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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오딧세이 AV 편] 12화 : [보강] 밀레니엄의 인디즈


2009.7.29.수요일



사람 진을 빼는 삼복 더위 와중에 독자 여러분의 건강은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디어 법을 둘러싼 딴나라당과 재래 언론의 명랑행위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아랫도리로 가야할 혈류마저 죄다 마빡으로 쏠려버리니, 똘똘이를 곧추세울 여력조차 남지 않으신 분들이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마빡에 스팀받는 작금의 상황에 불경스럽게 아랫도리 후끈해지는 이야기만 주절거린다고 고깝게 여기진 마시라. 괜히 전공도 아닌 분야에 대해서 본인이 어줍잖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꺼내봐야 소중한 지면의 낭비요 독자제위께는 민폐라. 시국이 이리 어수선할수록 본인은 그저 묵묵히 맡은 바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그것이 바로 나라와 민족과 딴지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 굳게 믿는 바, 그저 가던 길을 열심히 가도록 하겠다.


기실 본 필자가 새삼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민정시찰] 미디어법 통과에 따른 언론 동향 을 정독한 바가 크다. 본보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 는 식의 흥미위주의 칼럼이나 만물상 같은 꼭지에서도 아니라 명색이 논설위원이라는 거물이 직접 나서 빤치라(パンチラ)의 미학(美學)을 설파하는 재래언론의 당당한 움직임 앞에서 본인은 제갈량을 바라보던 주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아, 바로 이런 감정이 열폭(열등감 폭발의 줄임말)이란 말인가! 손수호란 그 이름 석자 잊지 않겠다.



빤치라(パンチラ)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여 그 때 불초소생은 작게나마 깨달은 바가 있다. 재래 언론의 빠워란 정치적 올바름이나 소름 돋을 정도로 날카로운 분석력이나 첨단 기기를 동원한 취재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그것은 정치, 경제, 시사, 상식, 사건, 사고, 스포츠, 연예, 쎄...쎆쓰...를 가리지 않는 백화점식 종합구성과 물량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재래언론의 수장격인 좆선의 빠워는 바로 경제면 지면만으로 한겨레 볼륨을 관광 태우는 그 무지막지한 물량과 그 사이에 자극적인 양념을 위해서라면 외국 타블로이드판 찌라시의 배째라식 인용도 서슴치 않는 무모함, 그리고 일단 눈을 즐겁게 하는 예술, 문화, 연예 관련 기사의 풍족함에 있다.


그렇다, 부끄럽게 고백해 보자면 본 필자, 소시적에 상품권에 눈이 먼 어머니께서 덜컥 구독을 계약하신 좆선 일보가 집에 날아오면 개차반 취급하면서도 이동진의 영화 레터 만은 빠뜨리지 않고 읽었더란다. 그게 바로 좆선의 빠워다.


하여 독자 여러분의 눈과 똘똘이를 즐겁게 하는 도색(桃色)기사를 열심히 써제끼는 것이야말로 재래언론의 높은 파고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이며 딴지를 위한 최고의 지원사격임을 독자여러분도 알아 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시국이 이런데 똘똘이로 피가 가겠냐는 질타는 정중히 사양하겠다. 이럴 때 똘똘이로 피를 몰리게 하는 것이야 말로 나의 투쟁이요 딴지를 위하는 길이다. 앞으로도 본인에게 할당된 지면을 정신없이 핑크빛으로 물들이도록 노력하겠다. 아, 그리고 이미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계속해서 마빡으로만 피가 쏠리면 그거 건강에 몹시 안 좋다. 이럴 때 일수록 원활한 혈액순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마빡으로 일방통행중인 혈류의 진행방향을 좀 아래쪽으로 틀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곧추세우자!



문두는 이렇게 명랑하게 시작했지만 사실 오늘 이야기는 굉장히 뻑뻑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제목부터 보습학원을 연상시키는 [보강] 이니 어느 정도 각오는 하셔야 한다. 이거 아랫도리 뎁히는데도 머리 싸매고 해야 하냐는 여러분의 아우성이 들려오지마는 조금만 참아주시라. 지난 모리시타 쿠루미 이전까지 90년대의 꿈과 낭만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급작스레 2000년대로 점프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어서 말이다.


