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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대연정

2009-12-1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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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7.목요일


정치불패 후멍


 


노무현이 제안했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노무현 스스로조차 실수였다고 밝힌 대표적인 헛발질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쌩깠고, 열우당은 벙쪘으며, 민노당은 분노했다.


대연정을 계기로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상하좌우쌍방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노빠를 제외한 모두가 적이 된 것이다.


혹자들은 노무현이 고립된 가장 큰 이유로 이라크파병과 한미FTA를 들지만, 그 당시 정세를 보면 대연정 사건이 가장 컸다.


 



 


그러면, 한나라당과 열우당, 민노당에게 대연정은 각각 어떤 의미였을까.


한나라당은 대선부터 탄핵까지 이어진 노무현의 정치 승부에 이미 기가 질려 있었다. 말려들기 싫었다. 그 뿐이다.


열우당은 그냥 병신이다. 어렵게 얻은 절반의 기득권, 그거 놓치기 싫었다. 지들이 진보, 혹은 개혁세력이라 믿고 있었고, 혼자서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겠지.


민노당은 거대보수연합의 탄생이 두려웠다. 이미 이라크파병때 알아버린 노무현의 꼴통 인증으로밖에 볼수 없었다.


 


이들의 이런 반응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그 똑똑하다던 승부사 노무현은 왜 이런 삽질을 했을까.


사실 그는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승부걸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을 하지 못한거다.


그는 그 때까지 늘 꼼수와 계산 대신 원칙과 소신대로 해 왔고, 그래서 결국은 승리했다.


대의명분이 옳다면, 결국 언제가는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그에게 있었고, 정치인들을 믿었다기보다 고비 때마다 자기를 지지해 준 국민을 믿었던거다.


 


그럼, 대연정의 대의명분이 뭔가.


그것은 지역주의 타파와 동서통합을 통한 정치개혁이라는 참여정부의 가장 큰 정치적 목표였다.


선거구제 개편을 조건으로 권력의 일부를 제1야당에게 넘겨준다는 것.


이는 그 목표를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너무 서둘렀다. 너무 믿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제안을 수용하면 자기가 원하는 정치적 목표를 이룰 수 있고,


권력까지 내 준대도 한나라당이 대의명분을 무시하고 이유없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정말 순진하다. 그게 노무현이다. 한나라당은 아무 이유없이 쌩깠지만 전혀 욕을 먹지 않았다.


 



 


나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노무현의 대연정이 제대로 먹혔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정상이 아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언제 대의명분을 주장하던가? 지역주의에 기반한 금뺏지에 집착했을 뿐이다.


우리 국민이 과연 지역주의타파를 원하는가? 내가 보기에 아직도 우리는 지역적 승리를 원한다.


결국 노무현은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내 생각엔 대통령 당선과 탄핵파동을 거치면서 국민들을 너무 믿었고, 그에 바탕한 자신감에 도취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훗날 실수라고 표현한 것 같다.


방법상의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적어도 여당과는 미리 상의하고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최장집같은 부류는 대연정을 두고 투효한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반민주적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달리 보수당과 진보당이 각자의 정책을 가지고 국민에게 심판받는 사회가 아니다. 


보수, 진보 이전에 지역이라는 장막이 가로막고 있고, 그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지역주의 타파, 정치지형 개혁과 동서화합이라는 과제는 적어도 국민이 겉으로는 동의하는 문제이고,


이를 위해 각 당의 동의를 구하여 대연정을 한다는 것을 반민주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그 실현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나는 대연정이 적어도 방향만큼은 옳았다고 본다.


 


노무현은 퇴임직전과 퇴임후 자기는 실패했다고 수차례 말했다.


이는 파병이나 경제정책 같은 어떤 정책적 실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추진한 정책에 만큼은 늘 자신감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실패는 정치 개혁의 실패다. 대통령이 되면서 내걸었던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개혁이라는 과제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 첫 번째가 대연정좆망이었고, 두 번째가 열린우리당좆망이었다.


나는 비록 실패했지만 위대한 시도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끝까지 믿었던 국민들이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노무현이 너무 일찍 대통령이 됐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노무현은 딱 적당한 때에 대통령이 되어서 자기 임무를 잘 수행했고, 우리에게 과제를 남겨주고 간거다.


비록 현실의 벽에 막혀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이루어야 할 과제를 임팩트 강하게 남긴거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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