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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생일, 어머니, 그리고...


2001. 10. 31
딴지 유부남 빅마우스

그제는 딸아이의 네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이 늦다보니 원래는 이제부터 다섯살이어야 하는 것을 연초부터 다섯살로 인식시켰더니 진짜로 나이 한살 더 먹는 생일이 별반 큰 의미가 없어졌나봅니다. 아이는 다섯살이 된지 두 달만에 다시 여섯살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생일 다음날 많이 아팠습니다. 열이 꽤나 오르면서 아이는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에 먹은 사과, 기운 차리라고 준 죽, 먹고싶다고 365일 창구까지 뛰어가 돈을 찾아 사온 요구르트...


밤새 배게며 요를 노랗게 흠벅 적시고 새벽 4시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와들와들 떨면서 땀을 흘리다가 금새 오한이 들기를 반복하면서 4년이나 키웠지만 아직도 초보인 엄마, 아빠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벌거벗긴 아이를 가슴팍에 꼭 끌어안고 등을 쓸어주면서 새벽녁까지 그렇게 밤을 새웠습니다.


내 생일은 1월 6일입니다.


작년 내 생일이 하루 지난 날, 어머니에게는 처음으로 간성혼수가 찾아왔습니다. 간의 독성이 뇌에까지 올라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정신은 있되 의식은 없는 혼수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날 어머니는 하루종일 이불만을 뒤집어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고 색시는 그런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느껴서 곧장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119를 불러 병원으로 향하던 그 차 안에서 어머니는 자신을 누군가 잡아간다고 착각했는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한 채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습니다.


병원까지 가는 20분 정도를 그 좁은 차 안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를 있는 힘껏 안아드렸습니다.





아이는 날이 밝자 기운을 좀 차렸습니다.


싫다는 병원에 억지로 데려가서 주사 한대 맞히고는 으레 병원에 다녀올 때 들르던 슈퍼도 지나친 채, 다시 집으로 와서 눕혔습니다.


이 녀석, 조금만 살만하다 싶으니 다시 생글거리며 스케치북을 찾습니다.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빠가 회사에 간다고 하자 아빠~ 가지 마~를 연발하면서 아빠를 꼭 끌어안습니다.


어머니는 그 이후 잠깐 기력을 회복하셔서 봄에 잠시 퇴원을 하셨습니다. 어린이날, 어머니와 아이, 색시를 데리고 올림픽공원에 놀러갔었습니다. 조금 살만하다 싶은 어머니는 간만의 외출에 동행하셨습니다.


잠깐 아이에게 한눈을 판 사이, 화장실에 다녀왔던 어머니는 길을 잃었고 다시 나를 찾았을 땐 벌컥 화를 냈더랍니다.


왜 혼자만 놔두냐고...


그 며칠 후 어머니는 다시 입원하셨습니다.


그리고 7월이 다가오자 30년동안 앓던 병으로부터 벗어나셨습니다...





밤새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으면서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아직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다시는 내 가족 누구라도 혼자 두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아프지 않을 때도 매일매일 꼭 끌어안아줍니다.


지금의 내 가족은 내가 원해서 내가 만들어낸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지난 여름부터 미뤄온 어머님과 형의 작은 묘지에 꼭 가봐야겠습니다.




 딴지 유부남 빅마우스(bigmouth@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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