기민한 독자들은 9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분코와 그에 비해 후발주자격인 쿠루미의 커리어를 비교해보면서 일종의 시대적 패턴 같은 것을 이미 발견하셨는지도 모른다. 분코와 마도카 까지만해도 이른바 떡모자이크 라 불리는 큼지막한 모자이크에 가려서 실제 성행위가 아닌 연기 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당시의 AV들은 하드코어 포르노 (실제 촬영장의 남녀간 성기결합이 이루어지며 성기부분을 노골적으로 클로즈업 하는 Meat Shot이 자주 연출된다.)의 일종이라고 보기엔 여러모로 맞지 않는 구석이 많았다. 이러한 구도가 2000년대인 뉴밀레니엄에 접어들면서 확연히 바뀌게 된다. AV시장의 판도 자체가 그 이전과는 상이해진 시기가 바로 이 뉴 밀레니엄 시기다.
                         



이게 다 SOD 때문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AV시장에서는 셀(판매용)과 렌탈(대여용)의 경계가 분명했다. 렌탈은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대형 제작사에서 분코나 마도카 같은 유명배우를 기용해 촬영한 비디오 들이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자본력과 기획력을 갖춘 군소 제작사들은 유명한 여자 출연자들을 섭외하진 못했지만 통신 판매등에 의존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했고 독립영화나 인디음악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인디즈(インディ-ズ) 혹은 통신판매로 주 수입을 올린다 하여 셀(sell) 비디오 라고 불렸다. 여기서 흔히 렌탈은 떡모(모자이크의 크기가 굵고 거칠다), 셀은 약모(모자이크의 크기가 작고 곱다)하는 구분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AV의 심의 과정에 대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AV는 한국과 같이 영상물 등급 위원회 같은 정부 산하기관에서 처리하지 않는다. 물론 관련법과 조례에서 일명 18禁이라 불리는 성인물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만 일일이 이것을 국가에 등급설정을 요청하지 않고 여러 개의 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협회를 통해서 등급을 받게된다. 이른바 자율규제 방식이다.


특히나 이중에서 AV제작사들이 많이 가입되어 있고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 일본 비디오 윤리 협회(日本ビデオ倫理協会) 통칭 줄임말로 비데륜(ビデ倫) 이라 불리는 곳이다. 앞서 살펴본 분코와 마도카가 전성기 활약했던 H.M.P. 스타킹 페티쉬로 유명한 H.R.C. 그밖에 아테나영상(アテナ映像)등이 이 비데륜에 가입된 대표적인 제작사들이다.


전통적으로 비데륜에 가입된 제작사들에서 만드는 AV들은 모자이크의 크기가 컸고 이로인해 치모노출이 거의 되지 않거나 촬영시 실제 성행위가 아닌 한국 에로비디오와 같은 연기 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앞서 설명한 인디즈(일명 셀)비디오들은 바로 비데륜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비디오를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구멍가게와 같이 물량과 자본은 딸리지만 은근슬쩍 모자이크의 크기를 줄이고 하드코어 포르노에 걸맞는 앵글과 부카케, 야외노출, 강도 높은 SM 그리고 속칭 기획물이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비데륜의 자본에 맞서는 다윗들이었다.


그런데 90년대 말에 들어서 이러한 인디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그 이전에도 비데륜에 가입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AV를 찍어내는 제작사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96년, 우리에게 이젠 이름마저 익숙한 SOD(Soft On Demand)가 발족하면서 미디어 윤리 협회(メディア倫理協会), 통칭 메디륜(メディ倫)을 출범 시킨 것이다.



디스 이즈 스파르타!!
300말고 500, SOD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아이디어


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점점 다윗의 편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카나자와 분코, 오자와 마도카와 같이 거의 준아이돌 대접을 받는 유명한 여자의 섹스신만 담겨있는 비디오를 보던 사람들은 몸값 100만엔 짜리 1명의 미녀보다 몸값 5만엔인 평범한 여자 수십명이 나와서 전라운동회니 전라오케스트라니 같은 새로운 양식의 아이디어를 펼쳐 보이는데 큰 호응을 보였다.



도전 지구탐험대!
이런게 바로 인디정신이다.


이윽고 90년대 말에 이르나 Moodyz와 같은 업체들이 등장해 더욱 인디즈에 힘을 실어준다. 이렇게 되면서 인디즈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그쪽으로 인기와 자본이 집중되자 2000년대에 넘어서는 더 이상 렌탈과 인디즈의 경계가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게된다.


