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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실록] 2009년 직권상정을 기록한다.
(1편)

 

2009.7.23.목요일

 


이렇게는 안 되겠다.

 

그냥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이제부터 감정과 기억을 믿지 않기로 한다. 앞으로 본지는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누군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하나하나 뒤져서 모조리 다 기록해두기로 하겠다. 

 

직권상정 편, 그 첫 번째 챕터다.

 

 

지난 노무현 탄핵 당시 우리당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김희선 의원은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었다. "어딜 잡어, 손대지 마"라고 울며 저항하던 작은 여인 하나를 남자들이 달려들어 끌어내리는 장면은, 정파를 떠나, 수많은 여성들의 분노를 샀었다.

 

 

 

이 장면과 한 쌍으로 거론되며 논란이 됐던 장면이 바로 박근혜의 미소다. 독립운동가의 후예는 끌려 나가고 일본군장교의 후예는 그걸 비웃는다며.

 


 

 

당시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 TV 광고에 이 장면을 포함시키기도 했고 이에 한나라당은 “유권자들을 속이기 위해 탄핵안 가결 이전의 웃는 모습을 교묘히 편집했다”며 항의했다. 나경원 선거위원장은 이런 해명도 내놨었다.



 

 

“그날 오전에 의원들이 단상에서 뒤엉켜 있을 때 어디선가 장난 비슷하게 ‘박근혜’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며 (박전대표가) 웃었다고 한다. 탄핵 가결 이전의 오전 상황을 편집한 것”이라고. (한겨레 2004. 4. 7)

 

이건 거짓말이다.

 

그 장면은 전체 의사당을 돌아가며 비추다 김희선 의원이 끌려 내려온 직후 카메라에 잡힌 거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바로 그 장면 때문에 웃었는지 여부는 사실 박근혜 본인밖에 알 길 없으나, 적어도 시간상 그 장면 직후였던 것만은 명백하다.

 

이 사건 이후 조선일보는 김희선 의원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역시 괜히 조선일보가 아니다. 결국 2006년 1월 27일 서울고법이 김희선 의원이 독립운동가의 후예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되기 전까지, 조선일보는 김희선 의원을 특정하여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다른 정치인들을 친일의 후손이라고 공격해 왔다면 공인에 앞서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다"(2005. 6. 8 조선일보)라는 사설까지 써대며 그녀를 스토킹 한다.  

 

 

조선일보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아니라며 특정 정치인을 공격한다. 푸하. 지들이 독립운동 했네, 안 했네 따질 자격이 있는 줄 안다. 과도하게 코믹한 넘들.

 

어쨌거나 한나라당의 탄핵 학습효과는 확실했다. 이번 직권상정 때, 박근혜는 아예 의사당에 입장하지도 않았고, 야당 여성의원은 처음부터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이 전담 마크한다. 자기들끼리 작전계획 치밀하게 짜 사전에 임무분담해 둔 게다.

 

하여 오늘 첫 번째로 기록하고자 하는 건, 한나라당의 그 계획이 실제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그 전담 의원들이 야당의 여성의원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그리고 그 그들은 과연 누구인지 하는 것이다. 자, 가자.

 

1)

 

 


단상 앞의 발언대기석 부근에 있던 이정희 의원의 목덜미를 흰색 상의에 파란 바지차림의 한 한나라당 여성 의원이 처음으로 낚아챈다.



 

 

이에 이정희 의원이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연보라 상의의 한나라당 여성 의원 한 명이 곧장 달려들고 곧이어 검은색 정장의 여성과 꽃무늬 상의를 입은 여성 의원도 함께 달려든다. 



 

 


2) 

 

 

이렇게 끌려가는 이정희 의원을 발견한 민주당의 김유정 의원(파란정장)이 달려와 “놔, 놔”를 외치며 이들을 저지하기 시작한다.



 

 

김유정 의원의 거센 항의에 잠시 주춤하며 실랑이가 벌어진다. 김유정 의원은 “왜 이래”를 외치다가 이정희 의원의 목덜미를 처음부터 잡아채 주도적으로 끌고 가던 한나라당 의원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세 차례 외치며 서로 삿대질을 주고받는다.



 

 

3)

 

 

단상 쪽 상황이 다급해지자, 김유정 의원과 주도적으로 이정희 의원을 끌고 가던 한나라당의 의원이 단상 쪽으로 달려가고 그 사이 이정희 의원은 주저앉아 버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빠지자 남아 있던 한나라당 의원 셋은 이정희 의원을 어쩌지 못하고 잠시 소강 상태가 이어진다.



 

 

4)

 

 

주도적으로 끌고 가던 한나라당 의원이 다시 돌아와 이정희 의원을 이번에는 뒤에서 겨드랑이 쪽을 잡아 밀고 앞에서는 검은 정장의 의원이 다리를 잡아 끌기 시작한다.



 

 

결국 뒤쪽까지 끌려 나간 이정희 의원이 일어나 다시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주도적으로 끌고 나왔던 한나라당 의원이 이번에는 그녀 목덜미를 잡아채 결국 바닥에 쓰러뜨린다.



 

 

5)

 

 


이정희 의원은 이렇게 개처럼 끌려 나왔고 완전히 탈진해 결국 혼절하고 만다.



 

 

6)

 

이들 한나라당 의원 4인이 누구인가. 파악이 쉽지 않았다. 워낙 상황이 동시다발로 터진데다 카메라의 각도가 위에서 아래로, 그것도 대부분의 경우 그들 등 쪽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전원 18대 초선이다. 얼굴이 알려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걸 못 찾아내면 또 본지가 아니다.

 

최초로 이정희 의원의 목덜미를 낚아채 내내 주도적으로 그녀를 끌고 나가다 마지막 순간 아예 이정희 의원을 바닥에 꼬꾸라뜨린 자, 바로 이 의원이다.

 

 

(현)한나라당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이자 비례대표인 이은재 의원. (한나라당 비례대표 김금래의원과 잠시 착각했었다.)( http://blog.naver.com/ejlee203/ )

 

 

두 번째, 이정희 의원의 다리를 붙들고 끌고 나갔던 검은 정장은 바로 이 의원.

 

 

역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정옥임. ( http://www.cyworld.com/oknimchung/ )

 

 

최초 이은재의 목덜미 낚아채기를 가장 먼저 거들러 달려왔던 연보라 상의의 주인공은 아래 인물.

 

 

역시 비례대표. 의원, 김옥이. ( http://blog.naver.com/kim_oklee/ )

 

 


마지막으로 뒤에서 밀며 따라왔던 꽃무늬 상의.

 

 

그럼 4인방 중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이 사람은 누구냐. 이건 독자 퀴즈로 남긴다. 한 번 찾아들 보시라. 본지, 정답자에게 이메일 상장과 더불어 상품까지 줘 버릴지 모른다.

 

 


 

 

 


미디어 직권상정편의 첫 번째 챕터는 여기까지다. 앞으로 몇 챕터까지 나올지 본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2009년 7월 23일 미디어법 직권상정의 현장에서 누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앞으로 몇 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가능한 모든 자료를 다 뒤져 모조리 다 기록으로 남길 거란 거다.

 

그리고 때가 오면 그 기록들, 전부 다시 꺼내 들리라.

 


- 딴지 실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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