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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 역사의 새 챕터, 일론 머스크
 

누구나 공감이 갈만한 소재로 글을 쓰고 싶었다. 첫사랑의 아픔이라든가 어릴 적 키운 개의 죽음··· 누구나 한 번쯤 자기 겨드랑이 향을 맡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글을 쓰면서 테슬라 하드웨어의 우수성에 대해서 큰 이견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아니었다([2021결산]테슬라, 초격차를 보여주다 기사 링크). 그래서 준비했다. 아직 테슬라에 대해 더할 내용이 있는 듯하여 한 번 더 짚는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전문가 중 하나인 마릴린 먼로는 이렇게 평가 했다.

 

"테슬라의 캐스팅(부품을 주조하는 것)·하우징(부품을 지지·보호하는 틀을 짜는 것)은 10년, 모터 설계는 5년은 앞서 있다. 모터는 경쟁업체 것보다 가벼우면서도 힘이 더 세다. 전자 부품·소프트웨어는 8년은 앞섰다고 본다."

 

닛케이 크로스 테크에서도 모델3를 분해해 보고 역시 비슷한 평가를 했다. 자동차 현업 전문들은 다들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언젠가는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테슬라와의 기술격차는 절대 단기간에 따라잡을 만한 수준이 아니다.

 

전기차 하드웨어의 핵심인 모터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에서 테슬라는 확실히 우위다.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가 아직도 테슬라 전비(전기에너지 1kWh당 주행할 수 있는 거리)의 70-80% 수준이다. 전기차는 항속(航續) 가능거리(항공기나 선박이 한 번 실은 연료만으로 계속 항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가 가장 중요하다.

 

Range anxiety(주행거리 불안)란 말이 왜 생겼겠는가?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항속거리와 충전 문제다. 성능과 전비는 보통 상반 관계이다. 성능도 좋으면서 전비도 좋기는 어려운데 테슬라는 이걸 해냈다. 대량생산 능력과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건 물론이다. 성능·전비·대량 생산·가격 경쟁력까지. 이제 일론 머스크를 헨리 포드의 옆에 앉혀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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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포 + 제갈량

 

지금까지 달리기 관련 능력만 봤다. 자동차용 컴퓨터로 두뇌와 신경이라고 할 수 있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와 통합 전자 제어 플랫폼까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용차 중 최고성능의 자율주행 칩은 인텔도 아니고, 엔비디아도 아니고 테슬라가 가지고 있다. 테슬라의 통합 전자제어 플랫폼은 크게 세 개의 ECU로 모두 합쳐 버렸다. 보통의 내연기관 차량은 개별 칩이 수백 개 들어간다. 2021년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존 굿맨의 겨드랑이를 핥는듯한 괴롭고 긴 생산 지체를 겪었다. 그러나 유독 테슬라는 타격이 적었다. 필요한 반도체 수의 차이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테슬라가 앞으로 전기차 시장 다 먹을 거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테슬라에 절대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그 가격이면 다른 차를 선택할 것이다. 그것보다 테슬라는 자동차 시장을 넘어서는 회사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인공지능을 첫머리로 그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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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먼 듯 가까이, 인간과 썸타는 인공지능

 

몇몇 기능적인 분야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한다. 80년대에는 인간을 체스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0년 전만 해도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아무리 좋아져도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을 위해 현재 취하는 방식, 즉 데이터 규모를 무지막지하게 키우고 그를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만 뒤따르면 인간 지성의 일부분은 기막히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거듭 증명되고 있다.

 

지금까지 딥러닝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했다. 기껏해야 패턴인식이나 그 연장선(사물 인식·얼굴인식 등) 정도는 잘 할 수 있겠다고 봤다. 고차원의 판단을 요하는, 즉 '지성'이라고 불릴 만한 수준은 딥러닝으로는 도달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인공지능 공학자와 과학자들은 딥러닝이 아닌 특별한 비결이 인간 지성에 있지 않을까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 인간 정신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가설도 있다. 인간 지성의 비결은 단지 ‘뇌라는 신경망 컴퓨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것’ 뿐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집채만 한 신경망 컴퓨터가 며칠 걸리는 작업을 평범한 인간의 뇌는 단 몇 초 동안 처리 한다.