SOD나 MOODYZ같은 인디즈 업체들의 매출이 렌탈 업계를 누르며 후발주자인 S1이 사실상 업계 No.1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게 탄탄한 기획력과 자본을 갖추게된 인디즈 업체들은 옛날처럼 통신판매로 직접 비디오를 파는 셀비디오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들도 대여점에 비디오를 까는 렌탈로 진출하게 된다. 내용 역시 예전같으면 렌탈업계에서 고용했을 예쁘고 몸값 비싼 여자들과 계약하여 비디오를 찍기도 한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인디즈와 렌탈의 차이가 무너진 것이다.


반대로 렌탈업계도 살아남기 위하여 모자이크 크기를 줄이고 실제 하드코어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연출과 앵글로 인디즈 비디오를 벤치 마킹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렌탈계라 불리던 H,M,P등의 제작사의 모자이크도 점차 작고 고와지면서 이제 치모와 항문에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클로즈업시 성기의 윤곽을 짐작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변했다. 2006년부터 비데륜은 음모노출과 항문, 성기 노출에 관한 자체 심사기준을 대폭완화 하여 SOD나 MOODYZ와 모자이크 크기면에서 전혀 다를 바 없는 크기로 만들어놨다.


이로인해 2007년 7월 갑자기 경시청에선 비데륜에게 성인물의 도를 지나쳐 음란물이 되었다고 단속의 철퇴를 내렸고 2009년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정도로 2009년 현재 AV시장에서 90년대와 같은 셀과 렌탈, 비데륜과 메디륜, 메이저와 인디즈를 가르는 잣대는 의미가 없다.


이제 유통면에서 대다수의 업체들이 셀과 렌탈을 병행하고 있고 모자이크 크기면에서 거의 모든 업체들이 과거의 셀비디오 수준으로 평준화 되었고 규모면에선 과거에 인디즈라 불리던 업체들이 메이저가 되어있고 표현 양식면에선 인디즈 특유의 엽기적인 발상이 돈과 유명배우들과 융합하여 더욱 막강해졌다.


추가로 조금 덧붙이자면 SOD가 맹주역을 담당하며 인디즈 부흥을 이끌었던 심의협회 메디륜은 현재 SOD와 산하 스튜디오 들 몇몇만 남아있는 상태고 Moodyz와 S1을 비롯한 대다수의 업체들이 2004년 발족한 비쥬얼컨텐츠 산업 협동조합(ビジュアルソフト・コンテンツ産業協同組合), 통칭 VSIC로 옮겨가 현재 명실상부한 최대 심사기구는 VSIC다.



결국 밀레니엄에 있었던 AV시장의 가장 큰 지각변동은 인디즈의 급부상 인 것이다. 애초에 AV시장의 중심부에 있었던 분코나 마도카는 이 정권교체기에 중심부로 새롭게 진입한 SOD나 MOODYZ등 인디즈 업체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노쇠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고 아예 출발을 인디즈와 함께 시작해 꽃을 피운 모리시타 쿠루미는 반대로 절정기를 맞이했던 것이다. 한때 존재했던 셀과 렌탈, 메이저와 인디즈의 장벽이 붕괴된 2000년대의 대변혁기. 결국 마도카와 분코는 새로 변화하는 시대와 불화할 수 밖에 없었던 구시대의 막내였고 쿠루미는 새시대의 맏이였던 셈이다.


다음시간부터는 이제 인디즈 혁명이 완수된 2000년대 초부터 AV계를 대표할 본좌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충용무쌍의 본좌 오딧세이 AV 편

[본좌 오딧세이] 일반론 : 본좌란 누구인가
[본좌 오딧세이 AV 편] 1화 : 딸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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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오딧세이 AV 편] 3화 : 피에 젖은 상한 새 시라이시 히토미
[본좌 오딧세이 AV 편] 4화 : 춤추는 무희, 유키 마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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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오딧세이 AV 편] 6화(번외편) : 노란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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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오딧세이 AV 편] 10화 : 도그마의 기성. 모리시타 쿠루미 上
[본좌 오딧세이 AV 편] 11화 : 삼하보살, 모리시타 쿠루미 下


충용무쌍(dbscnddy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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