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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오딧세이 AV 편] 11화 : 삼하보살. 모리시타 쿠루미 - 下                                


2009.7.22.수요일



작년, 일본 굴지의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에서 책이 한권 복간됐다. <모든 것은 「알몸되다」부터 시작되어(すべては「裸になる」から始まって)>라는 제목의 핑크빛 문고판 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름, 모리시타 쿠루미(森下くるみ). 이 <모든 것...> 은 바로 쿠루미의 자서전이었다. 애초에 기획했던 출판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조용히 묻혔던 책이 우여곡절 끝에 고단샤로 판권이 넘어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미 십 여년전 베스트셀러가 된 이이지마 아이(飯島愛)의 플라토닉 섹스 같은 인기는 없었지만 복간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별과 AV시청 여부에 상관없이 호의적인 독자들의 반응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무라 만게츠(花村萬月)와 출판 기념식장에서


"쿠루미의 팬들에겐 안됐지만, 그녀에겐 글재주가 있다. (森下ファンには悪いが、彼女には文才がある。)" 던 작가 하나무라의 말이 공치사는 아니었나보다. 책을 읽어본 독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글과 고백이 가진 흡인력을 칭찬했다. 그것은 과연 그녀의 남다른 문재(文才)덕분일까, 고백의 진솔함 때문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도그마로 이적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시간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남다른 글재주와 함께 다방면에 걸친 감성을 펼쳐보인 쿠루미. 여담이지만 즐겨 듣는 밴드로 킹 크림슨(King Crimson)을 꼽았을 때는 적잖이 놀랐다. 프로그레시브락을 즐겨 듣는 20대 여자 AV 배우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라는 말처럼 이 얼마나 보기 드문 조합이란 말인가. 이렇듯 남다른 면모를 가진 그녀가 직접 써내린 고백이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알콜 중독이었던 아버지는 쿠루미와 한 살 터울의 남동생에게 매일같이 폭언과 손찌검을 일삼았다. 남매는 진심으로 "언젠가는 저 자식을 해치우자"며 울먹였지만 결국 그날은 오지 않았다. 그녀가 고1이 되던 해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했고 남매는 그 끔찍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아도 되었다.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의 슬하에 남은 쿠루미는 이후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며 부모님은 어머니뿐 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유년기의 기억은 그녀 스스로도 자기를 다소 차갑고 고독한 사람 으로 평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때 받아보지 못한 애정에 잔뜩 굶주린 상처받은 소녀이기도 했던 쿠루미. 그 암울한 소녀시대를 뒤로하고 성년이 되었을 때 쿠루미는 나에겐 꿈도 희망도 없었고 그게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사람이었다. 동경으로 상경해 슈퍼마켓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시절의 쿠루미에게 스카우터는 AV배우를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알몸이 되는 것은 다시 한 번의 인생 리셋"이며 아마, 사람과 자신을 좋아하게 되기 위해서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쿠루미. 이런 얘기를 철저히 제3자적 입장에서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다.



타..타카 횽아......


쿠루미와 동향이며 선배격인 카리스마적인 AV남우 가토타카(加藤鷹 : 일명 골드핑거로 유명한 그는 쿠루미와 같은 아키다秋田현 출신이다.)가 들려준 섹스는, 기술이 아니고 마음이다는 말과 정신적 지주 TOHJIRO 감독과의 만남을 겪고 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분야에 있어서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아무리 하드하고 더러워도 해내고야 말았다고. 혹 그녀가 말하는 11년간의 프로페셔널로서의 경험이 어떤 것인지 모를 이들을 위해 간략히 다시 설명한다. 



1998년, 데뷔작의 모리시타 쿠루미


웃을 때면 덧니가 살짝 드러나 귀엽던, 호리호리한 몸매의 미소녀가 11년전 AV시장에 등장했다. 그녀는 세기말에 불어 닥친 셀비디오 혁명과 로리붐에 어울리는 여자였다. 가냘픈 몸매에 인상은 귀여웠다. 간혹 마구로(マグロ: 냉동참치라는 뜻에서 성애묘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AV배우를 비아냥 거릴 때 쓰는 표현)라 놀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김태희에게 연기력을 바라지 않듯이 그녀의 인기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제1회 모리시타 쿠루미의 팬 감사제의 몇몇 장면


셀비디오 시장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SOD와 전속계약 했을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높았다.그러나 점잖을 것 같은 전속배우의 태도는 SOD산하의 특출난 스튜디오, Dogma의 토지로 감독을 만나면서 크게 달라지게 된다. 그녀는 가학적인 장면 연출과 야외에서의 옷을 벗는 통상의 자극수위를 벗어나는 일에도 몸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그 가운데 절창을 이룬 것이 전국에서 추첨으로 뽑은 50여명의 남성팬들을 스튜디오에 불러 모아 유사 성행위 및 실제 성행위를 펼친 제1회 모리시타 쿠루미의 팬 감사제 였다.


오랬동안 인구에 회자될 그날의 촬영에 대해 쿠루미는 이렇게 회상했다. 쿠루미를 위해 2주를 참았다는 어느 중년사내가 느글거리는 정액을 한가득 입안에 뱉어놓은 날이자 항문을 입으로 애무해 달라던 남자의 그곳엔 똥찌꺼기가 눌러 붙어 있었던 날이었다. 그 날 쿠루미는 인상을 찌푸려가면서도 기어이 50명의 팬들이 뱉어놓은 사정액을 모두 먹어치웠다. 훗날 자서전에서 "속은 토할 것 같았고 다음 날 흰 뱀처럼 생긴 변을 봤다." 고 회고한 그날이었다. 그 날 이후 그녀를 냉동 참치라고 놀리는 사람은 없었다.


