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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식스 센스>의 정체를 발켜주마!

1999.10.13.수요일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식스 센스>는 <세븐>의 아류작이다 @%$&!


이의 근거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숫자로 된 제목, 
     둘째,  어두운 분위기의 포스터, 
     세째,  결말을 5분 남겨두고 관객의 똥줄 찌릿하게 만드는 반전.

 


우선 제목. 


<식스 센스(The Sixth Sense)>의 제목에는 7에서 하나 빠지는 6이라는 숫자가 들어가 있고, 이것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식스 센스>의 포스터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우리나라 영화제목 번역 역량으로 강화된다.












=== <식스 센스>의 포스터 ===
==== <세븐>의 포스터를 ====

분명히 <식스 센스>의 포스터는 숫자를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그 숫자위에 인간의 오감(sight, sound, smell, taste, touch)을 적어놓아, 7가지 죄악(Gluttony, Greed, Sloth, Envy, Wrath, Pride, Lust)을 적어놓은 <세븐(Se7en)>의 포스터와 무진장 흡사하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준다. 


또한 검은색 바탕에 누리끼리 조명빨 받은 주연배우의 얼굴이 떠올라 있는 포스터의 색감 또한 <세븐>과 흡사해서, 아류작의 향기를 강렬하게 풍기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The Sixth Sense"를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육감"이라는 말로 번역하지 않고 굳이 "식스 센스"라고 번역한 작명 실력이 이런 심증에 한층 더 무게를 실어준다. 


아무래도 제목을 <육감>이라구 붙인다면, "워털루 브리지"를 <애수>로 번역하던 시절의 감수성이 될테니, 그런 정직한 번역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다.( 잘못하면 육갑으로 보일 위험도 있으닝깐 )


하지만, 세련미 추구와 발음상 문제 사이에서 고뇌한 흔적이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th를 짤라버린 것은 역시 패착이다. 이렇게 th를 싹뚝 잘라버리면, 여섯번째의 감각이 여섯의 감각으로 오인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닌가.



일곱개의 죄악과 여섯개의 감각...
아, 이 부정할 수 없는 아류의 향기.. 



그 옛날 이란 영화를 <분노의 저격자>로, 이 원제인 영화를 <여인의 음모>로, 원제목과 영화 분위기 완전 무시한 창조적 번역을 거리낌없이 해내던 선배들의 신묘한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식스 센스"라는 번역은 다분히 이 영화가 <세븐>의 아류라는 심증을 강화시키는데 한 몫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세븐>의 후광을 입어 흥행에 성공을 거둬보려는 전략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마지막, "쎗바닥 늘어지는 반전(a jaw dropping final twist, IMDB 사용자 코멘트 중)".


<유주얼 서스펙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세븐> 또한 만만찮은 반전을 준비해두고 있는 영환데, <식스 센스>도 이에 질세라 결말 알려주지 말라는 경고문을 찌라시에 적어주고 있다. 이는 영화 끝나기 10분전, 극장을 나서면서 범인의 정체를 알려주는 관객에 의해 테러를 당했던 의 경우를 다분히 의식한 광고라 아니할 수 없다.









결말을 알면 조또 재미없어지는,
반전을 뽀인뜨로 삼는 영화와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

 

<유주얼 서스펙트> 영화표를 사려고 줄 서있는 관객들을 향해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창문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외마디를 길게 외쳤다. 


" 절뚝발이가 범인이닷!!! "




이러한 결정적인 심증들에 덧붙여서, 예고편에서 엿보이던 쥐색 바바리 코트자락을 휘날리는 브루스 윌리스의 자태나 어두운 조명과 회색 색조의 화면 등도 <식스 센스>가 <세븐>의 아류작일 수 밖에 없음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










또 한 번 비교해 보시라.. 이 바바리 부라더스의 자태를



 이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의 원맨쇼다 !#@%@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는 미국의 저명한 최악 영화제 골든 래즈베리상에서 실베스타 스탤론과 함께 최다 수상을 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는 배우다. 게다가 이 양반이 출연한 영화중 <다이하드> 시리즈나 <아마게똥>같은 초특급 대박영화를 제외한 영화들중 대다수는, 이 특 A급 배우의 이름을 빌려 아동틱한 총질장면과 구리구리한 로맨스 장면을 넣어 시간 남아도는 관객들 푼돈이나 긁어모으겠다는 안이한 영화들이 아니었나.


그 중 특히 <허드슨 호크>. 


재미도 없고, 통쾌하지도 않고, 브루스 윌리스의 매력도 전혀 못살리고 지루- 하기만 한 이 영화와 <식스 센스>에서의 브루스 윌리스의 이미지는 거의 흡사하다. 


또한 아까 그 오리지널 포스터말고, 국내판 포스터 또한 이 영화가 브루스 윌리스의 싱거운 원맨쇼임을 소리없이 호소하고 있다. 영화에서 내세울게 얼마나 없었으면, 덜렁 제목과 "브 룻 쓰 윌 릿 쓰"의 존함만 대문짝만하게 박아놨을까. 


