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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일본 미디어법의 폐해 

 

2009.7.23.목요일

 

 
22일 오후 3시 55분 한나라당이 발의한 신문/방송법 개정안(이하 미디어법)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법률적으로 신문사가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이 미디어법을 보면 일본의 크로스 오너쉽(Cross Ownership, 교차소유) 제도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교차소유는 신문사가 방송업에 진출하는등 특정 자본이 다수의 미디어를 산하에 두어 그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일반화된 나라는 G20 선진국 중 미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가 07년 미 의회에 제출한  동일지역 신문-방송 교차소유 금지 완화 결의안 이 08년 5월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불승인되어, 미국의 교차소유 제도는 더이상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지난 75년까지만 하더라도 중앙과 지역의 신문, 방송구조가 혼란스러웠다.

 

 


日 미디어 교차소유, 집중배제 원칙을 깨버리다!

 

왜냐면 신문사와 방송국의 겸영 금지 조항도 없었지만, 또 전파법 제 131호가 정한 "매스미디어 집중 배제의 원칙(The principle of excluding multiple ownership of the media, 1950년 제정)"도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으로 내려가면 계열사가 경쟁사의 상호를 쓰는 것도 비일비재했다.
 
가령 TBS의 계열에 <아사히 방송>이 있었는데, TBS는 <마이니치 신문> 계열이고, <아사히방송>은 <아사히 신문> 계열이었다. 또 (당시 일본교육텔레비젼) 계열에 <마이니치 신문> 쪽의 <마이니치 방송>이 있었다.
 
이러다 보니 시청자로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TBS와 는 이른바 중앙의 지상파였지만, 이것들이 로컬지역으로 내려가면 <아사히 방송>과 <마이니치 방송>이 되어버리니까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75년 총무성의 묵인하에 일본 매스컴 업계는 "아사히신문-TV아사히-아사히방송", "마이니치-TBS-마이니치방송이라는 크로스 체인지를 과감하게 실현에 옮겼다. 물론 가장 먼저 만들어진 <니혼TV>가 처음부터 <요미우리 신문>의 자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본다면 이전에도 이미 교차소유 허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학계에서는 75년을 교차소유 원년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보다 근본적이다. 그 이유는, 75년 아사히와 마이니치가 선보인 대규모 크로스체인지가 그간 교차소유를 견제해 왔던 "매스미디어 집중배제의 원칙"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신문사들의 방송국 소유 현황은?
 
물론 34년이 지난 지금은 그 소유구조가 이전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이 교차소유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요미우리 신문 그룹본사>는 <니혼TV>의 주식 15%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그룹 계열사인 <요미우리TV>가 6.3%, 그리고 <요미우리 도쿄본사>가 5.4%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후지TV>의 경우 여러 투자회사가 참여한 후지 미디어 홀딩스가 100%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후지산케이그룹의 경우 05년까지 <닛폰방송>이 22.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의 닛폰방송 주식매수 소동을 겪은 후 다자가 참가하는 홀딩스를 아예 새로 만들어 <후지TV>, <산케이 신문>, <닛폰방송> 등을 계열사로 두었다.
 
민방 역시 <아사히신문>이 33.85%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도쿄방송 홀딩스가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TBS는 앞서 언급한 <후지TV>의 경우와 비슷하다. 하지만 여전히 TBS와 <마이니치 신문>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 매스컴의 교차소유(크로스오너쉽)는 지난 34년의 세월동안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볼 수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같은 선진국도 정착되었으니 한국도 해도 된다가 아니라, 이 교차소유로 인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 특히 <연합뉴스>는 이번 미디어법 통과가 강행되자 "주요국가 이동미디어간 결합 관련 규제현황"을 도표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내용 대부분이 다른 선진국들도 한국의 미디어법과 유사하다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정작 이 교차소유가 어떤 속성, 혹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주요국가 비교보다 교차소유 내부의 문제를 짚어내야... 