대체 토지로와 쿠루미 두 남녀가 어떤 교감을 주고 받았는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단지 이를 추측해 볼 수 있는, <AV여우(AV女優)>라는 제목의 비디오가 한편 남아 있을 뿐이다.



. 감독 TOHJIRO. 주연 森下くるみ. RSDL-040


쿠루미의 고향인 아키타로 간 토지로와 쿠루미는 그녀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직접 만나 이를 화면에 담는다. 어머니와 남동생은 말을 아꼈고 쿠루미는 담담해 보였다. 그리고 2002년 토지로는 SOD와 결별하고 Dogma와 함께 완전히 독립한다. 토지로와 함께나선 쿠루미는 이내 정상의 자리에 서지만 특별한 대접을 바라지 않았고 감독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온몸에 정액을 온몸에 뒤집어 쓰고(特濃くるみるく, 2003), 때로는 색정적인 요부(美しい痴女の接吻とセックスSpecial 2003)가 되기도 하며 양성 인간같은 역활(男根少女, 2003)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역의 제나 제임슨처럼 흑인과의 성행위에 난색을 표하지도 않았고(Black Kurumi, 2005) 관장과 항문성교, 윤간 연기 앞에서 몸을 사리지도 않았다(肉便器女敎師 , 2006). 어머니와 남동생 앞에서 스스로를 AV배우임을 선언한 이래 10년간 그녀는 AV배우 라는 직함을 달고 방송에 출연하고 글을 쓰면서 본업에 충실했다.
                 



야리니게코지 45화 (やりにげコ-ジ- # 45, 2005.02.16 방송)
왼쪽에서부터 몽블랑, 나츠메 나나, 모리시타 쿠루미
세 명 다 AV배우다.


이런 프로페셔널한 11년 동안 직업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질 수 있었고, 자기도 남들과 같이 더운피가 흐르는 사람임을 깨달았으며, 이를 토대로 화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의 관계의 복구에 대해서도 조금씩 손을 내밀고 있다고 용서에 대해서까지 언급하는 쿠루미. 매춘을 자신의 일과 꿈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나이 먹은 창녀 의 독백을 듣고 불편함이나 동정을 넘어 수긍이나 이해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


내가 정치적 올바름에 의거해서 배운 포르노 라는 개념과 쿠루미가 몸으로 증명해온 11년은 정면충돌 한다. 나는 포르노를 여성을 객체화하고 억압의 도구로 이용되는 양식. 그걸로 여성들을 착취해 먹고사는 남자들. 이를 감추기 위해 그들이 지어낸 거짓말. 그리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불쌍한 [직업여성들]. 그래서 스스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 노릇을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역시 남근중심주의에 이용당한 피해자. 따라서 그녀들이 아무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말한들 그것은 세뇌나 주입의 결과다. 라고 배웠고 이 생각은 이미 인이 단단히 박혀서 유연함을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그녀의 당당함과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몸으로 밀어내며 증명해온 11년이라는 세월이 되려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녀는 과연 자신의 일을 통해서 일가를 이룬 프로페셔널인가 남자들의 거짓말을 믿고 싶어하는 피해자일 뿐인가. 난 아직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수용해 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래도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 아닌가.


"극히 이따금, 화면 안에서 섹스 하는 여성이 보살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애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 커다란 모성으로 남자들을 자신의 몸 안에 받아들이는 여성이, 보살같이 보이는 일이 있다." 니무라 히토시 (二村ヒトシ : Dogma의 감독중 한명)


육보시(肉布施)도 보시중의 하나라면 그녀는 프로페셔널을 넘어서 보살이다. 그때 니무라가 보았던 것은 필시 삼하보살(森下菩薩)이었을 게다.



삼하보살도(森下菩薩圖)


* 덧붙여 쿠루미에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 몇 가지


1.
가토 타카는 데뷔직후의 쿠루미를 두고 "한 두편 찍고선 못 견딜 아이" 라고 평했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장기수 레드가 수감 첫날의 앤디를 보고 헛다리 짚었던 것처럼. 이후 십년을 그녀와 함께 하게 될 줄을 당시의 타카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2.



이 사진은 전부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연예인 노출 사진이라며 떠돌았던 사진이다. 사진 설명엔 전지현 17차 광고 찍다가, 박한별 셀카누드 등이 주로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의 정체는 Graphis에서 나온 쿠루미의 화보집중 일부였다.



꼭 시원찮은 색기들이 낚이고 지랄이야...


3.
2008년에 쿠루미는 자서전 출간 뿐만 아니라 소설현대(小説現代) 라는 문예지 2월호에 류화수은(硫化水銀)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한 바 있다.


4.



블로그에 있었던 짤막한 언급을 토대로 올해 드디어 그녀의 은퇴작이 출시 될 것이란 추측이 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성급한 이들 사이에선 은퇴작 시나리오까지 추측하며 "토지로가 질내 사정한 뒤 내 아를 낳아도!! 라고 할 것이다!!" 라는 투의 다소 허황된, 그러나 묘하게 설득력 있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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