 

신경망 컴퓨터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인간 뇌에 비하면 속도와 효율성은 발끝도 못 따라가는 수준이다. 그런데 무지막지한 데이터로 학습의 효율성을 커버하고, 무지막지한 하드웨어로 인간 신경망의 복잡성을 흉내 낸다면 인간의 지성이란 것도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흉내 낼 뿐만 아니라,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딥러닝의 역사가 증거다. 딥러닝의 역사에 절대 도달하지 못해 보이던 수준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버리는 사례가 점차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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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테슬라

 

충분한 양질의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하드웨어는 가공할 딥러닝의 전제 조건이다. 테슬라는 딥러닝을 이용한 인공지능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테슬라의 인공 지능 및 Autopilot Vision 책임자 안드레 카파시 선생은 문제는 오직 clean·large·diverse data일 뿐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충분히 긴 지렛대와 단단한 받침대만 있으면 지구라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 것과 비슷하다. 테슬라는 올해, 슈퍼컴퓨터 dojo라는 지구라도 들어 올릴 긴 지렛대가 생긴다. 전지구상의 테슬라 차량이 clean·large·diverse data를 모아다 주고 있어 받침대도 튼튼하다.

 

지금까지 도로의 실제 데이터로 학습하는 제대로 된 모델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테슬라는 도로의 실제 데이터로 훈련을 해오고 있다. 2차원 이미지로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고려한 3차원 이미지로 훈련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예측운전도 가능하다. 데이터만 제대로 쌓이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 운전에 돌발 변수가 많지만 데이터양만 압도적으로 늘리면 그러한 변수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음성인식 서비스 성능이 급격히 좋아진 걸 느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의 대화를 무리 없이 녹취할 수준이다. 몇 년 전에 비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알고리즘의 큰 변화는 없었다. 단지 이용자가 많아졌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데이터가 더 쌓였을 뿐이다. 데이터 학습 후 스스로 룰을 찾아가는 인공지능이라면 데이터 양이 절대적이다. 

 

테슬라는 반복해서 증명된 딥러닝 성공 조건에 딱 맞는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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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축적의 시간을 지나 테슬라의 미래

 

비전을 통한 사물의 인지·구분·판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의 엣지 케이스(데이터의 값이 알고리즘의 특성에 따른 일정한 범위를 넘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어느 정도로 빨리 해결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의 성공은 운송 혁명을 잉태할 것이다. 가령 로보택시는 전 세계 연간 영업이익이 2,700조 정도(매출액 아님 주의)까지 예상된다. 빅테크 합산 영업이익이 220조 정도이니 어느 정도의 시장규모인지 가늠이 갈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생각은 2,700조 운송 혁명에 멈춰있지 않다. 그 단서를 하나 보자. 인간과 물류의 이동패턴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이동 경로 예측이 가능하다. 그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언제쯤 어디로 이동할지 예측해서 맞춤형 광고는 당연하고, 어떤 물건을 살지 예측해 맞춤형 고객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자율 주행으로 이동하는 동안 제공할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도 예상 목적지에 맞춰 제안하는 식의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건 단지 지금 얼른 생각만 해도 떠오르는 정도에 불과하고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다. 운전자 습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테슬라 보험은 이미 출시했다. 보험은 시작일 뿐 테슬라만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기성 자동차 업계가 2025년에 출시 목표로 하는 플랫폼을 테슬라는 2019년부터 양산해 오고 있다. 이에 테슬라가 6년을 앞서 있다는 평가는 소극적 시각이다. 6년 동안 테슬라는 놀지 않는다. 데이터는 더 축적한다. 데이터 측면에서 보면 테슬라는 10년 가까이 앞서 있다고 여겨진다.

 

20세기는 자동차의 시대였고 자동차 연료인 석유 관련 사업이 발달했다. 21세기는 인공지능 시대다. 인공지능 시대의 원유는 데이터고 데이터 관련 사업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은 21세기판 석유 재벌이다. 테슬라는 이들 빅테크 기업에 없는, 운행에 관한 빅데이터를 가졌다. 넷플릭스의 최초 사업은 DVD를 우편으로 대여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렌털 서비스가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테슬라는 먼 미래에도 자동차를 팔겠지만, 차량 판매가 최우선 목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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