 

 

<연합뉴스>가 보도한 주요국가 미디어 결함규제 현황 © 연합뉴스 기사 화면 캡쳐

 

특히 <연합뉴스>는 서두에서 언급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완화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적지 않고 그냥 "불승인 결의안이 채택되었다"고 넘어갔는데, 이건 그렇게 쉽게 넘어갈 정도로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당시 FCC는 07년 12월 18일 상위 20위에 드는 신문사와 방송국의 겸업을 조건부로 인정한다는 규제완화 의결안을 냈는데, 이에 대해 미 민주당 의원들이 "거대 미디어의 독과점 행태가 확대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또 의회의 일부는 FCC의 결정을 동결한다는 새로운 법안 가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즉 상업미디어의 겸업을 자유롭게 허용해 온 미국조차 미디어의 독과점이 확대된다는 이유로 의회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교차소유에서 언론 본연의 기능이 저해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시아프레스>의 노나카 아키히로 대표는 이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에서 신문이 같은 계열의 TV를 비판하지 않는게 불문율처럼 되어버렸다"면서 "이건 보도의 편집권 차원을 넘어서 정보조작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가령 지난 08년 11월 23일 <니혼TV>의 진상보도 반키샤는 기후현의 건축업자 리베이트 사건을 취재하면서 증언자로 나온 이의 날조된 증언을 그대로 내보내 문제를 일으켰다. 나중이 이 발언은 거짓말로 판명되고 <니혼TV>의 사장이 해임하는 큰 소동으로까지 발전했지만, <요미우리 신문>은 이를 2주일간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비디오뉴스>의 진보 데쓰오 역시 "방송국이 신문사의 의향에 따라야 하는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되므로 중립적이어야 할 미디어가 신문사등 상위기업, 주주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또 그는 "미디어 업계 전체가 호송선단 형태가 되어, 기존의 신문이외의 자본을 가진 신규 참여자가 배제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교차소유가 정착되고, 또 시간이 흐르면 대중(국민)들이 알아서 자포자기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니혼TV>의 날조사건을 <요미우리>가 보도하지 않아도 "같은 계열사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언론의 대전제인 권력감시(Watch Dog)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할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뉴스가 그렇다.
 
<닛칸겐다이> 09년 3월 20일자에 실린 이 뉴스는 점점 하락하고 있던 자민당 정당 지지율의 반등을 모색하기위해 도쿄에서 열린 비밀회합인데, 그 참여자의 면면이 놀랍다. 가운데 부분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8일 저녁 도내의 복어요리점에서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 전수상과 아오키 미키오 전 참의원 회장, 야마자키 타쿠 전 부총재, 와타나베 츠네오 요미우리 그룹 본사회장겸 주필, 우지이에 세이이치로 니혼티브이 방송망 이사회의 의장이 의견교환했다." (3월 20일자 닛칸겐다이)

 

모리 요시로 전총리는 최근 킹메이커로 다시 등장한 자민당 최대파벌 모리파의 회장이다. 아오키 미키오는 몇십년간 참의원의 실질적인 권력자로 불렸고, 야마자키 타쿠는 2000년초 자민당의 3대 실권력자로 불렸던 YKK(야마자키 다쿠, 코이즈미 준이치로, 카토 코이치)의 좌장에 해당하는 실력자다.

 

이 세명의 자민당 권력자와 일본의 최대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 신문>의 회장, 그리고 요미우리 신문의 계열사인 <니혼TV>의 이사회 최고 우두머리가 모여 자민당의 지지율 반등을 위한 회합을 가졌다는 말이다.
 
이 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 출신의 H씨는 "와타나베는 원래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아사히 신문>의 현역기자 K는 "언론이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지만, 언론인과 정치인이 만나면 안된다는 법도 없으니 뭐라 그럴 순 없다"는 말을 했다.
 
가볍게 보자면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있는 사안일지 모른다. 또 지금 미디어법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금방 변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면 일본처럼 와타나베 츠네오 같은 언론인이 킹메이커가 되겠다고 나서는 상황도 나타날지도 모른다.
 
또 일본은 이러한 권력과 언론의 밀착관계가 "진보중도(아사히, 마이니치)"와 "보수우익(요미우리, 산케이)"으로 나뉘어져 있어 어느 정도 견제가 가능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진지하게 자문할 시기다.

 

제이피뉴스(jpnews.kr) 정치부 기자겸
딴지일보 일본 통신원 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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