이러한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마담 역할은 이미지 쪽에서도 여전하다. 대문짝 그의 얼굴 옆에 붙은, 번쩍!하는 6자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일까?)의 이미지는 립싱크 가수의 헤드마이크 같은 악세사리일 뿐이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 이 영화가 브루스 윌리스라는 스타 밖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지루한 원맨쇼임을 짐작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지루하다 !!!&#*@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바보는 아니다. 


이제는 헐리우드 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스타로서 입지를 굳힌 그가 또 한번 <스트라이킹 디스턴스>나 <허드슨 호크>같은 멍청한 영화를 찍을 리 없다. 하지만 주리장창 <아마게똥>같은 영화에 출연해서 골든 래즈베리에서 최악의 남우주연상 수상기록을 갱신하기는 정말 쪽팔린다. 그렇다면 그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작전은 무엇일까?


아마도 브루스 윌리스 앞에 남아있는 마지막 선택은 바로 졸라 어려워 보이는 영화에 출연하기 밖에는 없을 것이다.


씨네21에 몇 안되는 재밌는(여러가지 의미에서) 코너 중의 하나인 개봉영화 20자평에서, 3명의 평자 중 2명이 이 영화에게 별 넷(★★★★)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것을 보면 브루스 윌리스의 이런 작전이 성공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뭐, 평론가들이 높은 점수를 매기는 영화들이 꼭 타이밍 먹고 허벅지 찔러가면서 봐야하는 그런 애려운 영화는 아니니까, 이 대목에서 별점에 딸려있는 20자평을 디비볼 필요성이 느껴진다. 해서 디비본다.




  강한섭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



강한섭 교수의 20자평은 역시 쓸다리없는 억지 멋부리지 않는 간결함이 있다. 하지만 이 20자평은 <식스 센스>가 어떤 영화인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은 되지 못한다. 영화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만 가지고는 도대체 영화가 재미있을지 없을지 파악이 안되지 않는가 말이다.



  심영섭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한 번 봐 보세요


이 분께 별로 기대는 안 걸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냥 보랜다. 


입닥치고 보기나 해! 허거덕, 그 유명한 노랑머리 카피.. 헌데 이 언니한테 별로 신뢰감을 못 느끼는 본기자같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결국, 이 분들의 20자 평에서 <식스 센스>가 영화적으로 멋지면서도 재밌을꺼라는 단서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브루스 윌리스의 작전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심증만이 점점 확증으로 굳어질 뿐이다.


한편, 이 영화가 성인취향의  깊이있는 심리적 공포를 느끼게 해준다는 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쪽에서라면, 엄청난 세트와 SFX를 동원해 신기한 볼거리라도 실컷 보여주는 <더 헌팅(사실은 더 팅)>을 보러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인간과 영혼의 섬뜩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식스 센스>의 광고 문구보다는 "20세기 최후의 SFX가 눈을 뜬다"라는 카피가 더 눈에 들어오는게 사실이니까.






본기자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포스터의 분위기와 카피, 출연배우 등의 요소들만 감안하며 상상했던 것들이 바로 위의 길게 설명한 걱정과 우려들이었다.


밧.트.그.러.나.


이런 선입견들을 일거에, 정말이지 일거에 날려버리고 올해 지금까지 국내 개봉된 미국영화 중 거의.. 베스트의 자리를 차지하고만 영화가 바로 <식스 센스>였다. 


이 영화, 포스터의 컨셉에서 빼꼼히 엿보이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의 원맨쇼도 아니었으며, 지루하지도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세븐>의 아류도 결코! 아니었다.



- 우리가 예전 TV 시리즈로 봤었던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에서 경험한 바 있는(그 아기곰 인형에 서린 어린애 유령 에핏쏘드를 기억하시는가), 극장 안에서 담요 뒤집어 쓰고 싶을 정도의 공포감. 


- 지금처럼 살짝 맛이 가지 않았던 시절의 에서 느꼈던 어둡고 음습한 미스테리. 


- 서로에 대한 애정 빼고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상처받은 인물들이 서로에게 기대가며 서서히 치유되어가는 과정이 주는 <중앙역(Central do Brasil)>스러운 따뜻함. 


- 사랑하는 사람들의 불가항력적이고도 아름다운 이별이 주는 눈물....


이 모든 것들을 아주 낮게, 그러나 힘있게 경험시켜주는 영화가 바로 <식스 센스>다.


영화가 시작된 뒤 55분 동안만 졸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신다면, 올해의 베스트 미국 영화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다. 







- 덧붙여서


1. 사실 이 영화에서 브루스 윌리스의 노련한 연기보다 더 빛을 발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은, 그의 상대역(?) 할리 조엘 오스먼트(콜 시어 역)라는 11살짜리 꼬마다. 이 꼬마, <보거스>에 나왔던 그 꼬만데, 이성재를 살짝 닮았다. 아닌가?


2. 영화의 중반쯤에서 이 영화가 준비하고 있는 반전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가 하나 나온다. 눈여겨 보시길. 물론 그게 결정적인 힌트였다는 것조차도 영화가 끝나서 알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 대단한 반전을 보여주긴 해도, <수어사이드 킹>류의 영화들처럼 그것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반전은 더욱 가치있어 보인다.   



* 위 글에서의 인용문은 씨네21 220호 개봉영화 20자평, <식스 센스> 홍보 팜플렛과 포스터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
sixstring@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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