다.
18조 원씩이나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18조 원을 들여서 중랑천이 개발되면 주변 땅값은 오르게 될테고


그 개발의 이득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외곽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다.
똑같이 수백만 원씩 세금을 내고 그 열매는 소수의 사람들만 따먹게 된다는 얘기다.




내 돈을 빼앗아 자기들의 배를 불리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면서


'그래, 당신들이 살아야 나라가 잘되지'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기업은 어디까지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기업 풍토에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딴지를 걸어야 하는 거다.
기업의 불법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고 법대로 처리해야 기업이 부당한 이득을 올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업체의 부당한 이득이란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을 기업체가 훔쳐간 것이다.
자신의 돈을 빼앗기면서도 '그래, 대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살지'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이 나라의 기업인들이란 족속들이 어떤 족속들이던가?
불과 반 년 전,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선 최저임금 시급 4천원도 비싸다고 그 임금을 깎아야 기업들이 산다고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던 놈들이다.

시급 4천원이면 9시부터 6시까지 종일 일해야 3만 6천원 버는 거다.
일요일만 쉬고 토요일날도 평일처럼 똑같이 근무해야 한 달에 고작 90만원 벌 수 있는 돈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그 돈으론 아이 낳아 기르면서 교육 못시킨다.
평생 가난이 대물림되는 거지.

그런데 기업가들은 그 최저 임금마저 깎자고 한다.
그래야 기업이 산다고 말한다.
그런 주장에 반대하면 빨갱이라고 몰아붙인다.

강남에 아파트 몇 채씩 가지고 있고 4대강 근처에 땅투기해 놓은 사람들이


기업가의 발목을 잡지말라는 말을 하면 이해라도 하겠다.
하지만 평범한 월급쟁이, 자영업자,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서민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분명한 것은,


사기꾼이 이끌어 가는 나라는 사기꾼이 득세하는 세상일뿐이라는 것이다.


결코 선량한 사람들, 상식과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의 세상이 아니다.


남을 속여먹을 능력도 가지지 못한 평범한 소시민들이 그를 찍은 것은


그래서 더 서글픈 일인 거다.



그렇게 돈, 돈 하면서 정작 돈이 되는 일엔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기업의 경영에 딴지걸자는 게 아니다.
다만 기업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결국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돈'이 들어온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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